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토크] 문정희 배우 “이렇게 순수하고 온전한 사랑을 받아본 적 있을까“ | 예스24
7년이라는 시간동안 반려견 마누와 함께 보낸 찬란한 순간들, 『마누 이야기』.
글: 신연선 사진: 김태윤
2026.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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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난 데라고는 하나 없는 동글동글한 초록색 글자와 눈에 선명하게 들어오는 주황색 배경의 표지를 보세요. 『마누 이야기』를 쓴 문정희 배우는 이 표지가 “마누가 너무 좋아했던 공 색깔”이라고 알려주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책에 함께 담긴 마누의 사진 한 장이 눈에 들어옵니다. 극도의 행복이랄까, 환희로 가득 찬 표정의 마누가 코 앞에 뜬 공을 향해 힘껏 달리는 모습인데요. 그 공의 색깔이 바로 책의 표지와 꼭 같았습니다. “이것은 슬픈 이야기가 아니야. 무조건 예쁘게 만들어줘야 해.”라고 출판사 대표이자 동료 배우인 박정민 대표는 말했다지요. 


마누는 문정희 배우에게 계획에도 없이 덜컥 찾아온 존재였습니다. 지인의 집에 놀러 갔다가 만난, 며칠 임시보호를 하기로 했을 뿐이던 마누는 운명처럼 가족이 되었는데요. 강아지라는 존재가 처음이었고 얼마나 클지도 알 수 없었던 상태로 가족이 되었으므로 하루 하루가 서로를 공부하는 시간이었습니다. 38kg에 달하는, 수영을 좋아하고 산책을 좋아하는, 그래서 제주도로 속초로 열심히 여행을 다녔던 이 사랑스러운 가족의 기록이 『마누 이야기』에 사진과 함께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이별의 시간이 너무 빨리 찾아왔습니다. 마누가 일곱 살이 되기 얼마 전, 혈액암이 발병했고요. 2월의 마지막 날 마누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치열하고 충만했던 7년이었다.”(288쪽)는 문장을 쓰기까지 문정희 배우와 마누는 어떤 삶을 보낸 것일까요. 새해의 첫 번째 토요일, 마누의 사진전이 진행되고 있는 서울의 갤러리에서 『마누 이야기』의 북토크가 진행되었습니다. 여전히 아프다고 고백하면서도 문정희 배우는 시종 밝게 웃으며 슬퍼하는 사람들을 위로했는데요. 그것은 마누가 쌓아둔 사랑의 힘이고, 그럼으로써 여전히 마누가 곁에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박효주 배우의 진행으로 나눈 “찬란하게 사랑”하고 세상을 떠난 마누와 문정희 배우의 이야기를 여러분께 전합니다. 


 


박효주: 『마누 이야기』라는 책을 내게 된 계기를 가장 많이 궁금해하실 것 같아요. 

문정희: 솔직히 말씀드려서 너무 행복해요, 너무 좋아요,라고 하기는 좀 어렵습니다. 마누는 제가 키우던 아이이고, 저에게 사랑만 주었던 아들이었어요. 개인적으로는 사진을 보면서 추억하는 것도, 책에 마누와의 이야기를 담는 것도 너무나 힘들고 싫을 때가 많았어요. 어쨌든 『마누 이야기』에 저는 가족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요. 이것을 반려견에 대한 이야기라고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하는 마음에 굉장히 즐거웠던 이야기를 위주로 담았어요. 마누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 혹은 마누에 대한 추억을 남기기 위해 썼다기보다 저희 가족 이야기를 함으로써 너무나 소중했던 큰 존재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쓰는 데까지 용기가 필요했지만, 다행히 남편이 마누가 떠나기 전에 사진전을 하기로 계획했었고요. 그 덕에 용기를 얻어서 썼어요. 너무 아팠지만 속도가 났어요. 

 

박효주: 출간 후에 전국 각지에서 북토크를 하셨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나요? 

문정희: 어떤 분이 너무 우셨어요. 손에 쥔 마이크를 떨 정도로요. 제가 혹시 아이가 하늘나라에 갔나요? 아이가 아픈가요? 하고 여쭤봤는데요. 너무 멀쩡하고 잘 살아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렇지만 아이가 있어도 너무나 두렵다고요. 그 마음이 너무 이해가 됐어요. 또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했다고 하시는 분도 생각나요. 이 책이 강아지에 대한 이야기여서 많은 분들과 소통이 될까, 충분히 이야기가 전달될까 싶었는데요. 가족의 이야기라는 면에서 서로 충분히 교감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박효주: 앞서 남편 분의 사진 전시를 준비하다가 글을 쓰게 됐다고 하셨어요. 형식이 정해져 있어서 편할 수도 있겠지만 막상 한편으로는 그 부분에서 힘들었을 것도 같아요. 책 쓰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무엇이었나요?

문정희: 가장 힘들었던 것은 다시는 마누를 볼 수 없다는 것에 대한 무서움이었는데요. 왜 내가 그것을 글로 남겨야 하는 것인지 생각해야 했어요. 저만의 시간과 용기가 필요했죠. 책을 만들면서는 책에 담을 사진을 고르는 게 너무 어려웠어요.(웃음) 박정민 대표가 “사진이 너무 많이 들어가면 벽돌책이 돼. 그러니까 많이 빼야 돼.”라고 하더라고요. 사진 필터링을 하는 작업이 오래 걸렸어요. 


사실은 사진을 생각하면서 글을 쓴 건 아니에요. 글을 쓰다 보니 사진이 떠올랐고, 또 사진을 보니 다시 글을 어떻게 써야 되는지 떠오르는 과정이었고요. 막상 글은 생각보다 빨리 썼어요. 일하는 틈에 미리 내용을 구상해두기도 했고요. 속초에 가서 본격적으로 쓸 때는 첫 챕터를 일주일에, 두 번째 챕터를 또 일주일에, 마지막 챕터를 일주일에 썼어요. 그 중, 가장 시간적으로 가까운 건 마누가 죽은 후였기 때문에 마지막 챕터가 빨리 써질 줄 알았는데요. 제일 쓰기가 어렵더라고요. 많이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썼던 기억이 있습니다. 

 

박효주: 저는 마누가 아프고 난 다음에 아이를 만났어요. 그래서 마누와 처음 만났을 때나 함께 지내면서 쌓은 추억들은 이 책을 보고 알게 됐죠. 보면서 정말 열심히, 찬란하게 사랑했다는 걸 알겠더라고요. 특히 읽으면서 신나는 분위기를 느낀 부분이 여행 이야기를 하는 부분들이었고요. 그래서 추천하고 싶거나 기억에 남는 여행지가 어디인지 궁금했어요. 

문정희: 마누와의 여정 자체가 여행이었는데요. 책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다루고 싶었던 부분이 마누의 청춘기였어요. 강아지도 ‘개춘기’라고 하는 사춘기가 있거든요. 그 시기가 지나고 나면 아이도 자신의 보호자와 가족들이 뭘 원하는지 너무 명료하게 알게 되고요. 저 또한 그 시기부터 마누가 무엇을 원하고 무슨 얘기를 하는지 깨닫게 되었어요. 같은 낑낑거리는 소리도 배가 고픈지 화장실을 가고 싶은지 구분할 수 있게 되는 거죠. 그런 교감을 통해서 정말 가족이 되는 것 같고요. 그때부터 저희는 여행을 많이 다녔어요. 


가장 많이 다녔던 곳은 제주도예요. 마누가 수영을 워낙 좋아하니까 바다 수영을 할 수 있는 곳들을 선택했죠. 또 트레킹을 많이 할 수 있는 곳, 사람이 많이 없는 곳을 다녔어요. 얘가 워낙 활동적이고 힘이 좋아서 그런 곳을 찾다 보니 제주도였어요. 제주도는 사실 사시사철 진드기가 있어요. 강아지는 물론이고 사람도 절대 그냥 수풀에 가시면 안 돼요. 가실 때는 정말 조심하셔야 하고, 강아지에게 먹는 기생충 약과 몸에 바르는 기생충 약을 다 투약하고 가셔야 합니다. 마누도 400마리씩 진드기가 붙어서 하루 종일 아무 일정을 못하고 진드기를 뗀 적도 있어요. 그런데 그것이 지금에 와서는 다 행복한 추억이에요. 

 


문정희 배우는 출판사와 협의해 『마누 이야기』의 수익금 전액을 동물 관련 단체에 기부하기로 했습니다. 그 마음에는 더 많은 가족들의 안녕을 생각하는 배우의 바람이 담겨 있었는데요. 문정희 배우는 반려 문화가 더 널리 알려지기를, “우리가 어떤 존재와 함께 살고 있다면 그 존재를 인정하는, 그래서 더욱 사람다워지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강아지라는 존재는 잠깐 있다가 가잖아요. 아이들은 지금 이 순간, 우리와 있을 때 가장 행복한 것 같아요. 그 순간 순간에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주면 좋겠어요. 반려 아이들과 함께하지 않은 분들도 같을 거예요. 가족과 같이 너와 나라는 어떠한 관계 속에도 많은 이야기가 있잖아요. 그것들이 오랫동안 여러분 가슴 속에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고요. 이 책을 사주시는 것으로 저와 마누의 사랑을 받으셨다면 주변에 홍보를 부탁드려요. 지금 힘들어하는, 병원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아픈 아이들에게 힘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독자와의 일문일답 


오늘 이야기 중에 이 책이 가족의 이야기라고 하신 것이 가장 마음에 남았는데요. 마누를 만나기 전 문정희와 마누를 만난 후 문정희는 어떻게 다른지 알고 싶어요. 

너무 좋은 질문인데요. 저는 마누가 기준이 되는 것 같아요. 다른 존재로부터 이렇게 맹목적이고 순수하고 온전한 사랑을 받아본 적 있을까 생각해요. 물론 남편도 있고, 부모님도 계시고, 친구들도 많지만요. 다른 존재가 저에게 이렇게까지 맹목적으로 신뢰하면서 사랑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너무 큰 축복이었어요. 한편으로 그 아이를 보내고 난 뒤 저라는 존재는요. 저는 마누의 죽음을 통해 저의 죽음을 생각해 보았거든요. 우리 모두에게 죽음은 이런 것이겠구나, 하는 마음이었는데요. 죽음을 향해 가는 그 존재를 보면서 나도 저렇게 죽음을 향해 의연하게 갈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됐어요. ‘메멘토 모리’라고 하잖아요. 죽음을 좀 더 가깝게 여기게 된 것이 지금의 저예요. 그게 부정적이거나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덕분에 매 순간이, 지금 여러분과 만나는 이런 순간이 너무나 귀하다고 생각하니까요. 매 순간을 더 그렇게 잘 살아내야겠다는 마음이 더 많아요. 


또 한 가지는, 다른 생명에 대한 생각도 많이 하게 됐다는 것이에요. 생명에 대한 감수성이라고 할까요? 지나가는 바퀴벌레가 무서워서 밟아 죽이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달라졌어요. 그 존재에 대한 이유를 생각하게 되거든요. 왜 이 세상에 우리가 함께 있어야 하는가 같은 생각을 많이 하게 돼요. 이 세상에 생명은 나만이 아니었구나, 또한 나라는 존재는 너무 미비하고 작구나, 이 신비가 세상에 존재하는구나, 생각하면서 생명의 의미가 풍성해졌어요.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책 중간중간 Q&A가 있어요. 이 형식을 택한 이유가 궁금했어요. 배려 있고 유용한 부분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강아지와 함께 살지 않더라도 정보를 알 수 있게 쓰신 것 같더라고요. 어떻게 넣게 되신 건가요? 

지인이 이 책을 ‘정서와 정보를 동시에 주는 책’이라고 얘기한 적이 있어요. 저도 비슷한 생각이었어요. 마누에 대한 감정적인 얘기만 담고 싶지 않았어요. 저는 반려인뿐 아니라 비반려인도 반려 문화에 대한 정보, 지식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같이 가야 동시다발적인 문화가 만들어지니까요. 강아지를 무서워하시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그럴 수 있잖아요. 그러나 가령 큰 강아지라도 입마개를 안 할 수 있고, 작은 강아지여도 입마개가 필요할 수 있어요. 내 아이의 필요에 따라 여러 가지를 교육하고, 도구를 사용한다는 반려 문화는 모든 사람들이 다 알아야 하는 정보라고 생각했고요. 그래서 Q&A를 넣었어요. 그것을 편집자님 아이디어로 예쁘게 들어갔는데요. 그 부분을 말씀해주시니까 너무 감사하네요. 잘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강아지 가족과 함께 살아가는 중인데요. 책에 담긴 사진들이 너무 예쁘고, 질투가 나는 거예요.(웃음) 이렇게 담아보고 싶지만 저희는 여력이 많지 않아서요. 벽돌책을 피하기 위해서 제외했던 사진 중에 특별히 아쉬운 사진은 어떤 것이었나요? 

너무 많은데 어떡하죠?(웃음) 제가 처음 출판사에 넘겨드린 파일만 500컷이 넘어요. 만약 사진 작가를 대동했다면 이렇게 찍지 못했을 것 같아요. 가족이니까, 매일 함께하니까 찍을 수 있는 사진이었고요. 또 그래서 더 용기를 내었던 것 같아요. 남편이 저한테도 제발 다니면서 마누를 더 찍으라고 카메라를 사주기도 했는데요. 제가 잘 못했어요. 마누를 봐야 하니까요. 그래서 특히 강아지일 때 사진이 너무 없어요. 그래서 이 사진들이 너무 소중해요. 제가 마누를 가장 그리워하는 순간은 일상이거든요. 아침에 일어나 방문을 뻥 차고 들어오는 거, 제가 잘 안 깨면 침대에 코를 박고 제 코와 거의 5cm 차이밖에 안 나는 거리에 기댔던 거, 큰 숨을 몰아쉴 때의 냄새, 코의 촉감, 목욕을 안 했을 때의 냄새, 배고프다고 징징거리는 소리가 모두 너무나 그립고요. 그런 순간이 담긴 사진을 봤을 때 제일 눈물 많이 나는 것 같아요. 

 


어쩔 수 없이 지금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요. 언젠가는 강아지와 함께 마당 있는 집으로 가고 싶어요. 배우님은 아파트에서도 사셨고, 야외 공간이 있는 집에서도 살아보셨잖아요. 차이를 느끼세요? 바깥 공간을 마누가 확실히 좋아하던가요? 

강아지들이 가장 행복한 곳은 어떤 곳일까요. 어떤 환경에서 사는 것이 가장 행복할까 생각했을 때, 저는 단연코 보호자와 같이 있는 곳 같아요. 아파트이든 오피스텔이든, 혹은 열악한 곳이어도 보호자와 함께 있다면 아이는 행복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분리 불안이 심했어요. 제가요.(웃음) 그런데 아이들은 보호자와 같이 있는 곳이면 여기가 천국이로구나, 생각할 것 같아요. 마당이 있는 곳에서 강아지를 키우는 집에 가봤는데요. 아이가 그 마당을 지키더라고요. 넓은 마당을 다 자기 집으로 생각해서요. 울타리 바깥에 사람이나 다른 개가 지나가면 예민하게 반응하는 친구도 있었어요. 그러니까 어디가 좋다고 얘기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각자 형편이 다르잖아요. 결국 어떤 반려묘나 반려견도 가족과 함께 있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혹시 마누의 동생을 입양하실 계획이 있으신가요? 

생각해 보고 싶기도 해요. 그런데 마누가 떠나기 전 6개월의 과정이 너무 가슴 아팠어요. 질병이 오고, 아이가 갈 때까지 아주 예민하게 있었던 시간이 아직 저에게는 힘들어요. 밖에서 작은 소리만 나도 깨서 아이를 살펴야 하니까 잠을 깊이 자지 못하고요. 그 기저에는 그게 혹시라도 아이의 마지막 순간이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계속 있던 거거든요. 그렇게 마지막을 보살펴서요. 그 6개월이 저에게는 가장 무서웠던 기간이었어요. 그래도 다른 아이들을 보면 너무 예뻐요. 언젠가 기회가 되면 그런 날이 올 수도 있을까, 그 정도의 고민을 해봐요. 

 

강아지를 키우면서 느낀 것이 있어요. 제 말을 알아듣는지는 몰라도, 규칙대로 했을 때 그 규칙을 아는 것 같더라고요. 특히 퇴근하고 왔을 때 산책을 가자는 눈빛이 있어요. 그러면 안 갈 수가 없어요. 하지만 때로는 안 갈 수 있잖아요. 그때 너무 죄책감이 느껴져요. 신뢰감이 떨어지는 것도 같고요.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것은 제 경우, 마누가 알려준 것 같아요. 난 이 시간에 일어나, 하고요. 그리고 겨울에는 좀 더 자요. 계절이나 컨디션 등에 따라 다르더라고요. 저는 신뢰감에 대해서는 처음에 생각을 못했는데요. 다만 규칙적으로 생활하니까 아이가 건강해지더라고요. 다리에 근육 붙는 게 다르고 허리는 잘록해지고요. 몸매 자체가 너무 근사해지는 걸 경험했죠. 저희도 마찬가지고요. 마누와 산책을 하면서 제가 보통 1만 5천 보에서 1만 7천 보 정도 매일 걸었는데요. 이건 운동을 제외한 것이고, 운동 시간은 따로 있었어요. 2012년부터 러닝을 했는데요. 마누가 오고 한 살 이후부터는 같이 왕왕 달렸거든요. 마누가 살이 찌면 안 돼서 한 것이었는데 그 시간이 너무 좋았어요. 그리고 마누가 좋아하는 게 저는 너무 좋았어요.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라기 보다 마누가 좋아하니까 나도 하고 싶다는 마음 때문에 우선순위 같은 게 바뀌었던 것 같아요. 


 

우리에겐 더없이 귀한 가족이었다. 누군가는 '가장 인간적인 행위는 강아지를 사랑하는 것'이라고 했다. 마누를 아들, 내 새끼로 부르는 것은 우리의 관계를 들여다보면 지나친 것이 아니었다. 인간과는 다른 존재지만 아기 때부터 돌보고 보살피는 과정을 통해 사람이 줄 수 없는 사랑과 교감을 선물받았으니까. 우리 가족뿐 아니라 다른 가족들과도 유대를 맺고 예의와 질서를 배웠다. 마누로 인해 내가 더 인간다워졌다. 무한히 고마운 우리 마누. 그런 마누가 나는 아직 매 순간 보고 싶다.


마누에게서 받은 거대한 사랑을 나는 소중히 지니고 있다. 그리고 순리대로 잘 흘려보내고 싶다. 언젠가는 우리가 다시 만나 신나게 공놀이하고 멋지게 수영하며 즐거워할 것이다. 그 순간을 고대하며 살아야겠다.(298-2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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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선

읽고 씁니다. 장편소설 『구름이 겹치면』, 에세이 『하필 책이 좋아서』(공저)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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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윤

쉽게 반하고 오래 바라보는, 사진 노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