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신간] 2300여 년 전, 21세기를 성찰한 고전의 힘
청아(淸雅)한 감동과 세상을 꿰뚫는 통찰력이 번뜩인다 - 읽는 내내 정치하는 누군가,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들, 미래를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는 청년들, 삶에 체념하고 지친 이웃들 모두와 나누고 싶은 충동이 그치지 않았다.
2011.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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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淸雅)한 감동과 세상을 꿰뚫는 통찰력이 번뜩인다!
미처 읽어내지 못했던, 아니 오늘 우리 사회를 덮고 있는 담론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보지 않으려했던 세상과 인간, 사물의 본질과 관계성을 새로이 생각하는 계기였다. 공자, 맹자, 장자, 노자, 한비자, 손자 등등 동양사상의 저변을 흐르는 성현의 그 심오한 통찰력의 진수를 오늘의 시대상황과 결부하여 우리가 그르치고 있는, 잘못 이해하고 있는, 의당 그러해야 하는, 그리고 지향해야 하는 가치에 대한 감겼던 눈과 닫혔던 마음을 열게 한 책이다.
책에는 오늘의 우리와 사회, 세상을 재해석하고 설명할 수 있는 120 여 명구와 명문을 싣는다. 글은 모두 동양의 고전에 있는 내용이다. 일상적 삶의 미학에서부터 삶의 기술이라 할 수 있는 자기계발과 처세?전략적 삶의 도구는 물론, 기업?사회?국가와 같은 사회 조직의 질서와 보이지 않는 세상의 지배적인 장치와 제도 등에 이르는 독법을 총 5개의 장으로 엮었다.
어느 한 편의 글도 그저 스쳐 지나갈 수 없을 정도로 여운이 깊다. 5개의 장은 다음과 같이 이루어져 있다. <역발상의 미학>, <마음의 경영>, <변화와 혁신>, <역경이 경쟁력이다>, <전략으로 승부한다>가 바로 그것이다. 각 장은 나름의 시사점과 감동, 지혜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읽는 이의 관심사에 따라 그 경중은 분명 달리 다가오는데, 내게 무엇보다 많은 소감을 갖게 한 장(章)은 첫 장과 셋째 장이다.
살아오면서 체득한 세상에 대한 이해에서 아쉬움과 안타까움의 감성, 그리고 변화와 개혁에 대한 간절함이 공감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우리사회가 물질의 풍요에 들어서기 시작한 그 어느 때부터인가 극단적인 불통의 사회로 접어들기 시작했는데, 이러한 현상은 교육, 부의 재분배, 기회의 불균형과 같은 사회적 양극화로 더욱 선명해졌다. 소유에 대한 열망과 극한적 편 가르기와 같은 차별적 양태로 모습을 드러내어, 사회적 반목과 갈등, 분노와 증오심으로까지 이어졌다. 결국 무언가를 우리가, 우리사회가 잃어버리고 있기 때문인데, 그 상실하고 망각하고 있는 것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바로 이 장에서 발견했다. “버려야 할 것은 가지려고 하고 가져야 할 것은 버리는 본말이 전도된 시대”!
화려하고 세련된 색(色)과 소리와 맛만을 좇다보니 이웃을, 주변을 무시하고 나와 나의 가족만이 우선하는 자기 욕망으로 눈이 멀어버렸다. ‘오미구상(五味口爽)’은 노자가 절제되지 않고 무자비한 문명의 폐해를 비판하며 사용한 말이다. 억지로 자식을 조장하는 비뚤어진 우리사회의 교육풍조를 떠올리게 하는 ‘발묘조장(拔苗助長)’, 채우기만 하고 분배되지 않는 왜곡된 부(富)의 정의(正義)로부터 버림의 미학을 말하는 ‘위학일익 위도일손(爲學日益 爲道日損)’ 역시, 절로 그 소비와 권력과 재화에 대한 끝없는 욕심이 위치한 막다른 끝을 보는 것만 같다. 겸손과 겸양의 미덕을 잃어버린 시대, ‘채움’을 향한 무한 경쟁시대, 그러나 하류(下流)가 상류를 넘어서는 우주의 법칙임을 깨우치게 되면 좀 나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이처럼 저자는 주체를 의문시한 20세기 포스트모더니즘의 대안을 장자(壯子)와 노자(老子)의 무상심(無常心)에서 발견한다. 또한 물질과 외견의 모습에 경도된 현대의 과시적인 욕망과 무지, 어리석음을 五味口爽(오미구상), 동시효빈(東施效嚬)에 빗대어 풍자하며 인간성 회복을 주장한다. 『3분 고전』은 근대성에 방황하는‘나’와 인간을 꼬집으며 불온한 현대사회에 대한‘지젝’이나 ‘바디우’의 비판철학을 연상하게 만든다. 마치 저자는 하늘과 땅이 막힌 天地否(천지비)의 형상이 오늘날 우리의 모습이 아닌지 묻는 듯하다.
그렇다고 이를 말하기 위해 엄청난, 그리고 낯선 언어를 동원하지는 않았다. 정저지와(井底之蛙)의 그 대중적 고사에서 편협한 공간과 시간, 지식을 가지고 아집과 집착을 놓지 않고, 편을 갈라 다른 생각과 다른 모습을 내치는 우리의 정치와 지식사회의 옹졸함을 얘기했다. 우리에게 익숙한 명심보감(明心寶鑑)의 “남을 꾸짖는 마음으로 나를 꾸짖어라! 나를 용서하는 마음으로 남을 용서하라!” 라는 ‘책인지심책기 서기지심서인(責人之心責己 恕己之心恕人)’이나, 자연만물의 이치를 통해 인간과 인간사회의 도리를 말하는 대국자하류(大國者下流)를 말한다.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이지만, 멀고 어렵고 심오한 사상에 진리가 있는 것이 아니라 지극히 가까운 곳에 진리가 있다. 동양의 성인, 우리의 생래적인 토양에 흐르는, 또한 사상의 토대를 흐르는 사유는 이미 우리의 각성과 이해와 멀지 않아서 더욱 친근하며, 설득력이 있다.
책에 담긴 내용은 우리가 망각하고 잃어버리거나 무시하고 오해하여 행한 사고와 행동이 지닌 본성을 꿰뚫고 그리하여 그것이 찾아가야 할 올바른 길을 제시한다. 진정한, 참 된 인간의 심성과 모습, 사회의 정의와 도덕율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우리에게 가져다줄 진실의 것, 사람답게 사는 것, 산다는 것의 의미를 말해주는 것이다. 일례로 여기에 적절한 고사를 소개하는데, 『논어(論語)』에 나오는‘조문도석사가의(朝聞道夕死可矣)’라는 구절로 “아침에 도를 깨달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라는 뜻이다. 아침에 도를 깨달았는데 굳이 점심은 건너뛰고 저녁에 죽어도 좋을 것은 무엇이람? 그러나 바로 이 점심시간이먈로 나누고 베푸는 시간이다. 우리사회는 성공은 가르치지만 그 이후에는 어떻게 하여야 하는지 생각지도 요구하지도 가르치지도 않는다. 그러나 나는 2300 여 년 전의 이 성찰에서 배려와 타자의 철학을 발견한다. 공자의 통찰력에 경외감마저 느끼게 되는 것은 동양 고전이 바로 오늘의 우리에게 직접적이고 깊이 있게 다가서 있다는 의미일 게다.
이러한 삶의 당위적 모습과 지양(止揚)하여야 할 구태나 변화를 향한 지향점의 사유뿐 아니라 지극히 세속적인 전략 전술을 함께 소개한다. 비득불용(非得不用), 욕금고종(欲擒姑縱)과 같은 생존과 경쟁, 조직의 리더십이나 경영기술 등 세련된 실천적 경영사고도 담고 있어 최근에 나온 여느 경영기법에 견주어도 손색없는 발상과 미래지향적 신념을 폭넓게 아우른다. 그럼에도 우직지계(迂直之計) 라는 눈앞의 성과보다 장기적 안목의 세상 보는 눈을 이야기하고, 움켜쥐려면 먼저 놓아야 한다는 관계의 진리처럼 계략에도 놓아서는 안 될 근본이 있음을 간과하지 않는다.
서구 철학과 사상, 특히 지적 편식이 심해 서구의 현대비판철학에 익숙하고 동양의 그것에는 무심하고 소홀했던 내게는 이 저술이 전해주는 동양의 고전이 신선했다. 동양 고전이 현대를 손색없이 분석하고 해석하며 통찰할 수 있다는 점에 놀랐다. 비로소 본질을 꿰뚫어 보는 고전의 눈(目)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갖게 되었다 해야 할까? 삶을 고양시키고, 나를 돌아보게 하여 나와 타자의 관계를 이해케 하며, 자기경영에서 기업과 사회 조직경영까지 발상의 전환과 자극의 원천을 불러 일깨운다. 또한 가만히 행을 따라 시선을 옮기기만 해도 절로 마음이 맑고 청아해지는가 하면, 숨겨졌던 어떤 소중하고 귀한 가르침을 얻는 듯한 기쁨과 감동을 주는, 그래서 읽는 내내 정치하는 누군가,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들, 미래를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는 청년들, 삶에 체념하고 지친 이웃들 모두와 나누고 싶은 충동이 그치지 않았다. (終)
글 : 필리아 (http://blog.yes24.com/kuju)
4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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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ㅋ
2012.02.26
도 전
2011.08.03
문제의식도 있고 예리함도 느껴서 참으로 재미있는 대화로 기억합니다. 그대화에서도 여지없이 저는 '고전'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 나이대에 제가 고전을 많이 읽지 않은 이유도 있겠지만 고전자체가 주는 어려움에 쉽게 접근하지 못했던 시간들이었기에 조금 더 남과 다르기 위해서는 '고전'은 확실히 떼고 가는 게 긴 인생을 볼때 유익하다 싶은 생각때문에 권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생각의 연유에는 막상 뭇사람들과 이야기하다보면 책을 많이 읽어라는 소리는 듣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책을 읽어야할지 소개받은 기억은 희미합니다. 스피디하고 빠른 시대에 이런유의 책들은 나름대로 가치가 있어보입니다.
어린친구와 대화하기 전에 이 책을 주의깊게 보았다면 권했을 것을 대신에 당시 제 머릿속에 떠오른 다른 책이 있었기에 그책을 추천했지만 위 기사에 나온 책도 교양서로서 좋다고 보입니다.
바보천사
2011.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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