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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 잠자는 숲속의 미녀 리뷰] 동화와 발레의 포옹, 잠미녀

글쓴이: 아르뛰르의 영원 같은, 순간 | 2012.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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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어떻게든 한번쯤은 접했을 샤를 페로의 동화 <잠자는 숲속의 미녀>. 지나치게 익숙한 탓에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이라면, 120여 년 전 차이코프스키가 꿈꾼 발레 무대로 다시 만나길!




  발레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백조의 호수>와 <호두까기 인형>과 더불어 차이코프스키의 3대 발레음악이다. 마리우스 프티파와 콘스탄틴 세르게예프 안무로 1890년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극장에서 초연되었으나 전작인 <백조의 호수>처럼 주목받지 못했다고 한다. 작곡가는 3년 후 세상을 떠났으니 오늘날 발레의 대명사가 될 정도로 관객으로부터 사랑받을 줄은 짐작도 못했겠지. 시간이 흐를수록 더 큰 사랑을 받는 작품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면 관속에서도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파안대소하지 않았을까.




  지난 4월 5일부터 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발레 안무의 전범이라 일컫는 <잠자는 숲속의 공주>가 재현되었다. 유니버설발레단 수석 무용수로 승급된 발레리노 이승현이 데지레 왕자로 출연하는 7일 낮 공연으로 관람했다. 열여섯, 늦은 나이에 단순히 성장 촉진 목적으로 시작한 발레가 삶의 커다란 부분이 된 발레리노는 발레돌(아이돌의 변형)이라는 이색적인 칭호가 이름 앞에 수식하는 스타이다. 국내 공연을 관람하는 일본 팬도 꽤 있나 보다.




  초연할 당시에는 장장 4시간이었다고 한다. 2시간 안팎으로 줄어든 현재도 방대한 규모와 고난도의 테크닉을 요구되는 작품이라 쉽게 올리지 않는다고 한다. 이러한 해설을 공연 전 발레리나 강예나를 통해 들었다. 무용수끼리는 ‘잠미녀’로 통하는, 체력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엄두를 내지 못하는 작품이란 것도 잊지 않았다.




  총 3막으로 이루어진 발레의 내용은 동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오매불망 기다리던 오로라 공주가 탄생으로 파티가 열린 왕궁. 아름다운 요정들이 등장하며 기쁨은 절정에 이르는데, 이에 찬물을 끼얹는 마녀 카라보스가 나타난다. 세월은 흘러 공주의 16번째 생일 파티가 열리고, 공주에게 청혼하는 4명의 왕자와 화려함과 우아함의 절정을 만들려는 찰나, 한 노파가 건넨 장미의 향을 맡으려다 그 안에 숨겨진 물레바늘에 찔려 공주는 쓰러진다. 라일락 요정이 나타나 마법으로 죽음 대신 잠에 이르게 돕는다. 100년이 지난 어느 날, 라일락 요정의 이끌림으로 왕궁에 이른 데지레 왕자는 마녀를 무찌르고 단 한 번의 달콤한 키스로 자신보다 족히 100살은 많을 공주를 깨운다. 10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은 공주의 아름다움에 반한 왕자가 다음에 할 일은? 청혼밖에 없겠지. 동화의 해피엔딩으로 행복한 결혼식을 올리며 잘 먹고 잘살았다는 이야기다.




  관람하기 전에는 왜 굳이 인터미션을 두 번이나 가져야 하나 의아했으나 의문은 이내 풀렸다. 막 사이마다 인터미션을 가져야 하는 까닭은 무대 장치의 변환보다 무용수들의 휴식을 위함이었다. 오라라 공주 역은 그다지 힘들지 않겠지 싶었는데, 1막부터 마라토너처럼 쉼 없이 뛰어 올라야 했다. 4명의 왕자와 춤을 추느라 힘에 부쳐도 찡그린 표정을 지으면 안 된다. 한결같이 고상한 표정을 지어야 한다! 보통 체력을 가지고선 소화해낼 수 없는 캐릭터였다. 최소한 ‘잠미녀’를 연습하고 공연하는 동안에는 양푼에다 밥을 먹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발레리나 김채리의 가느다란 육체에서 품어 나오는 에너지로 1막은 싹이 올랐고 2막부터는 발레리노 이승현의 점프와 날렵한 회전으로 쑥쑥 자랐으며, 3막에서는 둘의 그랑파드되로 이윽고 꽃을 피웠다. 세상에 일치하는 퍼즐이 단 두 개뿐이라는 듯이 일치하는 하나의 선을 만들어가는 두 무용수를 보노라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선율이 지닌 아름다움을 이렇게, 육체로 표현할 수 있다니! 오선지가 물결치며 그들의 몸을 휘감는다.




  하객으로 등장하는 페로의 이야기 속 주인공의 무대는 앙증맞다. 파랑새와 플로리나 공주, 장화 신은 고양이와 하얀 고양이, 늑대와 빨간 망토 소녀 등의 파드되는 동화가 지닌 순수와 상상을 극대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여 동화와 발레의 포옹이 얼마나 화려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자칫 나이가 들수록 뻔한 이야기가 되어버릴 수 있는 동화를 아름답게 재생산해낸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발레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는 이들이 관람하더라도 눈과 귀를 두어 시간 동안은 저당잡혀야 할 것이다.


 


 


 



 



 



 



 사진 유니버셜발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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