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소연, 김필화, 임정희, 추은정, 배희연 저 | 버튼북스
<흑백요리사2>의 마지막 화, 최강록 셰프가 최종 대결에서 음식과 함께 빨뚜(빨간 뚜껑 소주)를 꺼낼 때 가슴 설레며 울컥한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퇴근 후 노동주 한 잔과 곁들여 먹는 음식이라니, 일에 지친 사람들의 영혼을 달래는 장면이 아닌가, 라고 좀 과하게 생각해 보았다. 우리 말에는 술대접하기 위한 상차림이라는 '주안상'이라는 단어가 있고, 예로부터 계절에 맞는 술을 빚어 그에 어울리는 음식을 즐기는 아름다운 전통이 있었다. (조상님 만세!) 『고조리서에서 찾은 주안상』은 이러한 전통을 현대와 연결하며 고조리서의 조리법을 현대에 맞추어 재해석해 다채로운 주안상을 꺼내 놓는다. 연초 절주를 다짐했건만, 책장을 넘기는 내내 군침을 흘리며 이것은 노동에 대한 위로이자 풍류라며 정신 승리하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이참슬 에디터)
드와이트 가너 저/황유원 역 | 오월의봄
흔히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 불리는데, 열심히 마음을 살찌우다 보면 배가 고파지는 책이 있다. 『내 영혼의 델리카트슨』은 <뉴욕타임즈>의 서평가 드와이트 가너의 열렬히 읽고, 먹는 에세이이다. 저명한 서평가의 에세이라면 작품에 대한 묵직한 고뇌가 담길 것 같지만, 가너는 토실토실한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자신이 얼마나 독서하며 먹는 것을 좋아했는지 떠올리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아침에 마시는 커피 한 잔에서 시작해 퇴근 후 먹는 시원한 마티니에 이르기까지 아침, 점심, 장보기, 음주, 저녁 총 다섯 장으로 그가 입과 눈으로 삼킨 모든 것들을 쉴 틈 없이 쏟아낸다. 먹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헤밍웨이, 미셸 자우너, 버지니아 울프 등 명작의 장면을 곳곳에 끼워 넣는 화려한 기술에 정신 팔리다 보면, 역시 읽기-먹기 전문가라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음식과 문학에 위로받은 적이 있다면 이 책을 읽는 동안 아주 즐거울 것이다. 앞으로는 소설을 읽다가 먹는 장면이 나오면 글자에 묻어 있는 맛을 상상하며 핥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참슬 에디터)
이다 글그림 | 창비
어린 시절 사진을 다시 보면 "정말 이 아이가 커서 지금의 내가 되었다고?" 싶을 만큼 낯설게 느껴진다. 그래도 진득히 오래 들여다 보고 곱씹다 보면, 나름의 심각한 고민을 안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내던 희미한 어린이의 얼굴이 점차 선명해진다. 어른들이 자주 까먹는 사실, 우린 모두 그 어린이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 그때의 어린이나 지금의 어른이나 별반 다를 바 없이 우리는 진지하게 오늘을 살고 있다는 것. 일상의 장면들을 소중히 탐구하는 일러스트레이터 이다 작가의 신간 『어린이 탐구 생활』은 작가의 어린 시절과 오늘날의 어린이의 모습을 잇는 다정한 관찰 기록이다. "처음부터 마치 어른이었던 양, 멀쩡한 척 살아가고 있"는 팍팍한 어른들에게, 이 책은 우리가 지나온 어린이를 경유해 우리 곁의 어린이를 다시 바라볼 수 있도록 한다. 어린이와 친구가 되고 싶은, 하지만 방법을 모르는 서툰 어른들과 이 책을 함께 나누고 싶다. (이참슬 에디터)
그레이스 M. 조 저/김은주 해제/성원 역 | 동녘
침묵이 선명하고 무겁게 느껴진 적이 있는지? 어느 날, 그레이스 M. 조는 식탁에 둘러앉아 저녁 식사를 하는 가족들 사이에 말없이 앉아 있는 어머니의 희미한 존재감에 붙들리게 된다. 어머니가 여기에 있지만 동시에 여기에 없다는 감각에 사로잡힌 그는 삭제된 역사가 어떻게 남아있는 자들의 현재에 유령처럼 침투하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한국전쟁, 기지촌, 양공주에 관해 조사하기 시작한다. 문자 그대로 유령 연구인 셈이다. 특히 “트라우마에 관한 기획이지만 동시에 텍스트 자체에 트라우마를 입히려는 실험”이기도 한 유령 연구는, 책에도 물성으로서 자신의 흔적을 남겼다. 『유령 연구』의 어떤 페이지는 흰색이고 어떤 페이지는 검은색인데, 방대한 자료를 지적으로 재구성한 흰 종이 사이로 사적인 개인의 목소리가 담긴 검은 종이가 지속적으로 교차하는 구성 자체가 유령의 출몰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국내에는 『전쟁 같은 맛』으로 알려진 그레이스 M. 조의 첫 번째 책이다. (박소미 에디터)
들개이빨 저 | 마음산책
혹시 일하면서 여러 버전의 파일을 거쳐 “XXX.최종”, “XXX.최최종” 파일을 만들어 본 적이 있다면 제목을 보자마자 작가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지금 마감에 쫓기고 있다, 그것도 몹시 긴박하게. 개인적으로 마감에 쫓기는 이야기를 보면 쉽게 마음이 동하는 편이라, 제목을 본 순간 어느새 책을 장바구니에 담고 있었다. 왜 마감 이야기를 만나면 홀린 듯 읽게 되는 것일까? 마감에 관한 글을 읽다 보면 한순간 벼락처럼 찾아오는 영감이나, 눈부신 재능만으로 큰 어려움 없이 완성되는 작업은 매우 드물다는, 사실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매번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들개이빨은 에필로그에서 15년 전 일기장에서도 “아이고~ 재능 없다~”고 자책했던 흔적을 발견했다고 밝힌다. 그런 그에게 15년간 매번의 마감을 견디고 때로는 만족하고 때로는 실망한 채로 다음번의 마감으로 향하기를 멈추지 않은 것이, 작업을 지속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재능이 아닐까 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박소미 에디터)
편집부 편 | 민음사
1월에는 출퇴근길 만원 지하철에서 『한편 19호 혼자』에 실린 글을 한편씩 읽었다. 1호선과 9호선의 인파 속에서 “나는 때때로 너무나도 혼자 있고 싶었다. ‘혼자’라는 주제는 그렇게 정해졌다.”라는 이한솔 편집자의 말을 자주 떠올렸다. 혼자이고 싶은 이들, 혼자됨이 부치는 이들, 혼자의 주변을 함께 걷고 싶은 이들에게 이한솔, 하은빈, 김영민, 진송, 김미소, 박성우, 이종현, 홍성훈, 임가영이 쓴 아홉 개의 글을 모두 권하지만, 작년에 출간된 『우는 나와 우는 우는』을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하은빈의 「우는 나와 쓰는 나는」의 필독을 청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우는 나와 쓰는 나는」은 『우는 나와 우는 우는』의 후일담이 아니다. 두 개의 글은 한 입으로 여러 말 하기, 정정과 번복을 반복하며 중언부언하기, 그리하여 한 몸이 되지 못하고 깨지고 조각난 글들 그 자체이므로, 반드시 함께 읽어야 한다. 함께 읽어도, 혹은 함께 읽어서 부서지는 글, 도망하는 글, 닫히지 않는 글이 여기 따로 또 같이 있다. (박소미 에디터)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고조리서에서 찾은 주안상
출판사 | 버튼북스
내 영혼의 델리카트슨
출판사 | 오월의봄
어린이 탐구 생활
출판사 | 창비
유령 연구
출판사 | 동녘
진짜진짜최종
출판사 | 마음산책
한편 19호 혼자 [2026]
출판사 |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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