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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병동에선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글쓴이: amen1348님의 블로그 | 2013.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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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병동에선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아야츠지의 프릭스라는 소설 소개문에 적힌 정신과 병동에선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라는 문구가 내 눈길을 끌었다. 정신병자라는 자들의 심리와 그들의 주변환경 등 그리고 그들이 다른 사람과 다른 기형의 정신을 가지게 된 원인에 대해서 궁금했다. 그리고 나는 자연스럽게 그 책을 사서 읽고 있었다.


 


첫 번째 이야기 313호실 : 몽마의 손은 거무스름한 분위기에서 시작하여 자연스럽게 독자의 흥미를 이끌어 나갔으며, 어찌 보면 전형적이고 예측가능한 반전을 우리에게 던져주었다. 읽고 나서의 우리의 반응은 뭐야, 이 정도는 예측할 수 있었어. 이런 사례는 영화에서도 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걸.’ 정도일 것이다. 실제로 우리가 생각하는 정신병자의 범위 내에 속할 정도였고, 읽는 도중에 드러날 반전도 미리 깨달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장치들은 우리의 무의식 속에 틀을 만들고 그 속에 우리가 의심할 수 있는 반전과 정신병자의 행동과 생각패턴의 범위를 좁히고 그 밖으론 나오지 못하게 가둬버렸다.


 


두 번째 이야기 409호실 환자는 조금 더 깊이 들어가 우리에게 자연스럽게 고정된 전제를 깔게 하고서 전개된다. 우리는 읽는 도중에 미로 속에 빠져 좀체 방향을 잡지 못하고 혼란스럽게 된다. 읽어 내려가는 순간순간마다 호기심이 증폭하고 진실을 알고 싶어 안달이 나고 서두르게 된다. 서서히 모여 가는 퍼즐조각들을 맞추고 드디어 사건의 모든 정황을 깨닫고 후련함이 왔을 때, 필자는 의사를 통해 우리의 뒤통수를 가격한다. 이 반전을 당신이 예측했든 예측하지 못했든 간에 여기까지 다 읽고 난 시점에서, 이번 반전은 첫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무의식 속에 형성된 틀을 끄집어내어 깨부수게 만든다.


 


세 번째 이야기 564호실 환자 : 프릭스’ - 이 책의 주요 이야기- 대망의 이 이야기를 읽을 때쯤이면, 머릿속의 정형화된 틀이 형성되었다 깨져버린 우리들은 모든 것을 의심하고 반전을 예측하기 위해 머리를 바쁘게 굴린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단서들은 확실하게 주어지지 않고 우리들을 혼란하게 만들며 안달나게 만든다. 의도적으로 이야기를 에둘러 표현하며 더디게 진행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들은 서둘러 글자들을 읽어 내려가며 진실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한다. 대강의 정황을 알게 되었을 때, 우리가 벽 너머로 두 사람의 이야기를 열심히 듣는 도중에 그들의 방문을 누군가가 두드리며, 이야기는 갑작스레 막을 내린다.


 


그자가 기형의 인간인지 아닌지, 심지어는 그 소설의 이야기인지 아닌지, 모든 것을 확실히 하지 않고 의심만을 주고 갑자기 이야기가 끝나면 우리는 예기치 못한 결말에 당황하며 혼란에 빠지고, 사실을 알고 싶어 결말을 향해 미친 듯이 질주하다가 여러 가지 단서들을 흘리고 가버렸다는 것에 눈치를 챌 것이다. 뭔가 이상한 점이 눈에 띄기도 하고 순간 어느 것은 모순인 것 같다는 느낌조차 든다. 결국 프릭스를 손에서 놓지 못하고 다시 읽고 있는 우리들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책 속의 이야기들은 모두 우리들로 하여금 처음엔 정상인처럼 묘사된 사람들을 사실은 미쳐버린, 왜곡된 정신을 가진, 기형의 인간들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품게 만든다. 그리고 실제로는 그런 사람들이었다.


 


특별히 세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을 우리는 몸이 좀 불편한 정상인으로 볼 수도 있고, 어떠한 망상을 가지고 살아가는 정신병자처럼 볼 수도 있다. 이런 시각을 가지게 하는 것이 바로 작가의 목적일지도 모른다.


 


사실, 작가는 인간 자체를 기형의 존재로 보고 있는데, 그 신념의 기초는 우리 속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생각, 감정 등 지구상에서 그 무엇보다 라는 자아를 가장 강력하게 인식하는 점일 것이다. 생명을 가진 존재로서, 누구나 그렇듯이 자기보호 본능을 가지고 있어, 자기를 보호하고 심지어는 자기 자신을 지나치게 사랑할 수도 있고, 그것을 거슬러 자신을 증오하고 싫어하게도 된다. 사실 이런 행위는 정상적이지 못한 왜곡된 감정의 기형들이다.


 


인간이란 참으로 이상한 생명체다. 지구라는 이 혹성에서 가공할만한 발전을 이룬 기형종이다. 기형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대단한 축복으로 향유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똑같은 사실을 무시무시한 저주인 양 혐오하고 금기시한다. 이 엄청난 딜레마에서 우리는 인간인 이상 벗어날 수 없다.


모든 것은 역시 여기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나는 축복받았다, 그리고 나는 저주받았다.……나는 정상이다, 그리고 나는 기형이다.……나는 제정신이다, 그리고 나는 미쳤다.……아아, 이 끝도 없이 되풀이되는 생각, 생각, 생각.“


 


정상(Normal)이라는 개념, 그것이 얼마나 모호한 개념인지 우리에게 일깨우는 것이 이 책의 목적 중 하나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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