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의 장바구니
[에디터의 장바구니] 『필연적 혼자의 시대』 『쾌적한 사회의 불쾌감』 외 | 예스24
1인 가구 100인을 인터뷰하며 오늘날 우리가 필연적 혼자의 시대에 접어들었음을 보인 올해의 필독서부터 무결점의 사회에 병들어가는 현대인을 주목한 화제의 책까지. 채널예스 에디터의 2월 장바구니를 공개한다.
글: 채널예스
2026.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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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제인 오스틴을 두려워하랴』

버지니아 울프 저/이루카 역 | 아티초크


여성 문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두 이름을 표지에 나란히 새겨 궁금증을 자아내는 책, 『누가 제인 오스틴을 두려워하랴』는 혁신적인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의 에세이를 통해 그의 비평적 목소리에 주목한다. 수많은 책을 탐독한 울프가 남긴 수백 편의 글에는 문학과 미술, 영화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뛰어넘는 비평적 감각이 스며 있다. "자, 지금 당장 무단 침입하자. 문학은 그 누구의 사유지가 아니라 모두의 공유지다." (「추락하는 자에게는 풍경이 보이지 않는다」 중에서) 이 책은 제인 오스틴 탄생 250주년을 맞아 수록한 「제인 오스틴, 모두가 두려워하는 부지깽이」를 비롯해 국내에는 소개되지 않은 울프의 에세이 여덟 편과 시 두 편을 함께 엮었다. 울프를 사랑하는 독자에게는 반가운 재회가, 울프의 세계가 궁금했던 이들에게는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이참슬 에디터)




『마지막 홍콩배우 양조위』

주성철 저 | 한겨레 출판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가슴 속에 저마다의 첫 등장 장면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늑대의 유혹>에서 강동원이 우산 속으로 뛰어들던 순간, <관상>에서 수양대군이 모습을 드러내던 장면처럼. 나는 <중경삼림>에서 양조위가 등장하던 그 순간을 자주 다시 꺼내본다. ‘캘리포니아 드리밍’이 흘러나오며, 멀리서 전화하던 경찰 양조위가 천천히 걸어와 모자를 벗고 샐러드를 주문하는 장면. 그렇게 <중경삼림>의 두 번째 이야기가 시작된다. 몇 년 전 재개봉으로 이 장면을 다시 극장에서 만났을 때의 충격을 잊을 수 없다. 언제나 입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처연하고 단단하고 어딘가 슬퍼서 아름다운 그 눈빛. 사실 장면보다는 스크린을 가득 채운 젊은 양조위의 눈빛을 잊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하다. <중경삼림>이 개봉하고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양조위는 같은 눈을 하고 그 자리에 있다. 홍콩 누아르에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까지, 그는 언제나 조용하지만 꾸준히 존재감을 드러낸다. 영화 평론가 주성철은 뉴진스 ‘쿨 위드 유(Cool with You)’ 뮤직비디오에 등장한 양조위를 보고, 그는 왜 어디에나 잘 어울리는지 생각했다고 한다. 『마지막 홍콩 배우 양조위』는 그 생각에서 출발한다. 눈빛과 침묵으로 말해온 배우 양조위의 40년을 따라가다 보면, 왜 우리가 여전히 그를 사랑하는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참슬 에디터)



『매거진 B』 100호

매거진B 편집부 | 비미디어컴퍼니 주식회사


매거진 《B》가 2011년 창간호에서 다루었던 브랜드를 기억하는지? 바로 프라이탁이었다. 지금 돌이켜봐도 과감하면서도 앞으로 스스로 나아갈 방향을 선명하게 예고하는 선택이었다. 이후 15년간 99개의 브랜드를 조명해 온 매거진 《B》가 2026년 2월 100호를 맞아 스스로를 취재 대상으로 삼았다. 그러니 100호는 매거진 《B》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축적된 시간에 관한 기록이기도 하다. 조수용 발행인의 인터뷰와 함께해 온 구성원들의 대화를 비롯해 매거진 《B》의 시그니처이기도 한 커버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 빠른 매체 변화 속에서도 고유의 관점을 지켜오고 있는 아홉 곳의 독립 매체 취재 등이 실렸다. 잡지라는 세계에 발 들이지 않고 살아왔더라도 시간이 만들어 내는 고유의 나이테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 (박소미 에디터)




『전국 목욕탕 탐방』

김성진 저 | 베르단디


아직 길거리에서 목욕탕 굴뚝을 볼 수 있는 동네에 살고 있다. 그래서일까. 타지에서도 목욕탕 굴뚝을 보면 누군가의 동네에 놀러 간 듯 반가운 마음이 들어 마음의 경계가 풀어진다. 『전국 목욕탕 탐방』을 쓴 김성진은 점차 사라져 가는 목욕탕과 목욕탕 문화에 대한 애정으로 전국 58개 목욕탕을 직접 방문해 취재하고 사진을 찍고 기록을 남겼다. 통영 작은 항구 옆 해수탕이 있는 ‘청수탕’, 가야산 국립공원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노천탕이 있는 거창의 ‘백두산천지온천’, 100년이 넘게 유지되어 온 창원의 ‘앵화탕’ 등 다양한 목욕탕을 사진과 함께 만나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세월이 켜켜이 쌓인 공간을 향한 작가의 애정과 존중의 마음이다.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주말 아침에 목욕 가방을 챙겨 동네 마실을 가고 싶어진다. (박소미 에디터)




『쾌적한 사회의 불쾌함』

구마시로 도루 저/이정미 역 | 생각지도


대도시의 생활은 놀랄 만큼 쾌적하다. 없는 게 없는 인프라, 빠르고 질서 정연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정상’에 속한다면 이보다 살기 좋은 곳도 드물다. 이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는 서로 ‘빌런’이 되지 않으려 조심한다. 아니, 서로가 빌런은 아닌지 감시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빌런이 되는 이유는 사소하고도 다양하다. 건강하지 않아서, 의사소통이 서툴러서, 혹은 나이를 먹었다는 이유만으로도 누구나 정상성 밖으로 밀려날 수 있다. 『쾌적한 사회의 불쾌감』의 저자 구마시로 도루는 우리 사회가 당연하게 여겨온 ‘불쾌해할 권리’를 의심한다. 불편을 제거하려는 태도가 어떻게 혐오와 배제로 번지는지, 정신 의료와 건강 담론, 저출생과 공간 설계 등을 사례로 보여준다. 사회의 질서가 정교해질수록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이 탈락자가 되는 역설. 서울에 살며 화이트칼라 직종에 종사하고, 아직 아이가 없는 청년인 나에게 대도시의 생활은 편리하다. 언제까지 나는 지금처럼 이 질서 안에 머물 수 있을까. 나와 다른 조건의 사람들에게도 이 도시는 과연 쾌적할까. (이참슬 에디터)




『필연적 혼자의 시대』

김수영 저 | 다산초당


올해의 필독서다. 『필연적 혼자의 시대』는 1인 가구에서 출발하는 책이지만, 결코 1인 가구에 국한된 이야기만을 하고 있지 않다. 김수영 교수는 “폭행 사건이 많은 사회는 폭력적인 사회이고 성폭력이 잦은 사회는 성차별이 일상인 사회”이듯 1인 가구가 주류가 된 사회는 “각자도생해야 하는 무한 경쟁의 사회”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책은 곧장 다음 질문으로 직진한다. 1인 가구의 급속한 증가는 오롯이 개인의 선택이 만들어 낸 현상일까? 김수영 교수는 다양한 연구와 정량 데이터, 100인의 당사자 인터뷰를 경유하며 후기 자본주의가 필연적으로 혼자의 시대임을 보인다. 혼자의 시대가 필연인 이유는 오늘날 우리가 개인에게 일의 가치, 일의 비중, 일의 의미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대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책을 읽은 뒤 1인 가구 당사자이든 아니든 ‘나에게 대체 일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피할 수 없이 던지게 될 것이다. (박소미 에디터)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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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제인 오스틴을 두려워하랴

<버지니아 울프> 저/<이루카> 역

출판사 | 아티초크(Artichoke Publishing House)

쾌적한 사회의 불쾌함

<구마시로 도루> 저/<이정미> 역

출판사 | 생각지도

필연적 혼자의 시대

<김수영>

출판사 | 다산초당

매거진 B : No.100 Magazine B 국문판

매거진<B> 편집부

출판사 | 비미디어컴퍼니 주식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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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

본명은 애들린 버지니아 스티븐으로 1882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다. 20세기를 대표하는 모더니즘 작가 버지니아 울프는 평생 정신 질환을 앓으면서도 다양한 소설 기법을 실험하여 현대문학에 이바지하는 한편 평화주의자, 페미니즘 비평가로 이름을 알렸다. 빅토리아 시대 소위 최고의 지성들이 모인 환경에서 자랐고, 주로 아버지에게 교육을 받았다. 비평가이자 사상가였던 아버지 레슬리 스티븐의 서재에서 책을 읽으며 어린 시절을 보냈고 오빠 토비가 케임브리지 대학교에 입학한 후 리턴 스트레이치, 레너드 울프, 클라이브 벨, 덩컨 그랜트, 존 메이너드 케인스 등과 교류하며 ‘블룸즈버리 그룹’을 결성하기도 했다. 이 그룹은 당시 다른 지식인들과 달리 여성들의 적극적인 예술 활동 참여, 동성애자들의 권리, 전쟁 반대 등 빅토리아시대의 관행과 가치관을 공공연히 거부하며 자유롭고 진보적인 태도를 취했다. 어머니의 사망 후 정신질환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는데, 아버지의 사망 이후 울프의 병세는 더욱 악화되었다. 평생에 걸쳐 수차례 정신 질환을 앓았다. 1905년부터 문예 비평을 썼고, 1907년 [타임스 리터러리 서플리먼트]에 서평을 싣기 시작하면서 『댈러웨이 부인』, 『등대로』, 『파도』 등 20세기 수작으로 꼽히는 소설들과 『일반 독자』 같은 뛰어난 문예 평론, 서평 등을 발표하여 영국 모더니즘의 대표 작가로 인정받게 되었다. 소설가로서 울프는 내면 의식의 흐름을 정교하고 섬세한 필치로 그려 내면서 현대 사회의 불확실한 삶과 인간관계의 가능성을 탐색했다. 1970년대 이후 「자기만의 방」과 「3기니」가 페미니즘 비평의 고전으로 재평가되면서 울프의 저작에 관한 연구가 활발해졌고, 「자기만의 방」이 피력한 여성의 물적, 정신적 독립의 필요성과 고유한 경험의 가치는 우리 시대의 인식과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버지니아 울프는 픽션과 논픽션을 아우르며 다작을 남긴 야심 있는 작가였다. 그녀의 픽션들은 플롯보다는 등장인물들의 내면에 더욱 초점을 맞춘 의식의 흐름 기법을 사용해 쓰였다. 주요 작품으로는 소설 『출항』, 『밤과 낮』, 『제이콥의 방』, 『댈러웨이 부인』, 『파도』,『현대소설론』 등과 페미니즘 비평의 고전으로 평가받는 에세이 『자기만의 방』과 속편 『3기니』 등이 있다. 1927년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쓰인 『등대로』를 발표하며 소설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고 『올랜도』, 『파도』, 『세월』 등을 계속해서 발표했다. 평화주의자로서 전쟁에 반대하는 주장을 펼쳐 왔던 울프는 1941년 독일의 영국 침공이 예상되는 가운데 자살로 삶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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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서울대학교에서 언론정보학과 사회학을 전공하고 사회복지를 부전공했다.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 석사학위를, 영국 런던정치경제대학교(LSE)에서 사회정책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8년부터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서 가르치고 연구하고 있다. 오랫동안 사회적 배제와 위험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리고 그것이 특정 개인의 결함이나 선택이 아니라 구조적 조건의 산물임을 드러내는 연구에 집중해 왔다. 노숙인, 빈곤층, 장애인, 플랫폼 노동자 그리고 급격히 증가하는 1인가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집단이 서로 다른 형태로 사회의 경계 밖으로 밀려나는 과정을 추적했다. 통계가 보여주는 비율과 분포만으로는 사회현상의 이면을 충분히 조명할 수 없다고 믿기에 지금까지 일관되게 당사자를 직접 만나는 질적 연구를 고집해왔다. 최근 10년간은 시대사적 전환기에 새롭게 등장하는 사회적 위험과 배제 양상을 파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미래 사회를 ‘디지털 시대’와 ‘개인화 시대’로 압축하고, 이로 인해 ‘연결된 채 단절된 우리’가 맞닥뜨릴 고립의 징후들을 드러내 왔다. 2019년부터 Alone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개인화 시대의 1인가구 생활양식을 연구해왔다. 이 책에는 지난 6년의 연구 기록이 담겼다. 디지털 복지국가의 데이터 감시, 플랫폼 노동, 배달앱 노동자의 인간관계와 산업재해 등 디지털 시대를 다룬 연구로 국내외에서 여러 차례 수상했으며, 저서 『디지털 시대의 사회복지 패러다임』은 대한민국학술원 우수도서로 선정되었다. 현재는 미래 사회의 위험과 정책적 대응을 모색하는 ToSoPo(Tomorrow’s Social Policy) Network를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