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QUEEN을 떠올리게 만든 샤토 몽페라Chateau Mont-perat
이 가운데에서도 잊을 수 없는 것은 ‘신의 물방울 와인’으로 매진 사태를 빚은 첫 번째 와인 ‘샤토 몽페라 2001년산’이다. 이 와인은 연재를 시작한 지 3주째에 소개했다(주인공 시즈쿠는 이 와인을 마신 후 영국의 록 그룹 퀸의 음악을 떠올린다).
우리 남매가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와인 만화 『신의 물방울』에서 소개한 와인들은 무서운 기세로 팔려나가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다고 한다. 『신의 물방울』은 매주 목요일에 발매되는 일본의 주간 《코믹 모닝》에 연재되고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목요일만 되면 인터넷 쇼핑몰에서 보내는 ‘샤토 ××가 드디어 『신의 물방울』에 등장!’이라는 메일을 보게 된다.
우리 남매가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와인 만화 『신의 물방울』에서 소개한 와인들은 무서운 기세로 팔려나가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다고 한다. 『신의 물방울』은 매주 목요일에 발매되는 일본의 주간 《코믹 모닝》에 연재되고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목요일만 되면 인터넷 쇼핑몰에서 보내는 ‘샤토 ??가 드디어 『신의 물방울』에 등장!’이라는 메일을 보게 된다. 왠지 우리 남매의 어깨가 무거워진 느낌이다. 하지만 우리는 만화에서 와인을 언급할 때 해당 와인을 여러 번 시음해보기 때문에 『신의 물방울』에서 격찬하는데 맛이 없다는 상황은 없을 것이다. 나와 남동생은 등장할 와인 한 병을 놓고 거의 하루 종일 맛과 향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나눌 정도다.
이 가운데에서도 잊을 수 없는 것은 ‘신의 물방울 와인’으로 매진 사태를 빚은 첫 번째 와인 ‘샤토 몽페라 2001년산’이다. 이 와인은 연재를 시작한 지 3주째에 소개했다(주인공 시즈쿠는 이 와인을 마신 후 영국의 록 그룹 퀸의 음악을 떠올린다). 당시 만화의 지명도는 낮았으나 인터넷 쇼핑몰마다 ‘『신의 물방울』에 등장!’이라고 떠들어대서 ‘샤토 몽페라’는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그와 발을 맞추듯이 『신의 물방울』도 급속하게 각광받기 시작했다. 그 때문에 ‘몽페라’는 우리 남매에게는 각별히 의미 있는 와인이 됐다.
사실 우리가 ‘몽페라’를 주목하게 된 것은 비교적 마이너리 산지의 와인인데도 프랑스의 저명한 와인 평가지에서 3년 연속 상을 받았고, 독일의 와인 전문지에서 ‘샤토 마고’를 제치고 1위를 수상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가격은 2,500엔 이하로 저렴하다. 한국에선 일본에 비해 비싼 세금과 유통 구조 때문인지 6만 원이 훨씬 넘는다고 들었다. 정말 가슴 아픈 일이다.
마니아라면 누구나 호기심을 품게 되는 와인 ‘몽페라’는 직접 시음해 보니 과연 놀라운 저력을 담고 있었다. 만화에서도 소개한 2001년산은 특히 근사하다. 실제로 2000년산 ‘오퍼스 원’Opus One과도 비교해 봤는데 향, 응축감, 복잡함, 모든 면에서 ‘몽페라’의 승리였다. ‘오퍼스 원’은 미국 최고의 와인 회사로 꼽히는 로버트 몬다비와 프랑스의 명가 샤토 무통 로쉴드가 손잡고 만든 ‘첫 번째 작품’이다. 참고로 지인들과 여는 와인 모임에서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해봤더니 한 소믈리에는 ‘몽페라’를 마시고는 “맛있다! 보르도의 1등급인 5대 샤토군요!”라며 격찬한 일도 있다. 당시 너무나 놀라 우리 남매는 서로의 얼굴을 마주 봤다.
『신의 물방울』에서 우리가 샤토 몽페라를 퀸의 음악과 연관시킨 데는 이유가 있었다. 이미 언급한 것처럼 나와 동생은 와인을 마신 후 그 맛을 이미지로 영상화해 가는 데 긴 시간을 갖는다. 처음 ‘샤토 몽페라’를 마셨을 때는 단순히 민트 맛이 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어떤 뼈대 같은 힘도 느껴졌다. 우리는 와인을 만드는 방법에 상상하며 ‘꽤 고전적이군.’ 또는 ‘옛날 방법을 사용하나 보네.’라며 서로의 의견을 나누었다. 실제 몽페라는 양조 방식은 옛날 방법을 따르지만 세계적인 와인 컨설턴트 미셸 롤랑Michel Rolland이 컨설팅을 하면서 현대적인 맛도 더해졌다. 맛이 전체적으로는 전형적인 보르도 와인처럼 카시스 맛이 강했지만, 마시기 편하면서도 새로웠다. 마지막에 끝을 울리는 임팩트도 강했다.
우리는 다시 실마리를 찾기 시작했다. ‘옛날 것이지만 새로운 것, 과연 무엇일까….’ ‘그림의 세계일까? 음악의 세계일까?’ 생각한 것이다.
무언가 끝에 강하게 울리는 그 느낌은 분명 음악에 가깝다고 느껴졌다. 그림은 가만히 서서 자신이 그 세계에 들어간다는 느낌이지만, 음악은 다른 쪽에서 막 달려오는 느낌이 있다.
나와 남동생은 순간 동시에 외쳤다.
“이건 음악이야!”
그렇다면 한 번 더 진도가 나가야 했다. 오래 됐으면서 모던한 음악을 찾아야 했다. 록 음악처럼 모던하면서도 전통성이 있는 음악, 바로 영국 대표적인 록 그룹 퀸의 노래였다. 이렇게 우리는 와인의 전체적인 뼈대를 느끼고, 그 다음에 영상화 과정으로 간다. 이것이 『신의 물방울』의 가장 큰 골격이기 때문에 둘은 엄청난 시간을 들여서 준비한다.
우리는 ‘몽페라’를 만화에 소개한 뒤 수입업자를 통해 ‘몽페라’의 생산자 티보 씨를 만날 수 있었다. 티보 씨는 머리에 오로지 와인 생각밖에 없는 성실한 인물이었다. 포도도 수고스럽게 손으로 따는 방식을 고집한다. 포도나무 한 그루당 수확량은 6~8송이로 제한하고, 긴 숙성 기간을 두고 와인을 만든다. 그런 와인이니 맛이 없을 수가 없다. “고생해서 만드는데 2,000엔대에 판매하면 채산성이 낮지 않나요?”라는 질문에 “그야 그렇죠. 하지만 비싼 값에 팔고 싶지 않습니다. 싼 가격으로 더 많은 사람이 즐기게 하고 싶어요.” 구김살 없는 미소로 그는 그렇게 답했다. 난 지금까지 ‘샤토 몽페라’ 100병 이상을 구입해 지인들에게 선물하거나 내가 직접 마셨다.
안타까운 것은 『신의 물방울』에 등장한 것을 계기로 ‘몽페라’의 시장 가격이 상승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아직 일본에서는 가까스로 2,000엔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것은 분명 티보 씨가 ‘가격을 비싸게 매기면 팔지 않겠다’고 수입업자를 견제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우리 멋대로 상상하고 있다. 그리고 그 ‘몽페라’가 곧이어 출시할 2005년산은 최고 걸작이라는 소문이 들린다. 어서 빨리 시음해 보고 싶다.
‘샤토 몽페라’ 이야기를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한국에서의 와인 가격이다. 지난번 한국에 갔을 때 시내 한 백화점을 방문한 적이 있다. 일본에선 2,500엔(2만 원 정도)에 불과한 ‘샤토 몽페라’가 한국에선 6만 원이 넘는 가격에 팔리고 있었다.
와인 만화 『신의 물방울』의 영향도 있고 해서 한국에서도 와인이 일상적으로 마시는 술로 바뀌고 있다고 들었다. 우리 남매도 그 소식을 듣고 무척 반가웠지만, 한국의 와인 가격은 와인이 대중화되기에는 너무도 큰 걸림돌로 보인다. 우리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시중 와인 전문점은 가격을 억제하는 분위기였지만, 백화점의 와인 매장에는 일본의 세 배가 넘는 와인들이 즐비했다.
한국의 지인으로부터 한국 와인이 비싼 이유가 와인에 매기는 높은 세금 체계 때문이라고 들었다. 한국은 와인에 수입 위스키 못지않은 70%에 가까운 세금을 부과한다는 설명이었다. 일본에선 와인이 음료수에 가깝지만, 한국에선 아직 와인이 독주인 위스키에 가깝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게 사실이라면 한국의 와인 애호가들은 인내심이 상당히 좋은 것 같다.
설상가상으로 일본은 와인의 양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를 따르지만, 한국은 가격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종가세 시스템이라고 한다. 즉, 일본에선 1만 원짜리 와인이나, 100만 원짜리 와인이나 와인에 붙는 세금은 똑같다. 하지만 한국은 1만 원짜리와 100만 원짜리 와인의 세금은 100배 차이가 나는 셈이다. 한국이 와인에 이렇게 세금을 복잡하게 부과하고 있는 것에는 여러 사정이 있겠지만, 현재의 가격에서 최소한 30~40% 내려가야 한다고 본다. 그렇지 않으면 와인 애호가의 부담이 너무 크다.
더불어 부르고뉴 와인의 종류도 좀 더 다양하게 갖춰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한국에는 고기 요리가 많아서 보르도나 이탈리아 와인이 잘 어울린다. 하지만 포도밭마다 다른 개성을 지닌 부르고뉴 와인은 보르도와는 또 다른 복잡하고 심오한 재미를 맛보게 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부르고뉴 와인은 보르도 와인 이상으로 값이 비싸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와인이 싼 나라인 일본에서도 해마다 가격이 오르고 있다. 우리 남매가 지극히 사랑하는 DRC ‘에세조’의 경우 5년 전엔 최신 빈티지를 2만 엔대에서 살 수 있었지만, 지금은 8만 ~ 10만 엔을 지불하지 않으면 마실 수가 없을 정도다. 수입업자에게 들으니 유로화 강세에다 와인시장이 엄청나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에서 부르고뉴 와인 애호가가 급증한 이유가 가격 상승 때문이라는 데 난감하기 짝이 없다.
또 하나, 레스토랑에서 마시는 와인 가격에도 문제가 있다. 이것은 일본의 경우인데, 며칠 전 친구와 단골 프랑스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다. 디너라면 와인을 직접 챙겨 가겠지만 그날은 런치였기 때문에 레스토랑에서 한 병을 주문해 보기로 했다. 그러나 리스트를 보고 비싼 가격? 깜짝 놀랐다. 예를 들어 시가 1,800엔 전후의 ‘샤토 보몽’Chateau Beaumont에 8,800엔이나 되는 가격이 붙어 있는 것이었다. ‘보몽’은 좋은 와인이지만 5배나 되는 가격을 생각하면 마시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결국 6,800엔짜리 와인을 주문했다. 하지만 깊이도, 복잡함도 느껴지지 않았고 알코올 냄새가 묘하게 코를 찌르는 B급 수준의 와인이었다.
어떤 레스토랑 경영자의 말을 들어보면 “레스토랑에서 판매하는 와인 가격은 시가의 세 배가 기준”이라고 한다. 하지만 서빙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세 배나 가격을 올려 받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어차피 와인 이름을 봐도 원가를 모르겠지.’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서 화가 난다. 게다가 레스토랑에서 1만 엔이나 주고 마신 와인의 맛이 신통치 않다면 다시 와인을 마시고 싶은 생각이 들겠는가.
한국의 고급 레스토랑에서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와인 가격은 시가의 세 배’가 상식처럼 굳어져 있다고 들었다. 이러한 발상을 바꾸지 않으면 와인 애호가는 늘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 주제는 만화 『신의 물방울』에서도 꼭 다뤄 잘못된 풍토를 바꿔나가고 싶다. 왜냐하면 지불한 돈에 걸맞은 행복감을 얻고 싶은 것은 와인을 즐기는 모든 사람에게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 운영자가 알립니다
<와인의 기쁨>은 ‘중앙books’와의 제휴에 의해 연재되는 것이며, 매주 수요일 2개월간(총 8편) 연재될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아기 다다시> 글/<오키모토 슈> 그림9,000원(10% + 5%)
'신의 물방울'의 저자 아기 다다시가 전하는 와인이야기. 와인 테이스팅법, 디캔팅 노하우, 한국에서 인기 있는 와인 등 실용적인 팁과 취재를 위해 보르도와 부르고류를 여행하며 만난 유명 와인생산자들 이야기, 한국 음식과 어울리는 와인 등 살아있는 와인 이야기를 담았다. 좋은 와인을 만나면, 인생의 항로까지 수정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