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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희 “사랑, 자아에 국한된 세계를 벗어나는 것”

허희, 소설학교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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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자체가 사건이라는 걸 만들어냅니다. 이것은 일상에서의 단순한 마주침이 아니라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나는 타자와 서로 교류할 수 있는 비실존의 실존입니다. 그러니까 사랑이라는 것은 하나의 관점에서 둘의 관점으로 이행하는 것이라고, 저는 바디우라는 철학자의 사랑론을 빌려서 이야기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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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자아에 국한된 세계를 벗어나는 것


예스24와 문학동네가 함께한 ‘2015 소설학교 프로젝트’가 막을 내렸다. 지난 6일, 홍대 레드빅스페이스에서 열린 마지막 강연은 사랑과 소설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졌다. ‘사랑의 소설, 소설의 사랑’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 날의 강연은, 지난 한 해 동안 출간된 한국소설 속에서 사랑의 흔적을 찾는 시간이 되었다.

 

길잡이를 자처한 이는 문학평론가 허희. 2012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그는 문학전문 인터넷 라디오방송 <문장의 소리-라디오 명작 극장>의 진행을 맡고 있으며, KBS 프로그램 <TV, 책을 보다>의 패널로 출연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문학을 들려주고 있다.

 

그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성찰하는 것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사랑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헤겔, 쇼펜하우어, 니체를 차례로 소환했다. 『향연』 속의 플라톤은 무녀 디오티마의 입을 빌려 “사랑은 이상적인 것을 추구하는 인간의 상승하고자 하는 욕구 자체”라고 말했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자기 동일성의 원리에 기초하고 있는 친애’에 대해 설명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사랑을 포함하는 ‘친애’라는 개념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훌륭한 사람은 자신과 일치되는 사람이라는 거예요. 결국 훌륭한 사람이라는 건 타인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훌륭하기 때문에 나 자신만 있으면 된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서 아리스토텔레스가 이야기하는 친애, 넓은 의미의 사랑은 자기 동일성의 원리에 기초하고 있는 겁니다. 나와 전혀 다른 타자는 사랑의 대상에 포함될 수 없음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헤겔은 “나와 타자의 일체성을 의식하는 것”을 사랑이라고 봤다. 또한 “사랑은 모순을 낳는 동시에 모순을 해소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인륜적인 합일”이라고 해석했다. 쇼펜하우어는 “사랑이라는 것은 결국 종족을 보존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라고 정의하며 “종족 의지가 만족되면 곧 환상이 사라져버리고, 그 결과 평생을 두고 귀찮은 반려자가 붙어 있게 되는 것이다”라고 냉소적인 시각을 보여주기도 했다.

 

“니체가 보는 결혼은 쇼펜하우어와 비슷한 측면이 있습니다. 결혼이란 당사자들보다 더 뛰어난 사람 하나를 만들어내는 것이고, 그와 같은 의지를 갖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것으로써 서로를 두려워하고 공경하는 마음을 결혼이라고 부른다는 거예요. ‘당사자들보다 더 뛰어난 사람’이 반드시 자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초인을 말하고 있는 것이죠. 이때의 초인은 나 자신을 넘어서는 궁극적인 이상태로 그려져 있다는 점에서, 쇼펜하우어와는 조금 다른 측면에서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니체는 자신으로 귀결되는 열정적 사랑을 비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과 결혼이라는 것은 단순히 자식을 낳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동일성을 초월한 초인의 출현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이라고 말하고요. 그런 의미에서 “사람들은 결혼하기 전에 ‘너는 이 이성과 나이가 들 때까지 즐겁게 대화할 수 있다고 믿는가’ 라는 질문을 해보아야 한다. 결혼에서의 다른 모든 것은 일시적이지만 대부분 관계의 시간은 대화에 속한다”고 이야기합니다.”

 

평론가 허희에게 있어 사랑이란 “자아에 국한된 세계를 벗어나는 것”이다. 갇혀 있던 하나의 세계에서 벗어나 타인의 또 다른 세계와 만나고, 그곳과 교류하는 것이 사랑이라는 의미다. 그는 자신의 사랑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사랑이라는 것은 결국 만남이 있어야 성립하겠죠. 그것 자체가 사건이라는 걸 만들어냅니다. 이것은 일상에서의 단순한 마주침이 아니라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나는 타자와 서로 교류할 수 있는 비실존의 실존입니다. 사랑의 주체는 사이에 대한 근본적인 경험을 만들어내는 사유 안으로 돌입하므로, 사랑은 두 사람의 협소한 관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사랑이라는 것은 하나의 관점에서 둘의 관점으로 이행하는 것이라고, 저는 바디우라는 철학자의 사랑론을 빌려서 이야기하는 겁니다. 사랑은 생존이나 이익이나 손해를 넘어서는 세계를 구축하는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자아에 국한된 세계를 벗어나야 된다고 제시했습니다.”

 


내어줌으로써 다시 채워지는 것, 그것이 삶입니다


그는 다섯 편의 소설에 기대어 ‘사랑의 소설’을 이야기했다. 정세랑의 『재인, 재욱, 재훈』, 서유미의 『끝의 시작』, 김려령의 『트렁크』, 한은형의 『거짓말』, 오현종의 『옛날 옛적에 자객의 칼날은』. 각각의 작품 속에서 평론가 허희는 서로 다른 빛깔의 사랑을 발견했다.

 

『재인, 재욱, 재훈』의 세 주인공은 남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다. 손톱이 강철처럼 강해지고, 엘리베이터를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고, 위험을 색으로 감지해내는 ‘초능력’을 발휘해 다른 이들을 돕는다. 그들은 슈퍼히어로 영화를 보며 “사람들이 스스로를 구할 수 있는 곳은 아직도 세계의 극히 일부인 것 같지 않아? 히어로까지는 아니더라도 구조자는 많을수록 좋지 않을까?”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게다가 어쩌면 구해지는 쪽은 구조자 쪽인지도 몰라”라고 덧붙인다.

 

“재인, 재욱, 재훈은 보통 사람입니다. 물론 초능력을 가지고 있죠. 하지만 이들은 결국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이 작품을 보면서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라는 정치적인 명제가 만인의 만인에 대한 구원이라는 문학적인 명제로 치환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가능성이 여기에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구원의 양식이라는 것이 넓게 보면 사랑일 수 있다는 겁니다. 위험에 빠진 사람을 보고 나와 관계가 없다 할지라도 도와주는 것, 그 측은지심도 넓게 본다면 사랑에 기초하고 있다는 거죠. 남녀의 사랑을 넘어서서 무엇인가를 새롭게 보고, 어떤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또 그것이 궁극적으로는 아름다움에 가 닿는 것이라고 할 때, 여기에서 이야기하는 구원이라는 것이 사랑으로 곡해되지 않을 이유도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서유미 작가의 소설 『끝의 시작』에는 아내로부터 이혼을 통보 받은 남편 영무와 암 선고를 받은 그의 어머니가 등장한다. 영무의 어머니는 일찍 세상을 떠난 남편을 대신해 홀로 아들을 키웠고, 투병 중에도 삶을 꿋꿋이 이어나가며 “삶에 대한 예의를 끝까지 지키는” 인물이다. 그녀는 립스틱과 매니큐어를 바르며 살아갈 힘을 얻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진정으로 그녀를 살게 하는 존재인 아들인 영무다. 영무에게 있어 그녀가 가지는 의미 역시 다르지 않다.

 

“저는 수십 년 전의 아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어머니를 구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영무로 인해서 살 수 있었던 어머니가 힘든 상황에 놓인 아들, 아내로부터 이혼을 통보 받고 어머니가 곧 죽는다는 슬픈 소식을 들은 영무를 다시 살게 만듭니다. 이때의 삶이란 건 상대방에게 내 삶을 내어주면서 다시 채워지는 과정이죠. 이런 관계를 단순히 어머니와 아들의 사랑을 넘어서서 나와 타인의 관계로 비추어본다면, 타인에게 아무런 이득을 기대하지도 않고 무엇인가를 내어주었을 때 자신도 모르게 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죠. 먼 훗날 그것이 부메랑처럼 나에게 다시 돌아오는 것이고요. 그것이야말로 사랑의 하나의 형식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읽은 작품이었습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김려령 작가의 『트렁크』는 “철저하게 완벽한 게임을 하려는 체제 안에 포섭되어 있는” 우리의 사랑을 극단화시켜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소설의 설정은 아내를 임대해 준다는 겁니다. 여기에서 배우자는 가족이 아닙니다. 그냥 돈으로 거래가 되는 거죠. 이 사람들은 서로의 조건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는 게임을 하고 싶었던 겁니다. 여자 주인공인 ‘노인지’도 마찬가지인데요. 상대를 배려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돈을 받고 아내의 역할을 수행하죠. 우리는 이것 자체가 분명히 잘못됐다는 걸 알 수 있는데, 실제로 우리의 주변을 돌아봐도 그렇습니다. 삼포 세대가 경제적 조건이 뒷받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연애와 결혼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반대로 이렇게 물어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연애는 반드시 돈이 있어야만, 정규직 직장을 가지고 있어야만 할 수 있는 건가? 학생들은 연애할 수 없나?’ 우리는 은연중에 철저하게 완벽한 게임을 하려는 체제 안에 포섭되어 있는 거죠. 『트렁크』는 그걸 극단화시켜서 드러내는 것뿐입니다. 여기에 대해서 우리가 문제의식을 가져야겠죠. 이런 사랑이 과연 사랑인가, 하고 생각해보면 껍데기라는 생각이 들죠.”

 

끊임없이 거짓말을 하고 학교에서 반복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소녀가 있다. 『거짓말』의 주인공 ‘최하석’이다. 아이는 교실에서 벌거벗은 채 소년과 잠을 잤다는 이유로 전학을 가고, 그곳에서도 개교 기념품으로 받은 도자기 필통에 라면을 끓여 먹다 혼이 난다. 취미는 자살 방법수집. 소녀는 ‘죽고 싶어 하는 피가 내게로 전해졌다’고 말한다. 그러나 평론가 허희는 아이의 말을 허투루 듣지 않는다. “과연 이 소녀를 있는 그대로 믿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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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제목 자체가 『거짓말』이고, 이 소녀는 거짓말을 굉장히 잘하거든요. 그러면 거짓말을 함으로써 압도적인 삶의 무게를 버텨내는 주인공을 조금 더 따뜻하게, 밀착해서 봐야 하는 게 아닐까요. ‘저렇게 말하고 있는 이면에 뭐가 있지? 저 아이가 정말 원하는 게 뭐지?’라는 걸 짐작해 보게 되는 겁니다. 그렇게 볼 때 지금 최하석이 원하고 있는 것은 죽음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것이고, 그것은 “나는 죽어서라도 사랑이라는 걸 듬뿍 받고 싶었다”라는 문장 안에 들어 있지 않나 생각했습니다. 여기에서 볼 수 있는 사랑이라는 건 무엇일까요. 상대가 나의 사랑을 거부합니다. 그는 전혀 사랑을 원하는 것 같지 않아요. 사랑을 받을 자격조차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그 사람에 대해서 단념하고 돌아서야 할까요? 그에게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인다면, 혹은 그 사람이 나중에 조금 더 소중한 사람일 수 있다면, 지금 위악으로 점철된 모습의 다른 면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그 자체도 사랑이 가지는 하나의 효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누구든 사랑할 수 있는 걸까. 모든 대상을 사랑해야만 하는 것일까. 『옛날 옛적에 자객의 칼날은』에는 조금 다른 사랑의 이야기가 숨어있다. 사랑할 수 없는 대상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다.

 

“소설에는 자객이 등장합니다. 그는 재상을 암살해 달라는 의뢰를 받지만 결국 죽고 말아요. 그때 자신의 얼굴 가죽을 벗깁니다. 가족들을 안전을 위해서 신원을 드러내지 않는 거죠. 그런데 암살을 의뢰했던 벼슬아치가 그의 정체를 밝혀버립니다. 그래서 자객의 아내가 죽고 두 명의 자식이 살아남게 됩니다. 오빠 ‘명’과 여동생 ‘정’입니다. 그들이 재상을 사랑할 수 있을까요? 저는 복수라는 테마를 이야기하기 위해서 이 소설을 예로 들었는데요. 사랑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사랑이라는 게 어떻게 보면 하나의 권력일 수 있다는 거예요. 계급적으로 높은 사람이 낮은 사람을 사랑하는 방식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겁니다. 자신보다 계급이 낮은 사람에게 잘해주면서 나는 너를 아끼는 거야, 너를 사랑하고 있단다, 라고 말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반대로 그런 위치가 아닌 사람들, 저 사람을 도저히 사랑할 수 없는 사람들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소설은 복수의 현실과 환상이 겹쳐진 곳을 가로지른다


강연을 마무리하며 평론가 허희는 ‘소설의 사랑’에 대해 말했다. ‘소설의 사랑이란 어떤 것일 수 있는가’에 대한 답으로 그가 제시한 것은 ‘소설의 현실성’이었다.

 

“저는 현실이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의 현실이라는 것은 당신의 환상일 수 있고, 당신의 현실이 저에게는 환상일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각자의 현실을 살죠. 그리고 현실을 공유한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이때 소설이라는 것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소설은 단수의 현실이 아니라 복수의 현실과 환상이 겹쳐진 곳을 가로지른다고 생각합니다. 자폐적인 글쓰기는 현실과 단절하고 열린 세계를 지향하는 소설은 현실과 부단히 접속한다는 게 저의 명제인데요. 현실은 하나가 아닌 여러 개라고 볼 때 환상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요. 이렇게 볼 때 단순히 사실을 그대로 받아쓰는 소설이라는 건 의미가 없다는 겁니다. 우리는 개별적인 현실을 살지만, 소설이 나와 당신의 현실이 긴밀하게 연결될 수 있는 공통 감각을 형성하는 데 쓰일 수 있다는 겁니다. 이런 것을 현실의 현실성과 대비시켜서 소설의 현실성으로 명명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아울러 그는 ‘소설의 현실성을 갖춘 작품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작가와 독자에게 익숙한 사회적 문화적 코드를 그대로 넣는 것이 아니라, 특수한 일부가 내 삶과 맞닿아 있다는 감각을 느끼게 만들 때 소설의 현실성이 갖춰지지 않나 생각합니다. 결국 제가 지향하는 것은 사실을 있는 그대로 문학 안으로 끌어들이는 ‘현실의 장면화’가 아니라, 소설적인 장면을 공동의 현실로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소설의 현실성을 담지하는 문학이 결국 현실을 변혁해 나가는 데 기여를 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소설의 사랑’에 대한 평론가 허희의 정의는 명쾌했다. “나와 당신의 현실을 소통시키고, 우리의 공통적인 것을 잉태시키고,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것”이 곧 소설이 사랑을 하는 방식이라는 것.

 

“서로 연결될 수 없는 현실을 소통시키고, 그것을 통해서 우리의 공통적인 무엇인가를 잉태시키고, 더 나아가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소설의 현실성을 확보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이것이 사랑에 대한 비유라고 생각합니다.”

 

그와 함께한 ‘2015 소설학교 프로젝트’의 마지막 시간은 한 해 동안 우리 곁에 머물렀던 소설, 그 속의 사랑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제공했다. 서로 다른 사랑의 빛깔만큼 다채로운 이야기가 펼쳐졌고, 독자들로 하여금 사랑에 대한 질문을 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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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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