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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행복한 이유

글쓴이: 눈길은 고요하게 마음은 따뜻하게 | 2014.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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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아침부터 김밥을 싸기 시작했습니다.
“뭐 하러 고생해, 김밥집에서 사지”
“그래도 싸는 게 맛있잖아”
그저께 저녁 아내는 내 친구의 아내에게 전화를 하더니 오늘 북악산을 가자고 약속한 모양입니다. 아내는 제 친구의 아내를 언니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나이 차이가 5살이기 때문입니다. 가끔 두 사람은 만나서 나름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는 모양입니다. 사는 것이 힘들다고 느껴질 때 수다를 떨면 마음은 아침 이슬을 먹은 꽃처럼 환하게 피어납니다.


 


배낭에 김밥과 과일, 냉커피 등을 넣고 안국역으로 향했습니다. 올 봄은 그 흔한 개나리나 벚꽃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보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연과의 만남이 없었기에 모처럼 밝게 빛나는 햇살을 온 몸에 받으며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생활 속에서 작은 기쁨을 누리는 것이 재미있게 사는 것이라고 믿기에 가급적으로 일상 속에서 얻는 작은 행복을 발견하며 하루를 보냈습니다. 얼마 전 제 블로그를 찬찬히 둘러보았습니다. 특히 ‘일곱 가지 마음’은 제 삶이 그대로 들어나 있기에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떠올랐습니다.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작은 행복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런 행복이 서서히 사라지고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하루하루의 삶에 의미부여를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똑같이 세끼 밥을 먹고 잠자는 하루의 연속이지만 약간의 생각만 있다면 그 삶의 질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생각 없이 산다는 것은 일상에 길들여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현실이 슬퍼지는 이유입니다.


 




 


집을 벗어나 자연 속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마음의 변화를 가져오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점점 더 작은 공간속에 움츠리고 있는 것에 익숙해지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며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각성도 있습니다. 친구와 그의 아내를 안국역에서 만나 2번 버스를 타고 와룡공원에서 내렸습니다. 계획은 서울 성곽을 따라 숙정문, 자하문 까지 가는 것이었지만 친구의 아내가 주민등록증을 가져 오지 않았기에 포기했습니다. 속으로 미소를 흘렸습니다. 이렇게 더운 날 땀 흘리며 걷는 것이 싫었기 때문입니다…….ㅎㅎ 계획을 바꿔 말바위에서 삼청공원으로 내려왔습니다. 1.4km 밖에 안 되기에 가벼운 걸음으로 삼청공원까지 와서 4명이 둘러 앉아 김밥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삼청동 구경을 하면서  북촌을 가기로 했습니다.


삼청동 길은 20대 시절부터 좋아했기에 정이 많이 들었습니다. 지금도 가을이면 덕수궁이나 안국동에서 시작해 이 길을 걸으며 아름다움에 반하는데 이제는 너무 혼잡해져서 정신이 없습니다. 더군다나 저 같은 늙다리 아저씨는 거의 없기에 환하고 밝은 젊은 친구들의 모습에 눈길을 빼앗기며 부러워합니다.





 


친구의 아내는 북촌이 처음이라 신기해하며 핸드폰으로 사진 찍기에 바쁩니다. 여자들인지라 무슨 말이 그렇게 많은지 깔깔거리며 좋아하는데 친구와 저는 거의 말없이 뚜벅 뚜벅 발걸음만 옮깁니다. 그러나 말은 없다 할지라도 그 마음은 알고 있습니다. 이 신뢰가 40년 이상 지속된 우정의 힘인 것 같습니다. 아내가 광화문에 있는 예쁜 음식점을 알고 있기에 4명이 어울려 모처럼 웃으며 이야기를 했습니다. 주로 자식 이야기가 주 메뉴고 다음은 노후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 가 대화의 주 내용입니다. 아이들이 책임 있는 인간으로 성숙하는 것은 부모의 손을 떠났기에 믿고 기도해 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노후는 자신이 준비해야 합니다. 쓸쓸해지는 이유입니다. 광화문 광장에서 물놀이를 즐기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부러웠습니다. 자신의 인생을 책임진다는 것을 모르는 나이이기 때문입니다.^^


 




 


교보빌딩에 걸려있는 정호승 시인의 시 한 구절이 마음에 들어왔습니다.


 


‘먼데서 바람 불어와
풍경 소리 들리면
보고 싶은 내 마음이
찾아간 줄 알아라‘


 


이 구절을 가슴에 넣어두는 것. 일상이 행복해지는 이유입니다. 좀처럼 마음이 흔들리지 않지만 가끔 바람 불면 그리움이라는 이름으로 한 사람을 찾아가고 싶습니다. 며칠 전에 본 영화 ‘리스본 야간열차’가 주는 감동도 거기에 있었습니다. 떠나고 싶은 이유는 그곳에 사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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