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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 다치바나 다카시

글쓴이: 머리 속이 바쁜 캔디 | 2012.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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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독서에 관한 수많은 명언들을 알고 있습니다. “男兒須讀五車書(사람이라면 무릇 세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라는 두보의 말부터 안중근 의사의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친다”라는 말까지. “책을 읽으려면 먼저 마음을 안정시켜 고요한 물이나 맑은 거울 같게 해야 한다. 어두운 거울이 어찌 이치나 사물을 제대로 비출 수 있겠는가”라며 독서에 임하는 경건한 마음가짐을 중요시여기는 주자의 말도 있습니다. 책이 발명된 이후부터 책은 ‘읽어야 하는’ 당위의 대상이 되었다는 것은 반론의 여지가 없어 보입니다. 지금처럼 인터넷 시대, 영상 세대에도 말입니다. 선대 어른들의 책에 대한 가르침은 그 당위를 더욱 튼튼하게 해준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겠지요.
 
그런데 우리가 책을 읽어야 할 이유란 무엇인가요. 지금까지 일반적으로 독서론을 이야기할 때 주로 다루어지던 것은 “목적으로서의 독서” 즉 책 읽는 것 자체가 목적이자 즐거움인 책읽기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문학 작품이고, 또 그중에서도 고전을 으뜸으로 칩니다.
 
지(知)의 거인이라 일컬어지는 다치바나 다카시는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를 통해 이러한 독서에 대한 통념을 거부합니다. 일례로 그는 ‘고전’에 대하여 다시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흔히 고전이라고 불리는 톨스토이나 도스토예프스키 같은 19세기 문학을 기껏해야 100여 년 전의 출판물에 불과할 뿐이라고 합니다. 시대를 초월하여 독자층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서적만을 고전이라고 할 수 있으며, 현재 톨스토이 같은 문학작품이 읽혀지지 않는 것은 이것을 고전이라고 단언할 수 없음을 증명한다고 말합니다. 그의 주장처럼 당대에는 지의 세계에서 주류라고 확신되었던 것이 10년, 20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결코 주류가 아니었으며, 다음 시대에 전혀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결론이 나는 경우는 왕왕 있습니다. 
 
“어떤 고전이라도 그것은 이미 어느 시점에서 과거 완료의 내용만을 담게 됩니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과거의 지의 총체’라면, 현재 직전까지의 모든 것이 과거의 지인 셈이므로 현재 완료여야 합니다. 그러므로 과거 완료의 고전이 모든 지의 총체를 포괄할 수 있을 리가 없습니다. 오히려 진정한 과거의 지에 관한 총체는 언제나 최신 보고서 속에서만 존재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과거의 지의 총체를 알고자 한다면 결코 고전에 구애 받을 필요가 없으며, 또한 고전에 얽매여서도 안됩니다.”
 
고전에 대하여 다치바나 다카시가 이러한 견해를 가지는 이유는 그는 나날이 확대∙발전되어가는 ‘인류의 지의 총체’에 큰 호기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영역에 대하여 알고 싶다’라는 최초의 지적 호기심에서 시작한 그의 탐구는 자연스레 그 영역과 관련된 서적들을 섭렵하는 것으로 전개됩니다. 각 영역에 존재하는 지의 선두에서 현재 무슨 일이 진행되고 있는지 알려주는 것은 바로 책이니까요. 즉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는 ‘독서를 통해 책 속에 담겨 있는 지식이나 정보 혹은 원하는 것을 얻으려는 수단으로서의 책 읽기’라는 대명제로부터 시작된 책입니다.
 
다치바나식 독서론, 독서술, 서재론은 그래서 나온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세상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호기심이 많고, 또 각종 원고 청탁과 강연 섭외가 들어오니까 한정된 시간에 많은 책들을 봐야 하고, 자연스레 책에서 파장되는 다양한 기술들-속독법, 효과적으로 책 읽는 법, 책 보관 법, 서평 쓰는 법-에 관하여 자기만의 론(論)을 가질 수가 있었던 것이죠.



책에 관한 한 그는 철저하게 실용주의에 입각합니다. 책에 대한 그의 태도를 생각한다면 당연한 일이겠죠. 일본의 주간지 『주간 문춘』에 「나의 독서일기」를 연재할 때에도 그는 자신이 권하는 책의 내용에 관한 정보만 압축하여 채워 넣는다고 합니다.(‘맛깔 나는’ 문장을 좋아하지 않는 그는, 그런 문장을 볼 때면 “맛보다는 내용이다. 좋지 않은 점이 있다면 그것을 먼저 말해 주길 바란다”라든가 “당신의 신변잡기 따위는 어찌 됐든 좋으니, 어서 좋은 책이나 소개해 주시오”라고 말하고 싶어진다고.) 그는 속독을 중요시 여깁니다. 궁금해 할 독자들을 위해 자신이 터득한 책 빨리 읽는 방법을 책에 정리하고 있죠. 지식의 매개체로서의 책을 철저히 이용하는 것을 우선으로 삼는 그는 책 여기 저기에 메모를 하고 포스트잇을 붙여 놓는 것은 물론이요, 경우에 따라 참고가 될 만한 쪽을 찢어 붙이기도 한다고 합니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는 책에 대한 필요 이상의 엄숙주의가 자리잡은 우리나라 출판 문화에 “책은 지식의 매개체”라는 엄연한 사실을 일깨워 매체로서의 책, 사물로서의 책 등 다양한 영역으로 책의 의미를 확장시키는 데 일조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너무 편중된 독서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책을 지식의 주요 공급원으로 삼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 보세요. ^^ 풍부하고 알찬 독서생활에 아마 중요한 표지가 되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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