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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본 TV] 그럼에도 사랑하는 사람 <알쓸인잡>

예능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인간 잡학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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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채경의 이야기를 들으며 깨달았다. '더할 나위 없어서' 나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나를 사랑하는 것, 그것이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일임을. (2022.12.16)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인간 잡학사전>(이하 <알쓸인잡>)이 시작됐다. <알쓸신잡>과 <알쓸범잡>의 뒤를 잇는 세 번째 시리즈다. 이번에는 영화감독 장항준과 방탄소년단 RM이 공동 진행을 맡았다. 두 사람과 함께 지적 수다의 향연을 펼칠 이들은 김영하 소설가, 김상욱 물리학자, 이호 법의학자, 심채경 천문학자다. 제작진은 "서로 다른 시각으로 세상의 모든 인간을 탐구하며 나조차 알지 못했던 '나'를 발견하는 시간"이 펼쳐질 것이라 예고했다. 

지난 12월 2일 방영된 <알쓸인잡>의 첫 회, 출연진은 '내가 영화를 만든다면 주인공으로 삼고 싶은 인간'이라는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심채경은 화성에서 헬리콥터를 띄우는 데 성공한 NASA 우주탐사 연구원 미미 아웅(Mimi Aung)을, 김영하는 허균을, 김상욱은 찰스 다윈을 이야기했다.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은 심채경의 말이었다. 미미 아웅에 대한 소개를 듣고 장항준이 물었다. 만약 화성에 헬기를 띄우는 데 실패했다면 미미 아웅은 언급도 되지 않았을 것 아니냐고. 심채경은 0.1초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 "아니에요. 다음 비행에 성공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덧붙였다. 실패한 사람은 무엇을 하면 실패하는지 가장 잘 알고 있는, 어떻게 하면 안 되는지를 몸소 경험한 사람이라고. 

그의 단단한 말이 든든한 기댈 곳처럼 느껴졌다. 실패를 통해 입증되는 것은 나의 부족함이 아니라 그 순간까지 쌓은 나의 경험, 나의 앎이라는 의미니까. 그렇게 발상을 전환한다면 우리 각자에게, 우리 서로에게, 얼마나 너그러워질 수 있을지 생각해본다. 더 넓은 품에 안기는 우리를 그려보는 것만으로도 조금 위안이 된다. 이런 생각의 흐름이 얼마나 자의적인지 깨닫고 겸연쩍어 하다가, 이번에는 김상욱의 말에 슬쩍 기대본다. 그는 <알쓸인잡>을 시작하며 이야기했다. 우리는 TV를 보거나 소설을 읽거나 누구의 이야기를 듣더라도 거기에서 자신을 찾으려고 노력한다고. 

2회 방송에서는 이호 법의학자가 '내가 영화를 만든다면 주인공으로 삼고 싶은 인간'으로 히포크라테스를 꼽았다. 그리고 대화는 새로운 주제로 이어졌다. '우리는 어떤 인간을 사랑할까' 김영하는 발자크를, 심채경은 자기 자신을 사랑한다 말했다. 

'저는 제가 제일 좋아요'라고 말하는 심채경을 보면서 생각했다. 자신감이 넘쳐흐르는 사람인가? 자기를 중심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사람인가? 그러나 이어지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깨달았다. '더할 나위 없어서' 나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나를 사랑하는 것, 그것이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일임을. 심채경은 알고 있었다. 실수하는 '나'와 그럼에도 더 잘하려고 하는 '나'와 그러다 또 실패하는 '나'를 모두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그렇지 않고 멋진 모습만을 사랑하려 한다면, 그것은 무너지기 쉬운 모래성과 같다는 것을.

사랑은 저절로 찾아오거나 솟아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정말 그럴까. 무언가를 사랑하는 일은 때로 결심과 애씀을 필요로 한다. 그런 순간이 적지는 않은 것 같다. 운 좋게 사랑이 제 발로 찾아온다 한들, 사랑하기로 마음을 먹고 거듭해서 마음을 쓰지 않는다면 놓치기 쉬운 까닭이다. 심채경의 말을 들으며 생각한다. 나를 사랑하는 일도 예외가 아닐 텐데, 왜 몰랐을까. 

하지만 우리는 나라는 인간을 너무 잘 알아서, 나보다 뛰어난 인간은 더 많이 알아서, 나를 사랑하는 일에 자주 실패한다. '그럼에도' 흔들리지 않고 나를 사랑하기 위해 심채경의 말을 떠올린다. 

"나의 경계를 조금 흐릿하게 두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자기 자신을 너무 촘촘하게 가둬놓으면 너무 쉽게 무게 중심이 흔들릴 수 있어요. 발레리나가 발끝으로 서 있는 것과 똑같은 거예요. 그런데 내 자신이 바닥에 주저앉아 있거나 누워있다고 생각하면 무게 중심을 내 안에 유지하기가 너무 쉽거든요. 자기 자신한테 너무 엄격하거나 특정한 모양으로 내가 있기를 기대하지 않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시청 포인트

# 지적인 수다의 즐거움을 안다면

# 인간에 대한 다양한 관점이 궁금하다면

# <알쓸인잡>과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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