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작업실
이지 작가의 작업실 – 『흑백의 하루』 | 예스24
흔들리지만 치열한 청춘의 모습을 솔직하게 그려 MZ세대의 깊은 공감을 불러 일으킨, 화제의 인스타툰 ‘이지 그림일기’가 책으로 출간되었습니다.
글: 이참슬
2026.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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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이십 대를 반짝이는 청춘이라 말하지만, 돌이켜 보면 아름다운 순간보다 불안하고 방황하던 날들이 더 또렷할 때가 있습니다. 열심히 나아간다고 믿다가도 작은 바람에 흔들리며, 제대로 가고 있는지 자신을 의심하던 시간 말이죠. 이런 감정을 느껴본 적 있다면, 이지 작가의 그림일기를 쉽게 지나치기 어려울 것입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 관계에 대한 고민, 자신만의 결을 찾기 위한 시행착오, 다채로운 일상의 기쁨까지. 흔들리면서도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청춘의 얼굴을 솔직하고 단단하게 쌓아낸 『흑백의 하루』 작업기를 전합니다. 


 

 

『흑백의 하루』 작업을 마친 소감이 궁금합니다.

『흑백의 하루』 단행본이 나오기까지 꽤 많은 시행착오와 게으름, 피곤함이 얽혀 있었습니다. 계약서 진행 후 완성까지 약 6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작업을 끝내고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담당자님, 감사합니다…”였습니다. 책의 실물을 손에 쥐고 나서도 실감이 나지 않더라고요. 어리둥절했습니다. 여태 ‘작가’라는 타이틀이 저에게는 꽤 과분한 것이라 생각했는데, 책까지 내고 나니 이제는 어디서든 작가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두근거려서 잠을 조금 설쳤습니다. 

 

인스타그램에서 우연히 처음 작가님 만화를 봤던 때가 생각나요. 불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던 터라 정말 공감하면서 읽었는데요. 작가님 작업이 벌써 7년이나 쌓였습니다. 7년 전의 작가님에게 지금의 작가님은 무슨 이야기를 해주고 싶나요? 

그러게요. 벌써 제가 만화를 그린 지 7년이 지났다는 걸 질문지를 보며 새삼 다시 깨닫습니다. ‘과거의 나에게 무슨 말을 해줄 것인가.’ 실제로 제가 매번 술자리 토픽으로 꺼내는 질문이기도 한데요. 그렇다면 저는 과거의 저에게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까요?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좇아 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저는 그저 좋아하는 일을 오래 했을 뿐인데, 책도 내고 이렇게 멋진 인터뷰도 하게 되었으니까요. 그대로 살되, 너무 힘들어하지는 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되돌아보면, 뭐가 그리도 힘들었을까 싶기도 하거든요. 밟아왔던 길을 그대로 가되, 조금은 덜 힘들었으면 좋겠습니다. 7년 전의 저를 부둥켜안고 엉엉 울지도 모르겠네요. 

 

만화에는 우울과 방황 등 털어놓기 쉽지 않은 내밀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을 꺼내는 일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요. 이 이야기를 꼭 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나요?

사실 이 이야기를 꼭 해야지! 하고 시작했다기보다는, 개인적인 기록을 위해 시작한 만화입니다. 만화를 처음 시작할 당시 저는 정신적으로 너무 위태로웠고, 어딘가에 마음을 두고 차분하게 에너지를 분출할 곳이 필요했거든요. 그때 이미 일기를 쓰고 있었기 때문에, 여기에 그림을 붙여 아카이빙해보자 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진 모양입니다. 개인적인 경험을 털어놓는 일은 생각보다 사람의 마음을 후련하게 만들어주거든요. 이건 심리 상담의 원리와도 비슷한데, 얼굴도 모르는 생판 타인에게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을 털어놓는 것이 오히려 더 쉽다고 합니다. 저는 어쩌면 살기 위해 인스타그램의 타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패션, 향수, 음악, 여행, 음식 등 책 곳곳에서 작가님의 취향을 만날 수 있습니다. 작가님의 취향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합니다.

취향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어떻게 하면 확고한 취향을 만들 수 있느냐고 물으시는 분들이 많은데, 취향에 대해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고 계신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취향이라는 건 결국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찾아 나서는 여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방법은 아마 본인만이 알겠지요. 다만,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시간을 들여 쭉 나열해 보면, 비슷한 결을 가지고 있거나 어딘가에서 분명 통일성을 발견하게 될 거예요. 저는 취향은 거기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책의 판형이 독특합니다. 한 손 만한 정방형 사철 제본에, 한 장에 한 컷씩만 있어 인스타툰을 그대로 물성으로 옮겨온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책 디자인 과정에 작가님 아이디어가 반영되었을까요? 

대부분의 아이디어는 디자이너님께서 제안해 주셨지만, 그 아이디어들이 놀랍게도 제가 원하던 방향과 정확히 맞아떨어졌습니다. 우선 제 책이 오프라인 서점에 진열되었을 때, 가장 ‘책 같지 않은’ 외형이기를 바랐습니다. 사철 제본의 정방형 까만색 책은 성공적이었고요. 판형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았습니다. 한 페이지에 두 컷이 들어가느냐, 세 컷이 들어가느냐에 따라 만화의 흐름 속도도 달라질 것이고, 읽는 사람의 호흡 역시 달라질 테니까요. 인스타툰은 디스플레이에서 손가락으로 넘기며 한 컷씩 보게 되잖아요. 저는 그 흐름을 그대로 가져가고 싶었습니다. 오히려 종이에 한 컷씩 담으면, 디스플레이로 만화를 볼 때보다 종이를 넘기며 한 장 한 장에 머무는 시간을 더 확보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인스타그램에서 만화를 연재하는 것과 종이책을 만드는 작업은 어떻게 같고 또 다른가요?

만드는 과정에서는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지만, 책이 실물로 나왔을 때는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만화 속에서 눈이 머무는 시간과 속도감에서 확연한 차이를 느꼈습니다. 인스타그램에 만화를 그려 업로드하면, 실제로 사람들이 10컷짜리 만화를 읽는 데 걸리는 시간은 1분이 채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종이책으로 옮겼을 때는 눈이 머무는 시간이 분명히 늘어나더라고요.


아트 토이 ⓒ이지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 애니메이터, 만화가, 작가, 인플루언서… 다양한 직업을 통과하며 삼십 대로 들어선 지금, 작가님께서 앞으로 들려주실 이야기가 궁금해집니다. 진행 중인 작업이 있다면 살짝 소개 부탁드립니다. 

여태 그래왔던 것처럼, 여전히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탐색 중입니다. 제 작업을 물성으로 옮기는 일에 대한 열망이 있었고, 그래서 숙원이 하나 있습니다. 제 그림과 캐릭터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습니다. 아트토이. 아트토이를 꼭 만들고 싶어서 몇 년 전부터 고민해 왔는데요. 아마 이번 4월, 세상의 빛을 보게 될 예정입니다. 


 


작업실을 소개해 주세요.

서울에서 나고 자라 살다가 몇 년 전 경기도로 이주했습니다. 제 꿈은 작업실과 침실을 분리하는 것이었는데요. 이번에 이사하면서 그 꿈을 이루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샤워를 하고, 잠들기 전까지 책상에 앉아 작업을 합니다. 아이디어가 나올 때까지는 움직이지 않고, 이 자리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편이에요. 콘티를 쓰고 자료를 찾는 과정에는 모니터 공간이 꽤 많이 필요하더라고요. 그래서 투 모니터를 두었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작업할 때 꼭 필요한 물건은, 아마 드로잉 장갑이 아닐까 싶습니다. 디스플레이와 손이 닿는 면적의 마찰력을 최소화해 주는 물건인데, 저는 이게 없으면 작업을 할 수 없습니다.


작업실(왼쪽), 드로잉 장갑(오른쪽)

 

작업을 하는 동안 가장 의지한 반려 [ _______ ]

집에는 강아지 한 마리와 고양이 두 마리가 살고 있습니다. 사람보다 동물이 더 많다 보니, 가끔은 동물들의 집에 얹혀사는 기분이 들 때도 있습니다. 모두 파양되었거나 길에서 데려온 아이들입니다. 둘째 강아지 영수, 첫째 고양이 보은(갈색), 둘째 고양이 나무(회색). 강아지는 분명 한 마리라고 했는데 왜 둘째냐고 물으신다면, 사실 저희 집에는 강아지가 두 마리였습니다. 지난 10월, 첫째 강아지 마루가 별이 되었거든요. 그 친구는 지금도 저의 영원한 첫째 강아지입니다. 아무튼, 작업이 잘 안 풀릴 때면 거실에 나가 털복숭이 친구들을 복복복 만지고는 하는데요, 이게 저의 유일한 힐링 시간이 아닌가 싶습니다.


(왼쪽부터) 마루, 영수, 보은, 나무

 

마감 후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은 무엇인가요? 

여행을 가고 싶습니다. 여행. 마감이 끝나면 일본에 가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이후에도 생각보다 해야 할 일이 잔뜩 남아 있더라고요. 그래서 여행은 잠시 뒤로 미뤘습니다.

 

할 일이 있을 땐 그것 빼고 모두 재밌게 느껴집니다. 책을 만드는 동안 특히 재밌게 본 남의 콘텐츠는 무엇인가요?

콘텐츠로 먹고사는 사람인 것치고는 콘텐츠 소비를 많이 하는 편은 아닙니다. 유튜브도 거의 보지 않고, 숏폼 콘텐츠 역시 일반적인 사람들에 비해 덜 보는 편입니다. 무엇을 보느냐에 따라 제 작업이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라 은근한 스트레스를 받곤 했는데, 그래서 아예 끊어버렸습니다.

 

남들이 나를 제치고 앞서 뛰어나갈 때면 나도 따라 뛰어야 하나 싶어 두근거리기 시작하지만 그래도 걷는다. 달리는 이들보다 훨씬 더 오래, 더 멀리. (‘오래걷기 마스터’ 중에서)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3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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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ji78

2026.02.27

저와 아이디가 같으시네요 ^^
인스타팔로우하고 책도 읽어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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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jwan

2026.02.19

나에게 인스타툰을 보며 인생을 되돌아보게끔
만든 최애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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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궂쟁이

2026.02.19

이지 작가님의 작업세계를 조금이나마 들여다보게 된 것 같아 넘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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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하루

<이지>

출판사 |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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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참슬

다양한 사람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