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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소송 "오웰의 [1984]와 비교되는 작품"

글쓴이: 책을 즐기다 | 2014.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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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서적상(2002), 2013년 토마스 만 상 수상 작가


오웰의 1984와 비교되는 작품 - 가디언


장르를 넘나드는 실험가이자 독일 문단의 행동하는 지식인


율리 체가 오늘날에 보내는 경고의 묵시록


 


'어떤 소송'을 소개하는 문구, 1984와 비교되는 작품이라니!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라는 궁금증이 들어 이 책을 들었습니다. 현대가 시대적 배경이 아닌 21세기 중엽을 다룬 이야기입니다. 우주선이 날라다니고 외계인이 등장하는 스펙타클한 공상과학을 떠올리게 되는 그런 미래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오히려 미래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가치관을 다룬 조금은 잔잔하지만 무거운 이야기입니다.





 


 


책 초반에 '이상적 애인'이 등장합니다. 사전 정보없이 읽기 시작한 책이기에 주인공에게만 보이고 다른 사람 눈에 보이지 않는 캐릭터의 등장에 갑자기 당황합니다. 이게 무슨 뜻일까를 시작으로 책 뒷편에 장르를 넘나드는 실험가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옵니다. 조금 마음을 가다듬고 읽어가다보면 이해가 될거란 생각으로 무작정 다음 이야기를 쫓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이 책에 관한 다양한 해설들이 아직 없기에 나방식대로 마음대로 이해를 해갔습니다. 


 


"방법의 이름으로! 방법적대적 책동을 자행한 독일 국적자이자 생물학 전공자 미아 홀에 대한 형사 사건 판결"


- 13page


 


21세기 중엽 운동도 하지 않고 직장에 출근도하지 않고 집에만 갇혀있는 미아 홀은 재판을 받게됩니다. 이 시대는 매일의 영양 섭취와 수면시간, 운동량과 정신적인 부분까지 개인의 모든 건강과 관련된 것들을 당국에 보고를 해야하는 체제이기때문입니다. 미아 홀의 행동은 국가의 법에 위배되는 행동입니다. 건강은 개개인의 완성을 넘어 사회적인 더불어 살기의 완벽성으로 향한다는 세상. 이러한 노력으로 인류는 더이상 땅을 파헤치지도 않고 매연을 뿜지도 않고 건물을 헐어 없애지도 않습니다. 게다가 소외받고 고통받는 아이들 하나하나에도 관심을 쏟는 사회입니다. 모든 개인의 건강상태와 관련된 자료는 당국에 보고가 되기때문에 부모에게 제대로 관리를 받지 않는 아이들도 바로 찾아내 보호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시스템의 운영으로 완벽한 유토피아가 탄생합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겉으로만 보이는 것일뿐 사람들은 예전의 방식을 그리워합니다. 담배를 피거나 커피를 마시고 사랑하는 사람을 끌림으로 자연스럽게 만난다거나 진흙탕에서 맨발로 물장구를 친다거나 낚시를 한다거나 지극히 평범하기만한 일상의 생활들이 병원균을 옮길 수가 있다며 금지되고 있습니다. 격하게 말하면 훌륭하게 꾸며진 집에서 사육당하는 것과 같은 생활들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런 것들은 아주 당연하게 여기고 삽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는 개인의 사랑과 같은 희생쯤은 아무것도 아닌 세상이죠. 미아 홀도 그 중에 한 명이었습니다. 체제를 신봉하는 엘리트였던 그녀는 하나밖에 없는 남동생의 죽음으로 급변하게 됩니다.





 


 


 


"일어난 일은 안됐지만 되돌릴 수 없어요. 하지만 미래의 일은 막을 수 있지요. 미아 홀. 수백만 명이 의존하는 체제를 당신의 존엄을 위해 위태롭게 할 건가요? 자기 개인을 다른 모든 것보다 우선시 하는 일이 '존엄한'가요? 지고한 것이 무엇이죠? 단신의 존엄 앞에서 인간은 무엇이죠?" 


 


"국가는 인간이 삶과 행복을 자연스럽게 추구하는 데 봉사해야 해요. 그렇지 않다면 지배는 정당화될 수 없어요. 개인 복리와 보편적 복리를 일치시킬 수 있어야 해요."


 


"수백만 명이 의존하는 안전한 체제를 지켜야한다.", "개인의 삶과 행복을 추구해야한다."


서로 다른 두개의 신념이 존재합니다. 미아 홀은 지금까지 의심하지 않았던 전자의 신념에서 후자의 신념으로 서서히 바뀌기 시작합니다. 이 신념들은 지금도 중요한 문제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어느 한쪽이 백프로 옳다고 할 수 없는 문제. 이 책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의심없이 따르고 있는 전자의 신념이 어떤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아 홀의 남동생은 한 여인을 강간살인했다는 죄로 갇히게됩니다. 자신이 무죄라고 생각했던 남동생은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자살도 인정되지 않는 사회에서 큰 문제가 되는 행동입니다. 동생의 자살로 인해 미아 홀은 눈에 보이지 않는 이상적인 애인과 대화를 하며 동생이 자살하면서 까지 밝히려고 했던 진실과 인간의 자유에 대한 생각을 하게됩니다.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기존의 체제에 자연스럽게 부딪히게되고 국가의 체제에 위험인물이라며 재판까지 받고 '무기동결형'을 선고받게 됩니다. 완전무결하게 보이는 유토피아적 세계가 미아 홀의 재판이 진행되면서 점차 흔들리게 될 위기에 처합니다. 남동생이 무죄라는 증거는 기존 체제 완벽함을 뒤집어 버릴 진실이었습니다. 하지만 국가는 그녀를 '마녀사냥'의 희생자로 만들어버립니다.



한 개인이, 그것도 아무것도 없는 한 여인이 거대한 체제를 상대로 맞선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임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그녀의 싸움을 통해 다수가 신봉하는 신념이라고 맹목적으로 따라가서는 안되고 언제나 그에 대한 의문을 갖고 살아야한다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그게 바로 인간적인 삶과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한 번 쓱 읽고 덮어버리기엔 많은 것들이 들어있는 책이었습니다. 고전은 정말 접하기 부담스럽고 어렵다고만 생각했는데 의외로 쉽게 접할 수도 있겠구나란 느낌이 듭니다. "시대를 초월하여 늘 현재와 소통하는 문학을 고전이라 이른다." 이 문구가 유독 눈에 들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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