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액땜’이라는 오래된 한국적 정서를 경영철학으로 끌어올린 사람이 있다. 바로 이동우 교수다. 30년 가까이 경영이론을 연구하고 수백 권의 경영서를 해설해온 그는 어느 날 우연히 더덕 막걸리를 쏟는 사건에서 ‘K-경영의 새로운 언어’를 발견했다.
“실리콘밸리는 ‘Fail Fast’를 외치지만, 우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액땜했네’라고 말하며 같은 지혜를 실천해왔죠.”
『액땜 이론』은 불확실성이 일상이 된 시대에, ‘작은 실패를 통한 회복탄력성’이라는 새로운 프레임을 제시한다. 이동우 저자를 만나 액땜 이론이 어떻게 태어났고, 왜 지금 한국 기업과 리더들에게 필요한 사유인지 들어봤다.
‘액땜 이론’은 어떻게 탄생했습니까?
아주 우연한 기회에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지인의 생일 파티에서 실수로 더덕막걸리가 쏟아졌는데, 그 순간 누군가 “아, 액땜했네. 큰일 날 뻔했는데 이 정도로 끝나서 얼마나 다행이야”라고 말하더군요. 번개처럼 어떤 생각이 스쳐 지나갔던 겁니다. 저한테는 유레카의 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늘 제가 SERICEO 비즈니스 북클럽에서 경영자들에게 서구 경영 이론을 강의하고 있었기 때문인 듯합니다. 지난 십여 년 동안 피터 드러커의 목표관리론, 마이클 포터의 경쟁전략론, 클레이턴 크리스텐슨의 파괴적 혁신 이론, 나심 탈레브의 안티프래질 개념까지 부지런히 정리해서 CEO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해왔거든요.
그런데 한구석에서 계속 의문이 올라왔어요. “정말 우리에게는 우리만의 지혜나 철학 중 경영에 접목할 수 있는 것이 진짜 없을까?” 막걸리가 쏟아진 그 순간, 실리콘밸리의 ‘Fail Fast, Learn Faster’ 문화, 래리 페이지의 “실패하지 않으면 충분히 혁신적이지 않은 것”이라는 철학, 이 모든 것이 우리 조상들이 ‘액땜’이라는 단어로 표현했던 지혜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깨달음이 왔습니다.
K-팝, K-드라마가 세계를 장악하고 있는데, 왜 K-경영 이론은 없을까요? 더덕막걸리 한 병이 제게 숙제를 던진 셈이죠. 한국인들이 수천 년 동안 실천해온 이 지혜를 21세기 경영학의 언어로 체계화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액땜 이론’에 대해 한마디로 정의하신다면?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한국형 경영 이론”이고, “작은 손실로 큰 재앙을 미리 막는 한국형 위기관리 철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액’은 재앙이나 불운을 뜻하고, ‘땜’은 순우리말로 ‘때웠다’는 의미죠. 사전적으로는 “앞으로 닥쳐올 액운을 다른 가벼운 곤란으로 미리 겪음으로써 무사히 넘기는 것”이에요. 예를 들어 컵을 떨어뜨려 깨졌을 때 “액땜했다, 더 큰 사고가 날 뻔했는데 이 정도로 끝나서 다행이야”라고 말하는 거죠.
그런데 제가 발견한 건, 이게 단순한 미신이 아니라는 겁니다. 불운을 예방접종하는 것처럼, 작은 실패를 의도적으로 경험하면서 큰 위험에 대한 면역력을 키우는 전략적 사고방식이거든요. 심리학에서는 이를 ‘인지적 재구성’이라고 부르는데, 통제 불가능한 불운을 겪을 때 그것을 긍정적으로 해석함으로써 정서를 회복하는 장치예요.
실제로 물리학의 ‘멱의 법칙’으로도 설명됩니다. 비슷한 유형의 사건이 짧은 기간 반복되면 파급력이 크게 감소한다는 거죠. 그래서 액땜 이론은 나심 탈레브의 안티프래질 이론, 실리콘밸리의 ‘Fail Fast’ 철학과 본질적으로 같지만, 한국 고유의 문화적 DNA에서 나온 독창적인 경영철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책에 존슨앤존슨, 토요타, 스페이스X 같은 글로벌 사례도 자주 등장합니다. 이들 사례를 액땜 이론의 관점에서 다시 읽을 때, 기존 분석과 달리 새롭게 보이는 지점은 무엇인가요?
사실 서구의 경영 이론과 사례들을 ‘액땜 이론’으로 들여다보면 다른 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먼저 존슨앤존슨의 타이레놀 위기를 보죠. 1982년 9월 시카고에서 7명이 청산가리가 든 타이레놀을 먹고 사망했어요. CEO 제임스 버크는 즉시 전국 3,100만 병을 리콜했고, 1억 달러 손실을 감수했습니다. 기존 분석은 이를 “위기관리의 모범 사례”로 봤죠. 하지만 액땜 이론으로 보면 다릅니다. 존슨앤존슨은 단순히 위기에 대응한 게 아니라, “작은 손실로 큰 재앙을 막았다”는 겁니다. 만약 리콜하지 않고 숨겼다면 회사가 망했을 거예요. 1억 달러 손실이 액땜이 된 거죠. 실제로 존슨앤존슨은 이후 탬퍼 프루프 패키징을 도입해서 업계 표준을 만들었고, 2025년 현재까지 세계 1위 제약회사로 남아 있습니다.
토요타의 2009~2010년 대규모 리콜도 마찬가지예요. 급발진 문제로 900만 대를 리콜했고, 2010년 1월 주가가 30퍼센트 폭락했죠. 기존 분석은 “품질관리 실패”로 봤지만, 액땜 이론으로 보면 “치명적 사고 전에 작은 손실로 막았다”는 겁니다. 만약 숨겼다가 대형 사고라도 났다면 토요타는 지금 없을 거예요. 실제로 토요타는 이 사건 이후 품질관리 시스템을 대폭 강화했고, 다시 세계 1위 자동차 회사로 올라섰습니다.
스페이스X는 더 극적이에요. 2006년부터 2008년까지 로켓을 9번 터뜨렸어요. 기존 분석은 “일론 머스크의 집념”이라고 봤지만, 액땜 이론으로 보면 “작고 빠른 실패의 반복”입니다. 매번 로켓이 터질 때마다 철저히 분석하고, 다음 발사에 반영했거든요. 작은 실패 9번이 큰 성공의 면역주사가 된 거죠. 만약 첫 발사를 완벽하게 준비하려고 10년을 기다렸다면, 지금의 스페이스X는 없었을 겁니다.
이렇게 액땜 이론으로 보면, 서구 사례들이 사실은 한국인들이 수백 년간 실천해온 지혜와 같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실패로부터 배우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 리더는 어떤 태도와 언어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가장 중요한 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태도를 리더가 먼저 보여주는 겁니다. 한국 기업들은 아직도 실패하면 승진에서 밀리거나 좌천당하잖아요. 이런 문화에서는 누구도 도전하지 않아요. 리더가 먼저 “나도 과거에 이런 실패를 했다”고 공개적으로 말해야 합니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가 좋은 예죠. 그는 “실패의 규모도 커져야 한다”고 말했어요. 파이어폰이 대실패했지만, 그 실패에서 배운 교훈이 킨들과 에코를 만드는 밑거름이 됐거든요. 베조스는 공개적으로 “이건 내 잘못이다”라고 인정했고, 직원들은 더 자유롭게 도전하게 됐어요.
두 번째는 언어를 바꾸는 겁니다. “왜 실패했어?”가 아니라 “뭘 배웠어?”로 질문을 바꿔야 해요. 스페이스X는 로켓이 터질 때마다 ‘RUD’라고 불렀어요. Rapid Unscheduled Disassembly, 급속 예정되지 않은 분해라는 유머러스한 표현이죠. 이게 단순한 농담이 아니라, 실패를 객관화하고 감정적 부담을 덜어주는 전략이에요.
세 번째는 심리적 안전성을 확보하는 겁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에이미 에드먼슨 교수가 강조한 개념인데요, 직원들이 실패를 보고해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신뢰가 있어야 해요. 구글은 ‘사후 검토회의’를 할 때 범인 찾기가 아니라 시스템 개선에 집중합니다. “누가 잘못했나”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를 묻는 거죠.
네 번째는 작은 실험을 장려하는 겁니다. 3M은 직원들에게 근무시간의 15퍼센트를 자기 프로젝트에 쓰도록 허용해요. 실패해도 괜찮다는 메시지죠. 포스트잇도 이렇게 탄생했거든요.
마지막으로 실패 공유를 제도화해야 합니다. 실리콘밸리에는 ‘FailCon’이라는 컨퍼런스가 있어요. 창업자들이 모여서 자기 실패담을 공유하는 거죠. 한국 기업도 이런 문화를 만들어야 해요.
이 책을 통해 독자에게 전하고 싶었던 핵심 메시지는?
핵심 메시지는 단순합니다. 우리만의 경영 이론을 만들고 싶었다는 겁니다. 지난 수십 년간 한국 경영학계는 서구 이론을 수입하는 데 급급했어요. 피터 드러커, 마이클 포터, 클레이턴 크리스텐슨 같은 학자들의 이론만 가르쳤죠. 하지만 K-팝, K-드라마가 세계를 장악하는데 왜 K-경영 이론은 없을까요? 우리 고유의 지혜를 경영학의 언어로 체계화하고 싶었습니다.
다행히 많은 전문가들과 경영학과 교수님들도 크게 공감해주셨어요.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특히 고려대학교 조대연 교수님은 “액땜 이론이 우리나라에서 출발한 최초의 HRD 이슈가 될 것”이라며, “경영 이론의 체계를 만드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대단하다”고 칭찬해주셨습니다.
제가 독자분들께 전하고 싶은 건 이겁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작은 실패는 큰 성공을 위한 예방주사예요. 1997년 IMF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를 겪으면서 한국인들이 체득한 위기 면역 체계, 그게 바로 액땜입니다.
이제 한국도 경영 이론을 수출할 때가 됐습니다. 액땜 이론이 그 첫걸음이 되길 바랍니다. 서구의 ‘Fail Fast’보다 먼저, 우리 조상들은 이미 ‘액땜’으로 같은 지혜를 실천해왔거든요. 이 책이 한국 경영자들에게, 그리고 전 세계 리더들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길 바랍니다.
경제경영 저술가로서 앞으로의 행보를 알려주신다면?
저술가이기 전에 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는 교수이고, SERICEO 비즈니스 북클럽에서도 매주 경영자들에게 외국 경영 이론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경제경영서는 ‘대중서이자 전문서’라고 하죠. 많은 경제경영서가 있는데, 보다 쉽게 전달할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고, 보이지 않던 것을 명확하게 보일 수 있게 하는 책들을 내고 싶습니다.
이번 『액땜 이론』도 그런 시도의 하나였어요. 복잡한 경영학 이론을 ‘액땜’이라는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로 풀어냈잖아요. 나심 탈레브의 안티프래질, 피터 센게의 학습하는 조직, 클레이턴 크리스텐슨의 파괴적 혁신 같은 어려운 개념들을, 막걸리 한 병 쏟는 일상적 경험으로 설명한 거죠. 앞으로도 이런 작업을 계속하고 싶어요. 특히 AI 시대가 오면서 경영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데, 이걸 어떻게 한국적 맥락에서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는 한국의 경험을 세계에 이론으로 내놓는 작업이에요. K-팝, K-드라마만이 아니라 K-경영 이론도 수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액땜 이론이 그 시작이고, 앞으로도 우리 고유의 지혜를 경영학의 언어로 체계화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독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독자분들께 가장 먼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세요”입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완벽해야 한다고 배웠어요. 시험에서 100점을 받아야 하고, 실수하면 안 된다고 배웠죠. 그런데 정작 세계 최고의 기업들을 보면 어떻습니까? 스페이스X는 로켓을 9번 터뜨리고 나서 성공했고, 넷플릭스는 퀵스터로 완전히 망했다가 다시 일어섰어요. 3M은 강력한 접착제를 만들려다 실패해서 약한 접착제를 만들었는데, 그게 포스트잇이 됐죠.
작은 실패는 큰 성공을 위한 예방주사입니다. 1997년 IMF 외환위기 때 우리는 금 모으기 운동으로 위기를 극복했고, 그 과정에서 “빚이 얼마나 무서운지” 배웠어요. 2008년 금융위기가 왔을 때 한국은 이미 준비가 돼 있었죠. 이게 바로 액땜의 힘입니다.
두 번째로 드리고 싶은 말씀은 “우리의 지혜를 자랑스럽게 여기자”는 겁니다. K-팝, K-드라마가 세계를 장악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K-경영 이론은 왜 없을까요? 이제는 우리도 경영 이론을 수출할 때가 됐습니다. 액땜 이론이 그 첫걸음이 되길 바랍니다.
세 번째는 “리더라면 먼저 실패를 공유하자”는 겁니다. 직원들이 실패를 보고해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신뢰가 있어야 해요. 제프 베조스는 파이어폰이 대실패했을 때 공개적으로 “이건 내 잘못이다”라고 인정했고, 직원들은 더 자유롭게 도전하게 됐어요.
마지막으로 “2026년을 준비하자”는 겁니다. AI 시대가 오고 있고,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어요. 이럴 때일수록 액땜 정신이 필요합니다. 작은 실패를 빠르게 경험하면서 큰 위험에 대한 면역력을 키우는 거죠. 이 책이 독자분들께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를 드릴 수 있다면 저자로서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액땜 이론
출판사 | 세종서적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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