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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바웃 타임/ 두 번 사랑할 수 있을까

글쓴이: 서정적 태도 | 2013.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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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준비 없이 찾아온다. 두려움과 함께.
'팀'의 내레이션


 




 


 


 


 



인간이 영원히 산다고 해도 사랑이 그토록 간절할 수 있을까.



 


 


작년 이맘 때쯤 메모해 두었던 글귀인데, 이게 도대체 어디에 적혀있던 거더라.


은희경 소설인지 정이현 소설인지 고민하다


그맘때쯤 김형경의 소설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을 읽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 그 소설 어딘가에서 발견한 문장일 테다.


 


인간이 이토록 사랑에 열광하는 것은 인간의 삶이 유한하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그 문장을 두고 나는 잠시 생각했다. 정말 그런가. 영원히 살 수 있다면


사랑 따위 아무 것도 아닌가?


 


'어바웃 타임'의 주인공 '팀'은 자신이 시간을 여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고


그것을 자신의 사랑을 찾는 데 쓰기로 한다.


곧 '메리'와 사랑을 하게 되고, 시간을 여행하며 삶에 대한 깨달음을 얻는다.


 


팀은 자신의 시간이 무한했음에도 그 모든 시간을 사랑 찾는 데에 쏟는다.


두 번이고 세 번이고 메리와 만나기 위해서 과거로 돌아간다.


우리는 어느 부부에게 이런 질문을 종종 하곤 한다.


"다시 태어나도 그 사람과 사랑하겠습니까?"


어떤 이는 고민 없이 그렇다고 하고, 어떤 이는 멋쩍어 하며 그렇지 않다고 한다.


나의 경우는 어떠한가. 불행하게도


나는, 사랑에 절실해 본 적이 없다.


 


예고편을 통해 이 영화에 대한 간단한 내용은 알 수 있었지만


타임슬립에 큰 흥미가 없는 나는 꼭 봐야겠다는 마음은 없었다.


그러나 며칠 전 얘기를 나누었던 한 남자가 이 영화를 강력 추천하며 한 장면을 묘사했다.


첫 사랑을 다시 만난 팀은 그녀가 '과거로 돌아간다면 너와 헤어지지 않았을 거'란 말에


집으로 달려가 자고 있는 메리에게 청혼을 한다.


그 장면을 보면서 전혀 슬픈 장면이 아닌데도 눈물이 나더라고.


자신도 꼭 그런 프로포즈를 하고 싶노라고.


그의 묘사들이 그렇게 유혹적이지는 않았지만 아무튼 이 영화에 대한 호기심이 강해진 건 사실이었다.


 


 


영화를 이끌어 가는 도구인 '시간 여행'의 방식은 사실 매끄럽지만은 않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그것이 흐름을 방해하는 정도가 아니었기에 감동은 전해졌다.


팀은 과거를 돌이키며,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우리들에게 현재를 잘 살아가는 법을 보여준다.


같은 삶을 살더라도 어떤 시각으로 내 삶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여유와 활력이 생기는 것을.


함께 길을 걸어도, 어떤 사람은 저 멀리의 신호가 바뀌는 것을 보고


다른 사람은 길가에 피어있는 꽃을 보는 것과 마찬가지다.


 


 


 




 



가장 뭉클했던 장면은, 죽음을 앞둔 팀의 아버지가 팀의 어린시절로 돌아가


함께 바닷가를 뛰노는 장면이다.


이 영화는 연인 간의 사랑뿐만 아니라 '가족애'도 깊게 그려내는데


둘만의 비밀을 안고, 삶의 닮은 부분을 함께 고민하며, 서로를 응원하던 둘이


마지막의 순간에 처음으로 돌아가 자유롭게 해변을 뛰는 모습에는


아버지와 아들의 간단한 사랑, 그 이상의 것이 있다.


 


 


사랑에 절실해 본 적이 없는 나는 이 영화를 통해



내 과거의 사랑들을 꺼내어 그때의 진심을 확인했고


앞으로의 사랑에 절실함이 더해지길 기대하기로 했다.



 


 


 


이 영화를 볼까 말까 고민한다면, 보는 것을 권한다.


많은 기대는 하지 않길 바란다.


영화가 끝난 후 훈훈해진 마음으로 찬바람을 맞았다. 춥지 않았다.


겨울에 참 잘 어울리는 영화다.


영화에 나오는 음악들도 다시 한 번 찾아 들어볼만 한다.


그 노래들이 영화와 잘 어우러져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함께 보면 좋은 영화들로


같은 감독 리차드 커티스의 '러브 액츄얼리'


에릭 브레스, J. 마키에 그러버의 '나비 효과'


길 정거의 '이프 온리'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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