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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서재

책의 재미를 느낀 때는 언제부터였나요?

 

어린 시절, 부모님이 모두 일하러 나가셔서 저는 많은 시간을 혼자 집에 남겨져 있었습니다. 집안에 라디오나 텔레비전이 없었기 때문에 심심함을 이기지 못하고 주위에 있는 인쇄물들을 찾아 읽기 시작했지요. 이렇게 넘쳐나는 시간을 채우기 위해 시작된 독서는 이후에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느낄 때마다 찾아가는 도피처이자 피난처가 되었습니다.

 

독서는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사람은 독서를 통해 자기 존재의 정당성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어린아이에서 어른으로 바뀌어 가던 청소년 시절, 세상 모든 것이 두렵고 고통스럽게 다가왔습니다. 내 모든 언행이 이상한 것 같고, 세상에서 나처럼 못난 사람이 없는 것 같았어요. 그럴 때 저를 구원해준 것이 책이었습니다. 책 속에는 능력 없는 사람, 버림 받은 사람, 비웃음을 받는 사람이 많이 나오죠.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아, 인간은 원래 이렇구나. 원래 못났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인간이 다 그렇다는 사실, 인간이 그렇게 되는 데는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살아갈 힘을 얻었습니다. ‘앎’이 제 영혼에 정당성을 부여해준 것이죠. 자신감이 없는 이들에게, 가진 게 없는 이들에게, 책을 통한 ‘앎’은 커다란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요즘 작가님의 관심사는 무엇이며, 그 관심사와 관계하여 읽을 계획인 책이 있나요?

 

몇 년 전부터 교육이라는 화두에 천착해왔습니다. <잠실동 사람들>을 쓸 때는 제도권 교육에 대해 초점을 맞췄는데, 최근에는 제도권 교육 이후, 그리고 제도권 교육 바깥으로 시선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교육에는 한 사람의 인생의 밑그림을 그리는 치명적인 기능이 있기 때문에 계속 매달려서 들여다보게 되는 것 같아요. 제도권 교육을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는 이십대 저자가 쓴 <학교는 하루도 다니지 않았지만>, 장 뤽 낭시의 <무위의 공동체>, 이반 일리히의 <학교 없는 사회>를 읽을 계획입니다.

 

작가님의 최근작과 관련하여, 독자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최근에 『맨얼굴의 사랑』이라는 장편을 냈습니다. 성형 수술을 권하는 문구가 공기처럼 떠다니며 우리 폐부로 마구 침투해 들어오는 시대에 사람들이 어떤 모습으로 사랑하게 되는지를 그렸습니다. 뜨겁고 아픈 사랑 이야기인데요. 이 소설을 쓰면서 몸이라는 화두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나’라는 정신을 담고 있는 커다란 용기인 몸. 움직여 타자를 쳐서 글자를 쓰게 만드는 몸. 그 기능이 정지하면 순식간에 내가 세상에서 사라져버리게 만드는 몸. 우리는 기술의 발달로 인해 몸이라는 물질성을 통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생활을 영위해나갈 수 있는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지요. 화면으로, 이메일로, 스마트폰으로 의식주의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세상에서요.

 

그렇지만 결국 가장 치명적인 최종 순간은 몸이 움직여야 완성될 수 있습니다. 먹는 것, 입는 것, 자는 것, 모두 내 몸이 직접 해야만 이루어지지요. 그런데 관계에 있어서는 이 역학이 다르게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과 맺는 관계는 굳이 몸이 개입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간접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면서 살아갈 수 있다는 말이지요. 음성통화 대신 문자를, 만나서 눈빛을 주고 받는 대화 대신 이메일 교신을 이용하는 식으로요. 우울증, 혐오, 대인기피증 등 현대인을 둘러싼 여러가지 이상 증세들은 이런 데서 오는 게 아닐까요. 이 소설을 통해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그런 것이었습니다. 교류가 지속될수록 멀어지는 그대, 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조금도 아는 게 없었던 그대, 매순간 영원히 떠나가는 그대에 대한 이야기요.

명사 소개

정아은 (197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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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작가 : 문학가

최신작 : 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

1975년 전남 순천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엔 은행원과 컨설턴트, 통·번역가 등 다양한 직업을 거쳤다. 2013년, 잦은 이직 경향과 경쟁 분위기에서 생존해야 하는 현대인들의 생활상을 담아낸 장편소설 『모던하트』로 제18회 한겨레문학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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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추천

"살아가겠다"

고병권 저

사랑과 자유는 나의 내부에서 오지 않지요. 그것은 나의 바깥에서, 타인을 통해 옵니다. 『살아가겠다』의 저자는 그 점을 아주 잘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어떤 때 사랑하게 되는지, 자유롭다고 느끼는지, 그리고 잠깐이나마 구원받았다고 느끼는지. 이 책을 읽으면서 왜 이 저자의 강연이나 책을 접할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거세게 일렁였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저자가 단순히 많이 알기만 하는 지식인이 아니기 때문이었지요. 자신의 ‘앎’을 행동으로 옮기려고 부단히 애쓰는 저자의 삶이 고스란히 배어나오는 책입니다. 읽다 보면 부끄러워 고개를 숙이게 되는, 간간이 읽던 페이지를 꾹 누르며 눈시울을 붉히게 되는 책이기도 하지요.

청춘일기

조성주 저

88만원 세대부터 시작하여 N포 세대니 무슨 세대니 하며 우리는 한 무리의 영혼들을 명명하고 정의 내리기 좋아하지요. 하지만 정작 그들의 삶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려는 노력은 하지 않습니다. 이 책을 펼치면 별 생각 없이 단순하게 이름짓고 지나갔던 한 무리의 사람들이 한 사람 한 사람 개별자가 되어 커다랗게 다가옵니다. 책장을 넘기면서 지금 이 순간 청춘이라 일컬어지는 이들이 실제로 어떻게 생을 영위해나가고 있는지, 우리 시대가 그들에게 떠넘긴 짐이 무엇인지 깨닫고 숙연해집니다. 이제 더 이상 청춘이라고 불리지 않는, 청춘들보다 윗세대에 속하는 이들이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하고요. 아마도 이 책을 읽고 나면 요즘 젊은이들이 편하게만 살려고 한다거나, 생각이 없다거나, 하는 말을 쉽게 입에 올리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자본론 1 (상)

K. 마르크스 저/김수행 역

평소에 저는 누군가가 어떤 책을 소개하면서 ‘인생의 책’운운하면 속으로 ‘에이, 그런 게 어딨어!’라고 생각했더랍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은 뒤에 알게 되었지요. 세상에 그런 게 있구나! ‘인생의 책’이! 나이 마흔이 넘어 비로소 이 유명한 책을 읽으면서, 저는 아마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제가 어떤 세상에서 살고 있는지 알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자본주의’라는 게 뭔지를 처음으로, 어렴풋하게나마, 알게 된 것이죠. 이 책을 읽어나가는 것은 지나온 나날들을 하나하나 거슬러 올라가며 고개를 끄덕이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의문으로 남았던 장면들, 울분으로 맺혔던 장면들, 어렴풋하게 직감했으나 확실하게 의미를 알지 못하고 넘어갔던 장면들에 형체와 연유와 또렷한 배경이 부여되었지요. 그리고 무엇보다, 만났던 이들이 제게 건넸던 말들의 의미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이를테면 이십년 전에 어떤 선배가 제게 해주었던 충고의 의미를 이제야 이해하게 된 것이지요. 그동안 저는 이 책을 ‘의식 있는 활동가들’만 읽는 책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책을 읽은 뒤에는 이 책이 자본주의를 사는 누구나 읽어야 하는 책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좀 잘 나가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실은 매우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본론 1 (하)

K. 마르크스 저/김수행 역

평소에 저는 누군가가 어떤 책을 소개하면서 ‘인생의 책’운운하면 속으로 ‘에이, 그런 게 어딨어!’라고 생각했더랍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은 뒤에 알게 되었지요. 세상에 그런 게 있구나! ‘인생의 책’이! 나이 마흔이 넘어 비로소 이 유명한 책을 읽으면서, 저는 아마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제가 어떤 세상에서 살고 있는지 알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자본주의’라는 게 뭔지를 처음으로, 어렴풋하게나마, 알게 된 것이죠. 이 책을 읽어나가는 것은 지나온 나날들을 하나하나 거슬러 올라가며 고개를 끄덕이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의문으로 남았던 장면들, 울분으로 맺혔던 장면들, 어렴풋하게 직감했으나 확실하게 의미를 알지 못하고 넘어갔던 장면들에 형체와 연유와 또렷한 배경이 부여되었지요. 그리고 무엇보다, 만났던 이들이 제게 건넸던 말들의 의미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이를테면 이십년 전에 어떤 선배가 제게 해주었던 충고의 의미를 이제야 이해하게 된 것이지요. 그동안 저는 이 책을 ‘의식 있는 활동가들’만 읽는 책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책을 읽은 뒤에는 이 책이 자본주의를 사는 누구나 읽어야 하는 책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좀 잘 나가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실은 매우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본론 3 (하)

K. 마르크스 저/김수행 역

평소에 저는 누군가가 어떤 책을 소개하면서 ‘인생의 책’운운하면 속으로 ‘에이, 그런 게 어딨어!’라고 생각했더랍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은 뒤에 알게 되었지요. 세상에 그런 게 있구나! ‘인생의 책’이! 나이 마흔이 넘어 비로소 이 유명한 책을 읽으면서, 저는 아마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제가 어떤 세상에서 살고 있는지 알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자본주의’라는 게 뭔지를 처음으로, 어렴풋하게나마, 알게 된 것이죠. 이 책을 읽어나가는 것은 지나온 나날들을 하나하나 거슬러 올라가며 고개를 끄덕이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의문으로 남았던 장면들, 울분으로 맺혔던 장면들, 어렴풋하게 직감했으나 확실하게 의미를 알지 못하고 넘어갔던 장면들에 형체와 연유와 또렷한 배경이 부여되었지요. 그리고 무엇보다, 만났던 이들이 제게 건넸던 말들의 의미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이를테면 이십년 전에 어떤 선배가 제게 해주었던 충고의 의미를 이제야 이해하게 된 것이지요. 그동안 저는 이 책을 ‘의식 있는 활동가들’만 읽는 책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책을 읽은 뒤에는 이 책이 자본주의를 사는 누구나 읽어야 하는 책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좀 잘 나가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실은 매우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삼성을 살다

이은의 저

저는 이 책을 한편의 성장서사로 읽었는데요. 원래 이 책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본 모습을 보여주는 생생한 르포입니다. 삼성이라는, 모두 알지만 못 본 척하고 지나가는 우리 시대의 핵심 문제를 현장에서 겪으며 맨몸으로 덤벼들었던 한 사람의 처절한 분투기이지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삼성이라는 문제의 심각성을 새삼 다시 느끼기도 했지만 그보다 이은의라는 한 사람이 문제에 정면으로 덤벼들면서 변화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게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리고 아무것도 몰랐던 한 어린 영혼이 커다랗고 힘센 악에 부딪혀 겁도 없이 덤벼들고, 깨지고, 너덜너덜해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벌떡 일어나 치열하게 자신을 단련해 마침내 강인한 영혼으로 완성되어가는 서사를 따라가는 것은 웬만한 성장문학을 읽는 것보다 더 저릿한 쾌감을 선사해 주었지요. 불의가 한 사람의 재탄생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책입니다.

뜨겁게 안녕

김현진 저

이 작가의 저작에는 허위의식이나 젠 체하는 몸짓이 들어 있지 않습니다. 생의 거칠고 날카로운 질감을 날 것 그대로 전달하는, 강렬한 오라를 뿜어내는 작가이지요. 저는 공간에 대한 책이라면 최대한 빨리 손에 넣은 뒤 흐뭇하게 쓰다듬고 쓰다듬고, 또 쓰다듬는 인간인데요. 그것은 공간에 대한 묘사에서 우리의 일상, 그러니까 밥 먹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지지고 볶는 우리의 일상이 그대로 묻어 나오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먹을 것을 구해서 먹고 몸을 누이고 다시 일어나야 하는 우리 인간들의 운명을 가감 없이 그려내기 때문이라고 할까요. 그렇기 때문에 이 생명력 넘치는 작가가 거쳐갔던 장소들, 살아냈던 장소들에 대해 한편 한편 누벼낸 이 꽉 찬 에세이집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지요. 살아 펄떡이고, 숨쉬고, 말하는 육신이 거쳐간 세상을 뜨겁고 서늘하게 그려낸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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