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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일호 기자 "가난도 사랑도 책으로 배웠으니까요"

첫 에세이 『슬픔의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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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나와 버려서 부끄럽고 숨고 싶습니다만, 제 손을 떠난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도착할지 궁금하기도 해요.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거나 쓰는데 용기를 준다면 좋겠습니다. (2022.12.27)


언젠가 책을 쓸 거라 생각했지만 에세이가 될 줄 몰랐다. 시사 주간지 기자로 10년 넘게 일했으니 르포 또는 탐사 보도를 쓰지 않을까 상상했다. 『슬픔의 방문』은 장일호 <시사IN> 기자가 '자신을 설명할 언어를 책 속에서 찾아 나간 여정'을 기록한 에세이다. 저자는 책을 너무 사랑하지만 현실에 발 딛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언제나 먼저였다.

<시사IN>을 만들며 출판 기자를 잠깐이나마 경험한 장일호 기자는 "책 한 권을 세상에 내놓는 데 얼마나 많은 돈이 드는지 알고 크게 놀랐다.(11쪽)" 출판은 단군 이래 매년 위기다. 주변에서 언제나 들리는 이야기는 "출판은 곧 망할 거야"라는 말. 하지만 장일호 기자는 말한다. "그런데 저는요. 이렇게 약간 망해가는 걸 알면서도, 끝이 어딘지 알면서도 계속해서 책을 만드는 사람들을 사랑하지 않는 법을 모르거든요." 



잘 듣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위치'

마침내 책이 나왔어요. 꽤 오랜 시간 원고를 쓰셨지요? 책을 완성한 소감을 여쭙고 싶어요.

책이 나와서 기뻤다기보다, 마음 써 만들거나 고른 책을 제게 선물해주곤 했던 사람들에게 드릴 것이 생겨서 좋았어요. 몇 번쯤 출간을 제안 받고 거절할 때면 본업을 잘하고 싶다는 핑계를 댔는데, 그 말이 무색하게도 책이 나와 버려서 부끄럽고 숨고 싶습니다만, 제 손을 떠난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도착할지 궁금하기도 해요.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거나 쓰는데 용기를 준다면 좋겠습니다.

프롤로그에 '편집자가 또 한 명의 저자'라고 쓰셨어요.

언론사에는 '교정 교열 기자'가 있어요. 지금은 새로 뽑지 않는, 사라지는 직군이기도 한데요. 저는 언론 신뢰도가 갈수록 낮아지는 것이 이 직군이 사라지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을 해본 적 있어요. 잘한 일은 티가 나지 않지만, 잘못하면 큰일 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죠. '교정 교열 기자'들과 함께 비취재 부서인 편집팀에서 2년 정도 일한 적 있는데요, '남의 글'을 보는 일이 가끔 외롭고, 많이 힘들었던 기억이 있어요. 그래서 우리가 읽고 보는 모든 결과물들이 '협업'의 결과물이라는 것을 잊지 않으려고 해요. 내 글은 대단치 않을 수 있지만, 협업의 결과물은 대단할 수도 있어서 '아무쪼록 읽어봐 주세요'라고 생각하면서 책을 내기도 하는 것 같아요.

에세이 제목이 『슬픔의 방문』입니다. 기자님의 트위터 소개글도 기억나더라고요. '나는 항상 패배자들에 대해서는 마음이 약하다. 환자, 외국인, 반에서 뚱뚱한 남자애, 아무도 춤추자고 하지 않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보면 심장이 뛴다. 어떤 면에서는 나도 영원히 그들 중 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항상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71쪽)

저보다 더 많이 제 글을 읽은 편집자가 제 글에서 건져 올린 단어들이 제목이 되었어요. 트위터 프로필에 써놓은 문장은 13년째 바꾼 적 없기도 한데요. 일할 때 특히 많이 기대는 문장이기도 해요. '아무도 춤추자고 하지 않는 사람들'의 편이 되고 곁이 되는 일이어야 한다는 다짐이랄까요. '어떤 면에서는 나도 영원히 그들 중 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항상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슬프고 싶지 않아서 이 책을 읽기 망설여지는 독자도 있을 것 같아요. 제목만 보면요.

어제도 지인과 "내 글이 슬프게 느껴지냐?"는 이야기를 했는데요. 편집자 선생님이 제 글에서 건져낸 정서가 '슬픔'이라면 맞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오히려 '방문'이라는 단어가 약간 수동적인 것 같아서 슬픔의 쓸모, 상상력, 안부 같은 단어를 제안드리기도 했는데요. 방문이라는 게 "상대가 오는 것도 있지만 내가 문고리를 잡고 여는 방문도 있다"는 편집자님의 이야기를 듣고 설득됐어요.

책 속에 인용된 문장이 60여 개입니다.

편집자님이 허락을 구하느라 애를 많이 먹으셨어요. 원고를 정리하다 보니 내가 이렇게 남의 문장을 훔쳐도 되나, 싶기도 했어요. 최대한 따옴표를 정확하게 넣으려고 노력했는데, 실제로 교정지를 보는 과정에서 누락된 게 있었어요. 책에서 인용한 문장인데, 혹여 내 글처럼 쓴 문장이 있지 않을까 싶어 두렵기도 했고요.

책을 쓰면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너무 내밀한 이야기라서 걱정되는 부분이 있었어요. 보편의 이야기가 아니니까요. 저의 개인적인 경험을 적으면서 책의 문장들을 많이 빌려왔는데요. 원저자의 입장에서는 내 문장이 훼손됐다고 느낄 수도 있지 않을까, 나는 이 맥락으로 쓴 문장이 아니라고 하면 어떡하지? 걱정됐어요. 다만, 이 이야기들로부터 독자들이 자기 이야기를 말하고 쓸 수 있게 하는 통로, 마중물이 된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덜' 중요한 것을 쓰고 싶다는 야심은 자주 실패했다.(7쪽)"고 하셨죠. 언론사에 소속된 기자이기 때문일까요?

학교 다닐 때부터 그랬는데요. 관심 여부에 따라 성적같은 결과물이 극과 극을 오갔어요. 기자로 일하면서도 마찬가지여서 제가 관심 없는 사건이나 문제를 써야 하면 늘 애를 먹곤 했어요. 제가 관심있는 것들은 어떻게 보면 작고 사소할 때가 많았는데, 한국 사회는 제가 그런 것들만 쓰도록 놔두지 않았어요. 덜 중요하지만 누군가에게는 크고 귀한 이야기들일 수 있는데, 밀리고 치일 때가 많았고요. 젠더 이슈만 해도 그렇고요. 생각해보면 자기 이름을 걸고 하는 일이 세상에는 많이 없거든요. 저는 선배들에게 기사에 적는 바이라인을 '책임'이라고 배웠는데, 어떤 때는 책임질 수 없는 것도 써야 했어요. 시간이 쌓이면서 최악까지 치닫지는 않게 상황과 결과를 메이크업하는 노하우는 생겼지만, 적어도 저는 알죠. 제가 얼마나 엉망진창인 사람인지.

"월급 받는 사람은 원하지 않는 일도 해야한다고 생각하면서 시작한 유튜브였는데, 역시 뭐든지 해보기 전에는 알 수 없어서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성장을 회사의 성장에 의탁한 사람."이라고 페이스북에 쓰셨어요. 기자님께 <시사IN>이라는 조직, 매체는 어떤 의미인가요? 

문자 그대로 '밥'이었어요. 입사하고 한 몇 년은 밥값을 제대로 써본 적 없어요. 선배들이 하도 많이 사줘서요. 밥 먹고 술 마시러 회사 다녔어요. 저는 한국 사회에서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는 건 특권이고 (조직율이 매우 낮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기 때문에 사회에 더 큰 책임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노조가 있는 좋은 회사에 다니는 행운을 더 많은 노동자가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노조 그 까짓 것 헌신이나 결심 없이도 누구나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 이 매체가 도움이 되기를 바라고요. <시사IN>은 노동자가 경영에 참여하는 독립 언론이죠. 제가 성장하는 일이 회사의 성장과도 너무 긴밀히 연결돼 있어요. 파업 끝에 만들어진 언론사답게 노동조합 가입은 의무이고요.

연봉 협상이 없다고 들었습니다.

네. 연봉 협상도 없고 성과를 월급에 반영하지도 않습니다. 저희가 이렇게 할 수 있는 건 '독자'의 존재인데요. 광고보다 구독 비율 높은 매체는 전 세계적으로 넓혀서 살펴봐도 드문데 <시사IN>은 그런 매체거든요. 그런데 이 매체에는 단순 구독자만 있는 게 아니라, '후원 독자'의 존재가 있고 저는 그분들이 각별히 자랑스럽습니다. 양질의 뉴스가 일부만 누리는 사치품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서 구독료를 부담스러워하는 얼굴 모르는 동료 시민을 위해 대신 돈을 내는 분들이에요. 저는 한국에서 <시사IN>이 망한다면, 그건 단순히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만의 불행은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에 이렇게 좋은 매체를 잃다니, 독자의 불행이죠.

언론사 기자로서 요즘 하는 가장 큰 고민이 있다면요?

뉴스의 목적은 '전달'이 아니라 '연결'이라고 믿는데요. 저널리즘이 시민 사회와 민주주의를 더 크고 넓게 만드는 일에 기여해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독자로서 기사를 읽다 보면 답답할 때가 있잖아요. 그래서 '내'가 뭘 어떻게 해야 바꿀 수 있는지, 뭘 할 수 있는지, 이럴 때 완벽한 답은 아니어도 한 두개의 답은 언론이 내놓을 수 있어야 하는데(물론 언론이 잘 할 수 있는 방법으로요) 그걸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죠. 제가 요즘 회사 유튜브 계정을 맡고 있는데 해보지 않은 일이라 너무 떨려서 책을 찾아 읽으면서 마음을 달랬어요. 한국 사회가 특히 정치적으로 굉장히 양극화 돼 있잖아요. 여기서 정치 콘텐츠를 만들어서 뭘 어떻게 성공할 수 있나 싶은 거죠.

『다른 의견』에 소개 된 연구 결과 하나가 위안이 됐는데요. 신경과학자 조너스 캐플런, 세라 김블,샘 해리스가 뇌 영상법을 이용해 사람들이 정치적 신념에 반하는 증거를 마주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연구한 결과가 나옵니다. 그 결과 신체적 위협을 받았을 때와 같은 뇌 영역이 활성화되는 것을 발견했는데, 의견 대립이 감정적(때로는 신체적) 싸움으로 번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더라고요. 우리는 더 많은 뉴스, 더 많은 정보 속에서 좋든 싫든 다른 관점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세상에 살고 있잖아요. 저자는 "인터넷은 버블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버블을 터뜨려 적대감과 두려움, 분노를 만들어낸다"라고 지적하더라고요. 그렇기 때문에 더욱 '듣는 것은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경로'가 될 수 있다고도요. 우리가 서로 다른 생각과 의견을 어떻게 잘 '듣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 언론이 또 기자들이 더 치열하게 고민했으면 좋겠어요.

글을 쓸 때 품고 있는 원칙이 있나요?

원칙이라기보다 계속 생각해요. 책임이라는 단어의 무게를요. 잘 듣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위치'를 잊지 않으려고 하고요. 제가 쓴 글이 타인의 삶과 일상을 나쁜 의미로 휘젓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가능하다면 좋은 의미로 휘젓기를 바라고요.


이상해보여도 어쩔 수 없죠

안부도 여쭙고 싶어요. 유방암을 경험하고 갖게 된 습관 또는 새롭게 가진 마음이 있을까요?

가능하면 아프기 이전과 달라지지 않게 애썼어요. 제가 살아온 삶을 부정하는 것 같아서요. 병에서 어떤 의미를 찾고 싶지 않고, 마찬가지 이유로 아프기 이전의 삶을 크게 돌아보거나 후회하지 않습니다. 병은 죄나 벌이 아니니까요. 아프기 전으로 돌아가도 다르게 살 것 같지 않고, 다르게 살고 싶지도 않고요. '병이 끝나지 않는다'는 걸 받아들이려고 노력했어요. 그것은 아찔한 일이기도 하지만, 그래서 이겨내는 것보다 함께 사는 법을 익히려고요. 어떤 부분은 절대 회복되지 않을 거라고, 그것도 삶이라고요. 완치는 우리가 '좋아하는' 개념일 수는 있지만, 그런 건 없거든요. 달래가면서 사는 거죠.

달래가면서 산다, 가장 지혜로운 생각 같기도 해요.

그래서 다른 환자를 봐도 '다르게' 대하지 않으려고 해요. 제가 겪고 있는 유방암은 '젠더적 속성'도 있어서, 일부러 그 병명을 자주 말해요. 국립암센터에서 2020년에 암과 무관한 성인을 대상으로 조사했는데 27.1%가 '암 생존자와 함께 있는 것이 불편할 것 같다'고, 31.5%는 '같이 일하고 싶지 않다'고, 45.7%는 '암 환자 집안 자녀와 결혼을 피하고 싶다'고 답했다고 하더라고요. 암 경험 사실을 부끄러워하고 숨기기 때문에, 자신과 가까운 사람에게서도 일어나는 일이라는 걸 잘 모르게 되고, 사람들은 잘 모르는 건 두려워하는 속성이 있으니까 그런 것 아닐까 생각했어요. 

항암 과정에서 머리카락이 다 빠졌을 때도 가발을 쓰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고요. 봐라, 이게 유방암 환자다, 같은 마음이랄까 그런 게 있었던 것 같아요. 수전 웬델이 쓴 『거부당한 몸』에 나온 다음 문장을 아픈 사람도, 아프지 않은 사람도 기억해주면 좋겠어요. "사람들은 내가 아파서 줄곧 괴로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또, 내가 잘 지내고 있다고 하면 사람들은 내 건강이 좋아진 줄 아는 경향이 있다. 나는 아프지만 자주 행복하다는 결론을 내렸고, 그것이 내가 사는 문화에서는 아주 이상하게 보인다는 결론도 내리게 되었다." 이상해보여도 어쩔 수 없죠! 우리는 다 조금씩 이상하니까요!

김애란 작가님이 추천사를 써주셨어요. 평소 추천사를 잘 쓰지 않는 작가님이신데요. 

몇 해전 지면 원고 청탁 차 메일 오가는 와중에 김애란 선생님이 이런 답장을 써주셨어요. "10년 전 기자님을 처음 뵌 자리가 떠올랐습니다. 비록 그 뒤로 직접 뵌 적은 없지만 기자님이 쓰신 글들과 함께 저도 나이 먹으며 기자님의 10년을 가늠해보곤 하였습니다. 누군가의 '처음'을 봤다는 건 그런 일 같습니다." 책을 낸다는 사실도 어쩔 줄 모르겠는데 추천사라니, '이런 누추한 곳에 귀한 분을' 같은 느낌이라 저는 애초에 없이 갔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편집자에게 전하기도 했는데요. 편집자님이 김애란 선생님에게 청탁했다는 이야기, 무엇보다 흔쾌히 써주시기로 했다는 이야기까지 전해 듣고 무척 놀랐습니다. 어쩌면 저의 '처음'을 아는 사람이기 때문에 써주셨지 않을까 짐작했고요.

책 팔아서 버는 돈이 생기면, 책을 사는 데 쓰실 거라고요. 지금 1백 만원 정도의 돈이 생긴다면 어떤 책을 사고 싶나요?

인터넷서점 장바구니에는 늘 300만 원 가까이 담겨 있기 때문에 '사는 것'은 걱정 없습니다. 맡겨만 주세요.(웃음) 음, 100만 원이 생긴다면 짝꿍의 단골 서점인 춘천 책방 바라타리아에 갈게요. 여기에는 '미미책'(미래로 보내는 미리 계산한 책 선물)이라는 것이 있는데요.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서스펜디드 커피'의 책 버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내가 타인의 몫까지 커피값을 대신 미리 내놓으면, 커피가 필요한 사람이 언제든 찾아 마실 수 있는 기부 운동인데요. 바라타리아에서는 책을 기부할 수 있도록 했어요. 책값을 내가 미리 치르고 그 이유를 적어서 서가에 두면, 책이 필요한 청소년들이 가져갈 수 있도록요. 동네책방과 청소년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방식이라, 많은 책방에서 했으면 좋겠어요.

짝꿍과 소개팅을 했을 때 러키 박스를 주고 받으셨지요. 『슬픔의 방문』을 인상 깊게 읽은 독자에게 럭키 박스를 보낸다면, 어떤 책을 넣고 싶나요?

이 책에 어떤 효용이 있다면, 제가 다른 책을 읽으면서 그랬듯이, '내 이야기’를 겹쳐보고 이어 쓰게 만드는 책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계절이나 받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에 따라 구성이 다를 테지만 '12월의 러키 박스'를 만든다면 다음과 같은 책을 넣을 것 같습니다. 

"내 이야기가 비뚤어질수록 좋았다 아무도 날 교정 못하는 게 좋았다. 정답과 멀어진 내가 좋았다"(「자주 틀리는 맞춤법」 일부)라는 시가 수록된 시집 『폭설이었다 그다음은』을 응원의 마음을 담아 넣고 싶고요. 또 한정원 작가의 『시와 산책』에서 "나는 삶에 환상의 몫이 있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진실을 회피하지 않고 대면하려는 삶에서도 내밀한 상상을 간직하는 일은 필요하다. 상상은 도망이 아니라, 믿음을 넓히는 일이다"라는 문장이 이 책을 읽은 분들에게 힘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해봤습니다. 그리고 한동안 겨울일 계절을 견디게 해줄 『아무튼, 스웨터』도 좋을 것 같고 마지막으로는 제가 <사시IN>에서 만든 책 『죽는 게 참 어렵습니다』을 넣고 싶어요.

지금 기자님께 대한민국 국민이 가장 많이 보는 일간지의 1면을 통으로 드린다고 한다면, 어떤 이야기를 쓰고 싶으세요?

지금은 다른 것을 떠올릴 수가 없네요. 이태원 참사에 대해 쓰고 싶습니다. 유가족이 허락하는 분들부터 시작해서 매일 1면에 참사 희생자 158명의 삶을, 작가들을 조직해 함께 연재하고 싶습니다.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꿈을 꾸었던 사람이었는지를, 공동의 노력으로 있는 힘껏 기록하려고 애써보고 싶습니다.

독자들에게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요?

글쎄요. 이 책을 읽고 부모님이 생각나서 과일을 보내 드렸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요. 참 반가웠어요. 책을 보고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나의 다정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면 행동으로 옮기시면 좋겠어요. 슬픔이 쓸모 있는 다정한 미래를 함께 발명하고 싶어요.

어떤 기자, 혹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요?  

슬픔이 쓸모 있는 다정한 세계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사람이요.



*장일호

<시사IN> 기자. 야망은 크지만 천성이 게을러 스스로를 자주 미워한다. "망했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정말 망해 버리고 싶지는 않다. 묻어가는 일에 능하고 드러나는 일에 수줍은 사람. 이토록 귀찮은 삶을 살아야 하는 이유가 궁금해서 책을 읽고 살아간다.



슬픔의 방문
슬픔의 방문
장일호 저
낮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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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엄지혜


eumji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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