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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서재
“중학생 시절까지만 해도 책이 굉장히 귀한 때였죠. 국문과를 전공하는 친구 오빠한테 책을 많이 빌려봤는데 시집이나 달콤한 소설 같은 책을 주로 봤어요. 김소월 시집은 제 학창시절 가운데 가장 많이 읽고 감동을 받았던 작품이에요. 대학에 입학하면서는 서울에 올라오게 됐는데 그 땐 하숙생활을 했죠. 클래식을 즐겨 듣는 집주인 아들이 하루 종일 음악을 틀어 놓아서 귀가 어지러울 지경이었어요. 그 때 생각했어요. 음악이 이러면 책도 비슷하겠다. 나는 듣기 편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려보면, 여성국극단 공연이 잊히지 않아요. 창극 공연을 하는 단체로 당시 큰 인기를 끌었어요. 여성들이 남장을 하고 나왔는데, 공연이 열리는 날이면 기대하느라고 잠을 못 이룰 정도였어요. 요즘 시대의 국악단, 오페라 같은 거죠. 배우 임춘앵, 김진진이 유명했어요. 한 번은 연극배우가 너무 되고 싶어서 짐 싸서 가출하려고도 했는데, 다행스럽게도 어머니께 잡혔어요(웃음).”



“대학에 들어갈 무렵에는 신구문화사에서 나온 전후문학전집을 참 많이 읽었어요. 그 때는 문학적이라기보다는 실용적인 서적을 많이 읽었던 기억이 있어요. 글을 많이 쓰게 된 건 아버지 덕분이었는데, 일주일에 한 통씩 시골로 편지를 보내라고 하셨어요. 편지가 아버지를 감동시키면 용돈을 올려주겠다고 하셔서, 언제부턴가는 서점에 가서 명언집의 글귀를 훔쳐 적었어요. 마치 내가 쓴 것처럼 멋있게 인용을 해서 편지를 썼죠. 용돈이 떨어지면 파스칼 명언 같은 걸 두세 개씩 적은 적도 있어요. 나름대로 꾀를 부린 거죠.”

“문학에 대한 새로운 깨우침은 대학교에서 김남조, 서정주, 박목월 시인의 강의를 들으면서 시작된 것 같아요. 이광수 소설도 많이 읽었고 한 손에는 현대문학을 들고 캠퍼스를 누볐죠. 좋아하는 남자로부터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를 선물 받았는데 지금도 그 책을 갖고 있어요. 또 당시에는 철학 서적을 많이 읽었어요. 노란색 표지가 인상 깊었던 플라톤의 『잔치』도 여러 번 읽었고, 쇼펜하우어의 저서도 읽었던 기억이 나요. 그 때는 아마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했던 것 같은데 그래도 어쨌든 읽었어요.”

최근 『엄마와 딸』을 펴낸 시인 신달자는 북쪽에 창이 나 있는 서재에 있을 때, 가장 평온함을 느낀다. 다른 누구도 들어오지 못하는 공간, 서재에 있노라면 시간이 가는 줄 모르게 책 속에 빠져든다. 상상력을 키우고 싶을 때, 집요한 생각들을 떨쳐버리고 싶을 때 신달자는 어김없이 서재를 향한다. 문학소녀였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철학서적에 빠졌던 대학 시절을 상기하며 넉넉한 웃음을 짓는다. 에세이 『엄마와 딸』을 집필하면서 처절하게 자기고백을 한 신달자는 딸의 이름으로 70년, 엄마의 이름으로 45년을 살아냈다. 엄마와 딸을 ‘서로를 가장 사랑하면서도 가장 아프게 하는 관계’로 정의하며, 이 세상 모든 엄마와 딸들이 서로를 용서하며 손을 내밀어 주기를 바라본다.

명사 소개

신달자 (194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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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작가 : 문학가

최신작 : 너를 위한 노래

경남 거창에서 출생, 부산에서 고교 시절을 보내고 숙명여대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평택대학교 국문과 교수, 명지전문대 문예창작과 교수를 거쳐 숙명여대 명예교수와 한국시인협회 회장을 역임하였다. 현재 문화진흥정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시와 연애하던 대학 시절의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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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추천

문학의 숲을 거닐다

장영희 저

수필가 장영희의 저서인데 누구나 읽어도 좋은 책이에요. 우리가 잊은 시인들 이름도 많이 나오고 고전 이야기도 담겨 있어요. 여행을 떠나는 기차 안에서 읽어도 좋고, 아침에 일어나 한 코너만 읽어도 하루가 다르게 느껴질 거예요.

만추

김지헌 저

이만희 감독의 작품으로 신성일, 문정숙 배우가 주연을 맡아 최고의 인기를 얻은 영화에요. 영화계에서 필름이 없어져서 너무 아쉬워하는 작품이죠. 모범수가 사흘간 특별 휴가를 나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인데, 두 배우의 연기도 너무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화사집

서정주 저

미당 서정주 선생님의 첫번째 시집이에요. 당시 우리를 모두 감동시켰던 기억이 나요.

어린 왕자

앙투안 마리 로제 드 생텍쥐페리 저/김화영 역

문학을 공부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물론, 제 모든 지인들의 기념일에 이 책을 선물해요. 초등학교 졸업을 하는 손자에게도 회갑연을 하는 지인들에게도 선물하죠. 『어린왕자』가 1943년에 처음 출간됐는데 지금까지 서른 번도 넘게 읽은 것 같아요. 지금 읽어도 너무 좋아요. 한 번 읽고 버릴 책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린왕자가 장사꾼을 만났을 때, 장사꾼이 “일주일에 이 약을 한 알씩 먹으면 목이 마르지 않는다”며 시간을 절약하라고 했죠. 하지만 어린왕자는 “만일 나에게 마음대로 사용할 여유가 있다면 샘이 있는 곳으로 천천히 걸어가겠다”고 말하죠. 그건 샘이 있다는 믿음, ‘걸어가는’ 노동을 해야 한다는 신념, ‘천천히’ 명상하며 생각한다는 의지가 깃든 대답이에요. 요즘 시대는 언제나 편리를 요구하는데, 생텍쥐베리는 그걸 이미 알고 있었던 거예요.

김소월 시집

김소월 저/나은진 편

어릴 때 굉장히 공감하면서 읽었던 시가 김소월 시집이에요. 저를 순수서정시로 돌아오게 만든 시인이기도 하고요.

박목월 시전집

박목월 저/이남호 편,해설

박목월 선생님의 <산도화> 시집을 정말 좋아했어요. 선생님의 시를 읽고 있으면 정교하게 조각을 한 듯한 모양을 보는 듯 했어요.

일침

정민 저

정민 교수의 책을 좋아해요. 저는 현실에 닿아있는 글을 쓰니까, 100년 전의 글들을 풀어주는 정민 교수의 책이 도움이 되더라고요.

레 미제라블 세트

빅토르 위고 저/정기수 역

최근에 영화가 나와서 극장에서 봤는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명작은 영화로 만들어도 역시 명작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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