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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은 과학인가, 의료행위는 상행위인가

글쓴이: 독서 기록장 | 2013.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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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자연건강에 대한 정보가 난립하는 세상입니다. 전문가가 아니라도 건강과 직결된 책을 쓸 때에는 객관성이 확보되어야 하는데, 자기 경험이라며, 스스로 터득한 방법이라며, 믿어야 효과가 있다며 사이비 종교 교주 같은 말들을 늘어놓는 책들이 책방에, 책꽂이에 차고 넘칩니다.  밥먹을 때 물먹지 마라, 밀가루음식 먹지마라는 금기에 관한 책만 해도 차고 넘치지만, 효소, 청국장, 쑥뜸, 사혈 등 읽어 보면 암을 비롯한 현대 의학으로 절대로 정복되지 않는 난치병까지 모든 질병을 한 가지 방법으로 완벽 치료할 수 있고, 그것도 모자라 백옥같이 윤기 있는 피부와 날씬한 몸매까지 보장한다고 주장하는 책들과 그것을 믿는 사람들로 넘쳐납니다. 또한 의료행위를 사기행위인양 자극적인 제목을 달아 비판하는 책들도 자주 눈에 띕니다. 물론 이러한 현대 의학과 의료 시스템의 비판적 태도는 보다 나은 의료 시스템으로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아무 지식 없는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과연 무엇을 믿고 무엇을 믿지 말아야 할까. 내 몸, 내 수명, 내 삶에 대한 문제인데,  믿음에 근거해서 무엇을 결정할 수도 없거니와, 사회통념상 가장 안전하다고 정해준 의료 시스템에게만 모든 것을 맡기기에는 많은 책에서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제약회사, 병원, 의사, 실적위주의 연구소와 학계 등의 의료 서비스 공급자들의 집단의 이해 관계와 상업적 목적이 병의 치료보다 우선시 되는 것 같아 의심스럽기만 한 게 우리가 처한 의료시스템의 현실입니다. 이러한 고민들을 함께 해볼만한 책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건강검진, 종합검진 함부로 받지 마라


이충원 저
좋은땅 | 2011년 09월



 


 


이 책은 YES24에서도 서평 하나 없고, 언론의 주목도 받지 못했습니다. 제목은 마치 현재의 의료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듯 자극적이지만, 실제 내용은 매우 객관적인 자료들을 토대로 현대 종합 검진에서 생기는 문제점들을 제시합니다.  예방의학 전문의인 저자 이충원 박사는 검진 공화국이 되어 버린 국내 현실에서, 대표적인 몇 가지 암의 발생과 사망률 등의 매우 근거있는 장기적인 자료들을 토대로 건강검진은 오진 가능성이 높으며, 불필요한 건강검진은 필요 이상의 의료행위로 이어져 오히려 건강을 해친다는 내용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암은 조기 발견 조기 치료를 목표로 아주 오래전부터 검진을 통해 많은 유방암, 갑상선암 등의 환자를 조기발견했지만, 결국 수십년의 치료 관찰 결과 암에 의한 사망률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음을 제시하며, 암에는 우리가 무서워하는 생명을 빼앗아가는 빠르게 번식하는 암, 천천히 번식하는 암, 그대로 가만히 있는 암, 그리고 서서히 줄어들어 스스로 사멸하는 암 등 네 개 종류의 암이 있으며, 빠르게 성장하는 암은 생장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에, 2년에 한 번인 종합검진으로는 검진 자체가 어려우며, 조기발견되는 암은 생장을 멈추거나 스스로 사멸하는 암, 혹은 천천히 번식하는 그리 위험하지 않은 암일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제시합니다. 또한 한 사람의 암 판독자가 수 분안에 빠르게 판독하는 한국적인 현실에서 조기암은 판독의 오류가 매우 빈번하게 생긴다는 것도 실험을 통해 연구된 자료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멀쩡한 사람에게 최첨단 고가 장비를 들이대니, 들이대지 않은 사람에 비해 마치 마술처럼 약도 더 처방하게 되고, 위험하고 고가인 검사도 더 받게 되며, 더더욱 위험하고 고가인 시술을 더 받게 되는 것이며, 검사를 하면 할수록 ‘가짜병’을 만들어 멀쩡한 사람을 병자로 낙인찍을 뿐이라는 이충원 교수의 말은 혹시라도 병이 생겼을까 해서 비싼 검진료를 내고, 검진을 위해 하루 종일 서서 기다리고 기계 속을 들락거리는 우리들을 섬뜩하게 만듭니다.



 


 


 








통증 연대기


노승영 역/멜러니 선스트럼 저
에이도스 | 2011년 11월



 


 


실제로 어떤 질병에 직면했을 때,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통증일 것입니다.  통증은 질병이 일으키는 수명의 단축이나 신체 일부의 불편함, 치료 행위, 치료비 부담 등의 다른 여러 고통보다 훨씬 더 파괴적이고 직접적이며 큽니다.  우리는 이제껏 통증이 질병을 개인의 의식에게 전달하는 매개체라고 여겨왔습니다. 그러나 개인이 느끼는 통증의 정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없으며, 통증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질병이라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달았습니다. 이 책은 통증을 다루는 의사 및 환자와 보호자의 태도, 통증에 대한 사회적 통념과 가치관 등 통증에 대해 철학적인 사유로부터 시작하여 구체적인 임상 행위에까지 광범위한 텍스트를 본인의 경험과 잘 버무려서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말합니다. 통증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어서 어떤 객관적이거나 통념적 잣대로 평가될 수 없이 개별적으로 그 통증의 정도가 존중되도록 다루어져야 한다고. 책을 읽으면서 통증의학이라는 덜 알려진 분야에 대해 알게 되었고, 통증의 원인만을 치료하는 것만이 목표였다면 통증 자체도 하나의 질병으로 인정받고 치료받을 권리가 있음을 알게 해 주었습니다.



 


 








듣지 않는 의사 믿지 않는 환자


제롬 그루프먼,패멀라 하츠밴드 공저/박상곤 역
현암사 | 2013년 08월



 


 


이 책은 현대 의학을 무섭게 비판하지도 않고, 맹신적으로 수비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있는 현상을 차근차근 해석하고 보여줍니다. 이 책을 읽으면 의료 지식이 없어서 갈팡질팡한 마음이 오히려 차분해 진다고나 할까요.


 


현대 의학이 제공하는 다양한 종류의 검사와, 시술, 약물 투약 등에 대한 의심 없이 믿고 자신을 맡겨도 될까요?  과학적인 방법으로 국가와 세계적 표준적인 치료 방법을 무시하고 독불장군 자연 치유력을 믿어야 할까요? 이러한 고민을 환자와 일반인만이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책에서는 치료의 효과보다 부작용을 더 걱정하는 것을 손실피경향이라고 하고, 인위적인 치료보다 자연치유법이 훨씬 더 현명하고 안전하다고 강하게 있는 신념은 자연주의적 편향이고, 우리 사고에 영향을 미치는 강력한 개개인의 경험을 가용성 편향이라 한다는 학문적 정의를 소개합니다. 의사들 사이에서도 손실회피경향인 사람과, 자연주의 편향인 사람, 그리고 가용성 편향인 사람들로 나뉘게 되고, 이런 저마다의 가치 기준에 의해 의사건 환자건 치료 방법이 달라지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치료에는 측정하기 어려운 순효과라는 회색 지대가 존재합니다. 순효과란 치료로 얻는 효과에서 부작용을 뺀 것인데, 주변 사람의 말을 듣고 치료를 선택하는 것은 가용성 편향이며 일화는 단지 n분의1인  여러가지 경험 중 하나일 뿐이지만 그 일화에 강한 인상을 받아 생각을 왜곡하게 되므로 이성적으로 생각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자연주의 편향은 거기에 개입된 상업주의와 미신적 요소들로 인해 불신하게 됩니다. 때로 진손실회피경향이 두드러지지 않는 이유는 알약 한알이면 두통이나 배앓이가 말끔히 없어지는 경험적 지식이 다른 선택의 여지를 말끔히 없애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합니다. 우리 각자는 다른 유전자 조합과 환경의 상호작용 속에 고유한 존재이고, 치료 방법은 통계와 확률이지 진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줍니다.


 



 


 








내몸 사용설명서


마이클 로이젠 저/메멧 오즈 저/유태우 역
김영사 | 2007년 03월



 


 


이 책은 현대 의학이 주장하는 가장 표준적인 건강 가이드입니다. 몸과 건강을 가장 쉽게 이해하기에 적합한 책입니다.  오프라 윈프리가 쇼에서 추천해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전문적 내용도 쉽게 쓰여져 있어 읽기도 이해하기도 쉽습니다. 너무 쉬운 게 흠이라면 흠일까요. 대개 여기 저기서 주워들은 상식적인 내용에 약간의 근거들이 인체에 대한 이해를 돕는 설명과 그림들과 함께 제시됩니다.  오프라 윈프리의 한 마디 덕분인지, 아마존에서 연속 37주간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책이라고 하는데, 그 명성에 비해서는 내용은 조금은 빈약한 느낌이 드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나 검증되지 않은 이런 저런 헛소문들이 배제되고, 의학계에서 공통으로 인정하는 표준적인 건강 관리법,   건강한 삶을 위해 이해해야 하는 몸의 구조와 동작 시스템에 대한 설명이 친절한 책으로, 한 권쯤 꽂아두면 자주 필요할 때 보기 좋은 온가족의 건강 상식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는 현대의학을 믿지 않는다


로버트 S. 멘델존 저/남점순 역
문예출판사 | 2000년 12월



 


 


이 책이 원서로 출판된 지가 30년, 그리고 국내 출판이 10년 이상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 책을 비판 혹은 매우 혹독하게 비방하는 글과 이책에서 인용한 글뭉치들이 인터넷의 여기저기를 떠도는 것을 보면 이 책은 출판 당시부터 꽤 뜨거운 반응을 불러온 듯 보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소아과 의사인 저자 로버트 S. 멘델존은 스스로가 의사이면서, 현대 의학을 종교에 비유하며 매우 실랄하게 의료 현실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과잉진료, 임산부를 환자로 취급하는 문제, 부당한 적출수술(어린이 편도 등), 병원 내 불결에 의한 감염, 합성 호르몬제의 투약 남발 현장과 부작용, 항생제, 강압제 등의 부작용 등 그의 독설은 한도 끝도 없이 시작부터 끝까지 매우 공격적으로 계속됩니다. 이러한 견해에 대해, 이 책의 감수자는 최소한의 의료계의 방어로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30년전의 의료 현실과 현재는 많이 달라졌다는 것이 감수자의 핵심 방어 내용인데, 이 책만 단독으로 읽는 것은 현재 의료 체계를 너무나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으로 기울여질 수 있으므로 비판적인 시각을 놓지지 말고 읽을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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