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순간이 쌓여 ‘걸작’이 된다
『인간명품』은 명품을 걸치지 않아도 스스로 명품이 되고 싶은 청춘들에게 길을 제시한다. 임하연은 불안과 욕망이 교차하는 시대에, 외적인 조건이 아닌 스스로 빛나게 하는 철학을 이야기한다.
글: 출판사 제공 사진: 출판사 제공
2025.11.11
작게
크게


『인간명품』은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의 삶을 통해 사치와 교양 사이에서 흔들리는 청춘에게 고상한 돌직구를 던지며, 조선 백자와 유럽의 아틀리에, 장인의 노력 속에 축적된 가치를 오늘의 청춘으로 이어 놓는다. 임하연(32)이 말하는 ‘상속자 정신(Sangsokja Jungshin)’은 과거로부터 물려받은 문화적 자부심이자, 그 유산을 품격으로 이어가려는 의지다. 스무 살 무렵, 그는 런던 소더비에서 유일한 한국인으로 아트 컬렉터 교육을 받으며 눈앞의 재산보다 오래 남는 문화와 교양의 힘을 믿었다. 시선은 언제나 ‘보이지 않는 것’에 머문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물려받을 때, 비로소 인간은 명품이 된다. 

『인간명품』을 기획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소셜미디어에서 ‘사람이 명품이다’라는 댓글을 자주 봤어요. 그 문장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이게 단순한 감탄사가 아니라, 지금 대중이 진심으로 갈망하는 말처럼 느껴졌거든요. ‘명품의 인간화’라는 인식이 하나의 국민적 관심사로 자리 잡을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 갈증을 풀어주는 책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인간명품』을 기획하게 됐죠.

 

인간명품’이라는 제목은 어떻게 탄생했나요? 

그동안 여러 권의 책을 썼지만, 늘 제 콘셉트나 제목, 제가 하는 말이 두려웠어요. 사람들이 낯설어하거나 외면하지 않을까, 너무 앞서간다고 느끼지 않을까 걱정했죠. 그런데 『인간명품』은 달랐어요. 처음으로 제목이 두렵지 않았고, 오히려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인간명품’이라는 말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쓰고 있었거든요. 이전에는 외로움을 느꼈다면, 이번에는 대중의 언어와 제 언어가 처음으로 정확히 맞닿았다는 안도감이 있었습니다.

 

재클린 케네디는 왜 여전히 시대의 아이콘으로 등장하나요? 

재클린보다도 케네디 가문에 주목했습니다. 한국 드라마의 단골 소재가 재벌가이듯이, 미국 근현대사에서 케네디 가문은 교양과 품격을 보여주는 상징이었어요. 재클린은 그 이야기를 풀어내는 주체로서 중요했던 거지요. 우리가 그 안에서 느끼는 건 결국 가족과 사랑입니다. 재클린으로 시작하지만, 그 안에는 외가와 친가였던 부비에와 리 가문부터 시댁인 케네디 가문까지 다양한 가치관과 문화가 공존합니다. 그들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명품은 물건이 아니라 사람, 더 나아가 가문의 정신과 ‘레거시(유산, legacy)’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돼요.

 

작가이자 기획자로서 이 책을 만드는 과정은 어땠나요? 

재클린의 인생철학을 다섯 번의 만남으로 정리했습니다. 이 책을 기획할 때 몇 가지 원칙을 세웠습니다. 첫째, 공감이 갈 것. 둘째, 따뜻한 시선일 것. 셋째, 쉬울 것. 넷째, 재미있을 것. 이 네 가지는 끝까지 지키고 싶었습니다. 인문∙자기계발 분야의 서점 MD님들께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직접 찾아가 식사도 함께하고, 조언도 들었습니다. 요즘 독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솔직하게 물어봤죠. 원고를 쓸 때는 미국 역사학자들의 시선을 그대로 따르기보다, 저만의 관점을 일관성 있게 끌고 가려 했어요. 결국 저자의 생각이 녹아있어야 대중도 공감할 거라고 믿었거든요.

 

책이 학생과 상속자의 대화 형식으로 구성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케네디 가문은 가족간의 대화가 많았어요. 재클린과 케네디도 부부 사이에 대화가 끊이질 않았습니다. 2011년 케네디 대통령 취임 50주년 기념으로 역사학자 아서 슐레징거와 재클린의 대화가 담긴 육성파일을 책으로 펴낼 정도로 ‘소통’을 중시하는 미국 문화가 부러웠습니다. 한국은 대화가 끊긴 가정이 많잖아요. 무형의 자산이라는 것도 부모 자식간의 대화가 단절되면 아무리 부유해도 대가 끊기는 원인이 되는 거죠.

 

상속자 정신’이란 무엇인가요, 그리고 왜 지금의 세대에게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유학 시절 저도 비교를 많이 했어요. 친구들 가운데는 소위 금수저도 있었죠. 그 친구들이 가진 배경보다 충분히 빛나는 재능과 품성을 가지고 있다고 누군가 그때 말해줬다면 인생을 덜 낭비했을 것 같아요. 명품을 사보기도 하고, 때로는 가품을 진짜라고 우기기도 했죠. 하지만 그런 건 일시적인 기쁨일 뿐, 오래 가지 않더라고요. 소유하는 순간 사라지는 덧없음을 느끼며 깨달았어요. 그래서 오늘날 청춘에게 전하고 싶었습니다. 저처럼 불안에 흔들리지 않기를, 스스로가 이미 물려받은 것들을 자각하면서 살기를. 그게 제가 말하는 ‘상속자 정신’이에요.

 

마지막으로 어떤 사람이 ‘인간명품’인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을 향한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고유함, 탁월함, 역사와 스토리, 심미안, 영향력 이 다섯 가지 자질을 갖고 있는 사람입니다. 독자들에게 문화적 자부심과 더 큰 공동체에 속해 있다는 감각을 전하고 싶었어요. 우리는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함께 일군 사회에서 살고 있잖아요. 케네디 가문은 ‘가상의 친족(fictive kinship)’을 중요시했습니다. 혈육만이 가족이 아니라는 거죠. 재벌집 자식들만 물려받는 것이 아니라는 점. 역사를 알고, 과거로부터 잃어버린 유산을 되찾기를 바랍니다.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0의 댓글

인간명품

<임하연>

출판사 | 블레어하우스

Writer Avatar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