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의 파도를 지나온 워킹맘의 행복 주문
여전히 아프지만, 그럼에도 잘 살아보고 싶은 암경험자의 좌충우돌 사회복귀 분투기.
글: 출판사 제공 사진: 출판사 제공
2025.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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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살의 어느 날, 갑자기 유방암 진단을 받고 치료를 견뎌 살아있기만 하면 모든 게 잘 풀릴 줄 알았는데 살아나가야 한다는 새로운 미션을 받은 저자의 이야기, 『살아낸 김에, 즐겨볼까?』가 출간되었다. 작가가 암환자였을 때는 생각하지 못한 암 치료 이후의 현실적인 문제에 당황하며, 그런데도 주변 사람들의 응원을 버팀목으로 삼아 어렵게 다시 얻어낸 삶을 살아내기로 결심한 이야기를 담았다.

 

연차가 없는 상태에서 병원에 갈 시간을 내야 하고, 나름 일을 잘한다는 자부심이 있었지만, 쉬운 업무에서 이전만큼 해내지 못해 자괴감을 느끼고, 집에 돌아오면 집안일까지 해야 하는 현실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과연 작가는 무사히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을까?

 


암 치료 후 사회복귀를 다룬 책입니다. ‘살아낸 김에, 즐겨볼까?’라는 제목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자기 소개와 함께 설명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유방암이라는 파도를 지나서 삶을 더 단단하게 꾸려가고 있는 워킹맘이에요. 그 과정에서 글쓰기를 통해 무너진 저를 일으켜 세우고 세상과 마음을 나눴어요. ‘즐겨볼까?’라는 말에는 삶의 전환점 뒤에 새롭게 찾아온 두 번째 삶은 ‘버티는’ 것이 아니라 ‘즐기는’ 시간으로 채워가고 싶은 바람이 담겨 있어요. 병뿐만 아니라 누구나 살면서 크고 작은 시련을 겪어요. 때로는 숨조차 쉬기 어렵고 주저앉고 싶을 만큼이요. 하지만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고 그 삶을 더 행복하게 누렸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보건복지부나 국립암센터 등 국가 기관에서는 암경험자보다는 암생존자라는 표기를 많이 쓰는 것으로 보입니다. 암경험자와 암생존자의 차이가 있을까요? 

두 단어는 모두 오래전부터 암 치료 이후의 삶도 돌보는 서구권의 ‘캔서 서바이버십(cancer survivorship)’에서 유래해요. 암생존자라는 표기가 많이 쓰이지만 암경험자와 표현만 다를 뿐 살아남은 사람, 즉 암이라는 시련을 겪었지만 여전히 잘 살아간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생각해요. 생의 에너지가 느껴지는 생존 또는 삶의 내공이 느껴지는 경험으로도 해석될 수 있죠. 개인적으로 ‘값진’, ‘소중한’, ‘뜻깊은’ 등과 어울리는 경험이라는 표현을 좋아해요.

 

전국적으로 암경험자의 사회복귀를 돕는 ‘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가 있습니다. 그만큼 암경험자의 일상 회복이 힘들다는 뜻으로 비춰지는데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보통 치료를 받을 때는 힘들지만 그것만 마치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치료가 끝나면 몸도 마음도 이전과 달라져요. 체력 저하, 암성 피로 등 후유증으로 신체적인 어려움을 겪고 자신감을 잃거나 우울감을 느끼는 등 정서적으로 위축되기도 해요. 여전히 아프거나 나약하다고 여기는 사회의 오해와 편견도 복귀를 어렵게 만들죠. 또 정기 검진이나 후속 치료를 일과 병행하기가 수월하지 않아요. 다시 사회 구성원으로 돌아오려면 달라진 자신과 환경에 적응하도록 배려와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한데, 아직 개인이 해결해야 할 지점으로 여겨지고 있어 아쉬워요. 그래도 조금씩 좋아지고 있고 앞으로 더 나아질 거라고 믿어요. 

 

암이 ‘살면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아픔’을 비유하는 표현으로도 읽힙니다. 그런 경험에도 유머러스함을 잃지 않은 문체가 인상적인데요, 아픔을 겪는 동안 무엇이 가장 큰 힘이 됐을까요?

처음에는 ‘왜 하필 내게 이런 일이?’ 하며 원망도 했어요. 하지만 살다 보면 힘든 일이 있고 그 대상이 꼭 제가 아니어야 할 이유도 없더라고요. 잠시 힘들지만 언젠가 웃으며 이야기할 날이 올 거라 믿었어요. 상황을 바꿀 수는 없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는 제가 선택하고 싶었죠. 그것만큼은 제가 할 수 있는 일이었으니까요. 같은 경험을 한 이들과 마음을 나누며 ‘웃어도 울어도 시간은 가니 기왕이면 웃자’라고 다짐했어요. 

 

책에 여러 암경험자의 일화가 나옵니다. 사회복귀에 성공한 그들의 모습에서 누군가에게는 일이 생계 목적의 활동 그 이상이 될 수 있음을 느낄 수 있었어요. 지금의 작가님에게 ‘일한다’는 어떤 의미인가요?

일이 그저 생계를 위해서였다면 사회복귀 이후 좌충우돌하는 시기를 보내기가 더 힘들었을 거예요.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일을 하니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것도 즐겁고 조금씩 성장하는 스스로가 뿌듯했어요. 본캐인 직장인 역할을 충실히 하다 보면 부캐로 해보고 싶은 것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해요. 결국 ‘일’을 통해서 세상과 연결되고 나를 드러내면서 서로 좋은 에너지를 주고받는 것 같아요.

 

아프면 쉴 수 있는 권리’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하셨습니다. 누구에게, 어떤 마음으로 대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병이나 사고는 누구에게나 언제든 찾아올 수 있어요. 그런데 막상 제가 아파 보니 현실적으로 몸만 돌볼 수도 없고 한순간에 사회 밖으로 튕긴 것 같았어요. 실제로 많은 분이 생계에 대한 불안, 치료비 걱정, 실직이나 구직의 어려움 등을 이야기해요. 누가 아프더라도 잘 치료받고 회복해서 다시 사회로 돌아올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런 단단한 믿음이 함께하는 사회를 유지하는 바탕이라고 생각해요. 아플 때 충분히 쉬면서 회복할 수 있는 제도,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구성원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개선되면 좋겠어요. 

 

끝으로, 이 책이 어떤 독자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가기를 바라는지 말씀해 주세요. 또 앞으로의 계획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누구나 순탄하고 평온한 삶을 꿈꾸지만 현실의 삶은 마디마디에 굴곡이 있어요. 힘든 순간에 제 이야기가 작게나마 위로와 용기가 되면 좋겠어요. 모든 것이 끝난 듯한 순간에도 삶은 계속되고, 멈춤은 결코 실패가 아니니까요. 다시 자신만의 속도로 천천히 숨을 고르고 조심스럽게 한 걸음 내디디기를 바라요. 지금 이 순간에 오기까지 무수히 많은 분의 도움을 받았고 이제 저도 나누는 삶을 살고 싶어요. 제가 겪은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좀 더 새로운 주제와 시선으로 글을 써보려고 해요. 두 번째 삶을 어떤 이야기로 채워갈지 기대하면서 저도 천천히 걸어가 보려고요. 빨간 원피스를 입은 귀여운 할머니가 될 때까지 마법의 주문을 외우면서요. ‘매일매일 해피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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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낸 김에, 즐겨볼까?

<용석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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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