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리뷰- 임창정, 엄지원, 야구, 광주, [ 스카우트 ]

글쓴이: 영화로운 리뷰 생활。 | 2012.04.09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엄지원을 재발견케한 518 이야기 스카우트


 


김현석 감독은 전작 <광식이 동생 광태>에서 흥미롭지만 모호한 여자주인공을 제시했었는데, <스카우트>의 이세영(엄지원)은 이와 같은 듯 다르게 변주된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직전의 상황을 소재로 했지만 영화는 그것과는 큰 관련이 없이 이호창(임창정)의 대 학생활과 현재가 교차되며 이어진다.


 




 


선동열이라는 고교 최고 투수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광주로 내려간 호창은 라이벌 학교와 치열한 경쟁을 하는 와중에 예전에 사귀었던 여자친구와 조우한다. 그녀 곁을 얼쩡거리는 깡패남자를 통해 질투를 하다가 세영이 몇 년전 자기를 아무 이유 없이 떠났던 일에 미련을 갖게 되고 드라마는 그가 서울로 떠나기전의 열흘을 펼쳐놓기 시작한다. 멜로로써 영화의 가장 중요한 지점은 세영이 호창을 버린 이유에 관한 것인데, 이는 스카우터로서 출장온 남자의 사정과 혼란 속 광주 이 둘이 만나며 종래의 야구영화나 광주영화와 또 다른 시각을 낳는다. <화려한 휴가>의 이요원이 시위의 피튀기는 현장에서 현실을 깨닫고 뛰어들었다면 엄지원의 역할은 차분하면서도 가열찬 시민운동가의 초상을 그린다.


 


야구를 둘러싼 이야기와 대학생 후일담이라는 두 뼈대는 그다지 공통점이 없어보였는데, 세영과 호창이 사랑을 하고, 헤어지고, 또 다시 만나며 뜻밖에 밝혀지는 사연은 이데올로기적으로 드러난다. 운동권에 속해 있던 세영을 호창은 ‘그거 사실 다 겉멋아니냐’고 조롱하고 야구에 매진하며 정치에는 무관심한 호창을 세영은 무시했었다. 세영이 몸담은 조직의 데모장소에서 ‘무개념’의 호창은 이를 진압했었고 사소한 그 사건은 둘 사이에 건널수 없는 강을 흐르게 해버렸다. 그런데 518이 일어나기 전 짧은 기간을 함께 하며 겉으론 드러내지 않지만 세영은 동렬 모(母)를 소개해주고 호창은 어렴풋이 세영의 사상과 활동을 인정하며 둘은 서로의 입장을 받아들여간다. 하지만 스토리가 거기서 머물렀다면 아직 아물지않은 상처인 광주에 대해 우리가 아직 웃을수없는 것 또한 엄연하기에 뭔가 부족했을 것이다.


 




 


최루탄 속에서 심상치 않은 광주 시내를 보면서 거리감을 유지하던 호창은 마침내 선수 스카우트에 성공해 계약하려는 순간, 세영에 대한 자신의 잘못을 그제서야 알아챈다. 그리고 다른 시민들과 마찬가지로 사랑하는 이를 지키기 위한 투쟁의 한가운데로 들어가고 서곤태과의 세영구출작전은 결국 성공하며 세월이 흐른 지금 그녀는 TV로 선동렬을 보며 웃고 있다.


 



 


 


 


후반부 취조실에서 경찰들이 호창을 잡아와 대질시켰을 때 ‘이쁜 아가씨가 데모 하지 마세요’ ‘아저씨나 잘하세요’라며 서로를 외면하는 장면은 상투적인 미장센임에도 80년대를 마음으로 느끼게 해주었다.


 


임창정의 코미디언적 기질이 진지한 주제에 부적합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호창이 후배와의 사랑을 되살리는 과정에서 용서를 구하는 씬만큼은 두드러진다. 목숨을 걸고 자신을 구한 그 앞에서 세영은 ‘하던대로 하고 살지 왜 그래요, 위험하잖아’라고하는데 여기에서 서로 다른 아비투스 속의 남녀는 화해를 하게 된다.


 


한 인터뷰에서 감독은 호창이 감옥에 있었으므로 몸을 부지했을 거라 했으나, 정석적으로 간 엔딩은 여지를 남겨놓았다.


 


 


http://blog.yes24.com/bohemian75

전체목록보기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