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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표처럼 삶의 휴식이 되는 문장

글쓴이: 열림원 출판사 | 2014.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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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내겐 평생 문학순정주의랄까, 오로지 작가로 말하고 작가로 먹고 작가로 잠자고, 그렇게 작가로 살면서 생을 시종하고 싶은, 문예반 소년 같은 지향이 있어. 이 어지러운 세상에서 이런 소박한 순정이 용인될까 불안할 때도 많지만, 그래도 그것이 나의 최초이자 최종병기라고 생각해. (중략) 어느 깊은 동굴에 들어앉아 글만 쓰다 이 길에서 순직하고 싶은 게 나의 마지막 꿈이야.” (p.315)


 


<힐링>(열림원. 2014)은 작가 박범신이 쓴 트위터 글들을 재구성해서 만든 책이다. 그의 논산에서의 3년여 동안의 일상이 짤막한 글 속에 담겨 있다. 그는 소통과 희망, 사랑과 열정, 긍정과 행복에 대해 말한다. 또한 살아가면서 느끼는 쓸쓸함, 혹은 끝없는 열정, 문학에 대한 단상들도 들려준다. ‘길 위에서’란 책의 서문을 읽어보면 이 책에 대한 그의 생각을 알 수 있다.


 


“누가 듣거나 말거나, 길 위에서 혼자 중얼거린 말들의 집합이에요. 소설은 밀실의 내 고유한 책상에 돌아가 앉아 쓰지만 여기 모인 말들은 천지사방 열린 길 위에서 쓴 것들이니 소소할는지 몰라요. 소소한 만큼 더 진실하고 예쁠지도요. 나는 그렇게 생각해요.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가 주인이 된 문장들이라고. 걷다 보면 발에 물집도 생길 터, 어느 낯선 집 추녀 밑에 앉아 헤집어 터트린 물집들이 여기 있다고. 그러니, 이 짧은 문장들이 당신들의 쉼표도 되었으면 좋겠다고. 쉼표를 도미노처럼 릴레이로 나누어 품으면 우리들 세상이 좀 더 환해지지 않겠느냐 하고요.” (p.7)


 


작가는 자신이 직접 쓰고 그린 현판처럼 논산에 있는 “홀로 가득 차고 따뜻이 빈 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 곳에서 그는 생각한다.


“나는 작가다. 작가는 홀로 있을 때 온 세상과 온 우주를 품어야 한다. 오욕의 바깥세계와 비밀스런 내면세계도 동시에 품어야 한다. 가득 차고 차서 넘쳐야 한다. 홀로 있을 때 가득 차고 당신들과 더불어 있을 때 따뜻이 비우고 싶다.” (p.67)


 


그런 그에게도 누군가와 소통하고 싶은 날이 있다. ‘먼데 누구에게 SOS 모스부호라도 날리고 싶은 날‘이. 그런 날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서, 모르는 이의 이름도 소리 내어 천천히 읽어보고 플픽도 하나씩 오래 들여다본다.


“모두 정다운 친구 같아 신기하다. 멘션이 오면 더 그렇다. “거기, 누구 있어요?” 나는 묻고 낯모르는 누구누구가 “여기요! 여기요!” 하는 느낌. 그럼 나 혼자 어둠 속 걷는 게 아니구나, 한다. 내게 SNS는 그런 것이다. 고마워. 세상 끝에 버려져 있다고 느끼는 미지의 누군가도 내 짧은 문장 읽고 나처럼 느끼기를.” (p.239)


 


흡사 여류작가의 글인 듯 감성적인 내용이 많다. 그는 “문학, 목매달아 죽어도 좋은 나무”라고 말한 바 있다. 오로지 문학을 믿어서 그 길을 가는 건 아니다. 다른 길보다 낫다는 믿음이 첫째고, 다른 길보다 사랑하기 때문임이 그 둘째, 다른 길보다 더 열심히 걸을 수 있다는 자신만의 황홀이 그 셋째다.


이와 함께, 고통과 외로움이 우리를 덮칠지라도 결국 우리를 구원할 것은 ‘사랑’뿐임을 강조하고 있다. “비우는 것이야말로 행복의 문”이며 욕망을 좇으려는 마음과 욕망을 내려놓으려는 마음, 이 둘 사이에 균형을 잡을 수만 있다면 그것이 바로 행복이고 그럼으로써 삶은 풍요로워진다는 것이다. 아울러 마침표는 문장에서만 사용할 것이지 “삶이나 사랑에서 사용할 것이 아니다”라며, 모든 관계에 있어 희망의 끈을 놓치지 말라고도 당부한다.


 


책에는 아름다운 호수 탑정호의 잔잔한 물결, 책이 느슨하게 꽂혀 있는 서재에 앉아 애잔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작가, 무성한 여름 숲과 바람에 흔들리는 보리밭 등 많은 사진들이 글들 사이 사이에 실려 있다. 쉬고 싶고 외롭거나 무료한 날, 아무 곳이나 펼쳐도 전혀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작가의 열혈 팬들에게는 반가운 책이다. <정미경 기자>


 


출처 : http://www.bookdaily.co.kr/news/articleView.html?idxno=40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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