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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피어나는 자리 (우동여자)

글쓴이: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 2014.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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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331


 



사랑이 피어나는 자리
― 우동여자
 에스토 에무 글·그림
 노미영 옮김
 삼양출판사 펴냄, 2012.6.21.


 



  사랑은 엄청난 자리에서 피어나지 않습니다. 사랑이 피어나는 자리는 아주 수수합니다. 깜짝잔치를 벌여야 사랑이 되지 않습니다. 호텔에 있는 밥집에서 반지를 건네야 사랑이 되지 않습니다. 자가용을 몰거나 아파트 열쇠가 있기에 사랑이 되지 않습니다.



  사랑은 언제나 그저 사랑입니다. 가락국수 한 그릇에서도 사랑은 피어납니다. 그림 한 점 그리는 붓질에서도 사랑은 자랍니다. 사랑은 수수한 자리에서 피어나기에 대단합니다. 사랑은 여느 사람 누구나 아름답게 누리기에 대단하지요. 사랑은 연속극이나 영화가 아닌 우리 삶에서 저마다 다 다른 빛으로 함께하기에 대단해요.



- ‘한창 자랄 나이인 대학생이 매일 점심에 기본우동만 먹는다니 이상하잖아. 돈이 없으면 직접 해 먹어 보렴. 그 편이 더 싸게 먹히거든. 아니면 이 애 혹시, 날 만나기 위해서?’ (8쪽)
- “그쪽은요? 우동 좋아하죠?” “전, 카레가 좋아요.” “아, 그래요? (그럼 학생식당에서 카레 먹으면 되잖아?)” (32∼33쪽)


 






  에스토 에무 님이 그린 만화책 《우동여자》(삼양출판사,2012)를 읽습니다. 만화책 《우동여자》는 대학교 구내식당에서 가락국수(우동)를 말면서 밥벌이를 하는 서른다섯 살 가시내가 나어린 대학생과 만나는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사랑이란 찾아오지 않으리라 여기던 서른다섯 살 가시내한테도 아주 마땅히 사랑이 찾아옵니다. 왜냐하면, 마음속에 사랑씨앗이 있으니까요.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고 그림이 무엇인지 모르는 채 대학교에서 그림을 배우는 나어린 학생한테도 사랑이 찾아와요. 무엇인지 아직 하나도 모르겠으나 즐겁게 노래하면서 꽃피우고픈 사랑을 마음속에 그리기 때문입니다.



- “카레우동인가요?” “네. 그리고.” “네? 뭐 추가주문 하려고요?” “저, 괜찮다면 이름 가르쳐 주세요.” (44쪽)
- “학생이랑 사귄 적 있으세요?” “아무리 좋아도 그건 아니지. 사귄다면 모가지감이야, 그거.” “아, 죄송합니다. 예를 잘못 들었네요. 나이 차를 커버할 수 있냐는 뜻이에요! 몇 살 정도라면 괜찮을까요?” (51쪽)



  가락국수를 함께 먹는 사이여도 사랑입니다. 라면 한 그릇을 나누어 먹는 사이여도 사랑입니다. 스테이크를 썰거나 나물비빔밥을 먹어도 사랑입니다. 아이들 사이에서 복닥이면서 집안일에 치여도 사랑입니다. 도시에서 출퇴근 버스에 시달리더라도 사랑입니다. 시골에서 흙을 만지며 호미질을 하면서도 사랑입니다.



  사랑이라면 언제 어디에서나 사랑입니다. 사랑은 언제 어디에서나 삶에서 피어납니다. 사랑은 언제 어디에서나 마음속에 사랑을 그리는 이들한테 살그마니 찾아옵니다. 즐겁게 그림을 그리면 즐거운 사랑이, 애틋하게 그림을 그리면 애틋한 사랑이, 곱게 그림을 그리면 고운 사랑이 찾아와요.


 






- “뭔가 있으면 분명하게 말해 주지 않을래?” (81쪽)
- “그림에 반한 거나 다름없었지. 아, 내가 이런 식으로 보였구나 싶더라구. 정말이지 날아오를 것 같았어.” “자랑하는 건가요?” “하하, 그렇게 들려?” “그럼.” “아, 잠깐, 스톱, 스톱. 치사하게 너만 질문하기야?” (93쪽)



  걱정할 일이란 없습니다. 걱정은 사랑이 아니거든요. 걱정은 걱정을 낳아요. 그리고, 사랑은 사랑을 낳습니다. 사랑을 바란다면 이런 걱정과 저런 걱정은 내려놓아요. 사랑을 바란다면 옷을 더 잘 차려입거나 몸매나 얼굴을 가꾸는 데에 마음을 빼앗기지 말아요. 사랑을 바라면 사랑을 가꾸어야지요. 사랑을 속삭이고 싶으면 언제나 사랑을 노래해야지요.



  삶이 사랑스러운 사람은 늘 사랑을 해요. 삶을 사랑스레 노래하는 사람은 언제나 사랑스러운 이웃과 동무를 사귀어요. 바로 이곳에서 오늘부터 사랑을 함께 하기를 빌어요. 4347.4.4.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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