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소리를 듣고 마음을 깎아 만든, 사각거리는 방 | 예스24
살림하는 여성이 집안일을 좀 더 가볍게 바라보고 느슨하게 즐길 수 없을까? 40대 여성으로서 노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아름다움을 지킬 수 있을까?
글: 출판사 제공 사진: 출판사 제공
2026.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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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사각』은 시골에서 세 아이를 키우며 희미해진 자신의 이름을 되찾고 스스로를 돌보는 치유의 기록이다. 이 책의 제목은 연필 소리이자 생각(思)을 깨닫는(覺) 시간, 하루하루 생각을 새기며 버텨온 삶의 리듬을 뜻한다. 부엌 식탁에서 치열하게 써 내려간 이 책은 몸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주체성을 회복해가는 여정이자, 타인과 세상을 향해 건네는 다정한 안부 인사다.

 


『사각사각』을 세상에 내어놓으셨잖아요. 이 책을 앞에 두고 독자들과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고 싶으신가요

 책은 작은 소리작은 이야기입니다무슨 말을 하려는가 귀를 기울여야 제대로 들을  있는 글이기도 해서 분명하고 날카로운 목소리 대신  사이사이에  작은 가시를   있을 거예요 앞에 자리한 아이를 키우는 이야기는 따뜻하고즐거운 풍경이 담겨 있지만  속에 슬쩍 삐져나온 다른  걸기 있습니다심성이 여린 아들을 키우면서 고운 딸로 자라왔던 저를 돌아보는  속에는 아들이라는 사회적 성별 가치 기준으로 가두어지거나 잘려나간 우리의 본래 모습을 들춰보고 있습니다엄마와 아이 사이에서 늙음을 서글퍼하는 잠자리 풍경은 우리가 나이 듦을 어떻게 바라보고 아이에게 전할  있는지 함께 고민해보고 싶은 이야기였습니다뒤에 이어진 글에도 학부모와 교육자가  시대에 가지고 가야  교육 가치는 무엇일까살림하는 여성이 집안일을   가볍게 바라보고 느슨하게 즐길  없을까? 40 여성으로서 노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아름다움을 지킬  있을까라는 질문을 살며시 건네고 있습니다.  

 

『사각사각』은 읽어주는 이 없이도 꾸준히 읽고 쓴 시간을 바탕으로 합니다. 작가님의 글쓰기가 어디에서부터 시작되고 또 어떻게 이루어져 왔는지 궁금해요. 

편지쓰기가  글쓰기의 시작이었습니다어릴 적부터 친구와 지인들에게 작은 쪽지로 편지를 쓰는  취미였어요글을 쓰고 싶다는 의지는 누군가를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 전부터 어쩌면 혼자라는 존재의 알몸을 글이란 외투로 덮으려   아닌가 싶어요편지를 쓰는 동안 몸과 마음이 포근해졌거든요시간이 지날수록 보내지 못한 편지들이 쌓여갑니다『사각사각』에 실은 글은 2021~2025 사이 폴더에 넣어둔 글이에요그동안 보내지 못하고 담아둔 편지인 셈입니다그런데 어느  다시 펼쳐보니  편지의 수신자가 타인이 아니라 바로  자신이라는  발견했어요저에게 계속 안부를 묻고  걸기괜찮아?’ 물어보고 정말이야? 되물으며 저를 끊임없이 ()보는 방식이 바로 글쓰기였어요이제 보라색 편지를 받고 다시 답장을 쓰려고 합니다그렇게 계속 이어갈  같아요.   

     

책 제목이 『사각사각』이잖아요. 사과처럼 단단한 과일을 베어 무는 소리를 떠올리게 되는데, 이뿐 아니라 이 책 제목에 여러 뜻이 담긴 듯해요. 그 이야기를 들려주시겠어요?  

2017 아이들과 함께하는 글방을 열면서 사각이라는 이름을 지었습니다연필로 글씨를   들리는 소리가 듣기 좋아서 떠오르자마자 고민하지 않고 정했지요한자로 의미를 더하고 싶어서 생각할 (), 깨달을 ()이라는 한자를 나란히  두었는데 멀리서 보면 중국집 이름 같다고  어린 친구의 말이 생각나서 웃음이 나요주저하지 않고 몰입해서 글을   교실에서 들리는 사각사각’ 소리는 리듬감이 넘치고 보사노바 음악 같기도 해요글방을 다니는 열두  친구는 제가 좋아하는  소리를 직접 녹음해서 보내주기도 했어요책장을 넘기는 소리무언가 부지런히 갉아먹는 소리 기울여야만 들을  있는 작은 소리조심히 깎아내고 새기는 마음을 닮은  소리를 좋아합니다글방과 살림을 꾸려온 저의 시간도 그와 같다고 생각해요멋진 꿈이나 거창한 목표를 내세우지 않고 하루하루 작은 쥐가 구석에서 양식을 모으듯 책장을 넘기고 생각을 새기며 지내왔거든요 시간의 글들을 모았기에 책의 제목도 사각사각 되었어요.   

 

매끄러운 앞면이 아닌 우둘투둘한 뒷면, 잘 읽히는 글이 아니라 읽히지 않는 글에 이끌린다고 하셨잖아요. 아마도 작가님 또한 우둘투둘한 글을 쓰고자 하신다고 여겨지는데, 그 매력이 무엇인지도 이야기해주세요.

가독성이 좋은 끝까지 쉬지 않고 단숨에 읽어 내려가는 글은 독자를 휘감아 버렸다고 저는 생각합니다그런 면에서 저는 영화도 조금 불편하게 여기는 편이에요숨돌릴  없이 이끌고 가는 이야기장면들이 부담스럽거든요매끄럽게 말하는 이야기꾼보다 뭔가 앞뒤가  맞고더듬거리는 이야기들에  기울이고 뜻을 헤아리려고 미간을 찌푸릴  저는  틈을 좋아해요글도 노련하게  짜이고 다듬어진 글보다 재채기처럼혹은 코막힘처럼 글쓴이의 어찌할  없는 상태가 드러나는 글이 독자를 끌고 가기보다는 오히려 독자에게 기댈  있는 문장이지 않을까 싶어요글방에서 아이들이  글을 자주 읽으면서  매력을 알게 되었어요꾸밈없고솔직하고 그래서 조금 거칠고 비뚤어진  앞에서 감히 빨간펜 첨삭을 하지  하겠더라고요아이들의 글을 조심스럽게 읽고 이해하기 위해 묻고 들으며 대화로 이어지는 순간들은 가끌가끌함 덕분에 열리는  다른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에서 작가님은 엄마, 선생님, 아내, 며느리를 비롯해 여러 역할을 하고 있어요. 그 속에서 변하지 않는 것 가운데 하나가 여성이라는 점이지 않을까 싶어요. 한국에서, 또 합천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여성의 자리에서 읽고 쓴다는 것에 대해 들려주실 말씀이 있으신가요?

저에게 지역과 여성의 위치에서 읽고 쓴다는 것은 해방이나 이탈을 꿈꾸며 쓰는 것만은 아니에요새로운 곳으로 나아가거나 자리를 옮기지 않더라도 위치성과 정체성의 틈에서 삐져나온  모습을 찾아내고 싶었습니다쓰기를 통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도려내거나 덮어두지 않고 드러낼  있었어요. 2011 결혼과 동시에 서울에서 시골로 내려와  아이 육아와 글방을 시작했습니다바쁜 일상에서 저는 점점 목소리를 빼앗긴 인어공주이름을 잃어버린 치히로 되는  같았어요자기만의 방이 없는 여느 주부들처럼 저도 부엌과 식탁을 글쓰기 공간으로 삼아 틈틈이 글을 씁니다밥풀 묻은 식탁을 재빨리 치우고 책을 쌓아두면서요아무도 인정해주지 않고배려해주지 않는 시간을 홀로 붙잡고 애쓰는 모습은 누군가에게는 고집스러운 취미로 보였을지 모릅니다하지만  시간을 통과하며 물거품이 되지 않고  이름을 지킬  있었던  읽기와 쓰기 덕분입니다그리고 지금  자리에서 『사각사각』을   있게 되었어요

 

몸을 주제로 쓰진 않았어도 가만히 살펴보면 몸에 관한 글이 많아요. 들어가는 글이 몸을 펴는 것에 관한 것이고, 이어서 등을 쓰다듬기, 늙는다는 것, 집안일 하기, 가려움증, 노동에 대한 글에 이르기까지. 몸과 글이 이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 까닭이 무언지 알고 싶어요. 

 몸이 가장 약해졌을  누군가를 돌보는 손길과 마음이 결코 다정할  없다는 것을 느꼈어요아이들의 사랑스러운 모습도 지친 몸과 마음으로 바라볼  피곤함과 짜증으로 짓눌릴 수밖에 없어요예민하고 불안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순간을 경험하면서 내가 지금 서서히 쓰러져가고 있다는  알았어요끝이 보이지 않는 돌봄 수행을 매일 헤쳐나가고 있다고 여겼지만 자신이 점점 무너지고 있는  몰랐던 거죠더욱 힘들었던  삶에서 주체성을 온전히 잃어버렸다는 느낌 힘으론 삶을 선택할  없다고 느껴질 때였어요어느  아이들을 재우고 가만히 누워 천장을 바라보는데 엄청난 공포감이 저를 벌떡 일으켰어요이곳에서 그저 살아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삶을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배꼽에 힘을 주고 몸을 단단히 세워야지정신 바짝 차려야겠다는 다짐이 몸의 회복을 먼저 일깨우더라고요회복과 시간에 따른 변화통증과 반응을 통해서 그동안 소리 내지 못했던  마음을 듣게 되었어요그날부터 몸을 바라보는  마음을 살펴보는 것과 같았고 글을 쓰는 것은 몸의 소리를 조용히 듣는 것과 이어졌습니다

 

요즘도 글을 쓰고 계실 텐데, 꾸준히 쓰는 글은 어떤 글인가요더불어 앞으로 펴낼 책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하루  가장 많은 시간이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에요마음의 어려움을 전화로 들려주는 친구학교와 집에 있었던 일들을 종알종알 말해주는 글방 아이들, <문학의 곳간>이란 모임에서 함께 책을 읽고 삶을 비추는 이야기들특별하거나 사소한 일들 모두 나와 그들을 연결하고 이어준다고 생각해요그들의 어떤 고민과 어려움은  안에 오래 머물면서  편지를 쓰게 합니다들려준 이야기들을 돌아보며 다시 이어 쓰는 글이 저의 노트에 쌓입니다당신과 우리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이어지는지 가닥씩 가지런히 땋아서 내어놓고 싶어요.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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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사각

<이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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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