김상혁 시인 “2월을 조금만 사랑해주세요” | 예스24
글이 더 안 끝나고 글을 더 못 놓았어요. 부족한 날들만큼 글자들로 통통하게 채워주고 싶었거든요.
글: 출판사 제공 사진: 출판사 제공
2026.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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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혁 시인의 『그냥 못 넘겼어요』가 난다 시의적절 시리즈 2월의 책으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2월이라 하면 다른 달보다 며칠 적으니까 만만하게 보았는데, 되려 글이 더 안 끝나고 글을 더 못 놓았다 한다. 부족한 날들만큼 글자들로 통통하게 채워주고 싶은 마음을 품고서 되도록 넓고 크게 보며 쓴 글, 멀리서 흐름을 지켜보듯 쓴 글들이 한 권으로 엮였다.

 


『그냥 못 넘겼어요』는 어떤 책인가요? 이 책만의 매력 포인트가 있다면 함께 소개해주세요.

먼저, ‘시와 에세이를 중심으로 편지, 소설, 인터뷰 등 여러 장르의 글을 한데 묶은 산문집’이라는, 난다 출판사의 ‘시의적절’ 시리즈가 지닌 매력을 공유하는 책입니다. 그런 시리즈의 틀 안에서, 『그냥 못 넘겼어요』를 쓰며 제가 신경 쓴 부분은 어떤 일에 대해서든 ‘우는소리 말자’였어요. 난다 유성원 편집자가 책을 다 읽고 나서 ‘글이 지닌 세련된 느낌이 인상적이다’라는 좀 과분한 후기를 들려주었는데요, 반은 저 힘내라고 한 말이라는 걸 알면서도, 이 책이 추구했던 ‘세련된 정서’가 어느 정도는 전달되었구나 싶었습니다. 슬픔에 경도되기 싫었고, 자기 낭만화로 보일 만한 것을 제거하려 했어요. ‘쓸쓸하게 읽다가 문득 웃게 되는 책’이라는 독자분들 감상평을 들으면 그래서 행복합니다.

 

2월을 좋아하는 달로 꼽아주셨어요. 시의적절 2월의 책을 맡게 되셨을 때 소감은 어떠셨나요? 

몰랐는데, 제가 소위 ‘센터 욕심’이 좀 있었나 봐요. 만일 시의적절 시리즈를 한다면 8월이 좋겠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했는데, 딱 중간인 달, 가장 덥고 빛나는 달이어서 더 끌렸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으론, 2월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마음에 드는 책이 안 나왔을 거라 확신합니다. 다른 달에 비해 이삼일 모자란 게 꼭 저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돌아보면 2월은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많았어요. 십오 년 전 2월에 들은 등단 소식, 십 년 전 2월의 결혼식 등 굵직한 일을 포함해, 사진첩과 일기를 찬찬히 살펴보니 2월은 유독 부침 있는 달이었더라고요. 사건이 많다는 건 글도 많다는 뜻이니까, 잘 쓸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시의적절’은 하루 한 편의 글이 쌓여 한 달 한 권의 책을 엮는 시리즈잖아요. 집필하실 때의 루틴은 어땠나요? 평소 선생님의 쓰기와 다른 점이 있었을까요?

두 달 정도 시간과 정신을 몰아서 이 책만 썼고, 다가올 2월 생각만 했습니다. 처음 경험한 작업 방식이었어요. 글감을 얻으려고 개인사를 돌이켜보며 2월의 사건들을 수집했고, 2월에 속한 감정들을 되살리고자 애썼습니다. 그렇게 이틀에 한 꼭지를 반드시 만들어냈고요. 책 만드는 과정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이번 책은 글의 순서가 제가 만든 초고의 의도대로 구성되었다는 점입니다. 당연히 순서는 작가 몫 아니냐고 반문하실 수도 있는데, 지금껏 제가 낸 모든 시집과 산문집의 순서는 제가 구성한 것이 아닙니다. 제가 순서나 제목 고집이 전혀 없기도 하고, 그런 걸 정하는 건 편집자의 전문 영역이라고 여기기도 해요. 

이번 책은 글 순서와 소제목 모두 제가 만든 저의 것입니다. 문제는 마음에 드는 책 제목이 없어서 마지막까지 우울했는데요, 김민정 대표가 ‘그냥 못 넘겼어요’란 제목을 출간 직전에 제안해주었죠. 세상에! 하늘에서 튼튼한 동아줄 내려오는 게 이런 기분이겠네 했습니다. 또 저를 괴롭혔던 게 서문이었어요. 이번 책은 이상하게 작가의 말 쓰기가 너무나도 어렵더라고요. 미치겠네 싶던 차에 유성원 편집자의 조언으로 돌파구를 찾았습니다. 그래서 재밌어요. ‘나’가 가장 많은 책인 동시에, 타인의 도움도 가장 많이 받았던 책이라는 점이요.

 

『그냥 못 넘겼어요』에 실린 것 중 각별히 마음에 남는 글이 있으신가요? 

보통은 독자 반응이 좋은 글에 저도 같이 끌려요. (저의 귀 얇음에 실망하셨을까요?) 그래도 저만 좋아하는 글에 대해 고집을 좀 부려보자면, 별다른 반응 없는 16일의 시 ‘명절 기차’가 마음에 남습니다. 이걸 쓰던 날 제 감정과 일정이 머릿속에 선명해요. KTX 타고 지방으로 무슨 심사를 가던 날이었는데, 길은 멀고 아내와 아이도 보고 싶어서 기분이 엉망이었습니다. 오늘은 시의적절 생각은 못 하겠다 했죠. 그런데 차창 밖으로 거대한 맥도날드 로고가 보였고, 또 낡은 비닐하우스들이 보여서 문득 ‘이거 시 된다!’ 했습니다. 바로 그날의 장면 위에다, 오래전 군입대 기차 안에서 바라보았던 한 어린아이 모습을 겹쳐놓고 시를 만들었습니다. ‘명절’에 대한 제 개인적인 느낌도 작품에 담으려 했고요.

 

이번 책에서는 선생님의 플레이리스트를 만나볼 수 있는데요. 지금 떠오르는 한 곡을 소개해주세요.

좋아하는 노래를 스스로 찾아 듣기 시작한 지 일 년도 안 되었습니다. 그전에는 노래 듣는 취미가 거의 없었고요. 좋아하는 가수는 언제나 있었는데 노래 듣기는 즐기지 않고 살아왔습니다. 지금은 좋아하는 가수는 딱히 없는데, 좋아하는 노래들이 다양하게 생겼어요! 그렇게 된 계기가 좀 우스운데, 출퇴근길에 쓸 헤드폰을 사고 나니 노래가 좋아지더라고요. 근래 자주 듣는 곡은 Crying City의 〈Hard to Love〉, Galdive의 〈Teach Me How To Love〉입니다. 서너 곡을 골라서 한 달 정도는 질릴 때까지 듣는 편이고요.

 

동시와 동요가 무척 귀엽고 인상적이었어요. 

동시는 아이 입장에서 쓴 것이고, 동요는 아이를 위해 만든 자장가 가사를 그대로 옮겼어요. 이제는 아기가 커서 자장가 불러줄 기회는 없지만요. 아이는 그냥…… 모든 것이죠. 다만 이 책을 포함해 앞으로의 작업에서, 아이는 자주 등장하지 못할 겁니다. 그렇게 마음을 먹었어요. 이미 여러 번 쓰기도 했고, 쓰면 쓸수록 아이에 대한 감정이 글 안에서 점차 평범하게 표현됨을 느낍니다. 그리고 동시 「우리집 개는 억울하다」의 주인공은 아이에 더해 지금 함께 사는 강아지이기도 해요. 오히려 사람 사랑하는 개의 마음이 얼마나 지극한지에 대한 이야기가 메인 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걸 말하려고 아이의 시각과 마음가짐을 짐작해 가져왔어요.

 

2월을 함께 통과해 새봄을 맞이할 독자들에게 한마디 남겨주세요.

2월에 잘 머물러 계시다가, 3월이 오면 3월을 사랑해주셔요. 저는 저의 2월을 무척 사랑하지만, 저 또한 3월엔 3월만 좋아해줄 예정입니다. 2월을 대하는 마음은 아니겠지만…… 3월에는 3월만 생각하는 것이 문득 시간에 대한 예의처럼 느껴져요. 여러분의 삶이 그때그때를 최고로 사랑할 수 있는, 덜 불행한 여행이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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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못 넘겼어요

<김상혁>

출판사 |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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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