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를 바라보는 불편한 시각 – 연극 <동성애>
동성애는 선천적인 것일까, 선택적인 것일까?
글ㆍ사진 임나리
2017.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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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일종의 정신질환?


교육 연극을 표방하는 <동성애>는 관객을 향해 질문을 던진다. “동성애는 선천적인 것일까, 선택적인 것일까” 질문을 따라 공연장에 들어서면 눈앞에 펼쳐진 두 남자의 공간과 만난다. 승교와 재훈, 20대의 게이 커플이 동거하는 원룸이다. 계절학기만 남겨 둔 승교는 바쁜 나날을 보내는 데 반해, 그의 연인 재훈은 밤마다 새로운 사람을 찾아 클럽을 전전한다. 두 사람 사이에는 오해와 불신이 싹트고 갈등이 자라난다. 틈새를 더욱 벌어지게 하는 것은 주변 사람들의 개입이다.

 

승교의 어머니는 아들이 게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동성애는 “치료할 수 있는 것”이고 “일종의 정신질환 같은 것”이라 말하며 유명한 정신과 의사에게 상담 받을 것을 강요한다. 재훈에게는 교회 누나가 찾아온다. 서로 다른 공간에서 서로 다른 사람을 만났지만 들려오는 이야기는 다르지 않았다. 정신과 의사는 게이 커플이 구강성교, 항문성교를 하는 것은 “음식을 코로 먹는” 행위와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교회 누나의 말을 빌리자면 “순리에서 벗어난 일” 쯤 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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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시각은 ‘바깥’의 것이다. 동성애자들의 삶, 그들의 사회 속으로 들어와 본 적 없는 이들의 목소리다. 그 이야기에 귀 기울일수록 ‘안’의 외침이 궁금해진다. 동성애는 “선택할 수 있는 것”이고 “영원히 선천적인 건 없다”고 말하는 이들을 향해, 승교와 재훈은 뭐라고 항변할까. 애석하게도 그들의 대응은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건 일부의 주장이라거나, 나는 남자만 사랑할 수 있다는 식의 답변이 이어진다. 합리적이거나 이성적인 반박은 부재하다.

 

승교와 재훈은 왜, 말하지 못할까. 구강성교와 항문성교가 동성애자들의 전유물이 아님을. 그들은 왜, 묻지 못할까. 이성 간의 사랑으로 생명을 잉태해야만 하는 것이 신의 순리라면, 불임 부부는 씻지 못할 죄를 지은 거냐고.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의문이 남는 가운데 또 다른 의문이 생겨난다. 왜, 이 게이 커플이 만나는 이성애자들은 하나같이 동성애가 선택적인 것이라 말하는 걸까. ‘동성애는 선천적인 것일까?’라는 질문을 품어본 적은 있을까. 아니면 숱한 질문 끝에 ‘동성애는 선택적인 거야’라는 결론에 당도한 걸까. 정답이 무엇이든, 이야기가 한쪽 주장에 무게를 실어가며 흘러간다는 인상을 지우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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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를 바라보는 불편한 시각


‘동성애가 선천적인 것이냐 선택적인 것이냐’는 질문은 던질 수 있다. 이를 둘러싼 갑론을박과 학문적 연구가 존재하고, 성 정체성을 고민하는 이들이 한 번쯤 품어봄 직한 의문이다. 그러나 주관적인 견해가 아닌 객관적인 사실에 이르려면 균형감각을 잃지 말아야 한다. ‘교육’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을 터. 그런 점에서 연극 <동성애>는 아쉬움을 남긴다. 소품과 과거 기억을 통해 두 주인공에게 사랑 받지 못했던 기억이 있음을 상기시키는 것은 그 의도를 짐작케 하며, 결론에 이르러 이야기의 중심축은 한쪽으로 기운 듯 보인다.

 

분명한 것은 누군가에게는 이 문제가 굉장히 궁금하고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동성애가 선천적인지 선택적인지. 그러나 다른 한편에는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후자의 경우, 그들에게 중요한 건 ‘동성애자 역시 나와 같은 권리를 가지고 있고, 그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누가 옳고 누가 그르다고 판단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상대가 나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한, 나 역시 그의 자유를 지켜줘야 할 의무가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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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동성애>는 오픈런으로 공연될 예정이었으나 상연 계획이 변경돼 9월 30일까지 관객과 만나게 됐다. 작품은 랑씨어터에서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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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