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빠른 세계에서, 가장 느린 성장을 이야기하다 | 예스24
이제는 쉬는 것에도 철저한 준비와 다짐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재희에게 가로도가 시간이 멈춘 공간이 되길 바랐습니다. 마음 편히 쉴 수 있게요.
글: 출판사 제공 사진: 출판사 제공
2026.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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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이스』는 스포츠 선수의 흔한 성장 서사가 아니다. 레이싱이라는 남들보다 가장 빨라야 하는 세계를 배경으로, 오히려 느리게 성장하는 한 인물의 감정 궤도를 따라가며 오늘의 청춘이 자신의 속도를 되찾아가는 과정을 정교하게 그린다. 멈추는 것이 곧 패배가 아니라는 사실을 담은 이 소설은 숨 돌릴 여유 없이 달려온 현대인들에게 잠시 멈춰 숨을 고르고, 주변을 돌아보는 시간이야말로 다음 한 걸음을 위한 가장 단단한 준비가 될 수 있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전작 『메스를 든 사냥꾼』과 비교했을 때 『체이스』는 결이 다른 장르와 분위기입니다. 이 이야기를 쓰게 된 계기나 이유가 있었을까요?

2년 전쯤, 드론을 주제로 한 공모 사업 발표회에 참관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섬마을 학생에게 드론 수업을 추진하던 발표자가 “이곳 아이들의 꿈은 섬 크기만큼 작은 게 아니라 섬을 둘러싼 바다만큼 크다.”고 했던 말이 인상 깊게 남았습니다. 그 말을 계기로 드론이 꿈을 확장해 주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지점에서 『체이스』를 떠올렸습니다. 이후 취업을 하며 환경이 바뀌자 꿈에 관한 고민을 다시 하게 되었는데요. 꿈을 이룬 사람은 행복할까? 그렇다면 꿈을 이루지 못한 사람은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 그런 질문이 꼬리를 물며 『체이스』의 살을 덧붙이게 되었습니다.

 

모터스포츠와 드론 레이싱이라는 두 가지 스포츠가 대비를 이루며 등장합니다. 이 두 소재를 선택하신 이유와, 각각 재희의 삶에서 어떤 의미로 작용하길 바라셨나요?

두 소재 중 드론 레이싱을 먼저 염두에 두고 이야기를 시작했어요. 그다음으로 속도감이 있으면서 순간의 실수로 승패를 가르는 스포츠 종목을 찾다 보니 모터스포츠를 떠올리게 되었는데요. 핸들과 조종기를 잡은 선수가 결승선을 향해 맹목적으로 달려가는 모습이 인생사와 닮아 보였거든요. 우리는 어떤 기회 속에서 방황하다 새로운 길을 발견하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깨달을 때가 있잖아요. 재희에게도 이 두 종목이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이 열리는 기회처럼 느껴지길 바랐습니다. 또, 한 번의 실패가 인생의 끝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다음 기회는 언제든 다시 찾아올 수 있다는 걸 재희에게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섬 ‘가로도’는 이야기 속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공간처럼 보입니다. 이곳이 재희에게 어떤 의미의 장소이길 바라셨나요?

요즘은 쉬는 것을 하나의 사회 문제로 인식하는 분위기이다 보니 저도 그렇고 주변에서도 경력의 공백을 무서워하더라고요. 이제는 쉬는 것에도 철저한 준비와 다짐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재희에게 가로도가 시간이 멈춘 공간이 되길 바랐습니다. 마음 편히 쉴 수 있게요. 어렸을 때부터 목표를 쫓으며 살았던 재희가 가만히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나부끼는 팽나무를 바라보며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무너지지 않는 삶을 경험하길 바랐습니다.

 

이 소설에서 모녀 관계는 갈등이면서 동시에 재희를 다시 움직이게 하는 힘처럼 보입니다. 재희와 소라의 관계를 통해 전하고 싶었던 감정이나 메시지는 무엇이었나요?

재희가 소라에게 드라이버가 아닌 자신을 평생 용서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는 지점이 재희의 다음 챕터가 시작되는 순간이라 생각해요. 우리는 아무 조건 없이 지지받길 바라잖아요. 특히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더더욱이요. 타인이 사랑으로 나를 받아들이는 건 인정보다는 포용의 영역인 것 같아요. 대신 내가 나를 사랑하는 건 인정의 영역이겠죠. 실패한 나를 용서하는 것도 결국은 그 인정이 가능하게 해주더라고요. 재희의 성장 또한 새로운 시도가 소라에게 인정받지 못해도 괜찮을 거라고 다짐한 데서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드론 레이싱은 ‘승리’보다 ‘완주’의 중점이 더 맞춰진 경기로 그려집니다. 이 설정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있나요?

사실 완주를 중점에 두고 쓰진 않았는데, 이 질문을 보니 문득 완주도 다른 방식의 승리라고 생각한 것 같아요. 완주하고 나면 왜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는 왜 승리하지 못했을까. 왜 저 트로피는 내 것이 아닐까. 그 ‘왜’에는 후회와 미련이 붙어 있어서 가끔 너무 무겁기도 하지만, 왜냐고 물었기 때문에 다시 시도할 수 있었어요. 짐을 한가득 짊어지고 경험한 완주는 체력을 길러주고 다시 생긴 힘으로 도전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아요. 그 반복된 도전이 언젠가 승리로 더 가까이 이끌어 줄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체이스』는 레이싱 소설처럼 시작하지만, 읽다 보면 결국 ‘어디로 달릴 것인가’, 그리고 ‘다른 선택을 해도 괜찮은가’를 묻는 이야기처럼 느껴집니다. 지금 삶의 방향 앞에 서 있는 독자에게, 이 작품이 어떤 이야기로 닿기를 바라시나요?

어떤 선택이든 괜찮을 거라는 위로가 되고 싶어요. 당장은 오늘 내린 선택이 평생을 좌우할 만큼 크고 무겁게 느껴질 수 있으나, 그럴수록 결정을 내릴 때 많이 고민하고 여러 번 번복하면서 끝까지 망설이길 바라고, 대신 후회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후회는 늪과 같아서 끊어내려 몸부림칠수록 부정적인 감정에 더 깊이 빠져들어요. 하지만 오히려 다양한 시도를 하듯 몸이 닿는 면적을 넓히면 체중이 분산되어서 가라앉지 않게 된다고 해요. 그러니 어떤 선택을 내렸든 차분하게 몸을 넓게 펴고 있으면 금방 떠오를 겁니다.

 

마지막으로 『체이스』를 읽은 또는 읽을 독자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꿈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시작한 글이 변화에 관한 이야기로 끝을 맺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과거에는 변하는 건 배신이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변하는 것들은 금방 자리를 떠버리고 저만 남겨진 듯한 외로운 기분이 들게 했었어요.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 외로움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덕분에 그곳에 혼자 남아 제 인생의 집을 단단하게 지어갈 수 있었거든요. 독자님들께도 『체이스』가 매정하게 지나치는 변화의 이야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남겨진 터가 더 견고해질 수 있도록요. 한 가지 더 바라는 게 있다면, 책을 덮고 나면 막히는 퇴근길 옆 차선 차량에 재희가 타고 있는 장면이 떠오르면 좋겠습니다. 또 드론을 들고 전국을 누비는 닮의 행방이 궁금해지고, 각자의 대학과 학원에서 미래를 꿈꾸며 준비하는 가로고 친구들을 그리워해 주시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습니다. 허구의 세계에 기꺼이 뛰어들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1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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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20

작가님의 두번째 작품 너무 재밋게
읽고 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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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