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진리는 ‘없거나’ ‘이것 저것’

『언더그라운드』 2부작 중 2편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전편 『언더그라운드 1』은 1995년 3월 20일 아침 도쿄내 지하철과 지하철역 곳곳에서 있었던 옴진리교 사린 가스 사건의 피해자들과의 인터뷰를 묶은 책이다.

 
약속된 장소에서: 언더그라운드 2
무라카미 하루키 저/이영미 역 | 문학동네
《문예춘추》에 ‘포스트 언더그라운드’라는 제목으로 연재했던, 『언더그라운드』의 후속작. 피해자의 목소리를 담은 전작에 이어 가해자인 옴진리교 관계자들과의 인터뷰 및 저명 심리학자 가와이 하야오와의 대담을 통해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어둠을 조명한 걸작이다.
『언더그라운드』가 발간된 지 일 년여 후, 하루키는 전작과 같은 방식으로 옴진리교 관계자를 취재해 현대사회의 병폐가 낳은 괴물로 인식되는 옴진리교의 실체와, 그것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었던 사회적 배경의 어두운 이면을 파헤친다. 사린사건을 바라보는 반대편 시각을 제시함으로써 이제껏 우리가 일반적으로 접해왔던 ‘피해자=가해자’라는 단순한 도식이 얼마나 위험한 발상인지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
현대사회의 윤리, 선과 악을 규명하는 기준은 과연 무엇인가 하는 화두를 던진 이 작품들은 이후 그의 작품세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언더그라운드』 2부작 중 2편이다. 전편 『언더그라운드 1』은 1995년 3월 20일 아침 도쿄내 지하철과 지하철역 곳곳에서 있었던 옴진리교 사린 가스 사건의 피해자들과의 인터뷰를 묶은 책이다. 1편에는 출근 중 가스를 마셨던 샐러리맨들과의 인터뷰가 많았다. 집값이 비싸 도쿄 외곽지역에서 살면서 도심으로 향하는 출근길 지하철에서 사린 가스를 마셨던 피해자들의 인터뷰가 1편에 수록되었다. 무채색, 무표정의 샐러리맨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저들에게도 나름의 인생이 있고, 각자 열심히 살고 있구나고 느꼈다.

지금 소개하려는 『언더그라운드 2 : 약속된 장소에서』는 반대로 옴진리교 내부의 사람을 인터뷰한 책이다. 하지만 직접 사린 가스 사건과는 연관이 없는 사람들이다. 1편과 인터뷰 방식은 동일하다. 먼저 살아온 이야기를 쭉 듣고 그 다음에 옴진리교에 들어가게 된 계기, 사린 가스 사건에 대한 견해를 밝힌다.

옴진리교에 대한 이미지는 (한국에 사는 필자가 보기엔) 싸이코 신흥종교 집단의 모습이다. 하지만 책을 읽고 생각이 달라졌다.(이것이 미디어가 다 하지 못하는 책의 역할일 것이다) 인터뷰를 듣다보면 옴진리교의 입교 계기는 엇 비슷하다. 간단히 말해서 현실세계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삶에 대한 큰 의문을 가져 입교하게 되었다는 것. 현세에서 꿈을 가지고 성공을 하는 것보다 개인적인 수행을 통해 해탈을 꿈꾸는 자들이다. 입교에는 선한 이유가 있었다. 사린 가스 사건 이전에는 여타 종교와 같이 수행을 위한 사람들이 모인 건전한 공동체의 역할을 했다.

하루키가 이 책을 쓴 이유는 옴진리교 사건 이후에도 근본적인 문제는 하나도 해결되지 못했다는 위기감 떄문이다. 하루키가 말하는 근본적인 문제는 시스템과 개인의 충돌이다. 아무리 선한 사람이라도 ‘죄책감을 가지고’ 악행을 저지르게 하는 그런 시스템말이다. (이는 『1q84』까지 이어진다) 교주 아사하라 쇼코의 명령. ‘사린 가스를 살포하라’ 라는 누가 보기에도 명백한 살인 행위에 신자들은 따랐다.(안따른 사람도 있다) 1900년대 초 일본의 식민지 건설, 그리고 이어진 아시아태평양 전쟁의 시스템과 다를바 없다. (나치의 시스템도 이와 같으나 독일 그리고 서양은 나치라고 하면 경악을 할 정도로 반성하고 극복 하려 한다.)

책의 끝에는 심리 학자 가와이 하야오와의 대담이 실려 있다. 하루키는 1편을 쓰면서 느낀 점을 소회하면서 회사라는 조직자체가 굉장히 종교적으로 어떤면에서 보면 옴진리교의 시스템과 공통되는 부분이 있을지로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이는 1편에서 회사라는 시스템을 위해 굉장히 열심히 살았던 피해자들을 취재하면서 느낀점이라고 한다. 회사라는 이름을 등에 업고 하는 모든 행동을 한 번 짚어봐야 하겠다. 대담자 가와이 햐아오는 냉전체제였으면 옴진리교 같은 조직이 나오기 힘들었을 거라고 말한다. 스토리의 축이 사라진 시대, 모든 것이 의미를 잃고 선악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아 머리가 혼란스러운 시대에 자신이 선이며 모든 걸 명확하게 설명해주는 조직인 옴진리교가 위세를 떨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루키는 실제로 만나 본 옴 진리교 사람들을 보고 ‘꽤 괜찮은 친구다’라고 느꼈던 적이 많았다고 한다. 현세를 버티는 범인(凡人)들 보다 더 번뇌하였다는 이유로 사회 시스템에서 팽 당한 이들. 이들은 일반의 가치관에서 벗어나 있다.

“‘ 이 사람은 세간에서 잘 살아갈 수 없겠다’ 싶은 사람도 분명 있었습니다. 일반의 가치관에서 애당초 완전히 벗어나 있어요. 그런 사람이 인구 중 몇 퍼센트 정도일지는 모르지만, 좋고 나쁘고를 떠나 그렇게 사회 시스템 안에서는 헤쳐나갈 수 없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건 확실합니다. 저는 그런 사람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p.299



옴진리교 사건의 본질은 무엇일까. 돈 벌이를 위해 보여줘야 할 것을 보여주지 않고 대중이 원하는 것을 자극적으로 보여주는 미디어. 그런 미디어를 거치지 않고 진실은 이러저러하다 라고 말하지 않고 인터뷰 내용을 통해 각자 무엇이 진실일까라고 고민하게 만드는 하루키의 작업은 구로사와 아키라의 영화 「라쇼몽」 의 방식과 비슷하다. 모든 걸 각자 알아서 판단해야 하는 시대. 수 많은 진리들이 뒤섞여 ‘진리’가 사라진 시대. 제정신으로 살기엔 너무나 혼란 스러운 시대에 ‘옴진리교’ 사건을 인터뷰로 풀어낸 하루키의 방식은 진리라는 건 ‘없거나’ ‘이것 저것’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5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 1Q84 1 <무라카미 하루키> 저/<양윤옥> 역

    13,320원(10% + 5%)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 언더그라운드 <무라카미 하루키> 저/<양억관> 역

    18,000원(10% + 5%)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 약속된 장소에서 <무라카미 하루키> 저/<이영미> 역

    13,500원(10% + 5%)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나를 살리는 딥마인드

『김미경의 마흔 수업』 김미경 저자의 신작.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왔지만 절망과 공허함에 빠진 이들에게 스스로를 치유하는 말인 '딥마인드'에 대해 이야기한다. 진정한 행복과 삶의 해답을 찾기 위해, 마음속 깊이 잠들어 있는 자신만의 딥마인드 스위치를 켜는 방법을 진솔하게 담았다.

화가들이 전하고 싶었던 사랑 이야기

이창용 도슨트와 함께 엿보는 명화 속 사랑의 이야기. 이중섭, 클림트, 에곤 실레, 뭉크, 프리다 칼로 등 강렬한 사랑의 기억을 남긴 화가 7인의 작품을 통해 이들이 남긴 감정을 살펴본다. 화가의 생애와 숨겨진 뒷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현대적 해석은 작품 감상에 깊이를 더한다.

필사 열풍은 계속된다

2024년은 필사하는 해였다. 전작 『더 나은 문장을 쓰고 싶은 당신을 위한 필사책』에 이어 글쓰기 대가가 남긴 주옥같은 글을 실었다. 이번 편은 특히 표현력, 어휘력에 집중했다. 부록으로 문장에 품격을 더할 어휘 330을 실었으며, 사철제본으로 필사의 편리함을 더했다.

슈뻘맨과 함께 국어 완전 정복!

유쾌 발랄 슈뻘맨과 함께 국어 능력 레벨 업! 좌충우돌 웃음 가득한 일상 에피소드 속에 숨어 있는 어휘, 맞춤법, 사자성어, 속담 등을 찾으며 국어 지식을 배우는 학습 만화입니다. 숨은 국어 상식을 찾아 보는 정보 페이지와 국어 능력 시험을 통해 초등 국어를 재미있게 정복해보세요.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