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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소리 “뜻밖에 생기발랄 가족 에세이를 쓰기까지”

『우리끼리도 잘 살아』 한소리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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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처럼 문신이 많고, 성 소수자에, 예술을 전공하는 사람이 가족과 어떤 긴밀한 유대감이 있으리라고 사람들은 잘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2022.08.05)

한소리 저자

딸이 커밍아웃을 하자, 엄마는 못 들은 척 딴소리를 했다. 딸이 버젓이 자신이 성 소수자임을 밝히는 에세이를 연재하기 시작하자 엄마는 전화로 말했다. “레즈비언 빼!” 그런데 이 에세이의 어디에도 미움이나 원망은 없다.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가족 에세이 『우리끼리도 잘 살아』의 한소리 작가를 만났다.



책의 부제가 ‘뜻밖에 생기발랄 가족 에세이’인데요, ‘뜻밖에 생기발랄’이라는 의미도 있고, ‘뜻밖에 가족 에세이’라는 의미도 담긴 것 같습니다. 왜 ‘뜻밖에’일까요? 사람들이 생각하는 작가님은 어떤 사람인가요?

저처럼 문신이 많고, 성 소수자에, 예술을 전공하는 사람이 가족과 어떤 긴밀한 유대감이 있으리라고 사람들은 잘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이혼한 엄마, 레즈비언 첫째, 바이섹슈얼 둘째, 세 고양이가 가족입니다”라는 제 가족 소개 자체가 사람들에게는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들인 거죠. 실제로 제가 가족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이 많이들 놀랐어요. 

친구들이 제 첫인상은 아이폰인데, 친해지고 나면 안드로이드폰 같다는 이야기를 종종 해요.(실제로 저는 안드로이드폰을 사용합니다) 어떤 말인지 알 것 같아서 그 말을 좋아해요. 제가 추구하는 이미지와도 동일하고요. 낯설고 어려운 것 같지만(제가 해석한 아이폰의 느낌), 누구보다 쉽고 친절하고 낯익은 사람(제가 해석한 안드로이드폰의 느낌)이 되고 싶은 욕망이 있어요.

글이 굉장히 솔직하고 경쾌합니다. 『우리끼리도 잘 살아』가 첫 책이신데요. ‘시 쓰는 한소리’의 첫 책이 에세이가 된 이유가 있을까요?

저도 시집을 먼저 출간할 줄 알았어요! 아직도 얼떨떨하고 신기합니다. 첫 책을 에세이로 정한 이유는 ‘나’와 ‘지금’이라는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끼리도 잘 살아』는 누구보다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이야기,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때가 되면 울리는 알람처럼 제게도 그런 타이밍이라는 확신이 찾아온 거죠. 지금까지는 제가 하고 싶은 말을 어떤 장르로 표현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이제는 깔끔하게 정리된 기분이에요.

“우리는 그저 누군가의 아는 사람”이라는 책의 구절이 감동이었습니다. 웹진 <아는사람>을 기획하기도 하셨고요. 사람을 긍정하기보다 부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는데도, 사람들을 떠나지 않고 그 속에 머물러 있겠다는 마음에 대해 한참 생각했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포기할 줄 모르는 씩씩한 한 사람을 알게 됐다는 기분도 듭니다.

사실 저는 늘 떠났고, 포기했어요. 지금의 사람들을 떠나 더 큰 자극을 좇았고요. 그런데도 제 곁을 떠나지 않아 준 사람들이 있었어요. 포기를 밥 먹듯이 하는 저를 보면서도 “잘했어”라고 말해 주는 사람들이요. 몇 번을 떠나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게 자리를 내준 사람들이 있었기에 씩씩해질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제가 사람들의 옆에서 끈질기게 응원과 지지를 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아는 사람’을 자처하게 되었고요. 

나의 커밍아웃을 받아들이지 않는 엄마를 원망하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어떻게 그럴 수 있나요?

이유는 딱 하나예요. 제가 엄마를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사랑과 좋아하는 마음은 다르다고 생각해요. 사랑은 어쩔 수 없는 것, 그러니까 일종의 책임감을 동반해요. 부모와 자식은 ‘어쩔 수 없이’ 사랑하는 관계로 이어지게 되죠. 그러나 좋아하는 마음은 책임감을 동반하지 않아요. 싫어도 만나는 게 가족이라면, 좋아서 만나는 건 친구 같달까요.

만일 엄마가 저에게 ‘부모’ 그 이상이 아니었다면 저는 엄마를 좋아하지 않았을 거예요. 사랑만 했겠죠. 나를 왜 낳았냐는 원망도 하면서요. 하지만 이제 엄마는 제게 ‘수자’라고 이름을 부를 수 있을 정도로 편한 친구가 되었어요. 저는 엄마가 제 친구여서 좋아합니다. 제 친구기에 덜 원망하고, 더 오래 함께하고 싶은 것 같아요. 함께 있으면 좋으니까요.



어린 시절의 나와 내 동생 윤희를 그린 글들이 있는데요. 가난이나 폭력에 시달리고 있던 어린 윤희와 소리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윤희야, 어린 네가 몰라도 될 것들을 알게 해서, 겪게 해서 미안해. 언니가 대신해 주지 못했던 많은 순간, 오히려 이럴 거면 언니는 왜 있냐는 말이 어울렸을 많은 순간의 너에게 미안해.”

“소리야, 대신 상처 입어 줄 게 아니라면 동생에게 절대 상처 주지 마.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오래오래 생각해. 그리고 네가 언니로서 짊어져야 할 것들, 그것을 어떻게 끝까지 책임질지를 생각해.”

작가님이 생각하는 좋은 삶은 무엇인가요?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사는 것. 그것이 저에게 가장 좋은 삶입니다.

다음에 쓰고 싶은 책은 어떤 건가요?

에세이 앤솔로지에 참여해 보고 싶어요. 결이 비슷한 사람들 사이에서 어떻게 내 이야기가 발화되어 독자에게 전달될지 궁금하거든요.

또, 히키코모리 레즈비언 여성 이야기도 쓰고 싶어요. 히키코모리를 느리게 발음하면 '힉힉호모우리'처럼 들리기도 하는데요. 제가 텀블벅에서 <유언집>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언급했던 “호모는 호흡이 모자란 사람의 줄임말이다”라는 말처럼, '힉힉호모우리'라는 말은 꼭 숨을 가까스로 쉬며 살아가는 성 소수자인 '우리' 같아서 계속 마음이 가요.  



*한소리

1995년 출생. 한양여자대학교와 경희사이버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고, 명지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시와 산문을 쓰며 문화예술 웹진 〈아는사람〉을 운영 중이다.




우리끼리도 잘 살아
우리끼리도 잘 살아
한소리 저
어떤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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