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칼날은 지금도 방황한다.

글쓴이: 곧 이루어지리라! | 2014.04.10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이 영화를 보면서 '유레카'를 외쳤다. 바로 이거다! 살인자에게도 감정이입하게 만드는 스토리가..


살인자든 미친 여자든 뭐든 중요하지 않다.(《몬스터》관계자에게 미안하지만, 그 영화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중요한 것은 관객이 캐릭터에게 연민을 느끼고 응원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암으로 부인을 잃고, 중학생인 딸과 살아가는 상현(정재영).. 딸을 생각하는 마음이야 누구 못지않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몇 달 전부터 불안하던 기계는 말썽을 부리고, 그 책임은 고스란히 계장인 상현에게 돌아온다. 마트에 함께 가기로 했던 딸과의 약속까지 어기며 일에 매달리고, 또 매달리지만, 낡을 대로 낡은 기계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가겠거니 했다. 딸과 함께 말이다. 그러나.. 어느 날부터 딸이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 상현은 친구 집에 잘 있겠거니 했다. 그러나.. 딸은 싸늘한 주검이 되어 상현 앞에 나타난다. 그때부터 상현은 경찰서 앞에서 몇 날 며칠을 수그리고 앉아 있는다. 담당 형사인 억관(이성민)은 우리가 다 알아서 범인 잡고 할 테니 집에 돌아가 계시라고 한다. 상현은 가만히 기다리는 것만이 최선이냐며, 고통스러운 감정을 드러낸다. 억관은 그런 그에게 어떤 대답도 해줄 수가 없다. 바로 그때, 상현의 핸드폰으로 문자 한 통이 전송된다. 증거, 딸을 죽인 범인들을 증명해 주는 증거가 있는 곳을 알려 주는 문자였다! 경찰에 알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상현은 고민하지만, 홀로 문자에 찍힌 장소로 향한다. 그곳에서 딸이 찍힌 것으로 추정되는 CD를 발견한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그 CD를 재생하려는 찰나, 남학생이 한 명 들어온다. 상현은 황급히 뒤로 숨는다. 남학생은 자신으로 인해 여중생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태연자약하다. 동영상을 빨리 지우라는 친구의 전화에도, 한번 보고 지운다며, 동영상을 보기 시작한다. 상현은 그 동영상에서 딸이 몹쓸 짓을 당하며 죽어가는 모습을 목격한다. 상현의 이성은 어디론가 날아가 버리고, 상현은 야구방망이로 남학생을 때리며 울부짖는다. "왜 그랬어! 왜 그랬어!" 그러나 남학생은 본인 살 궁리만 하면서 살려 달라고 하기 바쁘다. 뉘우치는 기색이라고는 전혀 없다. 더욱 분노의 감정에 휩싸인 상현은 결국 남학생을 죽이고 만다. 사람을 죽인 자신의 손.. 상현은 그 손을 바라보며 멍한 상태로 있는데, 남학생의 핸드폰으로 문자가 도착한다. 공범이 분명한 또 다른 남학생의 문자.. 상현은 아직 할 일이 남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상현은 공범을 처단하기 위해 일어난다..


 


피해자에서 사람을, 그것도 남학생을 죽인 살인자가 된 아버지의 이야기.. 이 단순한 이야기에서 파생된 영화는 여러 인물들을 통해 법의 모순, 비행 청소년 문제, 왕따 문제, 먹고 살기 바빠 자식에게 소홀해질 수 밖에 없는 소시민들의 문제 등을 두루 다루고 있다. 이 많은 문제들을 다루면서도 전혀 억지스럽지 않다는 게 놀라울 정도였다. 게다가 등장인물에게(아무리 작은 배역에게조차) 사연을 주어 캐릭터를 풍성하게 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순환 구조..(운 좋게 GV 시사회로 영화를 보게 되어, 이정호 감독님에게 들을 수 있었다.) 정의감으로 똘똘 뭉친 신참 형사 상구(서준영)가 많은 시간과 경험에 매몰되면 정의를 믿지 않는 베테랑 형사 억관의 모습이지 않을까. 왕따로 고통 받는 민기(최상욱)가 시간이 지나면 가해 학생인 두식(이주승)이나 철용(김지혁)의 모습이지 않을까. 두식은 또 어른이 되면 포주 양태섭(김대명)의 모습이지 않을까. 이런 순환 구조도 극의 재미와 완성도를 높이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었다. 관객들에게 상상의 여지를 준다고나 할까.


 


"아빠, 이제 그만해도 돼요.."


"안 돼, 그만하면 아무도 너를 기억하지 않을 거야.. 다 잊을 거라고.."


 


하루가 멀다 하고, 참혹한 사건이 벌어지고, 그 사건은 언론을 통해 대중에게 알려진다. 처음 사건은 다음 사건에, 다음 사건은 다다음에 사건에 묻히며 대중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간다. 그렇게 사건은 순환되고, 대중들은 차례로 잊는다.. 이번에 벌어진 칠곡 계모 사건은 무서울 정도로 앞서 벌어졌던 울산 계모 사건과 닮아 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사람들이 죽어야 기억하고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애쓸까. 피해자가 납득할 수 있는 법은 언제 개정될까.. 칼날은 지금도 방황한다. 제발 그 칼날이 방황하지 않도록 우리 모두 관심을 기울어야 하지 않을까.

전체목록보기
문화지원프로젝트


KALIOP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