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 11일, 투표 전 마음준비
글쓴이: 어느, 오래된 기로 | 2012.04.09
1. 선거를 잘 하면 세상이 좋아진다는 통념을 믿지 않는다. 나는 세상이 좋아져야 선거의 결과가 훌륭해진다고 믿는 편이다. 정치인이란 기대해야 할 존재라기 보다는 압박해야 할 존재. 공정하게, 깨끗하게,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활동을 쌓아야만 선택될 수 있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게 해야 좋은 정치가 나온다.
2. 정치인 노무현은 훌륭한 노동변호사였다. 하지만 대통령 노무현은 노동자들을 잔인하게 해쳤다. 각종 손해배상, 가압류가 전면화되어 노동자들을 피말리기 시작한 것도 노무현 때였다. 그럼에도 나는 그가 품었던 뜻은 나쁘지 않았으리라 믿는다. 다만 땀흘려 일하는 사람들보다, 재벌이 그를 더 압박할 수 있는 세상의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훌륭한 세상을 만들어 정치인을 압박해야지, 훌륭한 정치인을 뽑아 세상을 바꾸겠단 믿음은 순진하다.
3. 경제민주화-복지 운운하지만 김종훈, 이만우를 공천한 새누리당, 김진표를 붙이고 유종일을 떨어뜨린 민주통합당을 보면 그들의 경제민주화 의지를 믿기는 힘들다. 게다가 그런 민주통합당과 큰 차별성 없이 야권 단일화에 합의한 통합진보당을 바라보면 씁쓸하다. 집권을 위해선 이 정도 스탠스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그들을 세상은 충분히 압박하고 있지 못하다.
4. 2010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노회찬이 완주한 것으로 욕을 많이 먹었지만, 나는 좋은 계기를 마련했다고 생각했다. 2012년엔 진보신당을 의식해서라도 좀 더 전향적인 정책들에 합의하여 향후 연정까지 바라보는 단일화가 이뤄지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하지만 내가 너무 순진했다. MB심판의 열망에 기대어 또 다시 혁신의 기회를 저버렸다. 최소한 정동영 만큼만 노력하란 말을 하고 싶다.
5. 이들을 압박하는 것은 근본적으로는 전국의 비정규직, 농민, 영세자영업자들의 세력화라고 생각한다. '삼성이 망하면 어떡하냐'라는 말만큼 '비정규직들이 한번에 일손을 놓으면 어떡하냐'라는 말이 정치인들에게 압박이 될 정도의 세력화. 그래서 나는 투표보다는 차라리 그런 단체에 십시일반 후원을 하는 것이 더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
6. 하지만 어쨌든 지금은 총선을 이틀 앞둔 밤. 투표로 그들을 압박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나는 진보신당을 찍는 일이라 생각한다. MB심판을 앞세워 표를 모아달라는 그들에게, 그렇게 한다면 나는 그럴 수 없다고 선언하는 일. 총선에서 충분히 진보신당 지지세를 보여줘야 대선까지 가는 과정에서 그들이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정당투표는 16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