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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도 자주 틀리는 맞춤법] 냄새는 물씬 풍기고 정취는 흠씬 풍긴다

신정진의 작가들도 자주 틀리는 맞춤법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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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씬 나다, 물씬 풍기다'란 말을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자나 탈자가 없고 맞춤법을 지켰더라도 문맥에 맞지 않는 뜻의 단어를 쓰면 틀린 문장이다. (2022.11.16)


<채널예스>에서 격주 화요일,
교정가 신정진이 '작가들도 자주 틀리는 맞춤법'을 연재합니다.


언스플래쉬


낙엽이 수북히 떨어져 늦가을 정취가 물씬 풍기는 넓다란 공원 한 켠에 한 여성 분과 남성 두 분이 앉아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맞춤법상 틀린 곳이 있는 예문임(5개)


지난 칼럼에서는 띄어 써야 하는 의존 명사 '지'와 붙여 써야 하는 연결 어미 '–ㄴ지, -는지, -은지, -던지, -ㄹ지, -을지'와 함께 한 끗 차로 뜻이 달라지는 '얼마간'과 '얼마나', 띄어 써야 할지 말지 헷갈리는 '하는 김에, 내친김에, 단김에', 일상적으로 쓰지만 뜻이 전혀 다른 '주변인'과 '주변 사람'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번에는 발음상 구별하기 어려워 자주 틀리는 '-이/-히', 붙여 써야 할지 띄어 써야 할지 헷갈리는 '분' 등에 대해 알아보겠다. 먼저 위의 예문에서 맞춤법이 틀린 곳을 찾고 나서 설명을 읽기 바란다. 


부사를 만드는 접미사 '–이/–히'

'-이'와 '-히'는 일부 명사나 부사, 형용사 어근 뒤에 붙어 부사를 만드는 접미사인데, 제대로 구별해 쓰는 것이 쉽지 않다. 이는 '한글 맞춤법' 제51항에 "부사의 끝음절이 분명히 [이]로만 나는 것은 '-이'로 적고, [히]로만 나거나 [이]나 [히]로 나는 것은 '-히'로 적는다."라고 규정되어 있는데, 솔직히 이 규정을 읽어봐도 헷갈린다. 

그렇기에 해당 조항의 해설 부분에도 "부사의 끝음절이 [이]로 나는지 [히]로 나는지를 직관적으로 명확히 구별하기는 어려우나 다음과 같은 경향성을 참조하여 구별할 수는 있다. 다만, 이것만으로 구별할 수 없는 경우가 있으므로, 단어마다 국어사전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라고 명시해 놓고 있다.

위에서 말하는 경향성이란 [겹쳐 쓰인 명사 뒤/'ㅅ' 받침 뒤/'ㄱ' 받침 뒤/'ㅂ' 불규칙 용언의 어간 뒤 등]에서는 '-이'로 적고, ['-하다'가 붙는 어근 뒤(단, 'ㅅ' 받침 제외)/'-하다'가 붙는 어근에 '-히'가 결합하여 된 부사에서 온 말]에서는 '-히'로 적는다는 것이다. 얼핏 보면 엄청 복잡한 듯하지만 여기서의 키포인트는 'ㅅ' 받침과 'ㄱ' 받침, '-하다'가 붙는 어근이다. 

즉, '조용-하다, 무사-하다, 나란-하다' 등의 형용사에 '-하다'를 떼어내고 '-히'를 붙이면 '조용히, 무사히, 나란히'와 같이 부사가 된다. 단, 이 규칙에 예외가 있다. 'ㅅ' 받침 뒤와 'ㄱ' 받침 뒤에는 '-이'가 붙는다는 것이다(예: '깨끗-하다 → 깨끗-이', '깊숙-하다 → 깊숙-이'). 

'ㅅ 받침-이'의 다른 예로는 '깍듯이, 따뜻이, 버젓이, 느긋이, 지긋이' 등이, 'ㄱ 받침-이'의 다른 예로는 '고즈넉이, 끔찍이, 멀찍이, 길쭉이' 등이 있다.(단, 솔직-하다는 '솔직히'로 적는데, [솔찌키]로 발음되기 때문이다. 이런 예외 사항이 있기에 단어마다 국어사전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명시해 놓은 것이다)  

여기에 '익숙-하다 → 익숙-히 → 익-히', '특별-하다 → 특별-히 → 특-히'처럼 '-히'가 결합하여 된 부사가 줄어진 형태를 제외하고는 '-이'가 붙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 'ㅂ' 불규칙 용언일 때 : 가까이, 가벼이, 고이, 괴로이, 쉬이, 날카로이.

- 일부 형용사 어간 뒤에 붙어 : 같이, 많이, 높이. 

- 첩어에 붙어 : 간간이, 겹겹이, 번번이, 일일이, 집집이.

- 부사에 붙어 : 곰곰이, 더욱이, 일찍이.

부사를 만드는 접미사 '–이/–히'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국립 국어원에서(링크) 확인할 수 있다.


넓은 바닷가에 널따란 바위

'널따랗다'와 '널찍하다' 역시 자주 틀리는 단어다. 각각 '꽤 넓다', '꽤 너르다'란 뜻으로 '넓-'과 관련이 있다 보니 '넓다랗다'(X)와 '넓직하다'(X)로 잘못 적는 일이 많다. 또, '널따랗다'를 '널다랗다'(X)로 잘못 적기도 한다.

이와 비슷한 예로 '짧-'과 관련된 '짤따랗다'를 '짧다랗다'(X), '짤막하다'를 '짧막하다'(X)로, '얇-'과 관련된 '얄따랗다'를 '얇다랗다'(X), '얄팍하다'를 '얇팍하다'(X)로 잘못 적는 경우도 잦다. 반면에 '좁다랗다, 굵다랗다' 등은 거의 틀릴 일이 없을 테니 'ㄼ' 받침일 때만 주의하자.


한편, 한쪽, 한구석(O) / 한 켠(X)

'가슴 한 켠이 시리다.', '정원 한 켠에 심어놓은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었다.'와 같이 '한 켠'이란 표현을 흔히 쓰는데 우리말에서 '켠'은 '불을 켠다, 나무를 켠다'처럼 동사 '켜다'를 활용할 때에만 쓴다. '켠'을 국어사전에서 찾으면 '→ 편'으로 가라고, 즉 '편'을 써야 한다고 아예 기재되어 있지만 작가들도 십중팔구는 틀린다. 

이런 경우에는 '어느 하나의 편이나 방향'의 뜻인 '한편'이나 '한쪽', 또는 '한쪽으로 치우쳐 구석진 곳'의 뜻인 '한구석'을 적절하게 써야 한다. 그러니 '한 켠'은 제발 머릿속에서 지우고 '한편, 한쪽, 한구석'을 기억하자.


어떤 분 / 다섯 분 / 남편분 

얼마 전 국립 국어원 누리집(홈페이지)에 실린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 분들에게 깊은 위로를 드립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배너를 보고는 정정을 요청하는 전화를 걸었다. 맞춤법상 틀린 곳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립 국어원으로부터 외부에서 제작한 배너를 그대로 올렸는데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며 수정하겠다는 답변을 들었지만, 미연에 실수를 바로잡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무엇이 틀렸을까? 

사람을 높이는 뜻을 가진 '분'은 의존 명사와 접사로 나뉜다. 먼저, '「1」 사람을 높여서 이르는 말(예: 어떤 분이 홍길동 씨입니까?), 「2」 높이는 사람을 세는 단위(예: 친구 다섯 분이 오셨습니다.)'인 의존 명사로 쓰일 때는 띄어 써야 한다. 이때 「1」은 '이'나 '사람'[예: 어떤 이가(사람이) 홍길동 씨입니까?], 「2」는 '명'이나 '사람'[예: 친구 다섯 명이(사람이) 오셨습니다.]으로 바꾸면 일반적인 표현이 된다. 

한편, "(사람을 나타내는 일부 명사 뒤에 붙어) 앞의 명사에 '높임'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로 쓰일 때는 '남편분이 참 자상하네요.', '아내분은 어디 가셨습니까?'처럼 붙여 쓴다. 따라서 앞의 국립 국어원 배너에서도 '유가족 분'이 아니라 '유가족분'이라고 적어야 한다.

이때 '분'은 '사람을 나타내는 일부 명사' 뒤에만 붙으며, 상대방을 높일 때 쓴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손'의 높임말인 '손님'이나 '남의 아내를 높여 이르는 말'인 '부인'에 '분'을 붙여 '손님분', '부인분'이라고 적으면 이중 높임이 된다. 물론 이중 높임이 완전히 틀린 표현은 아니지만 '손님', '부인(또는 아내분)'이라고 쓰는 것이 자연스럽다. '선생님분, 사장님분'이라고 쓰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앞의 예문에서 친구를 높이고자 '친구분 다섯 분이 오셨습니다.'라고 쓰면 어떨까? '친구분'이나 '다섯 분' 모두 각각 쓸 수 있지만, 역시나 함께 쓰면 이중 높임이 되므로 '친구분 다섯 명이 오셨습니다.'나 '친구 다섯 분이 오셨습니다.'라고 적는 게 자연스럽다.

또한, '이분, 그분, 저분'은 아예 국어사전에 삼인칭 대명사로 등록되어 있는데도 띄어 쓰는 사람이 꽤 많다. '이것, 그것, 저것, 요것'과 '이때, 그때, 접때'와 함께 세트로 외워두면 앞으로는 틀리지 않을 것이다. 


'물씬'과 '흠씬'을 구별하자

위의 예문 중 '늦가을 정취가 물씬 풍기는'이란 표현은 틀린 곳이 없어 보인다. '물씬 나다, 물씬 풍기다'란 말을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자나 탈자가 없고 맞춤법을 지켰더라도 문맥에 맞지 않는 뜻의 단어를 쓰면 틀린 문장이다. 

먼저, '물씬'은 '코를 푹 찌르도록 매우 심한 냄새가 풍기는 모양'(예: 술 냄새가 물씬 풍겨 오다), '김이나 연기, 먼지 따위가 갑자기 무럭무럭 피어오르는 모양'(예: 모닥불에서 연기가 물씬 피어올랐다) 또는 '잘 익거나 물러서 연하고 물렁한 느낌'(예: 상자 안에 손을 넣었더니 홍시가 물씬 잡혔다)의 뜻을 가진 부사이다. 그리고 '정취'는 '깊은 정서를 자아내는 흥취'(예: 예술적 정취, 시골길의 정취가 배어 있다)의 뜻을 가진 명사이므로 '물씬'이 '정취'와 대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문장에서 '정취'와 어울리는 부사는 무엇일까? 바로 '흠씬'이다. '「1」 아주 꽉 차고도 남을 만큼 넉넉한 상태(예: 맑은 공기를 흠씬 들이마셨다), 「2」 물에 푹 젖은 모양(예: 옷이 물에 흠씬 젖다), 「3」 매 따위를 심하게 맞는 모양(예: 흠씬 두들겨 맞다)'의 뜻 중 1번의 '흠씬'을 써야 문맥에 맞다.

이제 예문을 맞춤법에 맞게 고칠 수 있을 것이다. 한번 풀어보시라. 


<해답>-------------------------------

낙엽이 수북이 떨어져 늦가을 정취가 흠씬 풍기는 널따란 공원 한편(또는 한쪽, 한구석)에 한 여성분(또는 여성 한 분)과 남성 두 분이 앉아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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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정진(교정가)

한글학회에서 『우리말큰사전』을 만들었고, <한겨레>와 <여성중앙> 등에서 교열자로, 홍익미디어와 영진닷컴에서 기획/편집자로 다양한 책과 잡지를 만들었다. 국립국어원 공공언어 감수 전문가 특별 과정 수료, 현재는 <월간 채널예스> 등 여러 매체에서 교정가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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