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성탄을 기다리는 목자들의 노래 – 파스토랄(Pastorale)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나 크리스마스 협주곡을 들여다보면, 그 안에 종종 파스토랄(Pastorale)이라는 음악이 포함되어 있음을 발견하게 되는데, 파스토랄은 ‘전원’ 또는 ‘목가적인’이라는 뜻으로, 목자들의 생활양식을 이상적인 방식으로 묘사하는 문학, 예술, 음악장르를 가리킨다.
글: 묘점원 (뉴스레터 '공연장 옆 잡화점')
2025.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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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를 떠올리면, 항상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마구간 구유에 누인 아기 예수와 그 소식을 들은 목자들. 성경 속 목동들은 성탄의 소식을 가장 먼저 만난 이들이다. 그래서일까, 서양 음악사는 오랫동안 ‘목자들의 노래’를 성탄 음악의 중요한 상징으로 사용했다.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나 크리스마스 협주곡을 들여다보면, 그 안에 종종 파스토랄(Pastorale)이라는 음악이 포함되어 있음을 발견하게 되는데, 파스토랄은 ‘전원’ 또는 ‘목가적인’이라는 뜻으로, 목자들의 생활양식을 이상적인 방식으로 묘사하는 문학, 예술, 음악장르를 가리킨다. 바로크 시대부터 이어져 온 파스토랄 음악은 단순하면서도 따뜻한 선율을 지니는데, 양을 지키던 목동의 팬파이프 소리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17~18세기 이탈리아에서는 양치기들이 크리스마스 시즌에 백파이프 등을 함께 연주하며 예수 탄생을 축하하는 전통이 있었고, 이 전통은 자연스럽게 성탄을 위한 목가풍의 기악 음악, 즉 파스토랄로 이어졌다.

 

크리스마스는 모두가 기다리는 전세계의 축제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성탄 전야는 (그리스도 탄생의) ‘기다림’을 의미했다. 그래서 바로크 시대의 파스토랄 음악은 바로 이 성탄 전야의 조용하고 평화로는 분위기, 그리고 기다림을 담아낸 음악이다.

 

오늘날 ‘파스토랄’이라는 말은 더 이상 성탄 음악만을 가리키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음악 양식의 출발이 성탄 전야를 기다리던 목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오늘은 바로 그런 의미에서 성탄을 기다리던 목자들의 음악(파스토랄)을 소개하고자 한다. 분주했던 지난 일년의 시간을 되돌아보며,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우리들의 마음을 고요하게 그리고 따뜻하게 해줄 음악들이다. 

 

바흐: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 BWV 248 중 Sifonia (Pastorale)

 

바흐의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로, 가장 중요한 크리스마스 음악 작품 중 하나다. 예수의 탄생부터 동방박사의 경배에 이르기까지 성서의 이야기들을 6개의 칸타타로 그려냈다. 각각이 성탄절부터 주현절(예수 그리스도가 사람들에게 자신을 드러낸 사건을 기념하는 기독교의 축일)까지 예수의 탄생부터 동방박사의 경배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를 여섯 개의 칸타타로 구성했으며, 각각은 성탄절부터 주현절까지 특정 예배일에 맞추어 연주되도록 작곡되었다. 오늘날에도 유럽의 교회와 콘서트홀에서 빠지지 않고 연주되는 대표적인 크리스마스 음악이다. 이 가운데 제 2부가 목자들에게 전해진 소식을 그리고 있는데, 2부 서곡에 파스토랄 신포니아가 들어가 있다. 목자들이 지키던 들판, 고요한 성탄의 밤을 표현하고 있다. 

 

코렐리: 합주협주곡 8번 g단조 중 5악장 Pastorale ad libitum

 

코렐리의 작품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곡으로, 크리스마스 시즌에 특히 자주 연주된다. 'Fatto per la notte di Natale'(성탄의 밤을 위하여)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이 작품은 성탄 전야를 염두에 두고 작곡된 합주 협주곡으로 흔히 ‘크리스마스 협주곡’이라 불린다.

 

아마도 크리스마스 작품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이 아닐까 싶다. 마지막 제5악장 'Pastorale ad libitum'은 이 작품의 정수를 이루는 부분이다. 소박하고 따뜻한 음색이 중심을 이루며, 이후 헨델과 바흐를 비롯한 여러 작곡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만프레디니: 합주 협주곡 12번 d장조 중 4악장 “Pastorale per il Santissimo Natale”

 

주세페 만프레디니는 오늘날 널리 알려진 작곡가는 아니지만, 이탈리아 바로크 후기의 작곡가이자 바이올리니스트로 코렐리의 음악적 전통을 계승한 인물로 평가된다. 그의 합주협주곡 12번은 'Pastorale per il Santissimo Natale'(지극히 거룩한 성탄을 위한 파스토랄)라는 부제처럼, 크리스마스 전야를 위해 작곡된 작품이다.

 

이 곡은 당시 교회와 궁정에서 연주되던 성탄 기악 음악의 형식을 충실히 따르며, 파스토랄 특유의 부드럽고 절제된 선율을 통해 성탄을 기다리는 밤의 정서를 담담하게 전한다.

 

헨델: 오라토리오 <메시아> 중 Pifa (Pastoral Symphony)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 제1부에는 ‘Pifa’라 불리는 짧은 기악곡이 등장하는데, “목자들이 들판에 있었는데…”라는 합창이 시작되기 직전에 연주된다. 


 들판에서 밤을 지새우는 목자들의 고요한 순간을 그려내며, 성탄의 소식이 전해지기 전에 고요함과 기다림을 음악으로 표현했다. 화려한 합창에 앞서 잠시 숨을 고르는 듯한 이 파스토랄은, ‘메시아’ 전체에서 성탄 전야의 분위기를 가장 섬세하게 담아낸 대목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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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공연 기획사 '크레디아'에서 발행하는 뉴스레터. 클래식 공연 기획자들이 직접 무대 비하인드 스토리와 음악, 예술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