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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쿠치 치키 "그림책 자체가 목판화 같은 작품을 만들고 싶었어요"

『해님이 웃었어』 기쿠치 치키 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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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목판화 원화를 완성하고 나중에 인쇄에서 어떤 이미지가 나올지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내용적인 면에서는 손 그림과 다른 느낌을 주는 목판화 기법이 이야기와 어떻게 어우러질 수 있는지가 중요했어요. (2022.07.28)


자유로운 그림체로 국내 독자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는 기쿠치 치키의 신작 『해님이 웃었어』가 출간됐다. 짧은 산책길의 설렘을 담은 산뜻하고 기분 좋은 그림책이다. 작가 이수지는 "이 책의 주인공은 작렬하는 색 그 자체다"라고 말했다. 아마 책의 보는 순간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새파란 종이 위에, 햇볕 아래 있는 듯 노랗게 물든 채 예쁘게 웃는 아이. 그리고 책을 한 장씩 넘길 때마다 펼쳐지는 황홀한 색감들. 이토록 아름답고 특별한 그림책에 대해 작가 기쿠치 치키에게 직접 물었다. 얼마 후, 작가에게서 정성스런 답변이 도착했다. 

(번역 : 황진희 | 정리 : 사계절출판사 편집부)



『해님이 웃었어』 한국어판이 출간되었습니다. 기분이 어떠세요?

이 책의 원화는 목판화입니다. 기존에 주로 쓰던 방식이 아니었기에 마지막까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들과 마주하며 작업을 진행했어요. 저는 물론 편집자, 디자이너, 인쇄 관계자 모두가 긴장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목판화 작업을 포함해 인쇄, 장정 등 여러 방면에서 도전이었던 작품입니다. 복잡하고 특별한 과정을 거쳐 출간한 이 책을 한국에서도 관심 가져 주셔서 기뻤습니다. 한국의 독자들과 함께할 수 있게 되어 너무 좋습니다.



어떻게 시작된 작품인가요? 주인공의 모델이 된 어린이가 있나요? 

저희 아들이 모델입니다. 아들은 머리가 좀 긴 편이어서 중성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어요. 그림책에 등장하는 주인공이 남자 아이로도 보이고 여자 아이로도 보였으면 했는데, 아들이 이 작품의 모델로 딱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사실 제 그림책에 등장하는 어린이와 동물은 대부분 아들을 모델로 하고 있습니다. 이번 책에서만 특별히 등장한 것은 아니고 평소에 느끼는 대로 그린 거예요.

저희 집은 작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아들과 함께 지내다 보면 느끼는 것이 참 많습니다. 소중한 것들을 되새기게 해 줘요. 아들이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는 자기 자신과 자연, 벌레, 동물 사이에 뚜렷한 경계선을 갖고 있지 않았는데, 그 자유롭고 천진한 모습이 너무 매력적이어서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분명 이런 모습은 모두가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 느낌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그렸습니다.

자유롭고 천진한 매력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어떤 사건보다는 그냥 흘러가는 느낌이 좋습니다. 작품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나요?

특별한 목적을 정해두지 않고 시작합니다. 처음부터 목적을 정하면 거기에 묶여 버려서 답답해지거든요. 대충 이미지에서 출발해 손을 움직이는 동안 자유롭게 등장인물이 행동하기 시작하고 감정이 샘솟으면서 점차 이야기가 만들어집니다. 이런 방식을 좋아해요. 항상 시작 단계에서는 작품이 어떻게 완성될지 알지 못하죠. 처음과 끝이 전혀 달라지기도 하고 그때마다 소중한 부분들도 달라집니다.

목판화 작업 과정에 대해 알려 주세요.

그림을 그릴 때, 장면마다 방향성과 떠오르는 문장을 적어 스케치를 하고 목판에 대략적으로 밑그림을 그립니다. 인쇄를 4색으로 찍는 것처럼 목판도 장면마다 4색(경우에 따라 2색이나 3색을 쓰기도 합니다)으로 나눠서 4장의 그림을 조각도로 팝니다. 그리고 목판에 물감을 칠하고 종이를 올려서 롤러로 밀어 나무에 그려진 그림을 종이에 찍어 냅니다. 한 장의 종이에 4색을 겹쳐서 찍으면 장면 하나가 완성됩니다. 찍었을 때, 생각했던 것과 다르면 또 찍기를 반복하죠. 그림책 한 권이 만들어질 때까지요. 이번에는 200장 이상 목판을 파고, 수정하고, 찍어 냈어요. 대단히 힘든 과정이었습니다.



이번 작업에서 특별한 점이 있으셨나요?

일반적인 인쇄는 CMYK로 찍습니다. 완성된 원화를 스캔해 컴퓨터로 CMYK 4색을 분리하고 그것을 인쇄기에서 4색 잉크로 인쇄하지요. 그런데 이번에는 그림책 자체를 목판화처럼 작업했습니다. 완성한 목판화를 스캔하는 것이 아니라 색마다 나눠진 목판화를 별도로 스캔했습니다. 인쇄기에서 4색의 판이 겹쳐져 장면이 완성되었고 결국 모든 장면이 각각 하나의 목판화처럼 완성된 셈입니다.

원화와 완성된 작품 속 색이 다르다고 알고 있어요.

처음 목판화를 제작할 때는 인쇄했을 때의 이미지를 상상하기 위해 먼저 CMYK에 가까운 색으로 찍었습니다. 그림책을 만들 때마다 이야기에 맞는 색을 정하는데 스캔 후에 컴퓨터로 판마다 찍힐 색을 상상하면서 별색을 정했어요. 목판화로 여러 색을 테스트하려면 시간과 체력이 더 많이 필요했기 때문에 아마 그렇게 했다면 책을 완성할 수 없었을 거예요. 그래서 어떤 의미로는 인쇄 후 처음으로 완성된 그림의 원화를 본 거였어요. 인쇄가 되는 과정을 지켜볼 때 마치 목판화를 찍는 순간처럼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골라 주세요.

앞서 말했지만, 그림책 자체가 목판화 같은 작품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목판화 원화를 완성하고 나중에 인쇄에서 어떤 이미지가 나올지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내용적인 면에서는 손 그림과 다른 느낌을 주는 목판화 기법이 이야기와 어떻게 어우러질 수 있는지가 중요했어요. 

벌레들이 땅에서 움직이는 장면이 있는데, 아들에게 그림을 보여 주었을 때 “아 징그러워! 그런데 아름다워”라고 말했어요. 정말 기뻤습니다. 이 그림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알려준 듯한 기분이 들어서 땅이 움직이는 장면이 특히 기억에 남아요.



*기쿠치 치키 (글·그림)

일본 홋카이도에서 태어나 자연과 함께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고 대학에서 건축을 공부한 뒤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했다. 첫 작품 『흰 고양이 검은 고양이』로 2013 BIB 황금사과상을 수상했으며, 국내에 소개된 책으로 『치티뱅 야옹』, 『기차 와요?』, 『왜 좋은 걸까?』, 『눈』 등이 있다.




해님이 웃었어
해님이 웃었어
기쿠치 치키 글그림 | 황진희 역
사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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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해님이 웃었어

<기쿠치 치키> 글그림/<황진희> 역20,70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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