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은 작가 “조용하지만 단단한 이야기를 건네고 싶어요”
이 책은 저와 할머니의 이야기이자, 할머니의 사랑을 기억하는 저만의 방식이고, 동시에 할머니를 떠나보낸 제 자신을 위한 위안이기도 합니다.
글: 출판사 제공 사진: 출판사 제공
2026.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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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출판사가 제31회 MBC창작동화대상 그림책 부문 수상작인 『할머니의 비밀』을 출간했다. MBC창작동화대상은 책 읽는 대한민국을 만들고 아동 문학 작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MBC와 금성문화재단이 제정하고 금성출판사가 후원하는 문학상이다. 이번 수상작 『할머니의 비밀』은 “할머니의 부재 속에서도 사랑과 추억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이 깊은 울림과 큰 위로를 전한다”는 평을 받았다.  

 

김성은 작가는 눈에 띄지 않지만 자기만의 소중함을 간직한 존재들의 이야기를 동화로 쓰고 있다. 그는 “아이들도 충분히 복잡한 감정을 느끼고 해석할 수 있다”고 믿기에, 어린이를 배려하면서도 독자로서 존중하는 글쓰기를 늘 고민한다고 말한다. 따뜻한 붓 터치와 섬세한 명암으로 ‘이별’을 아름답게 그려 내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할머니의 비밀』 김성은 작가와 이야기를 나눠 봤다.

김성은 작가님 안녕하세요. ‘제31회 MBC창작동화대상’ 그림책 부문 수상작 『할머니의 비밀』이 어린이 독자들을 만나게 되었어요. 이 책을 처음 구상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른이 된 어느 날 할머니와 건널목을 건너다가 문득 저와 할머니의 역할이 바뀌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늘 저를 돌봐 주시던 할머니가 어느새 제가 보호해야 할 작은 존재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 순간, 할머니가 점점 작아지시다가 언젠가는 영영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게 되었고, 그 생각이 이 이야기의 씨앗이 되었습니다.

 

이 책은 '죽음'이나 '이별'이라는 단어를 직접 쓰지 않고도 아이의 시선으로 담담하고 아름답게 그려 냅니다. 작가님이 경험했던 이별이나 그리움의 정서가 작품 속에 투영된 부분이 있을까요?

네, 있습니다. 책 속에서는 사탕으로 표현했지만, 할머니를 생각하면 저는 늘 들기름이 먼저 떠오릅니다. 작은 몸으로 들기름병을 가득 채운 무거운 배낭을 메고, 지하철을 타고 먼 저희 집까지 오셔서 들기름병을 꺼내시던 모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그래서 저에게 들기름은 곧 사랑입니다.

사랑이나 그리움, 이별 같은 직접적인 단어들은 때로는 감정을 고정시켜 버리는 것 같다고 느낍니다. ‘들기름’ 혹은 ‘주머니 속 사탕’ 같은 사소한 사물들은 어린이들의 각기 다른 기억과 만나 더 오래, 더 깊게 마음에 머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할머니의 비밀』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무엇일까요? 그 이유도 궁금합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이야기의 마지막에 아이가 나비가 된 할머니를 그린 스케치 장면입니다. 죽음의 모습이 직접적이지 않으면서 아이가 이별을 나름의 힘으로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가 가르쳐 주거나 알려 준 것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의 감정과 상상력을 통해 이별을 이해하는 것이죠.

우리는 살면서 설명되지 않는 이별을 마주하기도 합니다. 그때마다 각자가 감당할 수 있는 언어와 생각으로 그 상황을 해석해야 하고요. 그림 속 아이의 스케치는 그 순간을 상징합니다.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필요한 순간들이라 생각해서 그 장면을 좋아합니다.

 

할머니의 부재를 ‘나비의 날갯짓’으로 비유하신 부분이 큰 울림을 줍니다. 나비라는 매개체에 담긴 특별한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독자들이 하늘을 날아가는 나비를 보며 어떤 따뜻한 생각을 떠올리길 바라시는지 궁금합니다.

저에게 나비는 '사라짐'보다는 '변화'에 가까운 존재입니다. 없어졌다고 말하기보다는, 형태를 바꾸어 다른 방식으로 존재하게 된 상태에 가깝다고 할까요. 

죽음을 수동적인 끝으로 그리기보다는, 또 다른 여정의 시작으로 바라보고 싶었습니다. 나비가 되어 능동적으로 새로운 차원의 삶을 시작한다고 믿고, 그 삶을 응원하는 마음에서 나비가 날갯짓하는 모습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했습니다. 소중한 이를 떠나보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들이 어딘가에서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고 믿고 싶을 테니까요. 독자들이 하늘을 날아가는 나비를 보며 떠나간 누군가를 잠시 떠올리고, 그 존재가 자신의 삶 어딘가에 여전히 함께하는 것 같은 따뜻한 순간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랍니다.

 

페이지마다 나비의 날갯짓 같은 섬세한 터치를 채우기 위해 정성을 들이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작가님께 『할머니의 비밀』은 어떤 애정으로 남은 작품이며, 작업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할머니의 비밀』은 저와 할머니의 이야기이자, 할머니의 사랑을 기억하는 저만의 방식이고, 동시에 할머니를 떠나보낸 제 자신을 위한 위안이기도 합니다. 작업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많은 분들이 이 이야기에 공감해 주시고, 각자의 경험담들을 공유해 주시던 순간입니다. 저 자신뿐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도 위로가 되었다는 사실에 이 이야기가 더 이상 나만의 것이 아니라, 다른 이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은 작가로서 매우 큰 선물이었고, 다음 작업을 이어갈 수 있는 든든한 힘이 되어 주었습니다.

 

어린이들이 읽는 책을 쓰는 동화작가라면 세상을 보는 시각도 새로울 것 같아요. 글을 쓰시면서 특히 신경 쓰고 고민하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너무 어렵지 않게 쓰려고 해요. 은유적인 표현을 좋아하지만, 그 과정에서 정작 주인공인 어린이들이 이해할 수 없고 소외되는 작업이 되지 않도록 조심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어린이를 독자로 둔다는 이유로 감정을 단순화하거나, 의미를 정리해 주고 싶지는 않습니다. 아이들도 충분히 복잡한 감정을 느끼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해석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어린이를 배려하면서 존중하는 글쓰기, 이 두 가지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을 늘 중요하게 고민합니다.

 

마지막으로 책을 출간하게 된 소감 부탁드리고, 작가님의 앞으로의 계획도 소개해 주세요.

제 소중한 이야기가 MBC창작동화대상에서 수상을 하고, 이렇게 책으로 나오게 된 것은 저에게 큰 의미입니다. 앞으로 더 좋은 작업을 할 수 있으리란 믿음과 자신감을 주었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조용하지만 단단한 이야기, 작고 평범한 누군가를 믿어 주고, 응원하고, 격려할 수 있는 이야기를 계속해서 하고 싶습니다.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사랑을 받는 작가가 되고 싶은 매우 큰 욕심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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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비밀

<김성은> 글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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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