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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에티켓, 기본만 하자!

와인을 평가할 때와 달리 와인 관련 에티켓은 어느 정도 숙지하는 게 좋을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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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너무 에티켓에 신경을 쓴다면 와인을 편하게 마실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에티켓은 대부분 경험과 필요에서 나올 때가 많다.

만화를 보면 주인공 시즈쿠는 와인에 대한 아무런 기초 지식도 없이 오로지 와인의 맛과 향으로 품질을 평가하고 자신의 느낀 감정을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이에 반해 주인공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수습사원 미야비는 소믈리에 공부를 하고 있어 와인에 대한 등급과 역사 등 배경 지식을 줄줄이 꿰고 있다. 하지만 실제 와인을 많이 마셔보지는 못했고 와인을 평가할 때도 자신이 느끼는 생각보다는 이런 배경과 등급, 전문가들의 평론을 주로 말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처음 와인을 마실 때엔 미야비처럼 해선 안 된다. 비록 와인을 잘 모른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느낌이 가장 중요하다. 이 세상에는 수만 종류의 와인이 있다. 만약 미야비처럼 미리 선입관을 가진다면 자신에게 맞는 와인들을 선택하고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

와인은 여행과 같다. 때로는 여행지를 잘 파악하고 가야 재미가 있을 때가 있고, 때로는 아무런 정보도 없이 무작정 떠날 때가 좋을 있다. 항상 열린 마음으로 자신에게 맞는 와인을 찾아보는 게 가장 중요하다.

와인을 처음 접할 때도 와인 전문가들에게 영향을 많이 받게 되지만 와인을 어느 정도 알게 되면 이는 더 심해진다. 특히 와인을 조금이라도 접하게 되면 반드시 마주치는 것은 바로 로버트 파커가 매긴 와인의 점수다. 『신의 물방울』은 물론 어떤 와인 책이라도 파커의 와인 점수가 빠지는 법이 없다. 그가 와인에 점수를 매기면 그게 곧 와인의 가격이 될 정도로 와인업계에서 그가 주는 영향력은 막대하다. 영화 <몬도비노Mondovino, 2004년>에서 비춰진 것처럼 로버트 파커가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로 와인업계의 발전을 이끌어 온 것은 자명한 사실이지만, 동시에 대중의 입맛을 어느 정도 획일화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내 경우엔 로버트 파커의 점수나 평론을 자주 읽어 보지만 실제로 와인을 마실 때는 그것을 완전히 잊어버린다. 한 번 읽고 머릿속에 넣은 채 와인을 마시게 되면 만화를 쓸 수가 없다. 만약 로버트 파커의 평론이 머릿속에 남아 있다면 그가 표현한 카시스?민트 같은 향에 구속될 수밖에 없다. 만화로 영상화하려면 그가 말한 것을 무시해야 한다.

만약 로버트 파커가 말한 것을 토대로 만화를 그린다면 12사도 와인들은 전부 그로부터 100점을 받은 와인들로 채워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만화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나로선 한결 짐이 덜겠지만, 그만큼 만화는 재미가 없어지고 역동성을 잃을 수 있다.

하지만 로버트 파커가 대단하다는 것만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수없이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해본 후 와인을 평가하지만, 결국은 그의 점수나 시음기와 별다를 게 없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와인의 독특한 향과 맛을 잡아내고 이를 적절하게 비유하는 그의 시음 노트는 정말 대단하다.

와인을 평가할 때와 달리 와인 관련 에티켓은 어느 정도 숙지하는 게 좋을 때가 많다. 물론 너무 에티켓에 신경을 쓴다면 와인을 편하게 마실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에티켓은 대부분 경험과 필요에서 나올 때가 많다. 그래서 와인 에티켓에는 ‘네버’(never), 즉 절대 안 된다는 것은 없지만 자리와 분위기, 주위 사람들에 맞춰 융통성을 발휘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음은 초보자들이 가장 기본적으로 숙지해야 할 에티켓들이다.

먼저 레스토랑이나 다른 사람들로부터 와인을 받을 때는 와인잔을 테이블에 그대로 두는 것이 좋다. 이것은 와인을 따르는 소믈리에나 상대방을 그만큼 신뢰한다는 의미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도 비슷하겠지만 일본에서는 자신의 상사가 따르면 저절로 잔을 들고 받치는 자세가 될 때가 있다. 물론 이 자세가 좋은 것은 아니지만, 와인을 따라주는 상사가 와인에 대해 무지할 경우 그냥 테이블에 잔을 놓아둔다면 ‘예의적으로’ 비쳐지지는 않을 것이다. 상황에 따라 적당하게 에티켓을 발휘할 융통성이 필요한 부분이다. 물론 외국인과 마실 때는 금물이다.

와인을 마실 때는 향을 살리기 위해 와인잔을 돌릴 때가 많다. 이때는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리는 게 좋다. 시계 방향으로 돌리면 와인이 흘러 넘쳐 옆사람에게 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와인잔을 돌리는 것에 익숙지 않다면 집에서 간단하게 연습을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자작’은 하지 않은 것이 좋다. 바로 자기 손으로 자신의 잔에 와인을 따르는 경우다. 예전 프랑스의 한 고급 레스토랑에서 너무 맛있는 와인이 나왔기에 자작을 해 당시 주최자로부터 혼이 난 적이 있었다. 프랑스 현지에서도 와인을 자작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고 한다.

단체로 와인을 많이 마실 때는 화이트 와인을 먼저 주문하고 그 다음이 레드 와인이 좋다. 레드 와인을 계속해서 주문할 때는 가벼운 것에서 무거운 것으로 가는 것이 좋다. 빈티지의 경우는 새로운 것부터 오래된 것으로 가야 한다. 와인 모임에서는 이 정도는 숙지해야 될 것 같다. 화이트 와인부터 마시는 것은 사람의 생리 현상과도 무관치 않다. 화이트 와인은 레드 와인에 비해 소화가 잘 되는 편이다. 레드 와인은 타닌이나 폴리페놀이 포함돼 있어 몸에 흡수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화이트 와인 또는 스파클링 와인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강한 레드 와인과 가벼운 전채를 곁들여 마실 때는 체하기 쉽고 몸이 불쾌함을 느낄 때가 많다. 강한 레드 와인은 스테이크 같은 무거운 요리와 잘 어울린다. 그래서 마시는 순서가 중요하다. 가끔 외국으로 관광을 온 일본인들이 식사 초반부터 무거운 레드 와인을 시키는 것을 자주 보는데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

와인잔에 대해서도 독자들의 문의가 많은 편이다. 와인잔은 일단 계란형이 좋다. 잔을 돌릴 때 와인이 튀어나가지 않고 향도 쉽게 모아주기 때문이다. 흔히 볼 수 있는 와인잔은 보르도 와인을 위한 것이다. 와인을 마실 때는 보르도 와인잔이 만능으로 통한다. 부르고뉴 와인을 마실 때는 향이 좋으니 볼이 넓고 조금 큰 잔이 좋다.

개인적으로 와인을 마실 때 가장 보기 싫은 것은 흡연이다. 일본의 경우 흡연이 상당히 일반적이기 때문에 와인을 마실 때 담배를 피우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와인의 향을 맡고 맛을 볼 때 자신뿐 아니라 상대방에게도 악영향을 미친다. 그나마 요즘은 레스토랑에선 금연을 하기 때문에 와인을 마실 때는 대부분 나가서 담배를 피운다. 그래도 와인을 마실 때만은 담배를 멀리하면 좋겠다.

※ 운영자가 알립니다
<와인의 기쁨>은 ‘중앙books’와의 제휴에 의해 연재되는 것이며, 매주 수요일 2개월간(총 8편) 연재될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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