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의 만남] ‘독특한 남성 작가’의 4인4색 - 2008 서울, 젊은 작가전①
세계에서 온 젊은 작가들의 글과 말이 젊은 형식으로 독자들을 찾아온다는 <2008 서울, 젊은 작가들>, “새로움”이란 주제로 2006년 처음 시작한 이 축제가 이제 본격적으로 서로간의 소통을 찾아 나섰다. 해외 작가 20명과 한국 작가 20명, 총 40명의 작가들이 소통을 통해 영감을 얻고자 모인 문학 축제의 장, 그 첫 낭독회인 ‘독특한 남성 작가’로 통하는 네 명의 잘생긴 남성 작가들의 낭독회에 다녀왔다.
글: 채널예스
2008.06.02
작게
크게
※ 운영자가 알립니다
이 기사는 <2008 서울, 젊은 작가들> 5월 17일 행사 취재기입니다.

***

세계에서 온 젊은 작가들의 글과 말이 젊은 형식으로 독자들을 찾아온다는 <2008 서울, 젊은 작가들>, “새로움”이란 주제로 2006년 처음 시작한 이 축제가 이제 본격적으로 서로간의 소통을 찾아 나섰다. 해외 작가 20명과 한국 작가 20명, 총 40명의 작가들이 소통을 통해 영감을 얻고자 모인 문학 축제의 장, 그 첫 낭독회인 ‘독특한 남성 작가’로 통하는 네 명의 잘생긴 남성 작가들의 낭독회에 다녀왔다.

‘독특한 남성 작가’들의 낭독회는 그 관심만큼이나 열기로 가득 차 넓은 좌석을 다 메울 정도였다. 영어 작품을 쓰고 번역하는 정하연의 사회로 낭독회가 시작되었다. 스크린으로 영상을 보여주었고 스크린 앞쪽은 네 작가의 작품 속 소재로 사용되는 오브제를 전시하여 각자의 낭독 때마다 그 오브제 앞에 할로겐 스탠드를 켜두었다.


이날 함께한 작가는 브라질에서 온 작가 미셸 라웁(Michel Laub)과 노르웨이 작가 엔드레 룬드 에릭센(Endre Lund Eriksen), 불가리아 작가 알렉 포포프(Alek Popov) 그리고 한국 작가 김중혁이었다. 작가들은 모국의 언어로 자신의 작품을 낭독하였다. 세 나라, 브라질과 노르웨이 그리고 볼리비아, 모두 귀에 익지 않은 나라들의 말이었지만 낭독이라는 아름다움이 주는 소리는 독특한 억양과 말투로 인해 신비롭기까지 했다. 물론 우리의 언어로 낭독한 김중혁 작가 역시 그들에 뒤지지 않았다.


사인 사색, 작품의 세계로

미셸 라웁(Michel Laub)

처음으로 낭독을 한 미셸 라웁(Michel Laub)은 1973년 브라질의 남부 도시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태어났다. 법학을 전공했으며, 언론인으로서 경력을 쌓아 브라질에서 가장 저명한 문화전문지 <브라보>의 편집장을 역임했다. 기억 및 죄의식, 상실 등의 테마를 주로 다루고 있는 라웁은 브라질 연합(Brazilian Writers Union)에서 수여하는 에리고 베리시모상(Erico Verissimo Award)을 비롯하여 여러 차례 권위 있는 문학상을 수상했다.

낭독한 작품은 그가 발표한 소설 세 작품 중 두 번째 작품으로 두 명의 서퍼와 15세 소녀를 둘러싼 삼각관계를 그린 『바다 저 멀리』(2004년)라는 작품이다. 두 남자 중 한 명이 바다에서 죽은 후 남은 친구가 화자가 되어 소녀와 관계에서 죽은 친구에게 죄책감을 느낀다는 내용으로 낭독한 부분은 도입부였다. 차분한 목소리의 브라질어로 낭독하였는데 스크린을 통해 번역되는 작품을 눈으로 읽으며 귀로는 브라질어의 묘한 운율을 느끼면서 들을 수 있었다.

엔드레 룬드 에릭센(Endre Lund Eriksen)

두 번째로 낭독을 한 작가는 노르웨이 작가 엔드레 룬드 에릭센(Endre Lund Eriksen)이었다. 1977년 노르웨이 보도에서 태어나 트롬소에서 살고 있는 그는 문학사, 연극사, 일반사를 아우르는 예술 학위를 취득했으며 트롬소대학 대학원의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전업작가로 영화 시나리오도 집필하고 있으며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가르치며 작품 낭독회도 열고 있다. 그의 작품 중 가장 큰 성공작은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핏불-테리에』 책 시리즈이다. 이 제목은 ‘테리에’라는 이름과 투견을 뜻하는 ‘핏불테리어’를 재미있게 합성한 것으로 짐이라는 소년이 주인공이다.

짐은 엄마와 둘이 살고 있으며 엄마는 공황장애를 겪고 있다.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엄마를 대신하여 짐이 바깥일을 모두 맡고 있으며 낭독한 부분은 갑자기 나타난 인물인 ‘핏불테리에’에 대해 짐이 엄마에게 이야기하고 그와 겪는 갈등이 있는 부분이다. 에릭센은 청소년 책을 쓴 작가답게 가성과 억양을 한껏 살려 낭독을 해주었다. 내용 또한 코믹한 부분이 있어 자막으로 나오는 스크린을 보며 에릭센의 코믹한 몸짓에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알렉 포포프(Alek Popov)

세 번째 작가는 불가리아 작가 알렉 포포프(Alek Popov)였다. 네 작가 중 가장 나이가 많으며 가장 점잖았던 작가로 1966년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태어났다. 소피아의 성(聖)콘스탄틴 시릴 고대언어문화 철학자 대학을 졸업하고 소피아 대학에서 불가리아 문학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포포프는 가장 널리 읽히고 다양한 언어로 번역되는 뛰어난 불가리아 작가 중 한 사람으로 손꼽힌다. 범죄단편소설상, 최우수 SF 작품상, 불가리아 국가문학상인 이반 라도에프 희곡상 등 유수의 문학상을 받은 작가이다.

그가 낭독한 작품은 두 번째 장편 『검은 상자』였다. 장편으로 두 형제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소피아에서 살던 동생이 추첨을 통해 얻게 된 미국 영주권으로 ‘외국에서 성공한 불가리아인’인 형이 살고 있는 뉴욕으로 찾아가서 겪게 되는 이야기다. 낭독한 부분은 우연히 ‘개 산책 서비스 센터’에서 일을 시작한 동생이 공원에 개를 산책시키러 갔다가 겪게 되는 경찰관과의 에피소드이다. 미국의 법을 잘 모른다고 대응하는 동생과 무조건 법을 지켜야 한다는 경찰관의 대화에서 ‘외국에서 성공한 불가리아인’이 되기 위해 나름 애를 쓰고 있는 동생의 이야기를 담은 내용이다.

알렉 포포프는 주로 자전적인 작품을 많이 쓰는 편이다. 그는 실제로 겪었던 모험담이나 경험들을 담은 장편이 많다. 특히 『런던의 임무』라는 작품은 외교관 시절 런던에서 겪었던 경험담을 작품에 담고 있는데 직업이 마음에 안 들어서 그런지 주로 풍자와 유머, 외무성에 대한 비판 등이 많이 담았다고 한다. 그는 주로 단편을 많이 쓰는 편이고 그래서인지 유럽에 많이 소개되었으며 단편은 주로 추상적이고 장편은 사실적인 것이 많단다.

김중혁

마지막으로 낭독을 한 한국 작가 김중혁은 1971년 출생하여 2000년, 중편 「펭귄뉴스」를 <문학과 사회>에 발표하며 데뷔했다. 2006년 첫 작품집 『펭귄뉴스』를 출간했으며, 2008년에는 두 번째 작품집 『악기들의 도서관』을 출간했다. 단편 「엇박자 D」로 2008년 ‘제2회 김유정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소설 작업 외에도 젊은 예술가들을 인터뷰한 책 『놀이터 옆 작업실』을 펴냈으며 음식전문기자, 일러스트레이터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단편 「유리 방패」의 한 부분을 낭독했는데 직접 제작하고 편집한 비디오를 보여주는 독특한 방식을 선보였다. 오디오가 말을 듣지 않아 그의 완벽한 비디오 낭독을 듣지 못했지만 개성 있고 독특한 그의 낭독은 「유리 방패」가 들어 있는 장편 『악기들의 도서관』의 컨셉에 아주 잘 어울리는 방법이었다.

소설은 재미와 감동이 양립할 수 없는 것 같다며 자신은 재미와 감동을 함께 줄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한다. 그가 낭독한 내용은 「유리 방패」의 마지막 부분이다. 짝을 지어 면접을 보러 다니다가 어느 날 갑자기 면접관이 된 ‘나’와 M이 스무 번째인지 스물한 번째인 면접관 일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버스 뒷좌석에 앉아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보며 대화를 나누는 부분이다. 김중혁 작가는 그들이 보는 것과 비슷한 풍경을 비디오로 보여주면서 낭독을 하였다. 청년 실업의 불안 같은 글을 담은 것은 아니고 단지 등장인물들이 노는 모습을 지켜보자 하는 마음에서 쓴 글이라며 우스갯소리를 한 그는 정말 재미있는 소설이라며 꼭 읽어보기를 권했다.


그들에게 궁금한 몇 가지 이야기들!

낭독과 소개가 끝나고 작가들이 앞으로 나와 자신의 오브제 앞에 앉아 독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두어 명의 독자는 직접 영어로 질문을 하였고 두어 명의 독자는 아주 가벼운 질문을 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작가들은 질문마다 성의 있게 대답을 해주었다.

알렉 포포프의 『검은 상자』 낭독 부분을 보면 개를 산책하는 동생이 경찰을 조롱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그 초점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개인인지 미국 사회를 비판하는 건지 궁금하다.

알렉 포포프: 조롱 대상은 둘 다이다. 뉴욕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인데 담고 싶었던 것은 사회적 입장이거나 하나의 태도를 대변한다기보다는 두 형제가 한 명은 새로운 이민자이고 한 명은 성공한 불가리아인이라는 관점에서 두 사람의 경험을 대조하며 굉장히 다른 처지에 있지만 미국 사회에 많은 실망을 접한 그 두 사람의 차이점을 보여준다. 그래서 정치적인 메시지뿐만 아니라 인생의 부조리나 정치의 부조리를 다룬 것이라고 생각한다.


엔드레 룬드 에릭센은 아동문학을 쓸 때 어떤 마음으로 쓰는지, 아직도 아동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엔드레 룬드 에릭센: 아동이었을 때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으나 지금은 후회한다. 글을 쓸 때 어린 시절 기억이 많은 편이다. 무슨 일이 생기면 열 살짜리처럼 행동을 한다고 지금도 아내는 나에게 어린애라고 흉을 본다. 아동의 작품을 쓸 때는 어린 시절 기억을 되살리려고 노력하는데 어린 시절은 허황된 꿈을 꾸고 또는 무한한 꿈을 꾸는 동시에 무기력하고 힘이 없는 상태이므로 그걸 살려보려고 노력했다.

작품의 인물들은 어린아이이고 생활에 큰 문제를 안고 있다. 짐의 엄마는 공황장애이고 핏불 테리에의 아빠는 알코올중독자이다. 아이들은 그런 힘든 문제를 껴안고 있지만 나름대로 저력을 가지고 자기들의 세계에서 그것들을 감당해내려는 노력을 잘하고 있다. 또한 인생에 있어서 영웅이고 유머와 상상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아이들을 그리려고 한다.


이 낭독회의 제목이 ‘독특한 남성작가들의 세계를 엿본다’인데 오늘 보니 네 작가 모두 작품 속에 ‘성장‘이라는 테마가 보이는 것 같다. 연애와 죽음이라는 것보다 ’성장‘에 중점을 둔 것 같은데 작가들 모두 남성으로서 ’성장’이라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미셸 라웁: 성장기에 있다는 시기에 대해서는 존 업다이크(John Hoyer Updike)가 대변해준다. “모든 것을 느끼는 단계가 16살까지 지속된 후 일부는 어른이 되고 일부는 작가가 된다”고 말했는데 작가로서 인생의 고통이나 역경을 지금은 피학적이고 실험적으로 활용하려고 많이 생각한다. 그게 글 쓰는 태도를 이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순수함을 잃는 시기, 즉 청소년기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그 시기가 온 세상을 즐길 수 있는 시기이며 동시에 잃을 수도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작품에서 친구를 잃은 화자의 고통을 지금 내 나이에 겪는다면 나는 극복하고 잘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15살의 소년 시절엔 그 고통을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래서 그 시기를 그렸다.

엔드레 룬드 에릭센: 노르웨이에서는 남성작가들만이 성장을 즐겨 다루는 것은 아니다. 성장에 있어서는 여성이나 남성이나 다 똑같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아이들이야말로 ‘선과 악’이 가능한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인생은 어른들로 인해 하루아침에 뒤바뀌는 경우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소설에 있어서 위기를 맞는다는 것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아이들의 이야기를 쓰는 것 같다.


알렉 포포프: 이 작품을 썼을 때가 내 나이 마흔에 들어설 무렵이었다. 그래서 내 작품은 성장소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성장이라기보다는 아버지의 존재나 상실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처음 아버지의 화장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개인적인 경험은 물론이고 사회가 국가의 권력을 잃고 무너진 다음에 사회의 성장이 어떻게 변화했으며 그런 사회적 변화가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그 상처를 어떻게 극복하는가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싶었을 뿐이다.

김중혁: 내 소설에는 여성이 등장하지 않는다. 처음엔 여성을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쓰다 보니 일부러 등장시키지 않는 것 같다. 그것에 대해 혹자는 게이가 아니냐고도 한다. 나는 성장이라는 것이 단편소설의 시작과 끝을 봤을 때 단편소설에 써먹기 좋은 소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 작품엔 성장소설이 거의 없다. 또 내가 남성의 이야기를 주로 쓰는 이유는 같은 세계를 공유하는 문화적 동지로서이다. 물론 여성도 문화적 동지로서 등장시킬 수 있지만 여성과 남성이 만나면 문화적 공유보다는 사랑을 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여성을 등장시키지 않는다. 문화적 동질감과 연대감은 성장하지 않는 징후라고 생각한다. 마니아, 성별에 상관없이 좋아하는 것을 같이하는 것은 성장과 그대로 연결된다. 나 역시 에릭센처럼 아내에게 철없다는 소릴 많이 듣는다. 그것은 사고 싶은 것은 졸라서라도 반드시 사야만 하는 어린아이처럼 행동하기 때문이다. 그런 것 때문에 성장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하며 그래서 좋은 작품을 쓸 수 있지 않았나 싶다.(웃음)

정하연: 어른이 안 되고 작가가 되었다?(웃음)


각자 나라의 관습이나 배경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작품에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그건 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나름 외교를 한다고 본다. 그렇다면 한 나라의 작가로서 어떤 형식으로 자신의 나라를 작품의 배경으로 쓰는지 궁금하다.

알렉 포포프: 의식적으로 반영하겠지만 나는 의식적이지 않다고 생각 같다. 문학이라는 것이 그려내는 인생에 있어 구체적인 반영은 못하지만 그런 단계에 있으면 피할 수 없이 반영이 된다고 생각한다.

미셸 라웁: 오후 세미나에서도 다뤘는데 출신 국가는 피할 수 없는 배경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문학이라는 것은 절대적으로 개인적인 행위이다. 그 어떤 것은 내 안에서 나온다. 글 쓰는 일에 있어서 내가 받는 보상은 전무하고 보상을 받기 위해 하는 것은 아니지만 문학을 함으로써 받는 가장 큰 보상은 자유라고 생각한다. 브라질의 많은 문학 작가들은 작품에서 폭력을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그런 것보다 15살 서퍼에 대해 씀으로써 문학적으로 크게 기여했다고 본다.

엔드레 룬드 에릭센: 어느 정도는 노르웨이적이라고 생각한다. 의도보다는 어린 시절 이야기를 쓰다 보면 회상하고 재연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것들을 기억하면서 그런 성향을 띄는 것 같다. 노르웨이의 현실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명이나 장소를 사용하지 않고 조사를 통해서만 드러난다. 나는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이야기를 다루는 작가는 아니지만 사회적이고 정치적으로 가장 잘 다루었다고 생각하는 작품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은 나라와 사회를 만들어서 현실의 문제를 풀었을 때 가장 효과적이고 감동적이라고 생각한다. 그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코맥 매카시(Cormac McCarthy)의 『The Road』가 있다. 구체적이지 않은 불특정시대이며 미국의 멸망 후 미국을 다룬 작품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시대는 아니지만 거기에 많은 것들이 반영되어 미국 사람들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다고 생각한다.


김중혁: 나는 구체적인 지명이나 현실의 상품명, 현실의 상호는 쓰지 않는다. 이것은 해외로 진출하기 위한 것으로 소설 쓸 때부터 작정을 한 것이다.(웃음) 그렇게 쓰는 이유는 소설이라는 장르의 매력 중에 작가가 마음대로 뭐든 만들 수 있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이아몬드 300만 개를 장식한 방이 있다고 치자. 이런 방이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내가 만든 공간엔 존재할 수 있으며 그런 곳에서 작품 속의 주인공들이 뛰어놀게 하는 것이 소설을 쓰는 작가인 나도 재미있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내 소설을 SF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읽는 독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해서 우주가 아니라 지상에서 5cm 정도 떨어져 있는 SF를 쓰자 싶어 ‘5cm SF’라는 장르를 혼자 만들었다. 그것은 현실에 있는 공간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현실에 없는 그런 공간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서 전략은 아니지만 내 소설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것만이 내가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웃음)


마지막으로 한 독자가 젊은 작가들에게 주는 문학상의 기준은 어떤 것이며 젊은 작가들에게 상을 주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이냐고 물었다. 이 질문에는 네 작가 모두 비슷한 답변들을 보였다. 공히 각 나라에서도 문학상이라는 것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지만 받을 수 있는 상이라면 모두 받겠다. 문학상이라는 것은 격려의 차원일 수도 있고 문학에 대해 상기시켜주기도 하며 젊은 작가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너무 일찍 문학상을 받으면 집중력이 분산되어 다음 작품 구상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문학상이라는 것이 문학 자체에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며 오히려 어린 작가들에게는 나쁜 영향을 주어 좋은 작품을 쓰는데 방해를 하기도 한다. 특히 불가리아 작가인 알렉 포포프는 문학상이라는 것이 정치적 우위에 좌지우지하는데 그래서 상을 받았다고 해서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 말에 그 나라의 정치적 성향이 엿보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답변한 김중혁 작가는 상을 받았으되 상을 받지 않았던 그때처럼 항상 해오던 대로 하는 것이 문학상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한다며 말을 맺었다.

두 시간에 가까운 낭독과 작가와의 대화였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를 만큼 즐거운 시간이었다. 매번 국내 작가만 만나다가 세계의 작가들을 만나보니 작가는 모두 다 비슷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쉽게 만날 수 없는 젊은 작가들과의 만남! 그들은 소통과 영감을 위해 만남을 가졌지만 독자인 나로선 세계에서 온 젊은 작가들을 통해 문학 속의 세계를 실감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참조 : 한국문학번역원에서 펴낸 ‘참가작가’ 프로필 부분적으로 인용.


☞ <2008 서울, 젊은 작가들> 5월 24일 행사 취재기 보러가기


#젊은 작가전
2의 댓글
User Avatar

prognose

2012.07.17

편집이 제대로 안되어 있고 사진이 남은 부분이 거의 없을 정도로 잘려있어서요. 작가 얼굴들이 궁금했는데 아쉽네요.
답글
0
0
User Avatar

탄생

2008.06.05

듣고 나면 상쾌했을 것 같은 기분이였겠어요.
답글
0
0
Writer Avatar

채널예스

채널예스는 예스24에서 운영하는 콘텐츠 플랫폼입니다. 책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