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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둘리지 않는 자녀 교육

글쓴이: 독서와 사색의 즐거움 | 2014.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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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부터 '공부'와 관련된 서적에 저절로 손이 가거나 한동안 시선이 머물곤 합니다.  이럴 때 드는 생각은 '나도 별수 없이 대한민국의 학부형이구나' 하는 자괴감입니다.  주말부부로 지내다 보니 아이를 만날 수 있는 기회도 그리 많지 않은데 말입니다.  괜한 욕심만 키우는 셈이 아닐까 생각하면서도 조바심에서 읽게 되는 것이 또 '공부'에 관한 책입니다.  이 정도면 병적인 집착이지요? 참으로 구제불능입니다.


 


그렇게 읽게된 책이 김주환 교수의 <그릿>입니다.  <회복탄력성>으로 베스트 셀러 작가가 된 김주환 교수 바로 그분입니다.  사실 '공부'에 대한 책은 수를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책이 시중에 나와 있는지라 어떤 책이 좋고, 어떤 책이 그저 그런 책인지 구분조차 하기 어렵지만 초등학교 이상의 자녀를 둔 부모라면 새로운 책이 출간될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눈길이 가는 것 또한 현실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도 자신할 수는 없지만 이 책은 비슷한 주제를 다룬 다른 책에 비해 비교적 솔직하고 체계적으로 쓴 책인 듯 여겨집니다.


 


"선유(작가의 딸)가 고등학교 3학년이 됐을 때도 나는 꼭 일류대학에 갈 필요는 없으며, 심지어 대학을 가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었다.  선유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진심이냐고 되물었고, 나는 정말 진심을 담아 얘기했다.  이는 나의 개인적 신념이기도 하다."    (p.125)


 


사실 이런 책을 한두 권 읽다 보면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는 말이 새삼 떠오릅니다.  아이들마다 타고난 재능도 제각각이고 자라는 환경도 각기 다른데 일률적으로 어떤 법칙이나 잣대를 들이댄다는 것도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그러나 이런 책이 꾸준히 팔리는 걸 보면 우리나라 부모님들의 불안감이 이만저만 심한 게 아니구나 하는 딱한 마음도 듭니다.  어쩌면 저도 그 중 한 사람에 속하겠지만 말이죠.  딸을 서울대 경영대에 입학시킨 저자에게 특별한 공부 비법 하나쯤 배워볼까 싶어 이 책을 읽었던 저로서도 딱하기는 매한가지입니다.


 


"비인지능력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그릿(grit)이다.  그릿은 자신이 세운 목표를 위해 꾸준히 노력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그릿은 자신이 세운 목표를 위해 열정을 갖고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며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 마음의 근력이다.  그릿은 스스로에게 동기와 에너지를 부여할 수 있는 힘, 즉 '자기동기력'과 목표를 향해 끈질기게 전진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조절하는 힘, 즉 '자기조절력'으로 이루어진다."    (p.84)


 


책은 총 5개의 장과 부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 공부를 둘러싼 오해와 착각  2. 그릿, 성취의 원동력  3. 그릿을 시작하는 힘, 자기동기력  4. 그릿을 완성하는 힘, 자기조절력 5. 시험 잘 보는 법, 그릿을 발휘하라  부록: 서울대 경영대 합격생 선유가 말하는 공부전략 이 그것입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저의 학창시절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제 블로그에서도 두어 번 말한 적이 있지만 저는 비교적 열악한 환경에서 자랐습니다.  이 책의 기준으로 본다면 공부와는 거리가 먼, 절대로 공부를 잘할 수 없는 그런 환경이었죠.  경제적으로 무능했던 아버지는 늘 술에 취해 있었고, 그런 날이면 항상 가족들에게 폭력을 일삼았고, 그게 두려웠던 저는 아버지가 잠들 때까지 같은 동네의 친구집에서 시간을 보내곤 했었습니다.  위로 있었던 형과 누나들은 일찍부터 아버지를 피해 도시에 나가 학교를 다니거나 취직을 한 상태였고, 저와는 나이차가 있는 어린 여동생과 저는 무지비한 폭력을 고스란히 감당해야만 했었죠.


 


그 끔찍했던 시절에 저의 유일한 소망은 아버지의 폭력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었습니다.  가정의 빈곤 때문이었는지 아버지는 자식들이 국민학교를 졸업하는 순간부터 학교는 이제 그만 다니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셨습니다.  국민학교를 졸업할 때와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받았던 장학금으로 중학교를 그럭저럭 다닐 수 있었고, 중학교 2학년 무렵 형들이 있던 도시로 전학을 가게 되었습니다.  저에게는 해방의 순간이었죠.  저는 그때부터 지독하게 공부만 했던 것 같아요.  밤 11시에 잠들어서 새벽 2시에 일어나는 강행군을 끝까지 버텼었죠.  2시에자명종 시계를 맞춰 놓으면 일어나지 않을 수 없었어요.  2시에 자명종이 울리면 혹시나 곤히 잠든 형이 깰새라 단박에 일어나곤 했었죠.  2시부터 5시까지 책을 읽고 5시에 전기밥솥에 쌀을 씻어 안치고는 자취방 근처의 산을 휘감고 도는 우회도로를 따라 전력질주하듯 1시간을 뛰었습니다.


 


사실 저는 어려서부터 체력이 좋았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신장염으로 죽음의 문터까지 갔었죠.  당시의 저는 자신의 한계까지 저를 몰아붙였던 셈입니다.  운동을 마치고 돌아오면 도시락을 싸고 아침을 먹고 학교에 등교하여 남들처럼 수업을 받은 후 학교에서 돌아오면 밤 11시까지 책을 읽고 잠을 자는 반복적인 생활.  학원 수강은 고사하고 참고서 살 돈도 없어 친구의 문제집을 베껴서 수학문제를 풀거나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이면지를 얻어 연습장으로 쓰곤 했던 힘겨운 나날이었습니다.


 


고등학교를 무사히 졸업할 수 있었던 것도 따지고 보면 누나와 학교 선생님들 덕분이었습니다.  그러나 대학입시를 치른 후 장학금 때문에 서울대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은 지금도 약간의 아쉬움이 남아 있습니다.  4년제 장학생으로 대학에 입학하였지만 형의 등록금과 저의 용돈을 벌기 위해서 낭만적인 대학생활은 즐길 수 없었고 공부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느라 동분서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아도 어찌 버텼나 싶은 세월입니다.


 


제 얘기가 자랑질로 비춰질 수도 있지만 공부에 관한한 저는 할 얘기가 많은 것 같아요.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저는 수업시간에 선생님의 설명을 연습장에 빠르게 받아 적으면서 암기와 집중을 동시에 해결했었습니다.  말을 글씨로 받아 적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죠.  속기사도 아닌데 말입니다.  선생님 얼굴을 보면서 연습장에 글씨를 쓰는 저만의 방식은 수업 내내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물론 다시 보기 위해 그랬던 건 아닙니다.  그러나 효과는 만점이었죠.  시험을 치를 때 그 시간이 파노라마처럼 떠올랐으니까요.  굳이 시간을 들여 복습을 할 필요도 없었구요.


 


이 책을 읽으면서 제 생각과 달랐던 점은 더러 있었지만 바로 이 부분은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아요.


 


"계획을 짤 때는 '이만큼 하면 많이 하는 거지 뭐.'라는 한계를 두는 대신, 자신도 깜짝 놀랄 만큼 많은 공부량을 전제로 한 계획을 세워보자.  그러고는 불도저처럼 밀어붙여라.  일별 계획을 세워놓고 목표량을 달성할 때마다 자신이 지킨 것을 펜으로 지우면서 뿌듯한 성취감을 느껴보라.  그럴 때마다 자신과의 투쟁에서 싸워 이긴 듯한 뿌듯한 승리감을 만끽할 것이다."    (p.240)


 


이 부분에서 저는 저자의 생각과는 다르게 말하고 싶습니다.  물론 저자의 말처럼 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실천의지가 부족한 대부분의 학생들은 십중팔구 며칠 지나지 않아 계획표 쓰는 것마저 그만둘 것입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계획과 실천 결과는 늘 엇나가기 때문이죠.  오히려 '최소한 이만큼은 하자.'라는 식으로 최소 학습량을 계획하면 실천 결과와 계획이 맞아떨어져 게획을 세우는 본인 스스로도 놀랄 것입니다.  그때부터 공부에 재미를 느낄 수 있을 테구요.


 


장황한 얘기를 늘어놓았네요.  아무튼 공부를 잘 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독서를 좋아한다는 것과 체력이 좋다는 것이겠지요.  독서와 체력이 우선순위에서 빠진 공부 관련 책이라면 읽을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부모의 입장에서 아이의 공부를 지도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닌 듯합니다.  어쩌면 공부 방법의 선택도, 부모의 확고한 신념도 일정 부분 용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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