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야코 록카쿠: 혼돈과 함께 숨쉬기 <Breathing with the Chaos>
색과 제스처로 완성된 록카쿠의 동화 같은 세계
글: 아티피오(ARTiPIO) 사진: 아티피오(ARTiPIO)
2026.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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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 언덕을 따라 오르다 보면 맑고 높게 탁 트인 곳에 토탈미술관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전시장에 들어가기 전, 북한산 자락을 잠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막힌 숨이 시원하게 트이는 기분인데요. 이번 전시 제목이 <혼돈과 함께 숨쉬기(Breathing with the Chaos)>인 만큼, 작가의 순수한 작품 세계와 장소가 절묘하게 공명한다는 인상이었습니다. 복잡하고 어지러운 도심 속에서 록카쿠의 작품과 함께 마음껏 호흡했던 특별한 시간을 나눕니다.


토탈뮤지엄 외부 전경 / 사진 : 아티피오

 


01. 귀여움(Kawaii): '어긋남'마저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기

 

발밑을 채운 화사한 자줏빛 카펫을 따라 걸으면 나무로 만든 화병들이 줄지어 서 있습니다. 록카쿠의 시그니처인 캐릭터 얼굴이 각기 다르게 새겨져 있어 마치 크고 작은 사람의 형상처럼 보이는데요. 신사에서 볼 법한 작은 수호신 같은 존재들은 그의 작품 세계의 핵심 키워드인 '귀여움(Kawaii)'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저마다 다른 색과 결을 지닌 이 오브제들은 작가의 설명처럼 불완전함, 모순, 불안과 수수께끼를 그대로 품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제각각의 모습을 따뜻하게 포용하는 태도 역시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아야코 록카쿠 <Breathing with the Chaos> 1층 전시 작품들 / 사진 : 아티피오



02. 우주전쟁: 동화적 서사와 색채의 폭발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남색 카펫 위에 캐릭터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데요. 여러 벽에 걸쳐, 마치 동화책 속 페이지를 넘겨보듯 한편의 이야기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동심을 자극하는 귀여운 얼굴들이 저마다 탈것을 타고 우주 전쟁을 치르는 모습인데요. 배기관의 연기마저 형형색색인 작가의 표현을 따라 흐름을 읽다 보면 머릿속엔 절로 상상의 나래가 펼쳐집니다. 심술 궂으면서도 커다란 눈이 서로를 쳐다보고, 머리에 새싹 같은 것이 그려진 아기 캐릭터들이 둥둥 떠다닙니다. 총과 칼을 든 캐릭터들이 핑크, 퍼플, 그린 등 컬러풀한 색채를 바탕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록카쿠 작가의 작품 대부분이 '무제(Untitled)'이지만, 이 작품들만큼은 '우주 전쟁(Cosmic struggle)'으로 표기되어 있는데요. 소녀와 우주, 전쟁과 환상의 서사가 어떻게 점차 색채와 제스처의 소용돌이로 풀려나가는지를 그려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아야코 록카쿠(Ayako Rokkaku), Cosmic struggle, 2020. / 사진 : 아티피오


 

03. 시작으로의 회귀, 대형 골판지 회화

 

난간에 다가서면 한 층 아래, 또 다른 전시 공간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시야 정면을 가득 채우는 거대한 골판지 회화는 록카쿠 작가의 '시작'과 맞닿아 있기에 더욱 눈길이 가는데요. 스무 살 무렵 공원에서 그림을 그릴 때부터 직관적으로 끌렸다던 카드보드지 위에, 작가가 올해 또 한 편의 그림을 그렸습니다. 황동색의 울퉁불퉁한 결을 따라 덧입혀진 색과 모양들이 하나의 미묘한 톤과 무늬를 형성합니다. 가까이에서 디테일을 관찰하다 발걸음을 뒤로하여 전체적으로 조망하면, 레드와 블랙으로 특정 패턴이 그려진 골판지 조각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것이 보이는데요. 이는 마치 다른 차원으로 통하는 문처럼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아야코 록카쿠(Ayako Rokkaku), Untitled, Acrylic on cardboard, 2025. / 사진 : 아티피오


 

04. 무제(Untitled): 6m 캔버스 속 숨겨진 우리의 작은 이야기
 아야코 록카쿠(Ayako Rokkaku), Untitled, 200 x 600 cm, 2025. / 사진 : 아티피오

왼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인 <무제(Untitled)> 대형 회화가 관람객을 맞이합니다. 가로 6m, 세로 2m의 이 작품 속에는 작은 캐릭터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습니다. 섬세한 연필 스케치 위에 빨강, 초록을 덧입힌 외계 생명체들을 발견하는 순간, 이 작품이 작가의 세계관이 응축된 결과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손가락 끝으로 빚어낸 두터운 질감 사이사이에 수줍게 고개를 내민 작은 소녀들과 장난기 어린 드로잉들은, 마치 큰 파도 같은 혼돈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 움직이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상징하는 듯한 여운을 남깁니다. 사진만으로는 접하기 어려운 디테일을 발견하는 재미를 현장에서 꼭 직접 누려보시길 바랍니다.

 


05. 다정함이 머무는 공간: 모성과 안락함의 군집
 아야코 록카쿠 <Breathing with the Chaos> 설치 작품 / 사진 : 아티피오

전시장 한가운데 놓인 설치 작품들은 마치 각기 다른 캐릭터들이 모여 하나의 가족을 이룬 듯한 풍경입니다. 멀리서도 느껴지는 온기에 이끌려 작품을 감상하다 예상치 못한 디테일을 발견했습니다. 뒷면을 살펴보니 마치 동굴처럼 깊숙이 홈이 파여 있었고, 그 안에 또 다른 작은 캐릭터들이 옹기종기 살고 있는 형상이었습니다. 겉뿐만 아니라 속까지 생명력으로 가득 차 있는 록카쿠만의 세계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귀여움, 동심, 모성, 그리고 안락함이라는 감정들이 한 공간에 응축된 듯한 군집의 장면은 한 겨울 이곳을 찾은 관람객의 가슴에 훈훈한 기운을 불어넣어줍니다. 

 


마치며
 

"혼돈을 회피하거나 지워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꿋꿋하게 함께 호흡하자." 이번 전시의 핵심 메시지인데요. 복잡한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이자 격려의 외침입니다. 저마다의 색과 빛으로 생명력을 뿜어내는 록카쿠 작품들처럼, 우리 안에 여전히 살아 숨쉬는 순수한 동심과 희망을 찾고 싶다면 연말연초 전시장을 방문해보세요. 새해를 맞이하는 활력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으실 수 있을 겁니다. 

 

전시 장소: 평창동 토탈미술관

전시 제목: 아야코 록카쿠 개인전 <Breathing with the Chaos>

전시 기간: 2025.12.05~2026.02.08

관람 시간: 화~일 13:00~18:00 (월요일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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