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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생생정보> 이선영 아나운서의 시간을 달리는 삶

『피땀눈물, 아나운서』 이선영 아나운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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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책의 부제가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 매일 선다는 일’인데요. 저는 작지만 매일 쌓아올리는 일상의 노력이 갖는 힘을 믿습니다. 어떤 거창한 계획보다 의미 있는 결과를 가져다 줄 거예요. (2022.07.18)

이선영 아나운서

화자가 유명한 프로 선수든 한국말이 어눌한 외국인이든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아나운서 이선영. 그녀는 오늘도 저녁 7시가 되자마자 <2TV 생생정보>를 외치며 불 위에서 춤을 추는 산낙지며 대한민국 방방곡곡의 명소를 소개한다. 그렇게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자리에 서서, 매번 다른 감상과 다른 멘트로 시청자의 시선에서 감동을 전한다. 

무려 20여 년을 세월을 하루도 빠짐없이, 태풍이 불어도, 폭설이 내려도, 다리 한쪽에 깁스를 하고서도 단 하루의 결방도 없이 달려왔다. 묵묵히 도는 쳇바퀴처럼, 아나운서로서의 삶을 이어온 그녀는 여전히 카메라 조명에 설레고, 자신이 서 있는 무대를 사랑한다. 『피땀눈물, 아나운서』에는 그 누구보다 아나운서다움을 잊지 않고, 반대편 카메라를 응시하며, 오늘의 큐 사인을 기다리는 이선영 아나운서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지난 18년간의 아나운서 생활을 되돌아보는 『피땀눈물, 아나운서』 편을 발간하신 소감 부탁드립니다.

책을 내는 것은 아이를 낳는 것과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태교에 공들였던 것처럼 단어 하나, 조사 하나에도 공을 들였고, 책 표지 컬러부터 문구까지 애정이 안 닿은 곳이 없답니다. 정성껏 기른 내 아이가 세상의 빛과 소금 같은 존재가 되기를 바라듯, 이 책이 따뜻한 위로와 희망의 불씨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어요.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전하자마자 저보다 먼저 주문해 주신 지인들이 많았어요. 일로 코로나로 지쳐 있던 제가 이 책을 통해 사랑받고 있음을 깨달았답니다. 몰랐던 저를 알게 되어 좋았고,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나눴어요.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지인들도 많아서, 제게는 너무 고맙고 소중한 책입니다.

책에서 보면 '아나운서는 인지도보다는 프로그램으로 기억된다'는 구절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지금까지 해온 방송 중 가장 애착이 가는 프로그램과 아쉽다고 생각하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유재석의 <유 퀴즈 온 더 블럭>, 강호동의 <신서유기>처럼 사람으로 기억되는 프로그램이 있고, <아침마당>이나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처럼 그 이름 자체에 힘이 있어서 사람을 끌어당기는 프로그램이 있어요. 프로그램 로고송만 들어도 ‘아 지금 몇 시구나!’를 알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죠. 이런 데일리 프로그램을 수년 동안 진행하면 시청자들은 아나운서를 그 일부로 기억해요. 지나가다 잠깐 마주쳐도 그 시간에 늘 보던 얼굴이라 친숙하고, 이런저런 정보들을 이야기 해줄 것 같으신가 봐요. 

애착이 안 갔던 프로그램은 없어요. 저는 방송을 너무 좋아하거든요. 몰랐던 부분을 알고, 마음을 내어주고 공감하는 그 시간이 행복합니다. 소외된 이웃을 돌아보고 가족의 사랑을 깨닫게 해준 다문화 관련 프로그램인 <러브 인 아시아>는 제가 입사 삼 년차에 맡았던 프로그램이었어요. 직업에 대한 소명 의식을 깨닫게 해준 계기가 되어주었죠. 이후에 진행한 <스카우트>, <나, 출근합니다>도 출연자의 꿈을 이뤄주는 프로그램이었고, <바다 건너 사랑>은 멀리 제3세계 어린이들의 삶에 희망을 전하는 프로그램이었어요. 의미 있는 프로그램들을 진행하며, 인간적으로도 느끼는 바가 컸고, 삶의 방향성을 잡아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물론, 지금 제게 가장 소중한 프로그램은 한국인이 가장 많이 보는 저녁정보 프로그램, <2TV 생생정보>입니다!

선배와 후배 사이에 낀 허리 세대이신 것 같아요. 중간에 끼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과정에서 양쪽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저는 저를 '허리 세대'라고 생각하는데 선배들도 후배들도 본인이 다들 '허리'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모두가 ‘나 때는 이렇게 힘들었는데, 요즘 애들은 참 쉽네.’ 하는데, 후배도 더 후배를 보며 그런 이야기를 하거든요. 우리는 모두 '허리 세대'인가 봐요. 그렇다면 위아래를 이해하기 위한 마음의 문은 열려 있다고 봐야겠네요. 요즘은 '불통'보다는 '소통'이 낫다는 생각을 해요. 필요한 이야기라면 ‘주기를 겁내지 말고 받기를 두려워 말라’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어요. 다만 선 넘는 건 절대 안 되고요.

MZ세대에게 '꼰대'라 함은 ‘잔소리 많은 40대’라는 이미지가 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한 반론을 펼친다면요?

반론의 여지가 없는 것 같은데요? 제가 바로 말 많은 사십 대랍니다. 말이 많은 게 나쁜가요?웃음) 예전에는 저도 타인에 대한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쿨한 이십 대, 주변의 소중한 사람만 챙기는 배려있는 삼십 대였죠. 그런데 사십 대가 되고 보니 보이는 것도, 알아지는 것도 예전보다 많아졌어요. 치열하게 살아온 이십 대에 깨지고 멍들었던 상황을 떠올리니 후배에게는 좀 피해 가고 쉬이 가라고 말하고 싶고, 관계에 지쳐 옆 사람만 챙기며 삼십 대를 달려오고 나니, 예전 좋았던 인연들이 그립기도 아쉽기도 해서요. 넓고 깊게 잘 챙기며 살라고 말하고 싶어요. 정말 안 가도 될 길은 굳이 안 가는 게 좋으니까, 한 번 놓치고 나면 다시 잡을 수 없는 것들도 있으니까요.



데일리 방송과 육아, 그리고 플로리스트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시간을 달리며 살고 계십니다. 이렇게 열심히 사는 삶의 원동력이 있으시다면요?

'시간을 달리는 삶'이라니, 멋진 표현이에요. '우리는 모두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고, '내게 주어진 시간을 흘려보내지 말고 길어 올리는 삶을 살라'는 멘토의 말씀이 늘 마음에 각인되어 있어요. 모든 시간이 나름의 의미를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멍 하는 시간도 필요하다면 해야죠.

저는 몸이 하나여서 아쉽다는 생각을 가끔 해요. '방송'도 '육아'도 '꽃'도 좀 더 여유 있게 시간을 쏟으면 좀 더 완성도가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 말이죠. 그렇지만 못해서 속상하지는 않죠. 몸이 하나인데 이것보다 더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하나를 100점으로 만들어 기분 좋은 사람과 70+70+70=100점으로 기분이 좋은 저와 행복 지수는 비슷할 거예요. 하나를 완벽히 하든 여러 개를 할 수 있는 만큼 하든, 주어진 시간을 최선을 다해 달렸다면 그걸로 좋다고 생각해요.

『피땀눈물, 아나운서』에는 자신을 브랜딩할 수 있는 제2의 제3의 무엇인가를 마련하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것이 꼭 일과 연관이 되지 않는 취미로라도요.

처음부터 플로리스트를 부캐로 삼야야겠다고 결심한 건 아니었어요. ‘나만의 경쟁력을 만들기 위해’ 접근했다면 얼마나 열심히 할 수 있었을까요? 종일 일하고 와서 또 다른 일을 갖기 위해 꽃가위를 들었다면, 너덧 시간 꼼짝 않고 같은 자세로 구조물을 짜고 꽃을 꽂는 그 시간이 힐링이었을까요, 노동이었을까요? 꽃은 그야말로 제게는 취미였고 놀이였어요.

프로이트도 부정적인 정서를 극복하고 소망을 갖게 하는 힘이 놀이에 있다고 했는데, 방송과는 그 어떤 공통점도 없는 꽃놀이 시간이 저에게 제대로 된 힐링을 선사한 거죠. 일이 아니었기에 더 집중할 수 있었고, 오랜 시간과 노력이 쌓이다 보니 어느샌가 저의 부캐, '제2의 무엇'이 된 거예요.

저는 본캐는 'KBS아나운서’면서 부캐는 꽃으로 작품을 만들고 글을 쓰는 ‘화예 작가’로 활동하고 있어요. 본캐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를 부캐 활동에서 풀어내고, 부캐를 유지할 수 있는 힘을 본캐에서 받고 있죠. 두 캐릭터는 제 삶을 에너제틱하게 유지시키는 원동력이에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5년 후, 혹은 10년 후 무엇이 되겠다는 계획은 없습니다. ‘무계획이 상팔자’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웃음) 십수 년 전에는 누구보다 열심히 다이어리를 쓰고 계획 세우는 일을 즐겼던 저인데 어느 순간부터는 계획을 세울 수 없을 만큼 빡빡하게 살아가고 있네요. 다만 길게 봐서 십 년 안에 하고 싶은 것들만 몇 가지 정해두었어요. 새로 발들인 분야가 있는데 삼 년 안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내고 싶고요. 쉰이 되기 전 꽃 관련 학위를 하나 더 취득하려고 생각해요. 기회가 된다면 일상의 단상을 적은 책이나 아이와 함께 작업할 수 있는 책도 내보고 싶고요.

구체적인 계획보다는 일상에서 매일 지켜가는 좋은 루틴을 많이 만들려고 노력해요. 삶의 우선순위를 정한다면 융통성 있게 루틴을 지켜가기 쉽죠. 제 책의 부제가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 매일 선다는 일’인데요. 저는 작지만 매일 쌓아올리는 일상의 노력이 갖는 힘을 믿습니다. 어떤 거창한 계획보다 의미 있는 결과를 가져다줄 거예요. 자기 전에 누워서 ‘오늘도 열심히 달렸다.’하며 바로 잠들어버리는 기적은 덤이랍니다!



*이선영

KBS공채 31기 아나운서이자, 플로럴 마이스터로 활약하고 있는 ‘아나플로리스트’. 매일 아침 전 국민의 궁금증을 해소해주려고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라고 열심히 물었다. 사랑과 나눔의 의미를 브라운관 너머의 시청자에게 알리고자 때로는 웃으며, 때로는 눈물 고인 눈으로 ‘러브 인 아시아’를 읊조렸다. 또 지친 하루 일과를 마친 시청자들에게 발랄하게 웃으면서 ‘생생정보’를 외친다. 그렇게 하루도 빠짐없이 데일리 프로그램에 매진하다 보니 벌써 아나운서 인생 이십 년을 눈앞에 둔 이선영 아나운서.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방송의 목적성을 제대로 파악하여 시청자의 눈높이에서 정보를 제공하고 전달하는 ‘아나운서로서의 신념’ 이 확고한 아나운서 중의 아나운서다.




피땀눈물, 아나운서
피땀눈물, 아나운서
이선영 저
상도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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