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유격수 감동 스토리에 열광한 미국인들 - 채드 하바크 『수비의 기술』
미숙한 청춘들의 아프고 찬란했던 기록 2011년 미국 문학계 샛별로 떠오른 채드 하바크 인터뷰 데뷔작으로 아마존 올해의 책 1위 올라
청춘의 시기에 직면한 이들이 겪는 미숙함, 혼란과 시련은 만국 공통의 보편적인 과정이 아닐까.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이 우리나라 많은 젊은 영혼의 공감을 얻었듯, 채드 하바크의 소설 『수비의 기술』역시 ‘청춘의 아픔’을 그려냄으로서 많은 영미권 젊은이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한국 출간에 즈음하여 문학 리그의 슈퍼 루키로 지목된 채드 하바크와 나눈 특별한 이야기를 공개한다.
청춘의 시기에 직면한 이들이 겪는 미숙함, 혼란과 시련은 만국 공통의 보편적인 과정이 아닐까.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이 우리나라 많은 젊은 영혼의 공감을 얻었듯, 채드 하바크의 소설 『수비의 기술』역시 ‘청춘의 아픔’을 그려냄으로서 많은 영미권 젊은이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한국 출간에 즈음하여 문학 리그의 슈퍼 루키로 지목된 채드 하바크와 나눈 특별한 이야기를 공개한다.
지난 2011년을 마무리하며 아마존은 100권에 달하는 올해의 책(Best Books of 2011)을 발표했다. 그중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와 미국에서도 성공적인 화제작으로 자리매김한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등이 포함돼 있었다. 그런데 여러 화제작들 중 1위를 차지한 작품을 둘러싼 스토리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했다. 바로 채드 하바크라는 무명 작가의 데뷔작 『수비의 기술』 이다.
야구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아마존 외에도 선데이타임스 올해의 책, 뉴욕타임스 북리뷰 올해의 책 등 유수의 신문, 잡지에서 앞닽퉈 소개되며 놀라운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아마존의 에디터들은 『수비의 기술』을 향해 ‘너무도 자신감 있고, 조예 깊으며, 예측할 수 없고, 전적으로 기억할 만한 작품’이라는 찬사를 쏟아냈다. 존 어빙, 제임스 패터슨, 조너선 프랜즌 등 미국문학의 거장으로 추앙받은 작가들 역시 데뷔 타석에서 만루 홈런을 쏘아올린 슈퍼루키 채드 하바크의 작품에 놀라운 평가를 아끼지 않았다.
11년만의 집념으로 결실을 맺다
채드 하바크는 미국 최고의 명문대로 손꼽히는 하버드를 졸업하고 버지니아 주립대학교에서 예술학 석사 학위를 받은 엘리트였다. 그러나 그의 졸업 후 행보는 금융계나 법조계 등 성공이 보장 된 길로 향하는 동기들과는 달랐다. 뜻이 같은 친구들과 함께 정치, 사회, 문화, 예술 비평 잡지인 < n+1 >을 창간해 자신이 직접 필자와 편집자로 활약하며 진보 지식인의 삶을 살아간 것. 그와 동시에 쓰기 시작한 것이 바로 『수비의 기술』이었다.
놀라운 것은 그가 이 책을 처음 집필한 것이 무려 출간 11년 전인 2000년이라는 사실이다. 주된 내용 상 ‘야구 소설’ 혹은 ‘캠퍼스 소설’로 분류된 『수비의 기술』은 수많은 출판사와 출판 대리인들로부터 ‘이 분야에 이미 너무나 많은 책들이 나와 있어 진부하다’는 이유로 거부됐다. 그러나 채드 하바크는 꾸준히 자신의 일을 하며 『수비의 기술』을 고쳐쓰고 또 고쳐썼다.
결국 끊임없는 그의 집념과 열정은 2009년 출판 에이전트 패리스-램을 만나면서 결실을 맺게 된다. 작품의 진가를 알아 본 패리스-램의 의욕적인 홍보 덕분에 미국 출판계의 양대 산맥이라 일컬어지는 ‘스크리브너’와 ‘리틀 브라운’이 단지 신인 작가에 불과한 채드 하바크의 『수비의 기술』 출판권을 놓고 경매에 참여하는 극적인 상황까지 연출된 것이다.
청춘, 그 다채로운 빛깔의 찬란함
『수비의 기술』은 채드 하바크의 자전적 경험이 녹아들어 간 작품이다. 고교시절 야구선수로 활동한 경력이 있는 그는 각각의 인물들에게 당시 자신이 느낀 불안과 좌절, 미래를 향한 부푼 기대와 그것이 좌절됐을 때의 감정들을 투영하며 한편의 놀라운 이야기를 완성시켰다. 때문에 그의 소설을 단순히 스포츠 소설이나 야구 소설로 한정짓기에는 그 담고 있는 감정과 매력이 너무나 다양하다. 채드 하바크 스스로는 이를 “성공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하고 있다.
그의 말처럼 야구로 포장된 이야기의 이면을 살펴보면 등장인물들의 성공과 실패의 과정에서 당면하는 두려움이 숨겨져 있다. 메이저리거의 장밋빛 미래를 꿈꾸다 어느 순간 송구를 할 수 없게 된 헨리, 지원한 로스쿨에 모두 떨어지고 빚만 남은 채 대학 졸업 후 갈 곳이 없어진 마이크, 느지막이 찾아온 어린 동성 연인과의 사랑에 고민하는 어펜라이트, 예정된 길을 뒤로하고 선택한 결혼 생활을 너무 일찍 파국으로 끝낸 펠라 등 등장인물들은 이야기 초반 승승장구했던 모습과는 정 반대의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즉 책 제목이기도 한 수비의 기술이란 이들이 각각의 두려움에 직면했을 때 취하는 행위이자 인생의 그라운드에서 직면한 위기에 대응하는 기술을 의미하는 것이다.
상처받고 어쩔 줄 몰라하는 인물들은 결국 서로의 영혼을 위로하며 다시금 인생이라는 게임을 이어간다.
겸손한 이미지의 슈퍼루키
『수비의 기술』에 쏟아부은 공력은 그 누구와 견주어도 모자람이 없지만 출간 이후 이어진 성공은 채드 하바크 자신도 예상하지 못한 듯 했다. 작가 조너선 프랜즌은 그런 『수비의 기술』을 휴가지에서 읽고 싶은 소설이라는 극찬을 선사했다. 이에 대해 채드 하바크는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우선 당신의 성공을 축하합니다. 혹시 『수비의 기술』 이렇게 성공하리라 예상하셨나요?
감사합니다. 이렇게까지 큰 성공은 예상 못했는데 기쁜 마음이죠.
작가 조너선 프랜즌이 『수비의 기술』을 두고 한 추천평은 꽤나 인상적인데요. 그의 극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조너선 프랜즌이 이 책을 그토록 재미있게 읽었다는 것은 저로서는 흐뭇하기 짝이 없습니다. 공개적으로 그렇게 말해준 것에 대해 몹시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신진 작가를 그런 식으로 기꺼이 도와준 것은 정말이지 큰 아량을 발휘해준 것이라고 생각해요.
10년 동안 『수비의 기술』을 써온 이야기는 대단한 집념을 느끼게 하는데요. 과연 몇 번의 퇴고를 거쳤는지 궁금합니다. 처음 쓴 작품과 마지막 출간 당시 『수비의 기술』의 차이점이 있나요.
저는 이 책을 아주 찬찬히, 끝도 없이 수정하면서 썼어요. 10년이란 시간이 흐르면서 이 소설은 분명 바뀌었다고 할 수 있죠. 집필을 시작할 당시에 저는 세상 물정에 어둡고 어린 청년에 불과했어요. 하지만 끝마쳤을 무렵에는 진정한 어른이 되었다고 할 수 있었죠. 제 생각에는 그런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이 책에서 젊음과 원숙함이 흥미로운 조합으로 버무려진 것 같아요. 하지만 한편으로 설정과 플롯, 캐릭터들과 책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시간에 상관없이, 놀라울 만큼 바뀐 것이 없기도 해요. 단지 제게 관건은 종이에 적어 내려간 글들을 제 머릿속에 존재하는 책으로 서서히 바꾸어가는 것이었죠.
작품에 담긴 생각들은 다양한데요, 당신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인생관이나 철학은 무엇인가요.
일부러 특별한 생각이나 사상을 담아보려고 하진 않았습니다. 다만 멋진 이야기를 그려내고 싶었을 뿐이었어요. 다섯 사람의 등장인물들의 마음과 삶을 최대한 깊게 들여다보고 싶었고요. 돌이켜보건대 이 소설은 성공에 대한 두려움, 실패에 대한 두려움에 관한 책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즉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식으로 의존하고, 그들을 위해 어떤 식으로 희생하는지, 그러면서도 피치 못하게 상처 입히고 좌절을 안겨주는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당시 크리스 패리스-램을 처음 만났을 때 그가 『수비의 기술』에서 발견한 것은 무엇이라고 하던가요.
이 소설은 이미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소설 중 하나가 되었다고 말하더군요(웃음). 크리스와 함께 작업하면서 정말이지 크나큰 즐거움을 누렸어요. 그는 책의 성공을 위해 부단히 애썼고, 또 저와도 매우 친해졌지요. 여전히 그에게 감사하고 있습니다.
하바크 씨 역시 고등학교 때 야구선수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고 알고 있는데, 헨리와 같은 특별한 재능이 있었나요? 헨리의 이미지는 왠지 하바크 씨 본인의 이미지와 겹쳐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고등학교 다닐 때 유격수로 뛰었는데, 꽤 하는 편이었습니다. 그러나 작품 속 헨리의 재능에는 발끝에도 미치지 못했지요. 최고의 운동선수가 되려는 헨리의 고투를 생각할 적에 저는 제 자신이 소설가가 되려고 했던 때의 고투를 종종 끌어들이곤 했어요. 이 두 가지 일은 많은 면에서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헌신을 다 바쳐야 하고, 일상의 의식, 저 먼 목표, 모든 것이 가지런하게 자리를 잡고 완벽한 것처럼 보이는 순간을 향해 한없이 느리게 나아가야 하니까요.
헨리는 특별한 재능을 지닌 한편 여러모로 적응이 필요한 핸디캡도 있는 존재인데, 작가 본인이 느끼는 자신의 핸디캡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제 결점이라면 여기에 다 열거하지 못할 만큼 많죠. 헨리와 같은 단점이 하나 있다면 어떤 치명적인 완벽주의라고나 할까요. 너무 심해서 아무 일에나 손도 대기가 어려울 만큼이요.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네요. “누구보다도 이 일을 잘 해낼 수가 없다면, 그냥 어둠속에 주저앉아서 잊어버리고 말지.”
『수비의 기술』을 단순히 스포츠 소설이라 하기에는 담고 있는 생각들이 매우 진지하고 철학적인데요, 자신의 소설을 굳이 분류한다면 어떤 장르의 소설이라고 생각하세요.
맞습니다. 스포츠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오해의 여지가 있지요. 저는 처음부터 끝까지 야구가 이 책의 한 요소이기를 원했어요. 물론 중심적인 요소이긴 했지만요. 장르를 말하라면, 궁색하게 모든 것을 다 아우르는 상업적인 용어로서 ‘문학적 소설’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군요. 개인적으로 저는 이 책이 대체로, 사랑과 우정에다 농담을 약간 버무린 책이라고 생각해요.
보통의 하버드 출신들과 다른 길을 선택했을 당시 하바크 씨가 꿈꿨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그리고 당신의 선택에 대해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 가족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궁금하네요.
흠……, 제 꿈은 소설가가 되는 것이었어요. 언제나 소설가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가장 고귀하고 멋들어진 존재라는 생각을 했죠. 뭐 사실 아주 멋들어진 것은 아니더라고요(웃음). 가족이 반대를 하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조금 난처해하기는 했다는 거예요(웃음). 제 가족은 중간 계층의 전형적인, 아주 ‘중서부적’인 사람들이라, 제가 하버드에 가자 성공적인 전문 직업인이 되어 돈 좀 만지겠다고 짐작했지요. 그런데 13년이 흐르는 동안에 전 성공적인 직업인이 되지도 못했고 큰돈을 만지지도 못했습니다. 조금도 그렇지 못했죠.
10년 동안 『수비의 기술』을 쓰는 한편, 어떤 삶을 살았는지 궁금한데요.
10년간 이 책을 쓰면서 보스턴에서 버지니아로, 뉴욕으로 옮겨가며 살았죠. 2년간 문예창작 과정 예술 대학원에 다녔고, 교사와 개인교사, 편집자로 일하기도 했고요. 그러다 2004년에 저와 친구들은 문학과 정치, 문화를 다루는 < n+1 >이라는 잡지를 만들었고, 꽤 성공을 거두기도 했고요.
< n+1 >이란 잡지를 창간하게 된 계기, 그리고 진보적인 잡지인 < n+1 >의 발행인이자 편집자로서 현재 미국 사회에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처음에는 우리가 읽고 싶은 잡지를 만들고 싶어서 < n+1 >을 창간한 거였어요. 문학과 문예비평을 오락거리로뿐 아니라 삶의 한 방식으로서 매우 진지하게 다루는 잡지를 만들고 싶었던 거죠. 미국 사회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어요. 하나는 기업들이 선거 과정에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이에요. 또 하나는 끝 간 데 없이 벌어지기만 하는 빈부격차고요. 세 번째로 지구 온난화와 다른 환경 문제를 부정하는 행태도 존재한다는 거예요.
『수비의 기술』의 성공을 데뷔는 첫 타석에서 나온 만루 홈런으로 일컬어지기도 하는데, 두 번째 타석에 대한 기대감도 큰 듯 합니다.
사실 『수비의 기술』을 홍보하려고 여행을 다니고 낭독회와 대담 등을 다니느라 너무 바빠서 올해는 글을 쓸 짬이 나지 않았어요. 물론 작업 중인 책이 있지만, 입 밖에 내면 불운이 오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초기 단계에요.
야구 외에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 혹은 소재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문학과 생태에 관심이 많아 그쪽 분야에 관한 글을 자주 쓰는 편이에요. 현재 저는 < n+1 >의 에디터로서, 미국의 작가들이 가르치는 일이 됐든 쓰는 일이 됐든, 어떻게 돈을 버는지, 그리고 그것이 문학판의 기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책을 편집하고 있습니다. 아, 그리고 농구가 있군요. 저는 농구라면 사족을 못 써요(웃음).
이번의 성공으로 잃은 것과 얻은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본인을 슈퍼 루키로 지목하는 세계 독자들의 관심이 부담스럽지는 않나요.
작품이 이토록 환대를 받았으니 분명 꿈이 이루어진 셈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슈퍼 루키’가 된다는 것에 압박감이 확실히 있어요. 그렇지만 『수비의 기술』을 쓰는 동안에도 압박은 엄청났거든요. 저는 그야말로 제 모든 희망을 10년간의 프로젝트에 쏟아부었기에, 만약 실패하거나 좋지 않은 반응을 받았다면 매우 고통스러웠을 지도 몰라요.
한국 독자들 역시 하바크 씨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 한국에 대해 무엇을 알고 계신지요? 앞으로 한국에 방문할 계획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한국과 관련한 경험은 한국에서 온 몇몇 친구들을 빼놓고는 거의 없습니다. 현재로서는 아쉽지만 방문 계획도 없네요. 여러분께서 저를 초대해주셔야겠습니다(웃음).
관련태그: 채드 하바크, 수비의 기술, 야구, 스포츠 소설, n+1, 아마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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