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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피쉬

글쓴이: 주리와 꼬군의 책 놀이터 :) | 2014.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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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작가가 쓴 글을 읽음으로써 우리는 작가가 본 세상을 엿보게 된다. 독자들은 작가의 생각에 자신들의 생각을 입히고 그 눈으로 세상을 보며 시각을 넓혀가기도 하는데 그 과정 자체가 책이 주는 진가가 아닌가 늘 생각한다. 그런데, 독자들의 생각을 자유롭게 입혀도 누구 하나 뭐라 할 것 같지 않은 그림책은 어떤가. 어떤 부연 설명 하나 없는 그림책을 보면서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무한 상상력을 동원해 읽어야 한다는 건 부담감을 넘어선 글이 줄 수 없는 또다른 매력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메시지는 글로도 전달할 수 없을만큼 무겁고 아주 방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 너무 많은 말을 하고 싶은데 글로 다 표현할 수 없어 작가는 그림으로 표현했는지도 모르겠다. 아주 흥미로운 그림책을 만났다. <빅피쉬>. 제목 빅피쉬 만큼이나 빅 픽쳐가 눈에 먼저 들어오는 상상 그 이상의 책.  


 


처음부터 끝까지, 그리고 독자들이 그림을 보면서 느끼는 방법도 또는 보고 느낄 수 있는 범위도 정해져 있지 않은 순수한 그림책에서 나는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것들을 만나게 된다. 내가 표현할 수 있고, 그림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이 이것뿐이라면 지금 나의 상상력의 한계를 증명하는 셈일테고, 볼 때마다 책속 그림들이 달라 보이고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면 나의 상상력은 그만큼 풍부해지고 다채로워졌다는 증거일 테니까 그림책은 책이 보여줄 수 있는 그 이상을 담고 있다고 봐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이 책은 한편의 웰메이드 에니메이션을 본 느낌이었다. 책을 펼치면 그림이 압도하는 스케일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그림 하나 하나에 작가가 쏟았을 땀과 노력이 그대로 느껴진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태양과 가뭄으로 갈라져 버린 땅 그리고 앙상하게 말라버려 누구의 것인지조차 알수 없는 유골이 첫 페이지에 그려진다. 오랜 가뭄이 이 마을을 덮친 것 같다. 마을에서는 물을 뿜어내는 빅피쉬를 잡아오는 계획을 세우고 건장한 4명의 전사들이 뽑힌다. 힘들게 빅피쉬를 찾아내고 마을로 돌아오게 되지만 그것을 보게 된 동물들과 맞서 싸우게 된다. 마을 사람들은 빅피쉬를 차지할 계획에 동물들과 싸움을 벌이게 되고 그러는 과정에서 마을은 곧 폐허가 되고 만다. 그리고 분노한 빅피쉬는 물을 뿜어내고 하늘에서는 폭우가 쏟아지고 어느샌가 마을은 폐허가 되고 만다.


 


이 책이 주는 메시지를 정리해 보고 싶었다. 나중에 다시 이 그림책을 볼 때의 느낌은 또 다를테니까 굳이 정리하고 싶었다. 이 책은 인간이 낳은 이기심의 말로 결국은 세상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보여주는 한편 희망과 구원의 메시지를 동시에 전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느님이 신에게 순종하던 유일하게 욕심이 없던 노아에게만큼은 대홍수에 대한 계획을 미리 알리고 방주를 만들도록 자비를 내리셨던 것처럼 우리의 삶이 무엇에 가치를 두고 살아가야 하는지 지적해 주는 부분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 책에서도 방주가 나온다. 작가가 의도한 방주의 모티브가 노아의 방주인지는 확인 할 수 없지만 방주를 만드는 사람이 나온다. 빅피쉬를 잡는데 혈안이 돼 있던 사람들과는 방주를 만들고 있는 사람들이 어이없게 느껴졌을 지도 모르겠다. 4명의 전사들이 비웃던 그림이 인상적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결국 인간들의 이기심으로 마을은 파괴되고 하늘에서 쏟아지는 비로 모든 것이 다 떠내려가는 중에 오로지 방주안에 있는 동물들만이 안전하고 물위에 떠있는 사람들을 보며 다른 입장에서 그들을 비웃는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에서 한 남자가 방주를 만나 구원의 손길을 내밀지만 방주에 올라탈 수 없고 구원되지 못한 채, 방주외에 모든 것들을 전멸시키고 시간은 흘러 다시 해가 비치고, 맑은 하늘을 보여주며 책은 끝난다.  


  





 


이 책 <빅피쉬>의 이야기는 어쩌면 끝나지 않은 우리의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이기심과 욕심이 낳은 수많은 싸움과 전쟁들 그 속에서 아파하고 죽어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 크게는 국가간의 이해관계가 얽힌 이슈들도 있을 것이고 작게는 우리 사회의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이야기 사업주와 노동자들간의 이야기 많이 가진자와 없는자들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끝나지 않은 이야기, 어쩌면 끝날 수 없는 이야기들을 커다란 그림책으로 작가는 몸소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과연 어떤 삶을 쫓아 살고 있는가. 남들이 말하는 나혼자 잘 먹고 잘 살고 남들이 가는 안전한 길로 당장의 욕구들을 야금야금 채워가며 가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보게 되는 책이었다. 당장의 문제에서 벗어나 한 발짝 떨어져 자신이 가야하는 길을 바라보고 옳다고 생각하는 길에 전념하며 끝까지 해 나아간다면 그것이 곧 구원이고 희망이 된다는 메시지는 아니었을까. 글로 다 설명할 수 없는 큰 깨우침을 그림으로 더 강렬하게 남기고 싶어했던 작가의 의도가 엿보였던 매우 신선한 그래서 더 인상적인 그림책이다. 두고 보고, 같이 보고 얘기해 보고. 함께 그림을 보며 얘기해 보는 시간은 참으로 유익한 시간이 되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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