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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궂은 인터뷰] 나는 당신을 모른다 - 『관계의 말들』

<월간 채널예스> 2023년 2월호 - 홍승은 작가의 『관계의 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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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소중하다는 걸 먼저 전하고 싶다. 개인을 중요한 가치로 권하는 세계에서 관계를 고민하는 마음은 당연하지 않으니까. (2023.02.01)


『관계의 말들』을 쓴 홍승은 작가는 좋은 관계를 만들기 위해 "나는 당신을 모른다"는 독백을 자주 곱씹는다. 사람은 항상 변하는 존재이기에 몇 마디 대화로 상대를 안다고 착각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관계의 말들』 출간 소식을 들었을 때 편집자가 번지수를 제대로 찾았구나! 싶었다. '관계'를 주제로 한 에세이를 제안받고 어떤 마음이 들었나?

앗, 다시 왔구나! 싶었다. 그간 꾸준히 '관계', '함께', '공동체'를 떠들었기에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주제로 보여서 제안하시지 않았을까? 비슷한 주제로 집필 제안을 받은 적이 있는데, 막상 풀려고 보니 방대하고 어려워서 포기한 적이 있다. 유유 출판사의 <말들> 시리즈는 다른 작가들의 문장에 내 이야기를 잇는 작업이었기에 다시 시도할 수 있겠다 생각했다.

그 전에 출간된 <말들> 시리즈를 참고했나?

물론. 아주 많이 참고했다. 글 한 편을 쓸 때도 주제와 관련된 다양한 책을 참고하는데, 이번처럼 시리즈로 된 책을 짓는 건 처음이어서, 먼저 이전 시리즈를 뒤졌다. 글자 900자 안에 이야기를 담는 게 버거울 때면 다른 작가들은 어떻게 이야기를 풀었는지 읽고, 어려움을 가늠하며 힌트를 얻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때 '친해지고 싶은 강박'이 있었지만 지금은 '서로 기꺼이 친절한 관계가 아주 많다.'고 썼다. 서로의 마음의 부피가 다를 때, 어떻게 상대를 대하면 좋을까?

따로 있으면 외롭고, 함께하면 무조건 뒤엉킨다는 이분법을 넘어서고 싶다. 우리는 이미 '따로 또 함께' 관계 맺고 있는데, 고정 관념이 외롭거나 괴롭게 만든다. 시기마다 달라지는 서로의 몸과 마음의 불확실성을 인정하며, 기꺼이 불화하고 조율하는 게 관계라고 재정의하면 어떨까? 적당한 거리를 찾아가는 과정 중 갈등도 있다고 생각하니 여유가 생겼다.

사람에게 오해받을 때 그 억울함과 서운함을 누그러뜨리는 마음 처방전이 있을까?

나도 항상 누군가를 오해하고, 그만큼 오해받는다. 우리가 서로를 온전히 이해할 날이 올까? 그 불가능성을 생각하면 오해가 안락하게 느껴진다. 이렇게 말해도, 터무니없는 오해를 받을 때면 친구랑 뒷담화도 하고, 맑은 물에 몸 담그듯 위로하는 글을 찾아 읽고, 명상하듯 글을 쓴다. 반려견과의 산책이나 이불 빨래도 정화하는 데 효과가 좋았다.

책을 쓰고 새롭게 알게 된 것이 있다면?

'관계'는 겹겹의 질문을 안고 있는 단어라는 점을 배웠다. 개인의 인성이나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몸과 성별, 인종, 지역성 등 각종 위계를 빼놓고 관계를 말할 수 없다는 점도. 관계 유지와 협상력에 필요한 이동권, 자기 결정권 등을 떠올리면, '어떻게 잘 관계 맺을까?'라는 질문은 '어떻게 공생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까?'라는 질문과 연결될 수밖에 없다.

작가 소개 글에 '글과 말을 다루는 표현 노동자'라고 썼다.

지난해 8월 출간한 『숨은 말 찾기』부터 쓰기 시작한 표현이다. 이전에는 집필-강연 노동자, 기록 활동가 등 다양한 수식어를 썼는데, 하나로 아우르는 표현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만들었다. 여전히 자리에 따라 다양하게 소개한다. 이야기를 통해 노동하고 활동한다는 점을 스스로 까먹지 않으려고 단어를 조합했다. 앞으로도 조금씩 바뀔 것 같다.

좋은 관계를 만들고자 애쓰는 사람들이 있다면 어떤 말을 전하고 싶나? 

그 마음이 소중하다는 걸 먼저 전하고 싶다. 개인을 중요한 가치로 권하는 세계에서 관계를 고민하는 마음은 당연하지 않으니까. 조금 덧붙이면, '좋은 관계'의 정의도 저마다 다를 테니 함께 탐구하고 넘어지고 다시 살아내 보자고 권하고 싶다. 그 과정에 『관계의 말들』이 작은 수다회를 열어줄 모닥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홍승은

쓰는 사람, 기록 활동가. 『당신이 계속 불편하면 좋겠습니다』,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를 썼다. 2013년부터 ‘불확실한 글쓰기’ 수업을 통해 글쓰기 안내자로 살아가고 있다.




관계의 말들
관계의 말들
홍승은 저
유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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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엄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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