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록 경쟁을 위한 질주가 아닌, 내 몸과 마음을 돌보는 ‘달리기 살림’. ‘코로만 숨 쉬며’ 욕심을 내려놓을 때, 달리기는 숨가쁜 경쟁이나 고된 숙제가 아니라 춤이 되고 진정한 휴식이 된다. 『코로만 숨쉬기』에서 달리기는 길 위에 몸으로 쓰는 글이자 세상과 연결되는 간절한 기도라고 말한다. 그러니 이제 억지로 뛰지 말자. 춤추듯 가볍게, 익숙한 나를 넘어 낯선 세상으로 나아가는 발돋움을 함께 시작해보자.
『코로만 숨쉬기』에서 ‘달리기’를 기록 단축이나 거리를 늘리는 운동이 아니라 ‘살림’을 꾸리는 일에 가깝다고 하셨어요. 달리기를 살림으로 바라보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긴 거리를 달리다보면 시시때때로 내가 어느 정도 더 달릴 수 있는지, 지금 몸 상태가 어떤지를 가늠해야 해요. 저는 그게 알뜰하게 살림을 꾸리기 위해 쓰는 가계부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달리는 동안 내 몸과 마음을 알뜰하게 쓴다면 몸과 마음 살림을 북돋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기도 했구요. 밥을 짓는 일처럼 매일 되풀하는 일상은 지루한 반복이 아니라, 터를 단단하게 다지고 일구는 걸음이기도 합니다. 달리기도 이와 같이 몸과 마음을 다지는 '되풀이'로서 의미를 가진다고 여겨요. 이것이 살림을 꾸리는 일과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책 제목이기도 한 ‘코로만 숨쉬기’는 단순히 호흡법을 넘어 삶을 대하는 태도처럼 들려요. 코로만 숨 쉬며 달릴 때 비로소 느끼거나 보이는 게 있다면 무엇인가요?
‘코로만 숨쉬기’는 숨이 가쁠 정도로 서두르지 않고, 과한 의욕을 부리지 않으며 몸과 마음을 돌보는 삶의 태도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숨이 차지 않게 달리면 철 따라 달라지는 벌레 소리, 사람들 말소리, 새소리를 들을 수 있고, 무엇보다 내 몸과 마음에서 흘러나오는 넋두리 같은 소리까지 들을 수 있어요. 나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코로만 숨 쉬듯 다가간다면 지치지 않고 넉넉한 관계를 이을 수 있으리라 여겨요.
10km를 달리고도 땀을 한 방울도 흘리지 않는다는 것이 정말 가능한가요? 작가님만의 ‘무땀 달리기’ 비결이 궁금해요.
무엇보다 코로만 숨 쉬며 느긋하게 달리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코로만 숨을 쉬면 자연스럽게 숨이 차지 않을 정도의 속도를 유지하게 됩니다. 그리고 할 수 있는 한 멈추지 않고 계속 달리는 거에요. 아마도 많은 분들이 경험해보셨을 텐데 달려서 땀이 흐른다기보단 달리다가 멈추기에 땀이 흐르거든요. 10km를 달리는 동안 1초도 쉬지 않고 꾸준히 몸을 움직이는 것이 오히려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땀을 흘리지 않는 까닭이지 않을까 싶어요. 마지막으로 춤추듯 주변을 온전히 누리며 달리는 겁니다. 춤을 추듯 가볍게 발을 내딛으며 동네의 풍경에서부터 내 몸과 마음이 들려주는 소리까지 귀 기울이며 달린다면 10km를 달려도 땀이 흐르지 않고 오히려 몸이 가벼워지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겁니다.

많은 러너들이 ‘러너스 하이’를 말하지만, 『코로만 숨쉬기』에서 작가님은 그 기쁨의 원천을 ‘딴생각’이라고 하셨잖아요. 달리는 동안 찾아오는 ‘딴생각’은 작가님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우린 ‘딴생각’이라고 하면 쓸데없는 잡생각이나 주의력이 흩어진 상태를 떠올리지만 달리는 동안 이 딴생각이라는 게 ‘미리 정하지 않은 생각’이자 ‘다른 데로 나아가는 생각’에 더 가깝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가만히 생각해보면 문학과 예술 또한 이러한 딴생각 없이는 나타날 수 없기도 하잖아요. 마음껏 딴생각을 하다보면 오랫동안 풀리지 않던 일도 스르륵 풀리거나 늘 해오던 일의 깊은 의미를 깨달을 때도 있답니다.그렇게 알게 되었어요. 달리기가 이다지도 즐거운 까닭이 딴생각을 마음껏 할 수 있기 때문이고, 딴생각이야말로 몸과 마음을 북돋아 준다는 것을요.
달리기를 “길 위에 몸으로 쓰는 글"이라고 표현하셨잖아요. 책상 앞에서 쓰는 글과 길 위에서 몸으로 쓰는 글은 어떻게 다른가요?
달리는 동안 서서히 차오르는 기쁨을 글로 옮기고 싶었는데, 잘 되지 않더라고요. 왜 안 써질까를 고민하다가 달리는 길 위에서 몸으로 이미 글을 썼기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이상한 말처럼 들리겠지만 달리기는 골목과 골목 사이를 누비며 구겨지고 접힌 길과 몸을 ‘펼치는’ 일이라는 점에서 글쓰기와 닮아 있습니다. 단지 글자로 쓰지 않고 길 위에 발걸음으로, 몸짓으로 남긴 셈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다르게 읽고 써야겠구나 싶더군요. 그때 달리기가 나와 길이 어울려 추는 근사한 춤이자 골목을 내딛는 발자국소리가 몸과 길이 마주치는 손뼉 소리처럼 들렸답니다.
어머니가 입원한 병원을 향해 기도를 하듯 달리셨다는 대목이 뭉클했습니다. 누군가를 간절히 생각하며 달릴 때, 그 달리기는 어떤 힘을 가지게 되나요?
늘 달리는 코스인 집에서부터 다대포해수욕장을 지나 낙동강 하굿둑까지 달리다가 내가 있는 곳에서부터 닿고 싶은 곳까지 온 힘을 다해 달리는 일이 기도와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한 날이 있어요. 달리기는 어딘가에 닿고 싶어 하는 마음을 몸으로 전해온 인류의 오랜 기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요. 그 이후로 달리면서 나직이 노래를 부르거나 시를 읊조리기도 했답니다. 여기에서부터 저기까지 몸으로 나아가보는 달리기는 스스로를 낮추기에 더 먼 곳까지 나아갈 수 있는 기도와 이어지지 않나요?
“달리기는 낯선 곳으로, 바깥으로 나아가는 발돋움”이라고 하셨어요. 이 책을 읽고 신발 끈을 묶을 독자들이 어디로 나아가기를 바라시나요?
눈에 익은 동네도 코로만 숨 쉬며 느긋하게 달리다 보면 새롭게 보이고, 낯선 무언가와 마주칠 때도 있습니다. 독자님들도 달리기를 통해 익숙한 것, 나(Ego)라는 울타리 바깥으로 나가 낯선 것들과 마주하는 기쁨을 누리시기 바랍니다. 달리기는 몸과 마음을 실과 바늘처럼 만들어줍니다. 잘 펼치셔서 세상 이곳저곳을 마음껏 누비며 이어가셨으면 합니다. 그 길위에서 만난다면 환하게 웃으며 인사하겠습니다.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코로만 숨쉬기
출판사 | 곳간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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