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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삶의 기본이 되는 ‘좋은 기분’에 대하여

『좋은 기분』 박정수(녹싸) 작가 서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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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보다 생장, 영감 대신 통찰, 좋아하는 일을 좋은 일로, 이 모든 것은 좋은 기분에서 시작된다. (2024.01.15)

‘녹기 전에’에서 찍은 도서 『좋은 기분』


매일 다른 메뉴를 선보이고, 손님들과 수상한 대회도 열고, 팝업은 물론 굿즈까지 만드는 등 아이스크림이 주인공인 커뮤니티처럼 운영되는 가게가 있다. 마포구 염리동에 위치한 작은 아이스크림 가게 ‘녹기 전에’ 이야기다. 인생의 가장 중요한 화두는 시간이며, 주어진 시간을 즐길 수 있는 매개로 아이스크림을 택했다는 ‘녹기 전에’의 주인장 박정수(녹싸), 놀이동산 같은 가게를 운영하는 것도 모자라 『좋은 기분』이라는 책까지 냈다. “성장보다 생장, 영감 대신 통찰, 좋아하는 일을 좋은 일로, 이 모든 것은 좋은 기분에서 시작된다”고 말하는 그를 만나 ‘좋은 기분’에 대해 이야기나눴다.



『좋은 기분』으로 녹싸 님을 처음 만난 독자분들을 위해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 마포구 염리동에서 자그마한 아이스크림 가게 ‘녹기 전에’를 운영하고 있는 녹싸라고 합니다. 먼저 이 글을 읽게 되실 모든 분들, 진심으로 반갑습니다.

저는 2017년 종로구 익선동, 꽤 유명한 ‘핫 플레이스’에서 ‘녹기 전에’를 처음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저희도 그 지역의 강한 소비 흐름에 기대어 즐겁게 장사를 했습니다. 그러다 점점 빠른 상권 변화에 부침을 겪기 시작했죠. 멋진 식사를 마치고 먹어야 할 디저트가 꼭 아이스크림일 필요는 없었던 거죠. 옆에 소프트 아이스크림 가게만 하나 들어와도 저희 매출이 줄었습니다. 힘든 시간이었죠. 한동안 가게 안쪽에 숨어 있을 정도로요.

그 고통스런 시간 동안 무작정 책을 많이 읽었습니다. 또 많이 걸었고요.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제가 깨달은 바가 있었습니다. 무조건 좋은 가게의 입지란 사실 없고, 가게를 운영하는 철학에 맞는 자리가 따로 있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곧 마포구 염리동이라는 익숙하지 않은 동네로 매장을 옮겼습니다. 2020년 6월의 일입니다.

그때부터 가게의 2막이 시작되었어요. 코로나가 절정인 시기였는데도 저희는 차곡차곡 알리고 싶은 메시지와 함께 아이스크림을 전해드렸습니다. 아이스크림은 사실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매개였어요. 그렇게 약 7년간 일하며 얻은 일과 삶에 대한 생각들을 모아 이렇게 『좋은 기분』이라는 책까지 내게 되었네요.

『좋은 기분』이라는 제목을 보자마자 새해를 시작하는 마음가짐으로 딱이다 싶었어요. 책이 출간된 날짜도 마침 1월 1일이더라고요. 책이 출간되자마자 중쇄를 찍은 것으로 아는데, 작가가 된 소감이 궁금합니다. 독자들을 직접 만난 기분도요! 

얼떨떨합니다. 실감이 잘 안 나요. 이 책 자체가 독자를 상정하고 쓴 책이 아니라, 저희 매장에서 접객을 하게 될 동료를 구하면서 해주고 싶은 말들을 모은 접객 가이드였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읽어 주시고 또 직접 뵙게 되리라곤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작가라는 타이틀도 여전히 머쓱하고요.
저는 원래 가게를 시작할 때 책 내용과 같은 마음을 품거나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었어요. 제가 책 내용처럼 생각하게 된 건 순전히 손님분들 덕분이라, 이 책의 진정한 작가는 읽고 공감해주시는 모든 분들이라 생각합니다. 어려운 글도 아니고 또 어찌 보면 당연한 내용들투성이라 결국에는 저나 독자분들 모두 같은 위치에 있다고 봐요.

그래서 북토크 등을 하며 뵌 독자분들이 그냥 동료처럼 느껴졌습니다. 모든 분들이 ‘우리, 같은 생각을 하고 있어요!’ 하고 말을 건네는 것 같았습니다. 뭉클했어요. 모두 경청해서 말씀을 들어주시는 것에 매우 큰 감동을 받았고, 제가 위로받는 느낌이었습니다.

책에서 이야기하듯 ‘기분 전달자'로서, 그리고 기분이라는 가치를 전달하는 사람으로서의 역할을 잘 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또 이야기를 전하고 질문을 받을 때마다 책의 내용이 갱신된다는 느낌도 있었습니다. 그것이 북토크의 묘미구나 싶었어요.

책을 읽으면서 <녹기 전에>라는 브랜드가 걸어온 여정을 따라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브랜드의 기승전결을 다룬 다른 책들과는 사뭇 다르게 느껴졌는데, 특별히 그렇게 느껴지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작가로서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요?

(그럴 일은 없겠지만) 언젠가 제가 책을 쓴다면 ‘꼭 오래가는 책을 써야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힘들 때 참고했던 브랜드 관련 책들은 서사가 확실하고, 역경을 딛고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지의 과정이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책들이 많았습니다. 저도 감동을 받았던 책들이 많았지만 매년 그런 브랜드 책들이 무수히 나온다는 건, 어쩌면 10년 뒤엔 전혀 안 읽힐 책일 수도 있다는 거 잖아요. 그래서 저는 이 일을 하면서 깨달은 일과 삶에 대한 태도 자체를 담아내고 싶었어요. 군더더기 없고, 깔끔하고, 어려운 브랜드 용어 없고, 자극적이지 않고, 어제 보아도, 내일 보아도, 10년 뒤에 저 스스로 읽어도 ‘같은 마음’을 품을 수 있는 책이요.

대기업이지만 파타고니아의 대표인 이본 쉬나드가 썼던 책에서 영감을 받기도 했습니다. 자기 회사의 역사는 100페이지 정도로 요약하고 나머지 200페이지는 그냥 철학에 대한 이야기거든요. 10년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러하고, 10년 후에도 그러할 것이라고 예감할 수 있는, 단단한 책이었어요. 이 책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이본 쉬나드는 옳은 일을 선택할 때마다 언제나 그 일이 더 많은 이익을 냈다고 말합니다. 물론 경제적인 이익만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겠죠. 저도 그렇게 써야 한다고 생각했더니 오히려 더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시는 거라 생각합니다.

너무 많이 들은 질문일 수도 있겠지만, 가게를 운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접객 에피소드가 궁금합니다.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은 항상 자기가 만드는 제품이 손님 그 자체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의식해야 하죠. 양분이 몸에 들어가 세포가 되고 뼈가 되고 제가 바라보는 눈이 되고 입술에서 나오는 소리가 되잖아요.

익선동 시절 일입니다. 거식증으로 온 몸이 앙상하신 손님이었어요. 그래서 건강도 많이 안 좋으셨던 분입니다. 그 분 말씀이 다른 음식은 몸이 거부하는데 저희 매장 아이스크림만 받아준다는 거예요. 그래서 그분은 거의 식사처럼 아이스크림을 드셨어요. 매번 뵐 때마다 살이 붙고, 생기가 생기고, 삶의 의지를 다시 찾아가는 변화를 보면서 우리 일이 얼마나 숭고한 일인지를 깨달았어요. 어느 날은 자기가 앞으로 하고 싶은 봉사 관련 일에 대해 말씀하시는데, 눈의 초점이 현재에 있지 않았어요. 미래의 어느 날에 가 계셨거든요.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도 못한 눈빛이었습니다. 그 눈빛의 일부를 저희 제품이, 저희 대화가 만들었다는 걸 의식하고 나서 저는 이 일이 내가 바라보는 것 이상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도서 『좋은 기분』의 예약판매 특전이었던 ‘좋은 기분 맛' 아이스크림. 


책에서 자기자신을 소진시키면서까지 상대에게 좋은 기분을 건넬 필요가 없다는 당부도 꽤 인상적이었는데요. 결국 내 기분이 좋아야 한다는 거겠죠? 평소 좋은 기분을 유지하기 위한 작가님만의 충전법이 있다면요?

기분이 태도가 되지 말자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는데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막아버리면 자기 안에서 영혼이 병들어갑니다. 기분은 ‘기운 기, 나눌 분’이라는 뜻인데 내가 가진 기분은 자연스럽게 주변에 나누어질 수밖에 없거든요. 그러니 기분을 ‘좋음’으로 유지한 채로 좋은 기분이 좋은 태도가 될 수 있도록 해야겠죠.

스마트폰 안에는 좋은 재료들도 많지만 주로 자극적인 소재들이 많잖아요. 좋은 기분을 유지하려면 저는 전기를 사용하는 것들로부터 가급적 멀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걷고, 목욕하고, 책을 읽고, 불멍을 하면 대부분의 스트레스와 마음의 번잡함을 가라앉힐 수 있더라고요. 제 삶을 이루는 4가지 요소입니다. 모두가 이 네 가지를 반드시 할 필요는 없겠죠. 제가 책에서 독자분들께 제안하고 싶은 것도 자신의 삶와 일의 리듬을 유지하기 위해 먼저 좋은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자기만의 고유한 메커니즘을 찾아 보시라는 겁니다. 하나씩 찾을 때마다 뿌리까지 튼튼해지는 일상을 경험하시게 될 거예요.

결국 좋은 기분이란 자신이 ‘좋아하는 일과 삶’을 지켜나가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녹기 전에>의 다음, 녹싸 님의 다음 스텝이 궁금합니다. 

작년에 업무적으로는 수많은 협업을 했고 또 개인적으로는 작가라는 새로운 영역에 발을 들이게 되었는데요. 독자분들께 좋은 기분을 전달하기 위해, 또 받기 위해 더 다양한 만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는 다시 본업으로 돌아가겠지만, 작가라는 직업을 체험하는 매 순간이 기쁘고 설렙니다.
그리고 올해 ‘녹기 전에’에게도, 또 저에게도 많은 기회가 열려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참 다행이고 기쁜 일입니다. 하지만 기회가 저를 좀먹지 않도록 신중하게, 그리고 여유롭게 나아갈 생각입니다. 일상이 평온하고 즐거운 게 가장 좋은 기분일 테니까요.

녹싸 님의 책을 읽게 될, 혹은 읽은 독자분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이왕이면 아주 기분 좋은 멘트로요!

안녕하세요 독자분들, 아니 동료분들! 어쩌면 우리가 서로를 한 번도 만난 적 없고, 또 잘 알지도 못하겠지만 그럼에도 쓴 글과 읽은 글에 양방향으로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은 참 마음 따뜻해지는 일입니다.

저는 누가 이 책을 보았다고 하면, 쓴 사람보다 읽은 사람이 더 뿌듯한 책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이 서로가 가진 마음과 태도를 확인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는 것이니까요. 마치 아이스크림을 매개로 메시지를 전하는 ‘녹기 전에’처럼 말이죠. 살짝 늦긴 했지만 2024년에도 부디 좋은 기분 가득한 나날들 되시길 바랍니다!




*박정수(녹싸)

어렸을 때부터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보다 멍하니 바라보는 것을 더 좋아했다. 스푼을 잡은 손가락에 느껴지는 아이스크림의 저항감을 좋아했고, 그 스푼을 타고 올라오는 냉기와 몸의 온기가 뒤섞이는 과정을 사랑했다.

그로부터 약 20년 뒤인 2017년, <녹기 전에>를 오픈했다. 일하다보니 종종 삶이 생각났고, 살다보니 자주 일이 떠올랐다. 그러다가 문득 깨달았다. 산다는 것, 일을 한다는 것은 결국 그 앞에서 어떤 태도를 지닐 것인가 하는 문제라는 것을.

현재 <녹기 전에>에서 ‘생각하는 바를 일에 구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좋은 기분
좋은 기분
박정수(녹싸) 저
북스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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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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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녹싸)> 저 15,30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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