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수집생활』 , 『그럼에도, 내키는 대로 산다』 등을 펴내며 ‘밑줄 긋는 카피라이터’ ‘소설로 카피 쓰는 카피라이터’로 이름을 알린 이유미 작가가 신간 『잊지 않고 남겨두길 잘했어』 를 출간했다. 이번에는 자신에게 영감이 되어준 일상의 카피를 이야기한다.
“지금 서 있는 곳을 두리번거리며 숨은 문구를 발견하는 것은 나의 오래된 습관이다. 카피를 쓰기 시작하면서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파는 심정으로 주변의 글자를 관찰하는 버릇이 생겼다. 지하철 광고는 물론 버스 손잡이에 써놓은 안내 문구, 화장실 문에 누군가 끼적여놓은 낙서까지. 이 책은 그런 글과 말이 계기가 되어 쓰게 된 길고 짧은 글을 모아 엮은 것이다. 대수롭지 않은 카피와 메시지들을 순간의 귀찮음을 뿌리치고 남겨둔 덕분에 한 꼭지의 글이 시작될 수 있었다.”
_작가의 말 중에서
여기저기 숨어 있는 문장들을 찾아보는 것은 저자의 오래된 습관이다. 책 읽기를 좋아해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지고 싶었지만, 미술 선생님, 편집디자이너, 광고 ? 홍보 에이전시를 거쳐 카피라이터가 되기까지 오랜 시간을 기다려온 그에게 문장 찾기는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해질 때마다 좋은 훈련 도구와 글감이 되어주었다. 그렇게 메모하고 기록해둔 것들 중 50개의 특별한 문장을 추려 그만의 독특한 시각이 담긴 다양한 주제의 에세이를 엮었다. 소소하지만 공감되고 어딘가 눈길을 끈다는 평을 듣는 저자의 카피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그리고 평소 카피라이터는 무엇에서 영감을 얻는지 궁금했던 사람들에게 쏠쏠한 재미를 안겨줄 것이다.
신작 『잊지 않고 남겨두길 잘했어』 는 작가님이 평상시 모아둔 일상의 카피들에 대한 글이라고 들었습니다. 왜 카피를 모으게 되었나요?
지하철 광고나 현수막, 간판, 누군가의 낙서 같은 글을 유심히 보는 건 아주 오래 전부터 있었던 저만의 습관, 버릇 같은 거였어요. 처음에는 보고 재미있게 생각하고 그냥 지나치기도 했지만 정말 인상 깊거나 웃긴 것들은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서 모아두었습니다.
이것들에 대해 글을 써야겠다고 기획한 뒤로는 좀 더 본격적으로 모으기 시작했어요. ‘아 재미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 ‘난 왜 이런 생각을 못 했지?’라거나 ‘왜 이렇게밖에 못 썼을까?’ 싶은 것들이 모으는 기준이었어요. 예전에는 우연히 보였다면 일부러 찾아보기 시작한 거죠. 그러면서 예전에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고 지나갔던 순간을 다시 돌이켜보고 새로운 생각을 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어요. 그렇게 그냥 스쳐 지나칠 수 있었던 것들을 포착해 하나의 글을 쓰고 또 그 글을 모은 게 이 책입니다.
책에서 글 쓰는 일을 업으로 삼기까지 오랜 시간을 기다렸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카피라이터가 되신 특별한 이유 혹은 글을 쓰고 싶으셨던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기다렸다기보다 돌아온 느낌이 강했어요. 여러 경험을 하고 돌아 돌아 여기까지 온 느낌이랄까? 카피라이터가 되어야지 하고 마음을 먹은 적은 없어요. 디자이너일 때 기획자나 MD가 준 기획안을 보고 거기서 카피의 매력을 조금씩 느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아, 나라면 이렇게 안 쓰고 이렇게 쓰겠다’ 하고 딴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29CM(www.29cm.co.kr)에서 에디터 일을 하면서 아주 자연스럽게 카피를 쓰게 되었어요. 오히려 지금에 와서야 ‘아, 이게 진짜 내가 좋아하는 일, 잘할 수 있는 일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요.
책에 아이나 남편, 친정어머니 이야기가 종종 나오는데, 가족들에게 출간하신 책을 보여드리나요? 반응이 어땠나요?
가장 먼저 보여주죠. 친언니가 책을 매우 좋아해서 언니에게 꼭 주고 엄마께도 꼭 드려요. 남편은 제가 책을 줘도 반드시 서점에 가서 본인이 직접 결제를 하고 산 책에 제 사인을 다시 받아요. 책을 4권 정도 냈더니 통과의례처럼 되었어요.
언니는 제 책을 아주 많이 사서 지인들에게 자주 나눠주고요. 엄마는 책 나왔다고 하면 자랑스러워는 하는데 잘 읽진 않으시는 것 같아요. (웃음)
평소 작가님께서 잊지 않길 잘했다고 생각하신 카피 하나가 있다면?
여러 카피가 있지만 가장 기억에 남고 기억하려고 하는 카피는 일본 후지 TV 광고에 나오는 카피였어요.
(중략) 한 사람 한 사람이, 꿈이나 희망을 믿고,
무언가를 해보자고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들은 그런 계기를 만드는 방송국이고 싶습니다.
계기는, 후지테레비.
지금은 유튜브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예전에는 TV가 전부였잖아요. TV를 보면서 꿈을 꾸고 미래를 결심하곤 했는데, ‘계기는 후지테레비’라는 이 카피가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제가 카피를 쓸 때 쇼핑의 계기가 되고 싶단 이야길 자주 해요. 어떤 상품을 팔려는 카피를 쓸 때 그 물건의 장점을 막 열거하기보다 고객이 이 물건을 사는 계기를 부여하고 싶단 생각을 하면서 쓰거든요. ‘계기는 후지테레비’ 이 카피가 제게 많은 영감과 영향을 주었어요.
그렇다면 『잊지 않고 남겨두길 잘했어』 를 소개하는 작가님만의 카피를 한 줄 소개해주세요.
‘잊지 않고 남겨둔 것들에게서 얻은 온기.’ 책에 사인해드리면서 쓰는 글인데요. 뭔가 거창해 보여서(웃음) 그냥 이름과 날짜만 써서 드릴 때가 더 많아요.
평소 ‘밑줄 긋는 카피라이터’, ‘소설로 카피 쓰는 카피라이터’로 독자들에게 알려져 있으신 만큼 책을 많이 읽으시는 것 같아요. 혹시 어떤 종류의 책을 좋아하시나요? 추천하시고 싶은 책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네. 책을 무척 좋아해요.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책 읽을 때 가장 행복해요.(웃음) 전에는 소설과 에세이를 많이 읽었는데 올해 개인적으로 다짐한 게 ‘다방면으로 책을 좀 읽어보자’예요. 과학, 역사, 정치, 인문 등 어려워서 피했던 것들을 많이 읽어보려고요.
최근에 정재승 교수님의 『열두 발자국』 을 읽었는데, 글을 매우 재미있게 쓰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강연을 옮긴 책이라 그런 것도 있겠지만 일단 읽을수록 몰랐던 것들이 채워지니 굉장히 뿌듯하고 제가 알게 된 걸 막 자랑하고 싶어지더라고요. 정재승 교수님도 어떤 주제에 대해 글 쓸 일이 생기면 그에 관한 학술적인 책보다 문학 서적을 찾아 읽으신대요. 거기서 절묘한 예제나 비유를 찾으면 그때부터 글이 절로 풀린다고. 학술적인 글을 찾아보면 그것과 비슷한 글밖에 되지 않잖아요. 우연에서 발견하는 것들이 더 매력적이란 얘긴데, 제가 카피를 쓰면서 소설에서 많은 영감을 받는데 그게 제가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채워주기 때문이거든요. 그 부분을 읽으며 무척 공감했어요.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으시는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간혹 독서 후기를 보면 아는 사람이 쓴 글 같다고, 저와 친구 하고 싶을 정도라는 분들이 계세요. 글을 매우 잘 쓴다는 후기보다 그런 후기가 더 감사하고 고맙더라고요. 대단한 이야기가 아닌 나와 비슷한 일상을 사는 누군가의 시선, 하루가 담긴 이야기니 편하게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감사드립니다.
-
잊지 않고 남겨두길 잘했어이유미 저 | 북라이프
소소하지만 공감되고 어딘가 눈길을 끈다는 평을 듣는 저자의 카피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그리고 평소 카피라이터는 무엇에서 영감을 얻는지 궁금했던 사람들에게 쏠쏠한 재미를 안겨줄 것이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