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솽쯔X김이삭] 『1938 타이완 여행기』 대담 | 예스24
여성의 관점으로 쓴 역사 소설 『1938 타이완 여행기』가 2024년 전미도서상 번역 부분 수상작으로 선정되며 타이완 문학사에 큰 획을 그은 양솽쯔 작가. 역사, 여성, 글쓰기에 관해 김이삭 작가와 함께 나눈 이야기를 전합니다.
글: 박은영 (마티스블루 출판사 대표)
2026.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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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서울국제도서전으로 한창 떠들썩했던 2025년 6월, 한국에 방문한 양솽쯔 작가를 만났다. 도서전 행사의 일환으로 여러 강연과 북토크, 언론사 인터뷰 등을 소화한 작가는 공식 일정을 모두 마친 후, 소설가이자 번역가인 김이삭 작가와 함께 서울역사박물관을 관람하며 한국의 근대 역사를 살펴봤다. 그리고 김이삭 작가의 번역으로 한국에서 출간되는 『1938 타이완 여행기』와 일제강점기라는 공통된 역사, 타이완의 음식, 그리고 소수자로서의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1938 타이완 여행기』는 2025년 11월 출간되었다.)  


『1938 타이완 여행기』 출간을 앞두고 진행된 이 대담은 일제강점기라는 공통의 역사적 경험을 가진 타이완과 한국의 작가가 만나 서로의 역사를 이해하며, 역사를 어떻게 서사화할 것인지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었다. 올해 5월에는 양솽쯔 작가의 장편소설 『꽃 피는 시절』이 번역가 문현선의 번역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1938 타이완 여행기』와 같은 시대를 배경으로 또 다른 소녀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1938 타이완 여행기』의 배경과 독특한 설정

 

김이삭: 2024년에 『1938 타이완 여행기』(원제: 臺灣漫遊錄)로 미국에서 전미도서상 번역부문을 수상했고, 일본번역대상도 수상했다. 특히 타이완 최초의 전미도서상 수상인데, 작가님이 직접 이 책에 대해 소개해 준다면?

 

양솽쯔: 1938년과 1939년 사이에 일본 소설가 아오야마 치즈코와 통역사 왕첸허가 타이완을 여행하는 내용이다. 두 여성은 발음은 다르지만 ‘千鶴(천학)’이라는 같은 한자 이름을 쓴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소설은 일본인 시점으로 서술되면서 식민 지배와 제국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역사 교과서에서는 일본을 비판하지만, 일상 속에서 사람들은 일본을 좋아한다. 어릴 때부터 이 간극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일본이 타이완에 좋은 인프라를 마련해주었다고 해서 좋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어떤 면에서는 식민시대가 타이완이 발전한 시기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 안에는 분명히 어둠이 있었고 압제가 있었다. 작가가 친일이라고 오해하거나 ‘일본의 황민이 되고 싶은 거냐’라고 욕하는 사람도 있는데, 책을 읽은 독자는 오히려 비판적이란 걸 안다. 그래서 한국 독자들은 이 책을 어떻게 읽을지 정말 궁금하다.

 

김이삭: 『1938 타이완 여행기』에서는 양솽쯔가 작가가 아닌 번역가로 등장한다. 타이완에 번역 출간된 적이 있는 일본 소설을 양솽쯔가 다시 번역해 출간했다는 설정이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건 작가가 번역가라는 설정이기에 작가가 주석을 통해 독자들에게 당시의 시대상을 설명하고, 적극적으로 독자의 독해에 개입한다. 이런 설정과 장치는 어떻게 하게 된 건지 궁금하다. 

 

양솽쯔: 개인적인 이유로는 ‘양솽쯔’(솽쯔는 쌍둥이라는 뜻)는 나 양뤄츠와 동생 양뤄후이 두 사람을 말하는데 동생은 이 필명을 사용해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그래서 동생이 소설 속에서 살아 있기를 바랐다. 동생이 없었다면 난 여기까지 오지도, 이 작품을 쓰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문학의 형식을 통해 다른 사람들이 동생을 알고 오래도록 그 이름을 기억해주길 바랐다. 내가 이 소설을 쓸 수 있었던 것은 내 뒤에 나를 지지해준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생의 이름을 남기고 싶었다. 

 

또 한편으로 당시 타이완인이 느낀 일본이라는 존재의 생경함을 소설로 풀어내려면 쉽지 않지만, 번역서라면 주석을 통해 소설가가 직접 개입할 수 있다. 역사 속 디테일 같은 것들도 의도에 따라 넣을 수 있다. 이건 문학적 기법이다. 반드시 번역이라는 틀을 이용해야 할 이유가 정말 많았다. 

   

김이삭: 작가님의 작품을 보면 역사적인 고증이 두드러지는데, 자료 조사를 할 때 어느 부분에 관심을 두는지 궁금하다. 

 

양솽쯔: 역사적 고증이 많으면 소설이 재미가 없다. 그래서 내가 음식에 관심이 많고, 철도 여행을 좋아하는 것처럼 대중들도 미식과 철도에 관심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둘 다 역사 흐름과 맞물려 갈 수 있는 흥미로운 소재이다. 

 

예전에 문학 연구를 했기 때문에 자료 조사를 할 때 주로 학위 논문을 읽거나 전문 자료를 기반으로 조사한다. 답사도 자주 가서 배경이 되는 곳의 실제 모습을 살펴보고, 음식도 먹어본다. 음식의 경우에는 노포 여러 곳에 가본다. 그리고 같은 음식을 다 먹고 비교해서 예전엔 어떤 맛과 모양이었을지 추측해본다. 해외 독자들이 이 소설을 읽고 타이완을 여행하고 (책에 등장하는) 음식을 (찾아) 먹는 경우도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100년 전 음식이라서 존재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김이삭: 자료 조사를 할 때 어려움은 없었는지?

 

양솽쯔: 사실 많은 자료를 일본에서 찾아야 한다. 인터넷이 발달했어도 일본 서적을 봐야 한다. 예전에 낚시 이야기를 쓴 적이 있었는데, 1910년대의 낚시는 도대체 어떤 낚시인지 감도 오지 않았다. 낚싯대는 어떤지, 낚싯줄, 낚싯바늘은 어떤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타이완에는 이런 자료가 전무해서 일본 책을 보면서 찾아봤는데, 정말 어려웠다. 

 

김이삭: 역사를 쓰는 작가의 가장 큰 어려움인 것 같다. 나도 역사소설을 쓰는데 정말 머리가 아파서 모든 조사를 사전에 먼저 완료하기로 전략을 바꿨다. 먼저 증거를 찾은 후 쓰기로 했다. 

 

양솽쯔: 나도 그렇다. 2014년 동생과 함께 역사소설을 쓰기로 하고 동생이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자료를 정리했다. 글을 쓰기 전 공부하는 데만 1년 이상의 시간이 들었다. 동생은 역사를 공부한 데다 일본어도 할 줄 알아서 번역과 자료 정리를 맡았는데, 동생이 세상을 떠난 후에는 동생의 자료를 기반으로 자료를 보충했다. 


양솽쯔 ⓒ YJ Chen

 

타이완과 한국의 공통 경험, 일제강점기

 

김이삭: 타이완과 한국은 일본에 식민 지배를 당했던 공통된 경험이 있다. 하지만 한국은 이 시기를 암흑시기라며 굉장히 분노한다. 우리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에 여전히 많은 친일파가 남아 있다는 것이 한국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이슈이다. 

 

한국은 섬이 아니라서 기차로 바로 만주까지 이동할 수 있었기에 많은 사람들이 징용됐고 물자가 징발됐다. 일본의 식민 지배와 수탈(특히 쌀)로 인해 굶어 죽거나 고향을 떠나거나, 혹은 속아서 위안부 등으로 끌려가기도 했었다. 현지 누군가의 협조가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수탈이 조직적으로 일어날 수 있었다. 친일파 명단의 경우는 심하게 매국에 참여한 케이스이지만 일반인 중에서도 일본에 협조한 사람들이 있었다. 

 

양솽쯔: 해결하지 못한 것은 타이완도 마찬가지이다. 타이완에서는 이들을 협력자라고 부른다. 중간에 속해 크게 높은 자리까지는 가지 못한 사람들이다. 

 

김이삭: 한국인들이 역사적으로 일제강점기 관련 문학작품, TV 등 대중문화 등에서 선과 악을 명확하게 대비하는 원인 중 하나가 이것이다. 중간자를 꼭 짚고 넘어가려면 우리 자신의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많은 사람이 원하지 않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복잡한 문제이다. 타이완의 상황은 어떤가? 

 

양솽쯔: 굉장히 유사한 것 같다. 하지만 일본인에 대해서 그렇다기보다는, 타이완-중화민국에 대해서이다. 일본보다 중화민국(1949년 중국 내전에서 패한 후 타이완 섬으로 이동해 수립된 정부)에 의한 피해가 더 가깝고, 더 복잡하고, 기간도 더 길고, 해결하기도 더 어렵다. 한국과 완전히 동일선에 두고 비교하는 것이 한국인에게 실례되는 것이 아닐까 우려도 된다. 온전히 비교할 수 없는 일이지만, 우리에게 감정적으로 유사한 것은 타이완과 일본의 감정이 아닌 타이완 본토파와 중화민국의 관계라고 생각한다. 중화민국 체제를 검토할 때 우리도 마찬가지로 스스로를 돌아보지는 못한다. 

 

김이삭: 전미도서상에서의 수상소감이 떠오른다. 일제강점기라는 배경으로 현재 타이완의 이야기를 한다고 했는데, 정말 그런 것 같다. 

 

양솽쯔: 제일 어려운 것은 바로 가장 절실하게 직면하는 것이다. 우리가 일제강점기를 이야기하는 것은 현시대를 이야기하고 싶어서이다. 우리에게 더 가까운 것은 중화민국이다. 그래서 우리가 일본을 돌아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일본을 돌아본다면 더 가까운 이 문제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나는 줸춘(군인 및 군인 가족 집단 거주지역)에서 자랐고, 국민당의 역사 교육과 중화민국을 지지하며 자라왔다. 하지만 스물이 넘은 후 생각이 변했고 서른이 되자 글을 통해 타이완인들의 주인의식을 세워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처음에는 모든 타이완인을 위해 이 일을 하겠다는 생각은 아니었고, 내 자신의 정체성을 위해 필요했던 일이다. 한국인 입장에서는 어쩌면 일본에 대한 타이완인의 태도가 한국과 달라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는데, 한국의 그런 감정은 중화민국, 국민당에 대한 우리의 감정에 더욱 가깝다. 오늘, 한국의 일부 친일파가 여전히 재벌로 살아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김이삭: 그렇다. 아직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우리에게 일본은 과거의 문제가 아닌 현재 진행형이다. 

 

양솽쯔: 단번에 전체를 이해하게 되었다. 한민족과 우리는 전혀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듣고 보니 완전히 동일하게 비교할 수는 없지만 공통점이 있다. 이것이야말로 인간 본성의 공통점이다. 흥미롭다.


김이삭 ⓒ김재민

 

여성의 시선으로 보는 역사소설

 

김이삭: 오랫동안 한국 역사소설의 주류는 남성 작가였다. 물론 지금은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역사소설에서 여성의 목소리는 특히나 드물고, 여성 캐릭터도 마찬가지이다. 여성 캐릭터는 남성 주인공의 대단함을 설명하기 위한 보조적인 역할로 이용되거나 사회적, 역사적 피해자로 소모된다. 진정한 인간이 아니라 도구적으로, 서술 구조적 기능을 위해 이용당한다. 하지만 양솽쯔 작가의 작품에서는 다르다는 것이 흥미로운데, 타이완 역사소설의 상황은 어떤지 궁금하다. 

 

양솽쯔: 나는 3.18 학생 운동(타이완 경제가 중국에 종속되는 데 반대하여 일어난 학생운동)이 일어나던 2014년 작품을 쓰기 시작했고, 그때 타이완 현지의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해에 타이완 역사소설상이 생겼다. 2015년 처음으로 시상을 시작했다. 이 상이 생긴 후 사람들이 가장 많은 질문을 던졌던 것이 바로 무엇이 타이완의 역사이고, 어떤 것이 타이완의 역사소설이냐는 거였다. 타이완 역사소설이 있다면 주인공은 누구여야 할까, 이에 대해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첫 회니까. 

 

타이완에서 역사소설은 굉장히 취약한 장르다. 당시 타이완에서 말하던 역사소설은 중국의 역사였고 측천무후나 강희대제의 이야기를 썼다. 하지만 이는 타이완 역사가 아니다. 그래서 당시 타이완 역사소설상이라는데 도대체 누굴 써야 하는가, 이런 질문이 시작된 것이다. 

 

타이완인들은 역사하면 곧바로 로빈 후드 같은 도덕적인 의적을 떠올린다. 가난한 자를 도와주고 일본 식민자들에게 도전하는 타이완의 로빈후드 말이다. 하지만 이런 소재들은 이미 닳고 닳도록 쓰였다. 동생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내가 역사소설을 쓰게 되면 절대 이들은 쓰지 않을 거라 말했다. 타이완의 역사와 역사소설은 모두 남자들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역사는 정치적 사건, 일반적으로 중장년 남성들의 이야기이다. 여성 동성애자로서 나는 무엇을 써야 할까? 나는 젊은 여성, 여학생의 이야기, 젊은 여자들 사이의 감정을 쓰고 싶었다. 역사란 실재했던 것들이기에 배경을 모두 조사했다. 하지만 내가 쓰려고 한 것은 이런 역사 배경 속 사람들의 감정이었고, 역사에서 쓰지 않을 사람들의 관계를 쓰고 싶었다. 과거 많은 소설에서는 인간관계를 정적의 대립을 다루는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내가 쓰고 싶은 것은 보통 여학생들의 관계였다. 나는 가장 멀리 소외된 위치에서 주류에 도전하고 싶었다. 

 

김이삭: 당시 사학계의 주류가 미시적 연구관이었나.  

 

양솽쯔: 그렇다. 당시 이미 미시적 관점이 유행한 지 꽤 지났을 때였다. 지금은 아마도 다른 학풍이 유행일 것 같은데, 당시 역사 연구를 하던 동생은 역사가 어떻게 날조되는가, 역사의 진실성에 대해 흥미를 가지고 있었다. 역사도 허구, 소설도 허구라면 진실한 것도 없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었다. 진실은 누가 부여하는가? 진실에 대한 신뢰성은 권력이 부여한다. 국가가 권력으로 ‘이게 역사야’ 하고 말한다면 사람들은 그걸 믿는다. 

 

하지만 우리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역사에 기록되지 않는 역사를 이야기함으로써 어떤 것을 믿을지는 독자가 직접 선택하게 하는 것이다. 누구의 신뢰도가 높은지를 겨루려는 것이 아니라 역사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이런 해석 방법도 있다고, 독자들이 깨닫게 하고 싶은 것이다. 미시적 역사를 반드시 논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래야만 부서지지 않을 정도로 견고하다고 믿었던 역사가 사실은 권력의 결과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김이삭: 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바라보는 시각을 제공하는 것이다. 

 

양솽쯔: 맞다. 내가 예전에 배웠던 것이 진짜인지 의심을 갖게 하는 것이다. 아오야마 치즈코 작, 양솽쯔 역이라는 틀을 사용했지만, 사실 이건 아오야마 치즈코가 쓴 작품도 아니다. 당신도 마찬가지로 같은 역사를 의심할 수 있다. 

 

김이삭: 일인칭을 선택한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는가? 

 

양솽쯔: 일인칭은 사람을 속이기 좋다. 문학 기법적으로 말이다. 『1938 타이완 여행기』 첫 장은 처음에 삼인칭 시점으로 썼는데 쓰고 난 후에야 삼인칭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독자들을 믿게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첫 장을 일인칭으로 다시 쓰고 나서야 ‘이거구나’ 싶었다. 그리고 역사는 미화되기 마련이다. 일인칭 시점을 사용하면 아오야마 치즈코는 자신의 행동을 미화할 뿐이라 삼인칭과는 또 거리가 있다. 또 너무 투명하면 오히려 독자가 빠져들지 않는다. 

 


작품에 음식이 많이 나오는 이유

 

김이삭: 작품 속 음식을 다 먹어보았나.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양솽쯔: 난 루러우판(돼지고기 조림을 크게 잘라 밥 위에 얹어 먹는 타이완의 서민 음식)을 좋아하는데, 굉장히 간단해 보이지만 많은 역사를 통해 완성된 요리이다. 타이완은 옛날에 지금의 태국쌀과 비슷한 인디카쌀을 먹었다. 흩날리는 쌀이라 밥물을 잘 흡수하지 못해 저어도 밥물이 밑에 남아 있다. 하지만 한국의 밥은 끈적끈적하고, 밥맛이 있는 밥을 먹는다. 타이완은 1900년대 일본이 쌀 개량을 하고 난 후에야 일본과 한국에서 먹는 종류의 쌀인 ‘펑라이미’라는 품종이 생겼다. 펑라이미가 생긴 이후에 루러우판이나 러우싸오판 등이 생겼다. 

 

김이삭: 내 은사는 루러우판이 간단하면서도 제대로 먹을 수 있는, 어린 시절 추억의 음식이라고 소개했다. 한국인의 간장계란밥과 비슷한 것 같다. 

 

양솽쯔: 루러우판은 루러우(돼지고기 조림) 때문에 만들기 까다로운 음식이다. 많은 타이완 사람들이 루러우가 송나라 시대 소동파의 동파육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둘은 완전히 다르다. 소동파 시대에는 우리가 먹는 동파육을 만들 수 없었다. 우선 그 시대 중국의 간장과 지금의 간장은 완전히 다른 것이다. 저렴한 가격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간장 생산 시스템이 마련된 이후, 루러우가 생겼다. 

 

고기는 타이완의 양돈업이 발전한 덕이다. 우리에게 고기와 간장, 밥이 있었기 때문에 루러우판이 생긴 것이다. 내 생각에는 일제강점기에 이르러서야 루러우판이 만들어진 것 같다. 그럼에도 굉장히 타이완스러운 음식이다. 중국에서는 이런 음식을 만들지 않을 것이다. 타이완에서만 그렇게 많은 돼지를 키우기 때문이다. 푸젠성 연안 일대에도 이 세 조건을 고루 갖춘 곳은 없다. 그래서 루러우판이 타이완의 음식이라고 생각하고, 간단하면서도 맛있는 음식이라 나도 굉장히 좋아한다.  

 

김이삭: 작품에 음식의 비중이 높은 이유는 무엇인가? 

 

양솽쯔: 중국과 다른 문화를 보여주고 싶었다. 예를 들어, ‘무아인텅(麻薏湯)’의 주재료인 ‘마이(麻薏)’는 쓴맛이 강한 나물인데, 타이완인들도 잘 모른다. 이 탕은 식민 시기의 역사와 관련이 있다. 일본은 타이완을 차지한 후 타이중에서 쌀과 사탕수수를 재배했고, 이를 담기 위해 마의 줄기로 가마니를 만들었다. 그리고 남은 잎으로 탕을 만든 것이다. 가난한 자들의 음식이다. 왕첸허가 어릴 때부터 마이를 먹고 자랐다는 것으로 계급의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다. 타이중 사람으로서 이러한 문화적 의미를 알고 있었고, 이를 글로 남기고 싶었다. 


대담 중인 양솽쯔 작가

 

여성의 이야기를 쓰는 역사 백합 소설가

 

김이삭: 작가님 작품의 또 다른 특징을 하나 더 꼽아보자면 여성 간의 연대 혹은 우정과 사랑의 경계를 오가는 묘한 감정이다. 퀴어를 전면에 배치해서 밀고 나가는 방식보다는 독자가 문장을 곱씹고 여백을 가늠하며 적극적으로 독해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스스로 ‘역사 백합 소설가’라고 한다고 알고 있다. 

 

양솽쯔: 백합 소설 분야에는 세 장르가 있다. ‘레즈비언 문학’은 레즈비언과 사회관계에 주목한다. 천쉐 작가 여기에 포함된다. ‘GL’은 여성 간 로맨스에 초점을 맞추고 주로 웹소설에서 보여진다. 난 백합 소설을 쓴다. 주요 인물 둘이 여성이고 그들 관계와 상호 영향에 더 집중한다. 주인공이 이성애자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으며, 정체성 등에서 훨씬 복잡하다. 복합 장르가 가능해지는데, 역사에 기반한 ‘역사 백합 소설가’는 아직까지 제가 유일한 것 같다.

 

김이삭: 여성 동성애자로서의 아이덴티티 때문에 계속 여성의 이야기를 쓰는 것인가? 

 

양솽쯔: 동성애자로서의 자각은 굉장히 늦은 편이었다. 집안이 어려워 열다섯 살부터 일을 시작했다. 보통 사람들은 이 시기부터 성적 지향성에 대해 자각이 있지만 난 그렇지 않았다. 열여덟 살에 대학에 입학한 후 생활에 여유가 생긴 후에야 여성을 좋아한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하지만 내가 동성애자라고 확신하기 전, 이미 글을 쓰는 과정에서 여성 캐릭터, 여성 사이의 이야기를 좋아하고 있었다. 스스로 여성을 좋아한다는 것을 진정으로 인지했을 때 나는 이미 여성을 쓰고 있었고, 인지한 후에는 이것을 더욱 공들여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 

 

작품 안에서는 동성애자는 아니지만 여성들의 이야기를 많이 쓰고 있다. 가까운 친구나 혹은 여성들만의 관계, 서로 지지해주는 관계를 소설에 담는다. 남성의 애정을 쟁취하고자 하는 관계만 있다고 믿지 않으며 여성들 사이의 다양한 관계를 보여주고 싶었다. 

 

김이삭: 한국에서 타이완 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체감하는지? 

 

양솽쯔: 타이완과 한국의 유사성이 많고, 타이완의 특징적인 문화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 타이완 문학을 통해 한국에도 퀴어 문학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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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8 타이완 여행기

<양솽쯔> 저/<김이삭> 역

출판사 | 마티스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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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영 (마티스블루 출판사 대표)

마티스블루 출판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