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션] 우리는 여전히 자라고 있어 | 예스24
뒤늦은 새해 결심도 괜찮다. 무엇이든 지금 시작해도 된다고, 꿈꿔 보라고 토닥여주는 가능성의 이야기를 담은 세 권의 책.
글: 유지현
2026.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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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은 자라나는 시기다. 지나가는 겨울과 이별하며 다가오는 봄을 준비한다. 시작하는 마음을 품고 있는, 이 ‘사이’의 시간에 우리는 조금씩 자란다. 이제 시작이라서, 아직 끝을 알 수 없어서 다양한 가능성을 지닌 시간. 그러니 뒤늦은 새해 결심도 아직 괜찮다. 무엇이든 지금 시작해도 된다고, 꿈꿔 보라고 토닥여주는 가능성의 이야기들을 모아 펼친다.


 

『발레가 좋으면』

김윤이 글그림|노란상상

 

어린 시절에는 “무엇이 되고 싶니?” “커서 어떤 일을 할 거니?” 같은 질문에 답하는 게 어려웠다.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당장 무언가를 결정하라는 ‘장래 희망’이라는 게 조금 불편했다. 이 책은 어린 시절의 나에게로 돌아가 건네주고 싶은 책이다.

 

주인공은 발레를 좋아한다. 무대 위의 무용수를 바라보며 주인공은 자신의 미래를 떠올린다. 발레가 좋은 ‘나’는 무엇이 될까? 발레를 좋아하는 사람은 발레를 ‘하는’ 사람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의 편견을 깨듯 이 책은 조금 다른 방식을 택한다. 만약 우리에게 평행우주가 있다면? 그러면 하나가 아닌 여러 개의 꿈을 선택해볼 수 있다. 책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무용수뿐만 아니라, 무대 위아래의 다양한 사람들을 조명한다. 발레복 디자이너, 무용 전문 사진가, 무대 감독, 바이올린 연주자, 공연장 하우스매니저, 재활 트레이너, 기획자, 홍보 담당자, 심지어 이 그림책을 만드는 작가와 편집자까지. 그리고 발레를 좋아한다면 관객이 될 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도 말한다. 하나의 무대를 만들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곳에 각자의 역할을 해내는 사람들이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직업의 다양한 면모를 살피고 의미를 확장한다. 

 

하나의 마음이 꼭 한 가지의 미래만을 만드는 건 아니다. 그렇기에 불확실함도, 미정의 세계도 모두 괜찮다. 뭔가를 새로이 시작한 이들에게 전하고 싶다. 좋아하는 마음을 지켜가라고, 그 용기를 통해 우리는 계속해서 꿈꿀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리플레이』

이윤정 글/박재인 그림|문학동네

 

다시는 마주치고 싶지 않은 순간이 있고, 언제든 다시 꺼내 보고 싶은 순간이 있다. ‘리플레이’는 어떤 장면이냐에 따라 다른 중의적인 의미를 지니게 되는 단어다. 동화 『리플레이』는 그런 단어의 의미를 빌려 때로 다치고 상처를 입는 과정 또한 회복과 성장의 일부라는 것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야구선수를 꿈꾸던 해람이는 경기 중 투수가 던진 공에 맞은 뒤로 야구를 그만두려 한다. 공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트라우마가 생겼기 때문이다. 희영이는 가장 가깝게 마음을 나누던 단짝 친구가 이사 가면서 불안하고 외로운 마음에 좀처럼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한다. 각자의 문제를 지닌 두 사람은 우연한 계기로 캐치볼을 하게 된다. 해람이에게는 유일하게 희영이의 공이 무섭지 않다. 공을 주고받으면서 실력이 늘어가는 희영이를 보며 해람이의 마음에는 두려움을 이길 수 있겠다는 조그만 용기가 싹튼다. 희영이 역시 움직이고 땀을 흘리면서 불안에서 벗어나 혼자서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조금씩 단단해진다. 몸의 움직임을 통해 닫혔던 두 사람의 마음은 조금씩 열리기 시작한다. 야구는 해람에게 인생의 전부라고 할 정도로 중요했지만, 언제든 그만둘 수 있는 ‘이까짓 야구’가 될 수도 있다. 다만 여전히 좋아하는 마음이 있기에, 해람은 자신에게 극복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다시 새로운 경기를 ‘플레이’하려는 마음으로 나아가기로 결심한다. 

 

무엇이든 시작해야 끝날 수 있고, 끝이 있어야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그렇게 ‘리플레이’는 언제나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마음이 된다. 부딪히고 도전하며, 성공하고 실패하며 수많은 ‘리플레이’의 순간을 통해 삶의 다음 장면을 그려보길 바란다.

 


『우리는 언제나 사이에 있어』

알렉스 킬리언 글/그레이디 맥퍼린 그림/최현경 역|불광출판사

 

‘사이’라는 단어는 다정하게 느껴진다. 우리 사이, 친구 사이, 어제와 오늘의 사이… 어디에 붙여봐도 이어주는 느낌이다. 이 그림책은 우리 삶의 모든 순간에 존재하는 ‘사이’에 대해 생각한다. ‘사이’는 위도 아래도 아닌 곳이고, 안도 밖도 아닌 곳에 있다. 이쪽으로도 저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다. ‘사이’는 때로 길고 어두운 터널 같은 곳이기도 하고, 동트는 새벽녘이나 어스름한 해 질 녘처럼 어떤 시간에 놓여 있기도 하다. 우리가 꾸는 꿈은 사이에서 꾸는 것이고, 우리가 존재하는 시간과 장소는 가려는 곳과 이미 지나온 곳 사이다.

 

삶의 주변 구석구석을 살피다 보면 그 모든 곳에 ‘사이’가 있다. 모든 ‘사이’ 속에서 우리는 많은 시도와 선택과 결정을 고민한다. ‘사이’는 가능성의 장소이자 시간으로 나를 지지하는 성장의 과정이다. 어제의 시간을 통해 앞으로의 방향을 찾고, 도착지에 다다르기 위해 여전히 가는 중이다.

 

사이를 지나, 넌 바라던 곳으로 갈 수 있어. 

사이를 지나, 넌 또 다른 사이로 갈 수도 있지.”

 

무언가가 되기 위해선, 어떤 미래로 다가가기 위해선 ‘사이’를 건너가야만 한다. 어린이든 어른이든 누구나 ‘사이’에 있을 수 있다. 그런 가능성의 ‘사이’에서 우리는 언제나 꿈꿀 수 있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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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레이

<이윤정> 글/<박재인> 그림

출판사 | 문학동네

우리는 언제나 사이에 있어

<알렉스 킬리언> 글/<그레이디 맥퍼린> 그림/<최현경> 역

출판사 | 불광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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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현

어린이청소년문학서점 ‘책방 사춘기’를 운영하며, 그림책과 동화, 청소년 소설을 소개한다. 본명보다 '춘기' 혹은 '춘기 이모'라 불리는 게 더 익숙한 사람. 앤솔러지 에세이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었어』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