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대로, 소심해도 괜찮아!
“너 참 소심하구나.” 이 한마디에 괜히 신경 쓰이는 소심인들. 그저 말이 없고 조용할 뿐인데, 배려가 많고 꼼꼼할 뿐인데 지겹도록 따라붙는 ‘소심하다’는 말 앞에 어쩐지 민감하게 된다. 아마도 ‘소심’이라는 낱말이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쓰임 때문일 것이다. 지난 5월 30일, 이런 소심인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일명, 소심인 궐기대회! 또한, 이날은 김진수 작가의 신간인 『소심人』의 출간을 축하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여러 가지 일을 하는 다양한 소심인들이 모여 자신들의 독특한 매력을 확인했다. 조용해도 충분히 즐거운 소심인들의 유쾌한 시간을 옮겨본다.
글: 정연빈 사진: 출판사 제공
2013.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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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궐기대회’라 이름 붙였지만 소심인들이 모여 만든 자리인 만큼 행사는 조용하게 시작되었다. 무대에 불이 꺼지고 떨리는 목소리로 작가 짐진수가 노래를 시작했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뮤지컬 넘버 중 하나인 ‘지금 이 순간’을 열창했다. 지난 밤부터 심장이 쿵쾅대는 바람에 선글라스를 쓰고 무대에 올랐다는 그였지만 과거 밴드의 보컬이었던 걸 증명하듯 무사히 무대를 마쳤다. 하지만 무대를 마치자 다시 다리가 떨린다며 벽을 잡는 그는 완벽한 ‘소심인’이었다. 이런 작가를 진정시키기 위해 사회자가 출동해 간단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회는 이번 책 작업을 함께 한 출판사 푸른봄의 장혜원 대표가 맡았다.




김진수 작가가 말했다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는?

어렸을 적부터 소심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러면서 소심하다는 것에 대해 오랜 시간 생각을 했다. 한때는 심각한 고민거리였고, 이제는 더 이상 소심하다는 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내 경험들을 통해 소심한 분들에게 위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 그리고 소심하다는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

이 책이 어떻게 읽혔으면 좋겠는가?

일단, 소심한 분들에게는 일종의 힐링이 되었으면 좋겠다. 책 내용에 공감하면서 소심하다는 것이 잘못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소심함이 가지는 긍정적 측면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들을 발견하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면 기쁠 것이다. 한편으로 소심하지 않은 분들이 소심한 사람들이 겪는 경험이 어떤 것인지 한번 생각해볼 수 있으면 한다. 이 간접경험을 통해 소심한 사람들과 관계를 어떻게 맺어나갈지 고민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짧은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김진수 작가는 계속해서 너무 떨린다, 힘들다, 는 말을 쉬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말과 달리 그의 이야기에는 분명한 메시지가 있었다. 하지만 혼자로는 무리였던지 그는 『소심人』에 멋진 그림을 그려 준 재미주의자 아트놈에게 구조요청을 보냈다. 곧 만화 캐릭터 같은 모습으로 아트놈이 무대에 등장했다.


아트놈과의 인터뷰

간단히 인사 부탁한다.
그림 그리는 놈. 아트하는 놈. 그래서 아트놈이다.

작업하는 그림은 어떤 것인가?
내 그림이 팝아트라 불리는데 내가 그걸 의도 한 건 아니다. 그저 재미있는 작업을 하려고 했는데 그렇게 되었다. 그냥 재미주의자라고 알아주면 좋겠다. 캐릭터는 나를 형상화한 아트놈, 그리고 지금은 와이프가 된 가지, 그리고 강아지 캐릭터가 있다. 이 캐릭터들로 즐겁게 작업을 한다. 곧 지산 락페스티벌에서 전시도 한다. 많이 찾아주면 좋겠다.

어떻게 책 작업을 함께하게 되었나?
사실은 나 역시 소심인이다. 지금은 그렇게 보이지 않지만, 어릴 적에는 나보다 더 소심한 사람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대학교 1학년 때 짝사랑을 했는데 제법 친하게 지낼 수 있는 친구사이였는데도 안녕, 하고 인사도 한번 못했다. 이번 작업은 ‘소심인’이라는 독특한 이야기에 대한 흥미와 공감, 그리고 김진수 작가에 대한 믿음에서 시작되었다.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이어서 아트놈 작가의 라이브 페인팅이 이어졌다. 아트놈 작가가 그림을 그리는 동안 소심인에 대한 편안한 이야기가 오갔다. 김진수 작가는 소심인들이 자신의 소심함에 대해 외면하고 그것 나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본인 역시 그러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정말 치열하게 고민했다고 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야 소심함이 사실 자신이 발전하는데 중요한 계기가 되어주었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소심하기 때문에 더 열심히 일하고, 완벽해야 하고 사소한 것에도 눈길을 주면서 일을 더 잘해나갈 수 있었던 것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고 말이다.

그는 학교나 직장에서 대여섯 명 중 한 명은 소심인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누구나 소심한 기질이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소심한가 아닌가 보다는 스스로 거기에 갇히는가, 자유로운가에 따라 다른 삶을 만들게 된다고 했다. 대부분의 소심인들이 리더십 있고 활동적이고 재미있는 사람들을 부러워하며 너는 소심해, 하는 말에 상처를 받는다고 운을 뗀 김진수 작가는 그런데 소심한 게 꼭 나쁜지 한번 생각해보자고 말했다.

소심해도 괜찮아. 바로 이 말이 김진수 작가가 책을 통해 가장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다. 소심해도 열심히 잘 살 수 있어. 소심해도 행복할 수 있어. 그리고 소심한 당신은 절대 혼자가 아니야. 『소심人』에는 이런 기운 나는 말들이 가득 들어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제법 단단한 충고다. 중심이 흔들리지 않는다면 소심한 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게 김진수 작가가 긴 고민 끝에 얻은 결론이다. 그러니 재미있게 열정적으로 열심히 소심하시길! 김진수 작가의 이야기가 계속되는 동안 아트놈 작가는 자신의 캐릭터 중 가지를 멋지게 그려주었다. 그리고 현장에서 활발하게 참여하는 소심인에게 선물하기로 약속했다. 현장에 있던 소심인들은 현장에서 만들어진 아트놈 작가의 그림에 감탄하면서도 사인까지 제대로 있는지 꼼꼼하게 챙겼다.

2부는 조금 더 흥겹게 꾸며졌다. 밴드 클린치의 다소 소심한 것 같은 가사들이 인상적인 무대가 그 시작이었다. 독자들은 가만가만 몸을 흔들며 무대를 즐겼다. 그리고 곧 뮤지컬 배우 강인영이 사회자로 출동했다. 신나는 노래를 부르며 소심인들의 반응을 이끌어냈지만 독자반응은 조용했다. 이런 민망한 무대는 처음이라며 자신 있게! 신나게!를 외치는 강인영의 말에도 독자들은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작게 몸을 움직이고 웃으며 충분히 즐거운 듯 했다. 아마도 소심해도 괜찮다는 김진수 작가의 말에 충실하기로 마음먹은 모양이었다.

나는 과연 소심의 덫에 걸려들었는가?

1. 어렸을 때, 친척들이 모인 자리에서 노래나 춤을 시키면 도망가기 바빴다.
2. 부모님이나 선생님으로부터 자신감을 가지라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3. 싸우는 것이 싫어서 친구들이 나에게 잘못해도 그냥 넘어간 적이 많다.
4. 작은 말실수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비웃음 당해 본 적이 있다.
5. 누군가 수군거리면 내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닌지 신경 쓰인다.
6. 여럿이 함께 있는 것보다 혼자가 편하다.
7. 주변 사람들이 내 마음을 몰라준다고 느낄 때가 많다.
8. 소심하다는 말을 들으면 때로는 화가 난다.
9. 공공장소에 가면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한다.
10. 상대방이 화를 내면 나 때문이 아닌지 계속 걱정한다.

체크 개수가 다섯 개 이상이면 당신도 소심하다는 이야기를 꽤 들으면서 자랐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정말 소심했던 것일까?
p26~27 『소심人』
곧이어 ‘나 여기까지 소심해 봤다’라는 코너가 이어졌다. 비로소 제대로 된 ‘소심인 궐기대회’가 시작되는 모양이었다. 첫 번째 사연은 이렇다. ‘친구와 물회국수를 먹으러 갔어요. 그런데 국수를 받아보니 회가 없었어요. 어떻게 말해야 하나 고민하다 그냥 먹었어요.’ 어디에서 이야기하면 어째서 말하지 못했냐고 할지 모르지만 이 자리에서만큼은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여주었다. 충분히 이해한다는 반응에 김진수 작가는 그냥 다른 사람이 더 많은 회를 맛있게 먹겠구나, 하고 생각하라고 답했다. 소심인들 사이의 묘한 유대감이 형성되는 듯 했다.

또 다른 사연도 비슷했다. ‘아메리카노를 마실 때마다 있는 일인데요. 빨대를 꽂아야 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잘못해서 넘칠까봐 빨대를 못 꽂겠어요.’ 이 사연은 카리스마 있는 무대를 보여주는 가수이자 Mnet <보이스 코리아>에서 코치로 활약했던 가수 영지의 것이었다. 아무도 소심인이라 생각하지 않았던 그녀의 고백에 궐기대회는 한층 더 흥미진진해졌다.

이어지는 사연은 조금 더 진지했다. ‘제가 대리였다가 이직을 하면서 과장이 되었어요. 그런데 메일을 보낸 사람이 대리라고 보냈더라고요. 혹시 과장이라는 걸 몰랐느냐고 은근슬쩍 돌려서 메일을 보냈어요. 그런데 계속 답 메일이 없네요. 어제부터 자꾸 신경 쓰이는데 이거 어떻게 하지요?’ 질문을 한 독자의 표정이 조금쯤 심각해 보였다. 그러자 김진수 작가의 멘토링이 시작되었다. 생각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다는 첫마디로 문을 연 그는 오히려 끝까지 생각하라고 조언했다. 끝까지 생각하다 보면 언젠가 괜찮아진다. 정말 바닥을 쳐야만 올라오는 것처럼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하면 더 생각을 하게 되는 법이라는 묘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씨익, 웃은 그는 귀여운 복수법도 제시했다. 아주 더운 여름날에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사주세요. 저는 꼭 그렇게 합니다. 그게 나름 생활의 즐거움이 된다며 웃는 작가의 모습에서 소심인이 꾸려가는 삶의 즐거움이 묻어났다.

막바지에 이르자 마지막으로 ‘궐기대회’의 분위기를 내보자며 사회자는 꼭 할 말이 있는 분들은 무대로 올라와 달라는 청을 했다. 그동안 조용조용 이야기하던 소심인들 중 몇몇이 나와 자신의 이야기를 전했다. 그 중에는 작가의 오랜 벗도 있었다. 지나친 배려로 소심하다는 평을 듣는다는 그에 대해 작가는 자신보다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모습이 소심하다고 이야기되는 걸 보면 소심하다는 말 뒤에는 정말 다양한 장점들이 숨어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 외에도 몇 명의 소심인들이 더 무대에 올라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무대 위에서 수줍은 사람도 있었지만 누구보다 당당한 사람도 있었다. 각기 다른 모습의 소심인들이었지만 자신이 생각하는 소심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을 만나는 시간을 흥미롭게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자리를 마무리하며 김진수 작가는 소심한 것을 극복할 것이 아니라 그대로 받아들이며 흘러가도 좋다는 말을 거듭했다. 그는 자신의 자신감이 사실은 소심함을 기반으로 생겨났다고 말하면서 소심함을 없애는 게 아니라 그 위에 자신감을 덧대는 것이라 이야기했다. 마지막을 소심인들의 반가운 만남을 축하하며 모두 함께 서영은의 <혼자가 아닌 나>를 불렀다. 당신의 소심함을 사랑하고 찬양하라. 그러면 당신의 인생이 찬란하게 빛날 것이다, 라는 작가의 말이 떠올라 쑥스러움에 얼굴을 가리면서도 유쾌하게 노래를 흥얼거리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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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인 김진수 저 | 푸른봄
『소심人』은 단지 소심한 사람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다 정작 자신의 본모습을 들여다보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 그래서 때로는 소심해지고 때로는 고독해하는 우리 주변 모든 ‘소시민’을 위한 것이다. 내면의 복잡성을 생각한다면 온전히 소심하거나 온전히 대범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으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사람은 누구나 상황과 환경에 따라 소심한 모습을 보일 때가 있는 것이다. 저자는 현대를 사는 소시민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경험했을 법한 소심한 순간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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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소심人 #아트놈
4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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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sslqkqn

2013.07.04

"-해도 괜찮아"라는 말이 이제는 유행어가 되었나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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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d1318

2013.07.01

그렇군요! 소심해도 괜찮군요.. 적극적으로, 즐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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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꼬

2013.06.30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웃다 갑니다... 좋은 글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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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인

<김진수>

출판사 | 푸른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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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빈

북극곰이 되기를 꿈꾸며 세상을 거닐다.
어지러운 방에 돌아와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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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